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유산슬 메이커’ 유벤져스 3인방 직격 인터뷰

“트로트 전성기, 눈물이 날 지경”

[일요시사 연예부] 함상범 기자 = 트로트에 ‘ㅌ’도 몰랐던 신인 가수 유산슬(본명 유재석)이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그가 부른 ‘합정역 5번 출구’는 전 연령대의 모닝콜이자 18번이다. 유산슬을 국내 최고의 트로트 스타로 만든 세 사람이 있다. 대중은 유벤져스라고 한다. 스스로를 박토벤이라 칭하는 박현우 작곡가(이하 박토벤)와 천재 편곡가 정경천(이하 정차르트), 이 두 사람을 살피며 늘 중재하는 60세 막내 이건우 작사(이하 작신)가 그 이름이다. 가요시장의 변두리에 있던 트로트를 중심으로 끌어올리며, 반백 살을 훌쩍 넘어 인기의 정점에 오른 대가들의 진심을 들어봤다.
 

▲ ⓒ문병희 기자

“아이고 죄송합니다.” 막내 이건우 작사가가 뒤늦게 동묘역 인근에 위치한 박현우 작곡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막내가 제일 늦어서 부끄럽네”라며 미안함을 표한 그는 “광고며 방송이며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그거 처리하다가 늦었다”며 고개를 연신 굽혔다. 이어 “형님들, 우리 대박났어”라며 최근에 들어온 출연 요청 관련 내용을 쫙 읊는다. 광고만 무려 10개가 넘고, 지상파 예능과 각종 인터뷰, 웹 예능까지 온갖 미디어서 출연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대박이네 대박” “우리가 매니저를 잘 뒀어”라는 형님들의 추임새도 이어진다. 

세 사람은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갑작스럽게 투입된 뒤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5분 만에 곡 하나를 뚝딱 만들어내는가 하면, 쉬우면서도 시적인 가사에 포인트를 딱딱 짚어내는 편곡 실력으로 대가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거기에 조금도 꾸밈없이 하고 싶은대로 말하고 행하는 그들의 모습은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이들의 활약 덕에 트로트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TV조선 <미스트롯>을 발판으로 유산슬까지 이어지면서 트로트는 약 50년 만에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대중의 사랑에 따라 스케줄이 워낙 몰아닥친 탓에 박토벤은 ‘링거 투혼’을 발휘해가며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고, 정차르트는 자제로부터 ‘스타 아버지’라는 대우를 받고 있으며, 작신은 환갑의 나이에 매니저라는 새로운 직업을 얻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유지하며, 솔직하고 유쾌한 세 사람의 입담은 카메라가 없는 인터뷰서 더욱 빛을 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놀면 뭐하니?> 이후 삶이 완전히 바뀌신 것 같다.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박토벤(이하 박): 예능 프로그램 이후로 인생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이렇게 바쁘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적이 없었다. 작곡해달라는데도 시간이 없어서 처리를 못 하고 있다. 시간이 해결해주겠죠. 

▲작신(이하 작): 저는 개인적으로 행복하고 또다른 세계에 있는 것 같다. 길거리서 많이 알아보고 사인도 해달라고 하는데,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심스럽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기분은 좋다. 

▲박: 작신은 요번에 CF할 때 춤을 잘 춰 가지고 춤 선생으로도 소문났다.

▲정차르트(이하 정): 내가 집에서만 일하니까 애들은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몰랐는데, 이번에 유명한 사람으로 보고 있더라. 음식점 갔는데 돈을 안 받아서 곤란할 때도 있다. 나나 형(박)이나 70대가 넘었는데 남들이 시기를 할 정도로 대박이 나서 기쁘고 좋다. 

- 세 사람을 두고 ‘유벤져스’라고 하는데, 마음에 드나?

▲작: 원래 어벤져스인데, 유산스를 만들어줬다고 해서 유벤져스라고 하는데, 그 마음이 정말 좋다. 원래 교통방송서 시작한 말이라는데 고맙다. 

▲박: ‘최일구의 허리케인’이라 하는데 11월에 한 게 13만 조회수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1월 6일에 또 했고. 


