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가 삼킨 대형 이슈들

정치부터 문화까지 ‘싹 다 묻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 대형 이슈가 생기면 다른 이슈는 관심서 밀려나게 마련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다. 중국발 바이러스가 정치·사회·경제·문화·외교 할 것 없이 모든 분야의 이슈들을 잠식하고 있다. 그에 가려진 이슈를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 최근 국내 이슈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쏠려 있는 가운데 선거개입, 국제 관계 등 대형 이슈들마저 빨아들여버린 형국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으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국내서도 지난달 20일 중국 우한서 입국한 35세 중국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아 첫 번째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불과 23주 만에 한국 사회는 신종 코로나 이슈로 뒤덮였다. 식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전염병 발발
시민들 촉각

2019년의 마지막날, 중국 보건당국은 1100만명이 거주하는 우한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27명 발생했다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보고했다. 열흘 뒤인 지난달 9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폐렴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발표했다. 같은 날 중국서 첫 사망자가 나왔다.

이후 20여일 만인 지난달 31일 중국 전역서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 국내서도 확진환자가 늘어나면서 시민들은 전염병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영화관, 식당 등 유동인구가 많던 장소에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었으며 마스크와 손 세정제는 품귀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의 여파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여부다. 지난 1일과 2일 양일에 걸쳐 서울서 자체적으로 실시한 신종 코로나 시민 인식 설문조사서 응답자의 77%매우 불안하다고 답했다. 이들 중 68.4%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불확실성을 신종 코로나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홍콩대 전염병 역학통제센터 게이브리얼 렁 교수는 신종 코로나가 4월 하순과 5월 초에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샤오화 독일 괴팅겐대 교수는 전염병 확산 모델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신종 코로나가 3월 초에 절정에 이르렀다가 5월 초에 소멸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최소 한두 달가량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두 달 남은 총선 관심 없어
포털 실시간 검색어 도배

그러면서 시민들의 관심사가 신종 코로나에 집중되고 있다. 확진환자의 전염 경로와 동선을 비롯해 정부와 국제사회의 대응, 예방 물품, 예방법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 실제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와 기사에서 많이 언급한 화제의 키워드를 정리해 보여주는 뉴스토픽은 지난 5일 기준 신종 코로나 관련 내용으로 도배됐다.

4·15총선= 415일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로 총선에 대한 관심도가 뚝 떨어졌다. 정치인들의 출마·불출마 선언, 격전지 출마 예상후보, 정당 간의 이합집산, 공천룰 등으로 후끈 달아올랐어야 할 선거 분위기가 좀처럼 뜨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선거 일정에 맞춰 진행하려던 행사들도 미루고 있다. 대신 신종 코로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선거보다는 신종 코로나 사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예비후보들은 공약과 정책 이슈가 잠식돼 멘붕상태다. 시민들에게 선거운동 차원서 인사를 건네는 것도 조심스러운 형편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

검찰·법무부 갈등= 지난해 8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 논란으로 시작된 검찰 정국도 신종 코로나 사태 여파로 한풀 꺾인 모양새다. 지난달 20일 신종 코로나 첫 확진환자가 발생하기 전까진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이 계속되던 차였다.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갈등 수위는 최고조로 치솟았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 기습 단행(18), ·경 수사권 조정 법안 국회 본회의 통과(113), 검찰 중간간부 인사(123), 최강욱 청와대 공직비서관 기소(123),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관련자 13명 기소(129) 등 검찰과 법무부는 건별로 입장을 내놓고 정면으로 대립했다.


여야 모두
코로나 정국

지난 5일에는 추 장관이 청와대 하명 수사·선거개입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야권에선 법무부의 결정에 일제히 반발했고, 참여연대서도 공소장 비공개를 두고 비판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은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국종 vs 아주대= 이국종 교수와 아주대병원의 갈등은 지난달 13일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이 과거 이 교수에게 때려치워 이 XX등 욕설을 한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보도되면서 불거졌다. 이 교수와 아주대병원은 이미 수년 전부터 병실 배정과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새로 도입한 닥터헬기 운용 문제가 더해졌다.

