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에 죽는’ 유니크한 배우들의 속사정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배우를 보고 영화관으로 향하는 관객이 적지 않다. 때로는 좋아하는 배우 때문에 영화관을 찾았다가 실망감만 잔뜩 안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이는 배우에 대한 신뢰감과 연결된다. 따라서 좋은 작품을 꾸준히 잘 고르는 것도 배우의 능력 중 하나다. 연기력만큼은 탁월한데, 가끔 이해되지 않을 출연으로 의아함을 주는 배우들이 있다. 
 

▲ (사진 왼쪽부터)배우 마동석·이성민·박희순

배우들이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비교적 선명하다. ‘이야기에 흥미가 있을 때’나 ‘캐릭터가 워낙 매력적일 때’ ‘비록 분량은 적어도, 감독이나 제작사와 일을 해보고 싶을 때’ ‘혹은 과거의 인연 때문에’ 등이 있다. 여러 이유로 작품을 선택하지만, 모든 작품이 호평을 받지는 못한다. 때로는 지나치게 엉성한 모양새로 혹평을 받기도 한다. 특히 배우 마동석과 이성민, 박희순은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으면서도, 때로 예상 밖의 작품을 골라 신뢰감에 타격을 입기도 한다.

[마동석]

배우 마동석은 국내서 가장 유니크한 배우 중 하나다. 작고 여리여리한 배우들 사이서 우락부락한 몸집만으로도 그는 특별한 존재다. 누구보다도 강렬한 인상을 지닌 그는 때때로 귀엽기까지 하다. 

영화 <부산행>서 좀비를 단숨에 때려잡은 뒤, 임신한 아내(정유미 분)로부터 혼이 나는 모습만으로도 그가 가진 매력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다. 의상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은 <굿바이 싱글>이나 ‘힘 센 동네 바보형’이었던 <시동>, 진실의 방으로 범죄자를 끌고 가거나 장첸(윤계상 분)과 맞붙기 전 ‘싱글’임을 고백한 <범죄도시>서도 그의 매력은 상당했다. 연기의 폭이 넓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인물을 훌륭히 표현해낸다는 것. 

그의 매력을 알아본 마블사가 ‘엄청나게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히어로’ 길가메시(영화 <이터널스>)로 낙점할 정도니, 마동석의 연기력은 세계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 그가 꼭 좋은 작품만 선보인 것은 아니다. ‘마동석 장르’라 불리는 영화들이 대부분 혹평을 받았다. 여기서 마동석 장르란 힘센 마동석이 악당을 깨부수는 서사를 가진 일부 작품을 일컫는다. 영화 <함정> <살인자> <동네사람들> <악인전> <성난황소>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작품들에서 마동석은 불의에 맞서 악당을 흠씬 두들겨 패는 역할이다. 그가 휘두르는 주먹으로 통쾌함도 분명 존재하지만, 기시감이 너무 강하다는 단점도 있다. 아울러 지나치게 폭력적인 장면이 많거나, 여성이나 어린 아이가 과도한 피해를 입는 장치로만 사용돼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영화계 의리파로 잘 알려진 그는 과거부터 알고 지낸 감독들과의 인연을 중시해 작품을 선택한 사례가 적지 않다. 마동석 주연 영화를 통해 입봉한 감독이 줄을 잇는 것이 그 방증이다. 

의리로 작품을 선택하는 것 자체는 응원할만한 일이지만, 그가 소모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배우 개인은 물론 관객에게도 손실이다. 영화 산업의 최정점에 있는 미국마저도 인정한 마동석이기에, 그의 이미지만 소모되는 영화는 당분간 출연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성민]

연극 극단 출신 배우 이성민은 다작 출연으로 유명하다. 주인공 혹은 비중 있는 조연으로 작품활동을 가리지 않는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대부분 괜찮은 연기를 뛰어넘는 훌륭한 연기로 감동을 주곤 한다. 

MBC <골든타임>에선 완벽에 가까운 의사였으며, tvN <미생>의 오 과장으로 인생의 무게를 전달하기도 했고, tvN <기억>에선 죽음을 앞둔 변호사로 삶의 소중함을 깨우쳤으며, 영화 <보안관>에서는 마약범과 호기롭게 다투는 지방 형사로 웃음을 선사했고, <공작>에서는 북한의 경제통으로 통일이라는 꿈을 꿨으며,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독재자 그 자체였다. 


신뢰감 얻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유니크한 배우들 기복 있는 이유?

그런 그가 이따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선택으로 보는 이들을 괴롭게 한다. 밈이란 단어의 부재로 당시에는 사용되지 않았지만, 전국적인 조롱을 받았던 영화 <리얼>, 지나치게 떨어지는 개연성으로 관객의 혹평을 받은 <목격자>와 <비스트>, 그리고 충격의 <미스터 주>까지, 이성민의 최근 행보는 널뛰기 중이다. 

언제나 미친 연기를 선보이는 이성민이지만, 일부 영화에선 ‘연기력 낭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납득되지 않는 면이 많다. 살인자를 목격했지만 신고하지 못하는 목격자의 모습(<목격자>)이나, 암투를 벌이는 인물 사이서 설득력을 전혀 느낄 수 없는 <비스트>가 그 예다. <미스터 주>는 거의 모든 장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영화 이후에 ‘배우의 연기만 남았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유는 이성민의 연기만큼은 탁월했다는 것. 연기력이 아닌 작품성의 기복이 없는 배우라는 숙제를 앞으로 개봉할 <제8일의 밤>과 <리멤버> <대외비:권력의 탄생>을 통해 풀어내길 바라는 관객이 적지 않을 테다.

[박희순]

극단 목화 출신으로 2002년 영화 <세븐데이즈>를 통해 혜성처럼 등장한 배우 박희순도 작품의 질에 있어 폭이 큰 배우다. <세븐데이즈> <맨발의 꿈> <작전>을 비롯해 <용의자> <마녀> <밀정> <1987> 등 출연작도 일품이었으며, 연기 역시 훌륭했던 작품이 적지 않다.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특유의 보이스 역시 그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선함과 악함을 동시에 강렬하게 표현하는 그의 연기력은 영화계를 비롯해 국내 관객 대부분이 인정한다. 터프한 외형과 달리 <맨발의 꿈>에서는 귀엽고 재밌기도 하며, <1987>에서는 왠지 모를 나약함도 보인다. 김상옥 열사를 모티브로 해 <밀정>의 문을 열었던 오프닝 시퀀스는 그야말로 박희순의 원맨쇼였다.

그런 그도 필모그래피가 예쁘지만은 않다. <신세계>와 <마녀>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실패작인 <혈투>의 주인공이었으며, 신하균 오만석 박희순의 연기로도 연출의 구멍을 메우지 못한 <올레>, 유치하기 짝이 없는 <썬키스 패밀리>, 비록 조연이었지만 워낙 실망스러운 완성도를 보인 <물괴>, 사극 코미디의 한계라 불린 <광대들:풍문조작단>까지, 박희순의 출연작 중에는 의외로 엉성한 작품이 적지 않다. 

비록 작품성은 부족하지만, 그 안에서도 기대감을 주는 연기를 보여준 게 박희순이다. 아직까지 차기작 소식이 없는 그가, 다음 작품만큼은 누구나 감탄할 만한 좋은 이야기서 명연기를 선보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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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