- 세 분 덕분에 트로트가 다시 완전한 전성기에 돌입한 것 같다. 트로트의 전성기를 보는 마음이 남다를 것 같다.

▲작: 거의 눈물이 날 지경이다. 사실 가요시장이 성인가요와 젊은 층의 가요로 양분됐는데, 최근 들어 성인가요도 젊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예전에는 트로트였다가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로 완전히 갈라졌다. 다시 기회가 온 만큼 작곡가나 작사가들끼리 정말 좋은 노래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 TV조선 <미스트롯>이나 <놀면 뭐하니?>한테 정말 감사하다지.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으로 트로트를 알려줬으니 정말 고맙다. 

▲정: 좋은 노래들을 많이 만들어서, 이 인기를 잘 유지해야 한다. 이런 기회가 자주 오지 않을 거다. 

스타덤에 오른 6070 ‘음악의 대가’
“‘뉴스타’가 있어야 바람이 분다”

- 성인가요가 왜 인기가 없어진 것 같나? 이렇게 듣기 좋은 노래가 많은데.

▲작: 어떤 영역서든 바람이 불려면 뉴스타가 필요하다. 트로트는 새로운 스타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미스트롯>의 영향이 대단히 큰 것이다. 스타가 확대 재생산이 돼야 하는데, 언제부턴가 고정적인 사람들만 매일 보게 됐다. 스타가 없으니 인기도 시들고 프로그램도 폐지됐다. 콘서트는 꿈도 못 꿨는데 <미스트롯>은 미어터진다. 트로트도 점차 콘서트나 버스킹으로 영역을 넓히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 트로트와 성인가요의 대가들인데, 원래 세 분이 친했나?

▲정: 박토벤 형하고 나하고는 50년 정도 됐다. 가깝게 지냈다기보다는 항상 잊지 않고 지내고 있다가 <놀면 뭐하니?>를 통해서 더 가까워지고 친해지고, 싸움도 많이 하게 됐다.

▲작; 별로 안 친했다가 방송하는 거다. 방송하는 중에 (서로 안 친한 게) 나오지 않나. 은연 중에. (하하)

▲박: 작신은 한국저작권협회 이사직 역임했고, 난 현 이사고, 정차르트도 3선이다. 작신하고 나는 4선 이사다. 원래 잘 아는 사이다. 

▲정: 여기서 중요한 건 나나 자신은 박토벤을 찍었는데, 박토벤은 우리를 안 찍었다는 거다.(하하)


- 박토벤은 왜 두 분을 안 찍었나?

▲박: 그건 또 그렇게 되더라고. 

- 박토벤은 예술가 기질이 탁월하다. 느낌이 오면 바로 내달린다. 집중력이 어마어마한 것 같다. 두 사람이 보기에 박토벤은 어떤 사람인 것 같나. 

▲정: 박토벤을 평소에 생각했을 때 얌전하고 점잖고, 말이 없는 사람이고 후배를 사랑하고 아낄 줄 안다고 생각했다. 평상시에 존경해왔다. 그런데 나를 막 깐다. 앞으로는 잘 모르겠다.

▲박: 나는 까는 게 아니고, 이 양반이 나를 까. 형이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 (정을 가리키며) 못됐다고. 으잉.(하하)
 

▲ ▲▲ ⓒ문병희 기자

▲작: 음악하는 사람들 사이서 박토벤은 엄청 유명하다. 시청자들이 몰랐을 뿐. 예술가적인 기질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대가쯤 되면 자기 일에 진지하고 철두철미하지 않나. 박토벤은 대가니까.


- 정차르트는 주변을 잘 살피고 눈치도 빠르다. 말도 재밌게 하는 편이다. 두 사람이 보기엔 어떤가. 

▲박: 이 양반 뒷북치는 스타일이다. 

▲작: 형수님한테 레슨을 받고 나온다. 거울 보고 연습하고. 그러지 않고서는 그런 멘트가 나올 수 없다. 

▲정: 전혀 안 그렇다.

