‘총선 조연’ 이재명-박원순 대권 로드맵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2.17 10:18:09
  • 호수 12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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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계파를 키워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은 국회의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원외 잠룡들에게 총선은 자기 세력이 강해지느냐, 약해지느냐가 걸린 중요한 이벤트다. 특히 당내 세력이 약한 ‘지자체장 잠룡’에게 그 중요도가 높다. <일요시사>는 여권을 대표하는 지자체장 잠룡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측근들의 총선 도전을 취재했다.
 

▲ 이번 21대 총선서 조연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나경식 기자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군웅들이 각 지역서 할거했듯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 다수가 21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2위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종로서 맞붙는다. 지역주의 타파의 선봉장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대구·경북(TK)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잠룡 출마
승천 준비

지난 대선서 선전한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역구 출마가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지난 대선서 저력을 보여준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은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서울 및 수도권 출마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들은 21대 총선의 ‘주연’격이다. 선거 결과가 이들의 대권 행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바로 지지율 상승이다. 또 다음 대선까지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기회를 엿볼 수도 있다. 미디어의 관심도 높아진다. 무엇보다 당내서 자기 세력을 다질 수 있다. 이는 대권행을 위한 필수요소다.

반면 지자체장 잠룡들은 21대 총선의 ‘조연’격이다. 현직을 포기하지 않는 한 선거판을 뛸 수가 없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60일 전인 15일부터 지자체장이 선거에 개입할 수 없다고 알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천타천 여권 내 유력 대권주자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 지사는 문재인 당시 후보와 경선서 맞붙었다. 박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민선 이후 최초의 3선 시장에 올랐다. 두 지자체장 잠룡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은 이제 대권뿐이다.

이번 총선은 두 지자체장 잠룡에게도 중요하다. 바로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기 때문이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다는 약점이 두 잠룡의 공통점이다. 서울과 경기도 인구가 국내 전체 유권자수 절반에 육박함에도, 정치권이 두 잠룡의 대권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이유다.

이·박 “기반 약하다” 극복할까
대선 전 ‘세 확장’ 마지막 기회

두 잠룡의 운명은 과연 이번 21대 총선서 얼마나 많은 수의 측근들이 여의도에 입성하느냐에 달여 있다. 소위 말하는 ‘이재명계’와 ‘박원순계’가 얼마나 세를 확장할까라는 질문과 맥을 같이 한다.

두 잠룡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이 다수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원내 인사는 정성호, 유승희, 제윤경, 김병욱, 김영진 의원 등이다. 

정 의원은 이 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18기)로 19대 대선 당시 이재명캠프 총괄본부장을 역임했다.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3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내가 이재명계가 아니고 이재명이 내 계보라고 해야 맞다. 내가 이 지사의 정치적 멘토에 가깝다”고 말한 바 있다.
 

▲ 더불어민주당 내 이재명계 인사들로 분류되는 유승희, 정성호 의원 ⓒ나경식 기자

유 의원 역시 19대 대선 당시 이재명캠프서 활동했다. 그는 이 지사가 당내 세력이 부족함에도 민주당 대권주자로 올라서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으로 평가된다. 제 의원은 이재명캠프 대변인을 맡았었다.


김병욱 의원은 이 지사와 함께 시민활동을 하며 인연을 쌓았다. 그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자신의 정치 입문 과정에 이 지사가 많은 조언을 해줬다는 말을 한 바 있다. 김영진 의원은 이 지사의 대학 후배다.

이들의 총선 생환이 이재명계의 유지를 의미한다면 이 지사 측근 원외 인사들의 당선은 이재명계의 확장을 의미한다. 현재 이 지사와 인연이 있는 다수 측근들이 출마 선언을 했거나 준비 중이다.

이재명계
생환하나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사람은 김용 경기 분당갑 예비후보로 경기도 대변인을 역임한 바 있다. 관가에선 ‘이재명의 복심’으로 불린다. 경기도청 재직 당시 ‘24시간 닥터헬기’ ‘계곡 하천 정비’ 등 경기도의 주요 정책에 참여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사표를 내고 경기 분당갑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는데 이 지역은 이 지사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린다. 이 지사는 지난 18대 총선 당시 이 지역에 출마했으나 석패한 바 있다.  

