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가 삼킨 대형 이슈들

정치부터 문화까지 ‘싹 다 묻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 대형 이슈가 생기면 다른 이슈는 관심서 밀려나게 마련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다. 중국발 바이러스가 정치·사회·경제·문화·외교 할 것 없이 모든 분야의 이슈들을 잠식하고 있다. 그에 가려진 이슈를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 최근 국내 이슈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쏠려 있는 가운데 선거개입, 국제 관계 등 대형 이슈들마저 빨아들여버린 형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으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국내서도 지난달 20일 중국 우한서 입국한 35세 중국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아 첫 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불과 23주 만에 한국 사회는 신종 코로나 이슈로 뒤덮였다. 식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전염병 발발
시민들 촉각

2019년의 마지막날, 중국 보건당국은 1100만명이 거주하는 우한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27명 발생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 열흘 뒤인 지난달 9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폐렴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발표했다. 같은 날 중국서 첫 사망자가 나왔다.

이후 20여일 만인 지난달 31일 중국 전역서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국내서도 확진환자가 늘어나면서 시민들은 전염병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영화관, 식당 등 유동인구가 많던 장소에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었으며 마스크와 손 세정제는 품귀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의 여파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여부다. 지난 1일과 2일 양일에 걸쳐 서울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신종 코로나 시민 인식 설문조사서 응답자의 77%매우 불안하다고 답했다. 이들 중 68.4%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신종 코로나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홍콩대 전염병 역학통제센터 게이브리얼 렁 교수는 신종 코로나가 4월 하순과 5월 초에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샤오화 독일 괴팅겐대 교수는 전염병 확산 모델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신종 코로나가 3월 초에 절정에 이르렀다가 5월 초에 소멸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최소 한두 달가량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두 달 남은 총선 관심 없어
포털 실시간 검색어 도배

그러면서 시민들의 관심사가 신종 코로나에 집중되고 있다. 확진환자의 전염 경로와 동선을 비롯해 정부와 국제사회의 대응, 예방 물품, 예방법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 실제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와 기사에서 많이 언급한 화제의 키워드를 정리해 보여주는 뉴스토픽은 지난 5일 기준 신종 코로나 관련 내용으로 도배됐다.

4·15총선= 415일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로 총선에 대한 관심도가 뚝 떨어졌다. 정치인들의 출마·불출마 선언, 격전지 출마 예상후보, 정당 간의 이합집산, 공천룰 등으로 후끈 달아올랐어야 할 선거 분위기가 좀처럼 뜨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선거 일정에 맞춰 진행하려던 행사들도 미루고 있다. 대신 신종 코로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선거보다는 신종 코로나 사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예비후보들은 공약과 정책 이슈가 잠식돼 멘붕상태다. 시민들에게 선거운동 차원서 인사를 건네는 것도 조심스러운 형편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법무부 갈등= 지난해 8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 논란으로 시작된 검찰 정국도 신종 코로나 사태 여파로 한풀 꺾인 모양새다. 지난달 20일 신종 코로나 첫 확진환자가 발생하기 전까진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이 계속되던 차였다.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갈등 수위는 최고조로 치솟았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 기습 단행(18), ·경 수사권 조정 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113), 검찰 중간간부 인사(123), 최강욱 청와대 공직비서관 기소(123),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관련자 13명 기소(129) 등 검찰과 법무부는 건별로 입장을 내놓고 정면으로 대립했다.

여야 모두
코로나 정국

지난 5일에는 추 장관이 청와대 하명 수사·선거개입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야권에선 법무부의 결정에 일제히 반발했고, 참여연대서도 공소장 비공개를 두고 비판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은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국종 vs 아주대= 이국종 교수와 아주대병원의 갈등은 지난달 13일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이 과거 이 교수에게 때려치워 이 XX등 욕설을 한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이 교수와 아주대병원은 이미 수년 전부터 병실 배정과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새로 도입한 닥터헬기 운용 문제가 더해졌다.

이 교수는 지난달 29일 외상센터장 사임원을 냈고 아주대병원은 지난 4일 이를 수리했다. 지난 5일 이 교수는 병원으로부터 돈(예산)을 따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고 이젠 지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병원은 저만 없으면 잘될 것이라는 입장인 것 같은데 나도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 이국종 아주대 교수

이 교수와 아주대병원의 갈등은 권역외상센터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의료계에선 권역외상센터의 적자 문제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중증외상환자의 응급수술과 치료를 할 수 있는 권역외상센터는 전국에 17곳이 운영 중이다. 수익성을 무시할 수 없는 민간병원 입장에서는 권역외상센터 운영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 부처
대책 마련

싹 묻힌외교 현안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본 수출규제 및 중동 관련 관계장관회의가 취소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주재하려던 회의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따른 국내 경제의 리스크 점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등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에 정부의 모든 행정력이 집중됐다. 공항과 항만의 방역 강화, 신종 코로나 대응을 위한 예산 운용, 우한 교민 수송을 위한 중국과의 외교적 협의, ··고등학교 개교 일정 연기 등 정부의 논의 대상은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주제로 도배됐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경제 상황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지난달 21일 독자 파병을 결정하면서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나가 있다.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심화될 때마다 한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외교적 갈등 수위 또한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남북·북미 문제도 뒷전이 됐다. 현재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고착상태다. 지난 4(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서도 북한은 등장하지 않았다. 국정연설은 대통령이 한 해의 분야별 국정운영 청사진을 밝히는 자리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건 3년 만에 처음이다.

반면 문 대통령은 남북 협력과 북미 대화에 대해 꾸준히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훈센 캄보디아 총리를 면담한 자리서 지금은 남북 협력과 북미 대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공을 위해 캄보디아와 아세안 각국의 적극적 지지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각종 외교 현안 뒷전으로
북한, 일본, 이란…수면 아래로

북한도 신종 코로나 사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기관지를 통해 주변국의 신종 코로나 확산 상황을 빠르게 전하며 전염병 확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확대되고 있는 신형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 피해, 그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특집 기사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일정도 오리무중이다. 청와대는 시 주석의 방한이 6월로 잠정 연기됐다는 <조선일보>의 보도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한 상태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상반기에 확정적이라고 지난 연말 공식적으로 밝혔고, 시기는 밝힌 바 없다. 한중 간 협의 중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수 발열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현재 중국은 말 그대로 국가 비상사태다. 정부는 지난 40시를 기해 중국 후베이성 여권 소지자와 지난 14일간 후베이성서 체류한 바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중국서 입국하는 모든 내외국인에 대해서도 국내에 연락 가능한 연락처가 없을 시 입국을 금지하는 특별 입국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28일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서 신종 코로나와의 전쟁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자신이 직접 상황을 지휘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하지만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시 주석의 리더십에도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최소 1∼2달
이어질 것”

문화계 초토화= 영화·연극·공연 등 문화계는 신종 코로나 사태에 아예 잠식됐다. 영화관 1일 관객 수는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고 일부 국내영화는 개봉 일정을 연기했다. 쇼케이스는 줄줄이 취소, 게임 대회도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등 신종 코로나 여파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모양새다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더 프린세스>는 개봉일을 잠정 연기하는 초강수를 택했다. 심지어 오는 25일로 예정된 대종상 영화제도 연기됐다. 영화 개봉 시기와는 별개로 최근 신종 코로나 사태로 극장가를 찾는 사람의 수 자체가 줄고 있어 피해 상황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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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