▲박: 코드도 제수씨가 해준다고. 

▲작: 방송 분량이 20회가 넘게 있다. 

▲박: 정차르트는 음흉해. 솔직하지 못하고. 나는 가슴을 탁 터는데, 가슴을 안 털어내. 가만히 있다가 엉뚱하게 탁 튀어나와. 예측을 못 한다.

▲정: 이거 봐. 날 또 까고 있잖아. 난 존경한다고 했는데.

- 박토벤이 앞을 보고, 정차르트가 주위를 보면, 작신은 두 사람을 보는 느낌이다. 막내로서 특화된 것 같다. 두 형님은 후배를 어떻게 보나. 

▲박: 작신은 평소에도 그렇고 얌전하고 남을 배려한다. 정말 정말 내가 예뻐한다. 이 동생의 이런 좋은 점을 정차르트가 많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 건우 아우는 모든 선배들한테 다 잘한다. 우리한테만 잘하는 게 아니다. 괜히 4선 한 게 아니다. 
 

- 지금도 티격태격을 하는데, 방송하다가 진짜로 화가 난 적 있나?

▲작: 많다. 나는 확실히 안다. 그런데 참고 방송을 하는 거다. 두 분다 기분이 엄청 나쁜데 참고 방송하는 거다.(하하)

▲정: 확실히 기분 나빴던 것은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내가 주의를 한다. 그러니까 박토벤이 나를 까기 시작했다.

▲박: 내가 60년에 데뷔를 했고, 그 후에 한참 뒤에 데뷔한 게 정차르트다. 그런데 내보고 작곡 공부하라니까 내가 열이 안 나나?

▲정: 나는 순전히 재밌으려고 한 얘긴데, 그렇게 기분 나쁠 줄 몰랐지.

▲박: 지는 재미지만, 나는 안 좋지. 

▲작: ‘인생라면’ 투표 때 분명히 김태호 PD가 비밀투표라 그랬는데, 우리를 속였다. 제일 아름다운 그림은 정차르트는 박토벤 찍고, 박토벤은 정차르트 찍고, 나는 박토벤 찍으면 좋았는데, 서로 자기를 찍었다. 원래는 내가 무효표를 찍었다. 그러니까 김 PD한테 연락와서 ‘이거 비밀투표인데 이렇게 하면 어떡하냐’고 해서 박토벤 찍은 건데, 그렇게 방송이 됐다. 

▲박: 김태호가 진짜 무서운 사람이야. 

“티격태격? 방송 중에 진짜로 화내”
“유재석은 선하고, 김태호는 무서워”

- 세 사람이 보기에 김태호 PD는 어떤 사람 같나?

▲작: 예능의 신이다. 정말 상상을 못 하겠다. 처음에는 성격이 나쁜 사람인 줄 알았다. 인사도 안 했다. ‘여기는 PD가 인사도 안하냐’면서 우리끼리 얘기했는데, 계속 앞에 있었던 거다. 자기를 알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샤이’한 성격이 있는 것 같다. 

▲박: 김태호는 천재다. 어떤 사고를 칠지 몰라. 뭐가 터질지 모르겠다.

▲작: 추진력이 좋은 건지 그림을 잘 그리는 건지 모르겠다. 원래는 박토벤도 한 번만 하고 끝나는 건데, 계속 나오고 버스킹에 콘서트까지 갔다. 

▲박: 옆에 PD들도 엄청 칭찬하더라. 그리고 뭐든 말을 안 한다. 유재석 올 때도 유재석 온다고 안 했다. 그냥 신인가수 온다고 했지. 

- 세 사람 다 유재석이 왔는데 전혀 의식을 안 하고 편하게 대하더라. 그 대목이 이 프로그램의 신호탄이었던 것 같다. 

▲박: 내는 선생하고 제자라는 식으로만 생각했지. 스타라는 생각은 안 했다. 그래서 막 다뤘다. 신인가수라서 감정도 못 넣으니까 내가 막 보여주고 그랬지. 그게 색다르게 보인 게 아닌가 싶다.