이 교수는 지난달 29일 외상센터장 사임원을 냈고 아주대병원은 지난 4일 이를 수리했다. 지난 5일 이 교수는 병원으로부터 돈(예산)을 따오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게 너무 힘들었고 이젠 지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병원은 저만 없으면 잘될 것이라는 입장인 것 같은데 나도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고 허탈해했다.

 

▲ 이국종 아주대 교수

이 교수와 아주대병원의 갈등은 권역외상센터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의료계에선 권역외상센터의 적자 문제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중증외상환자의 응급수술과 치료를 할 수 있는 권역외상센터는 전국에 17곳이 운영 중이다. 수익성을 무시할 수 없는 민간병원 입장에서는 권역외상센터 운영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 부처
대책 마련

싹 묻힌외교 현안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본 수출규제 및 중동 관련 관계장관회의가 취소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장관이 주재하려던 회의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따른 국내 경제의 리스크 점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등이 논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에 정부의 모든 행정력이 집중됐다. 공항과 항만의 방역 강화, 신종 코로나 대응을 위한 예산 운용, 우한 교민 수송을 위한 중국과의 외교적 협의, ··고등학교 개교 일정 연기 등 정부의 논의 대상은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한 주제로 도배됐다.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경제 상황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가 지난달 21일 독자 파병을 결정하면서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나가 있다. 미국과 이란의 대립이 심화될 때마다 한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외교적 갈등 수위 또한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남북·북미 문제도 뒷전이 됐다. 현재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고착상태다. 지난 4(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서도 북한은 등장하지 않았다. 국정연설은 대통령이 한 해의 분야별 국정운영 청사진을 밝히는 자리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건 3년 만에 처음이다.

반면 문 대통령은 남북 협력과 북미 대화에 대해 꾸준히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훈센 캄보디아 총리를 면담한 자리서 지금은 남북 협력과 북미 대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공을 위해 캄보디아와 아세안 각국의 적극적 지지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각종 외교 현안 뒷전으로
북한, 일본, 이란…수면 아래로


북한도 신종 코로나 사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기관지를 통해 주변국의 신종 코로나 확산 상황을 빠르게 전하며 전염병 확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확대되고 있는 신형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 피해, 그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특집 기사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일정도 오리무중이다. 청와대는 시 주석의 방한이 6월로 잠정 연기됐다는 <조선일보>의 보도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한 상태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상반기에 확정적이라고 지난 연말 공식적으로 밝혔고, 시기는 밝힌 바 없다. 한중 간 협의 중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전수 발열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현재 중국은 말 그대로 국가 비상사태다. 정부는 지난 40시를 기해 중국 후베이성 여권 소지자와 지난 14일간 후베이성서 체류한 바 있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고, 중국서 입국하는 모든 내외국인에 대해서도 국내에 연락 가능한 연락처가 없을 시 입국을 금지하는 특별 입국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28일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서 신종 코로나와의 전쟁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자신이 직접 상황을 지휘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하지만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시 주석의 리더십에도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최소 1∼2달
이어질 것”

문화계 초토화= 영화·연극·공연 등 문화계는 신종 코로나 사태에 아예 잠식됐다. 영화관 1일 관객 수는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고 일부 국내영화는 개봉 일정을 연기했다. 쇼케이스는 줄줄이 취소, 게임 대회도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등 신종 코로나 여파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모양새다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더 프린세스>는 개봉일을 잠정 연기하는 초강수를 택했다. 심지어 오는 25일로 예정된 대종상 영화제도 연기됐다. 영화 개봉 시기와는 별개로 최근 신종 코로나 사태로 극장가를 찾는 사람의 수 자체가 줄고 있어 피해 상황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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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