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각양각색 정치물

‘정치’ 영화가 쏟아진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오는 4월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시행된다. 국회의원 전체를 선출하는 총선은 4년 만에 한 번씩 찾아오는 정치 이벤트다. 대국민 이벤트다 보니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미디어 역시 이에 발맞춰 다양한 정치물을 내놓고 있다. 올리기만 하면 실패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현상이다. 굵직한 현대사와 선거, 남북관계 등 다양한 키워드의 정치물을 살펴봤다.
 

▲ ▲ JTBC <보좌관2> ⓒ스튜디오앤뉴

총선이 석 달이 채 남지 않은 요즘 정치 이슈가 시선을 모은다. 각 정당의 인재 영입을 시작으로 각 지역구 공천과 비례대표 선출 및 경선을 거쳐 선거에 이르기까지, 석 달 동안 대한민국은 선거로 인해 시끄러울 전망이다. 정치에 관한 관심이 높은 국민성 때문일까, 충무로도 총선 시즌에 맞춰 적지 않은 정치 영화를 내놓는다. 

PP와 DJ

장르 영화로서 정치물은 폭이 넓다. 대체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차지하려는 자들의 권모술수와 암투,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려내는 게 핵심이다. 배우 조지 클루니와 라이언 고슬링이 주연한 영화  <킹메이커>나 미국 드라마로서 국내서도 인기를 끈 <하우스 오브 카드>가 대표적이다.

과거의 한 시대를 조명하며 당시 인물들을 해석 또는 풍자하는 것도 있다.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나 <더 킹>은 풍자의 요소가 강하며, 할리우드 영화 <바이스>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정치물이다. 남북이 갈라진 한국의 정세를 그린 작품도 특수한 정치물로 분류된다. 정치와 남북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역학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개봉하는 정치물은 ‘정파’와 ‘사파’ 사이서 다양한 색깔로 관객과 만날 전망이다. <남산의 부장들> <정직한 후보> <정상회담> <탈출: 모가디슈> <킹메이커: 선거판의 여우> 등 그 제목이다. 걸출한 감독들이 메가폰을 잡아 2020년은 정치물 전성시대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그 스타트는 <남산의 부장들>이 끊었다. 1979년 10월26일,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와 이전 약 40일간의 권력자들의 암투를 그린 작품이다. <내부자들>과 <마약왕>의 우민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배우 이병헌과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 김소진 등이 출연한다.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와 박 전 대통령, 경호실장 차지철, 전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형욱 등 실제 인물들을 모티브로 그린 작품이다. 감독의 관점이나 해석을 배제하고, 최대한 사실에 근거해 누아르와 다큐멘터리를 적절히 섞어 비교적 차분하게 그려냈다. <바이스>의 톤과 일맥상통한다.

박 전 대통령의 하야를 압박하는 미국과, 대통령의 총애에 권력의 칼춤을 추는 군 후배이자 경호실장, 자신을 점점 더 멀리하는 대통령과 자신을 중심으로 새로운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꿈을 꾸고 있는 혁명동지 사이서 불안과 기대 등 복잡한 심경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의 시선으로 이 시대를 들춰본 작품이다.

비록 실존 인물의 이름을 쓰지는 않았지만, 마치 빙의한 듯 완벽한 싱크로율을 뽐낸다. 특히 현재까지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김형욱 실종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룬 점과 중정과 경호실, 대통령 등 각 부서 간의 역학관계를 세밀하게 그려내는 부분이 훌륭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남산의 부장들 ⓒ쇼박스

우민호 감독은 “이 영화는 정치적 색채를 띠지 않았다. 어떤 인물의 공과 과를 절대 평가하지 않는다. 단지, 그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인물들의 심리 묘사로 보여주고 싶었다. 동명 원작은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취재록이다. 영화로 담기엔 너무 방대했기에 마지막 40일의 순간을 영화화했다”고 말했다. 