▲작: 유재석이 그쪽에서 대가이긴 하지만, 우리도 조용필, 나훈아랑 술 먹고 자는 사이다. 스타로서 의식이 안 된다. 유재석이 가수도 아니고 나이도 어리지 않나. 그러니까 편하게 되더라. 그냥 유명한 애였다. 

▲박: 그 다음에 정차르트가 오면서 팍팍 재밌어진 거지. 완성품이 된 거다.

- 세 사람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탈권위’에 있다고 본다. 권위적이지 않은 삶을 살아온 것 같다. 2030은 그 지점에 열광하는 것 같다. 

▲작: 그게 맞다. 일에는 냉정하지만, 사회생활에는 배려하는 삶을 살고 있다. 작곡이나 편곡, 작사는 사실 대가다. 그때는 철저하게 하지만, 사람 살 때는 더불어 살고 싶은 거다. 셋 다 그런 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 작신이 작사가라 그런가, 말을 잘하긴 잘한다. 
 

- ‘합정역 5번 출구’는 대박이 터졌다. 유산슬의 ‘인생라면’ 어떻게 보는가.  

▲작: ‘인생라면’은 슬로우다. 슬로우를 하려면 세월이 더 가야된다. ‘인생라면’은 진짜 도전이다. 녹음도 더 정교하고 노래도 많이 해야 한다. 야단치고 혼나고 그러다가 울고 그런다. 유산슬한테 그렇게 할 수 없지만,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 ‘합정역 5번 출구’는 90% 마음에 들었는데, ‘인생라면’은 아무리 잘해봐야 60% 만족스러울 것 같다. 

▲정: 슬로우라도 멜로디가 쉬워서 잘 따라 부를 거다. 괜찮다. 

- 옆에서 보기에 유재석은 어떤 사람인 것 같나? 

▲정: 참 착하다. 선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인간성 하나는 정말 훌륭하다. 그래서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인사성도 밝다. 

▲작: 차이나타운서 버스킹 할 때 사람들하고 악수하는데 ‘손이 참 차가우시네요’라고 하더라. 그거는 콘셉트로 하긴 힘든 건데 하더라. 사람을 대하는 좋은 애티튜드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도전정신이 있다. ‘뽕짝’을 하든 드럼을 치든 도전정신이 있다. 욕심이 있다. ‘못해요’라고 하지만 악다구니가 있어서 어떻게든 해낸다. 예능이더라도 프로페셔널에 근접하지 않나. 대단한 것 같다.

- 세 분 다 스스로를 대가라 칭하고, 그에 걸맞은 결과물을 내놓았다. 음악을 만드는 가치관이 있나.

▲박: 가사에 따라서 곡이 다 변해버린다. 가사에 어울리는 멜로디를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 그러면서 쉽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니까 ‘합정역 5번 출구’도 국민가요가 됐지. 

▲정: 곡과 가사를 보면 솔직히 알아서 떠오른다. 곡이 안 좋으면 좋은 편곡이 안 나온다.

▲작: 작사와 작곡은 엄마와 아빠다. 편곡은 옷을 입히는 건데, 어떤 옷을 입히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허접스럽게 입히면 히트가 안 된다. 이번에 편곡의 힘을 알게 됐다. 개인적으로 작사를 할 땐 위로를 주고 싶다. 슬프면 슬픈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카타르시스가 있는데, 어떤 감정이든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사를 쓴다.

- 대가들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이 있나.

▲박: 인기가 많으니께네,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 담배도 함부로 버리면 안 되고, 남들의 모범이 돼야 한다.

▲정: 원래 나는 남들 지적을 잘했다. 누가 꽁초를 버리면 뭐라고 했다. 그런데 이제 그러면 안 된다. 옷도 막 입었는데, 신경을 쓰고 살아야겠더라. 

▲작: 원래 유명해지는 걸 그리 바라지 않았는데, 이미 호랑이 등에 타 버렸다. 아모르파티라고 ‘내 운명을 사랑하자’라는 뜻인데, 어떤 길로 가진 모르지만 앞으로도 운명을 사랑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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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