이화영 경기 용인갑 예비후보는 이 지사의 ‘입과 발’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임명된 후 이 지사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해당 지역구는 한국당 이우현 의원이 지난해 5월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7년형을 확정 받으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조계원 전남 여수갑 예비후보는 이 지사의 ‘브레인’으로 통한다. 그는 경기도 정책수석으로 이 지사와 함께 일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여수시민회관서 출판기념회를 열었을 당시 조 예비후보는 자신을 이재명의 머리라고 소개한 뒤 “경기도 발전에 기여한 것처럼 여수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백종덕 경기 여주·양평 예비후보는 이 지사의 ‘변호인’이다. 지난해 12월 백 예비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 지사는 ‘나의 수호천사’라고 그를 소개했다. 변호사인 백 예비후보는 앞서 이 지사의 항소심서 적용된 선거법 250조1항(허위사실공표죄)이 모호하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박원순계
측면 지원

이 외에도 광명갑에 출마한 김경표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 의정부을의 임근재 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상임이사, 안성의 이규민 전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 사무총장, 포천·가평의 이철휘 전 포천·가평 지역위원장 등이 이재명계로 분류된다. 

박원순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원내 박원순계가 생환하고, 원외 박원순계가 여의도에 입성해 세를 확장해야 한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자신들의 세 부족을 실감했던 박원순계 입장에서는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기동민, 남인순, 박홍근, 김영호 의원 등이 대표적인 박원순계 현역 의원들로 이들은 서울 지역 출마가 예상된다.
 

▲ ▲▲ 박원순계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인 남인순·기동민 의원

기 의원은 서울시 정무수석비서관을 거쳐 정무부시장을 지냈으며 지역구는 서울 성북을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중랑구선거대책본부 공동본부장 출신인 박 의원은 중랑을, 비서실장이었던 김 의원은 서대문을, 상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남 의원은 송파병을 각각 지역구로 하고 있다. 

박원순계 원외 인사들은 총선 준비로 분주하다. 박양숙 충남 천안병 예비후보는 서울시 정무수석을 지낸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 경선 단계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최종윤 경기 하남 예비후보는 박 예비후보와 마찬가지로 서울시 정무수석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최 예비후보가 북콘서트를 열었을 당시 박 시장 부인인 강난희 여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원내 ‘생환’ 원외 ‘당선’
부시장·비서실장 다수 포진

강 여사는 최 예비후보에 대해 “박 시장 곁에서 늘 격무로 함께하던 사람으로 늘 긍정의 에너지로 주위를 밝게 해주시는 분”이라며 “과거와 미래 자신의 주변까지 성찰하시는 분인 그는 주변을 보살피고 우리사회를 따뜻하고 배려 깊은 사회로 만들어주실 분”이라고 소개했다. 

민병덕 경기 안양동안갑 예비후보는 박 시장의 변호인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15년에는 박 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 16명을 고발했으며, 2017년에는 이명박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고소하기도 했다. 앞서 그는 두 차례 이 지역에 출마했다가 당내 경선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서울시 부시장 출신들도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윤준병 전북 정읍·고창 예비후보는 서울시 전 행정부시장을 지냈다. 윤 예비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박 시장은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고향인 정읍·고창이 이분을 통해 많은 발전을 거뒀으면 하는 의미서 정치인이 될 것을 적극 추천했다”고 밝혔다.

김원이 전남 목포 예비후보는 서울시 전 정무부시장 출신이다. 박 시장은 김 예비후보의 정무부시장 퇴임식서 “김 부시장이 그리워질 것 같다”며 “다음에 서울시로 올 때는 서울시가 국정감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고 축하했다.

행사 참석
선전 기원

비서실장들도 나섰다. 허영 강원 춘천 예비후보는 2016년 7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박 시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박 시장은 허 예비후보의 북콘서트에 참석하는 애정을 보였다. 천준호 서울 강북갑 당협위원장은 서울 강북갑에 출마한다. 허 예비후보와 마찬가지로 비서실장 출신인 그는 박 시장의 ‘정치적 아들’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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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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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