<남산의 부장들>에 이어 <정직한 후보>가 관객과 만난다. 정치와 코미디, 판타지 장르가 융합된 이 영화는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국회의원 후보가 갑자기 선거를 앞두고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다. 국회의원 후보자를 소재로 내세워 코미디를 시도한 점이 눈에 띈다. 의원과 보좌관, 의원과 가족들의 삶을 가볍게 터치할 전망이다. 배우 라미란과 김무열, 나문희, 윤경호 등이 출연한다. 과거 <댄싱퀸>과 비슷한 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만 무려 다섯편…선거 때문?
양우석·류승완 등 거물급 연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통해 혜성처럼 충무로에 입성한 변성현 감독의 신작 <킹메이커: 선거판의 여우>는 선거전 속에서 피어나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대통령을 꿈꾸던 한 정치가와 그의 뒤에서 천재적인 전략을 펼치며 선거의 귀재로 불렸던 한 남자가 파란만장했던 1960∼1970년대를 관통하며 겪는 이야기다.

고(故) 전 김대중 대통령과 ‘한국의 괴벨스’로 불리는 엄창록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배우 설경구가 김대중 역을, 이선균이 엄창록 역할을 맡는다. 이 영화 관계자는 “김 전 대통령과 엄창록을 모티브로 했지만, 선거나 정치보다는 두 인물에 포커스가 맞춰진 영화”라고 밝혔다. 

국내 정치를 말하면 남북관계가 가장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총선 때마다 남북관계 이슈가 첨예하게 대립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제작되는 <정상회담>은 남북간의 복잡한 관계를 세세하게 다룬다. <변호인>과 <강철비>를 연출한 양우석 감독의 세 번째 작품으로 <강철비>에서 함께 작업했던 정우성과 곽도원이 다시 출연한다.

웹툰 <정상회담: 스틸레인3>를 영화한 <정상회담>은 가까운 미래,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린다. <강철비>를 통해 국제정세를 매우 정확하게 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은 양우석 감독은 “남북 문제는 여러 나라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우리의 모습을 같이 냉철하게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견지에서 시작한 작품이다. <강철비>가 변화구라면, <정상회담>은 직구”라고 비유했다.
 

▲ 지정생존자

<부당거래> <베테랑> 등을 연출한 류승완 감독은 <군함도>에 이어 다시 한 번 역사의 현장을 조명한다. 신작 <탈출: 모가디슈>는 1990년대 소말리아 내전 상황에서 고립된 남북 대사관 공관원들이 생사를 걸고 탈출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며, 김윤석과 조인성, 허준호 등 화려한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세계적인 VFX기술력을 보유한 김용화 감독이 이끄는 덱스터 스튜디오가 공동 제작하며 스케일면에서도 기대감을 준다. 

영화 분야에서는 정치와 관련된 소재의 작품이 즐비한 가운데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TV는 정치나 선거와 관련된 작품이 많지 않다. 오히려 지난해 하반기 KBS2 <국민 여러분!>을 시작으로 <보좌관> 시리즈, tvN <60일, 지정생존자> <위대한쇼>와 같은 작품이 숱차례 방영됐다. 예능에서도 특별히 정치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제작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한과 북한

한 방송 관계자는 “CJ 계열을 제외하고 각 방송사는 보도국을 두고 있어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는 것을 두려워한다. 오히려 작년에 많은 작품이 론칭 됐다.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4월까지는 정치 관련 예능이나 드라마가 나오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드라마·영화 정치물 변천사 

1990년대서 2000년대 중반만 해도 정치 드라마나 영화는 쉽게 볼 수 없었다. 워낙 첨예하게 부딪히는 국내 여론 탓에 조금만 중심추가 기울어도 비판을 맞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용어나 내용 등이 전반적으로 어려웠고, 톤도 무거운 편이어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정치물은 쉽게 말해 ‘망하는 장르’였다. 

하지만 KBS2 <프레지던트>로 물꼬를 튼 뒤 정치물은 조선 초기 궁중정치를 다룬 KBS1 <정도전>에 이어 2015년 <어셈블리>를 거쳐 지난해 무려 네 편의 작품이 제작됐다.

<보좌관>과 <위대한 쇼>는 정치를 소재로 하고 있음에도 비교적 가벼운 톤으로 제작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계서도 금기시됐던 정치물은 <그 때 그사람들>과 <부러진 화살> 이후 미진하다 <변호인>과 <더 킹> <특별시민> <1987>에 이어 <남산의 부장들>로 이어졌다.

한 영화 관계자는 “미국드라마에 영향으로 국내서도 정치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정권의 개입만 없으면 정치물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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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