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수상권 오스카 레이스 관전포인트

골리앗과 붙는 다윗 ‘개봉박두’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봉준호 감독 연출작 <기생충>의 ‘오스카 레이스’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미국 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 시상식으로 불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하 오스카상)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것. 현재까지 <기생충>은 세계 유수 영화제 및 시상식서 180개 이상의 수상 이력을 남기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오스카상 수상을 통해 한국 영화 100년의 기념비적인 사건을 일으킬지 관심이 뜨겁다. 현재 영국 전쟁영화 <1917>과 2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작품상’ 수상 가능성을 내다봤다.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지난해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서 최고상 격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와 시상식을 돌며 광폭 행보를 이어나갔다. 이후 지난해 10월 북미 지역서 <기생충>을 개봉하면서 오스카상 수상을 위한 홍보 및 경쟁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예측 불가능

이후 뉴욕과 토론토 영화제는 물론 각종 비평가협회서 주어지는 상을 휩쓸었고, 심지어 미국 내 2위 시상식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서도 작품상을 받았다. 결국 오스카상의 국제장편영화상, 미술상, 편집상, 각본상, 감독상,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영화로서는 모든 것이 최초인, 전인미답의 길을 걷고 있다.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국내서 1000만 관객 동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이후, 모든 활동은 ‘즐거운 소동’이라고 밝힌 봉 감독 역시 오스카상의 작품상을 내다보는 현 상황까지는 예측하지 못했던 듯하다. 일반적으로 일부 심사위원들이 수십편의 작품을 감상한 후 모여서 결정하는 게 영화제 및 시상식의 최고상을 가리는 심사방식인 데 반해 오스카상은 미국 내 영화 관계자 총 8000여명이 투표하는 방식으로 수상 여부를 가린다. 

국내에선 CJ그룹 이미경 부회장과 배우 이병헌, 봉준호 감독 등에게 투표권이 있다. 오스카 레이스는 일종의 선거운동과 비슷한 행태를 띤다. 따라서 막대한 예산도 투입되며, 인종과 성별, 지역 등 각종 정치적인 사안이 수상에 영향을 끼친다. 투표제도 역시 복잡하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다.


봉 감독 역시 이 모든 것을 알고 출발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익스트림 무비와 인터뷰를 진행한 그는 “북미 배급사와 홍보팀이 광란의 환호 내지 충격과 환희를 드러냈던 건 미국배우조합상(SAG)의 앙상블상에 노미네이트가 됐을 때였다. 사람들이 울고불고 그랬다. 오히려 나를 비롯한 한국 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고 밝혔다. 

북미 지역 프로모션 관계자들이 이 같은 반응을 보인 이유는 오스카상 투표권자 대부분이 현역 또는 은퇴한 영화 업계 종사자이며, 이들은 감독 및 프로듀서, 촬영, 배우 조합 등에 소속돼있고, 이 중 가장 인원수가 많은 게 SAG라는 것. SAG서 관심을 받는 영화가 곧 오스카 레이스서 유리함을 갖는다. 이때부터 캠페인 분위기가 확 바뀌었고, 예산도 더 투입됐다고 봉 감독은 전했다. 

▲오스카 ‘바로미터’ 셋 = 오스카상의 최고상 격인 작품상에는 현재 9개 작품이 경쟁 중이다. <기생충>을 비롯해 <포드 V 페라리> <아이리시맨> <조조 래빗> <조커> <작은 아씨들> <결혼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 등이다. 그 가운데 <기생충>과 <1917>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이 배경에는 ‘미국제작자조합상’(이하 PGA)과 ‘미국감독조합상’(이하 DGA), ‘미국배우조합상’(이하 SAG)이 있다. 이 세 조합의 수상 여부가 오스카상의 바로미터로 평가된다. 세 조합은 할리우드 주요 직군을 대표하는 단체라는 점에서 오스카상 뿐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계에 영향력이 높다.

▲골리앗 VS 다윗 = 1월30일 기준 세 조합의 주인공이 결정됐다. <기생충>은 SGA의 최고상 격인 캐스팅 앙상블상을 수상했고, <1917>은 PGA와 DGA를 가져갔다. 통계적으로 PGA와 DGA를 받은 <1917>이 <기생충>보다 우세하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 30년 동안 PGA서 작품상을 받은 21개 작품이 오스카서도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무려 70%의 높은 확률이다. 최근 10년간 PGA를 받고도 아카데미서 작품상을 따내지 못한 영화는 <빅쇼트>와 <라라랜드> 단 두 편이다. 

한국영화 100년 금자탑 쌓을까?
다양성 부문 ‘독식’ 가능할까?


아울러 PGA는 오스카상과 같이 선호투표제 방식으로 진행됐다. 선호투표제란 아카데미 회원들이 후보작에 모두 순위를 매기고, 1순위가 절반을 넘기면 수상작으로 선정되는 방식이다. 만약 절반을 넘기지 못하면 최하위 영화를 후보서 빼고 최하위 영화 투표자의 2순위 표가 1순위가 되는데, 이렇게 1순위가 과반을 넘기는 영화가 나올 때까지 반복한다.

곧 작품상 후보 중 하위권 영화에 투표하는 회원의 2∼3순위 영화가 캐스팅보트를 갖는다. 동일 방식서 <1917>이 <기생충>을 따돌렸다는 것은 <기생충>을 응원하는 국내 팬들에게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니다.

또 영화감독들이 대거 포함된 DGA는 PGA보다 더욱 확률이 높다. DGA 최고상 수상작이 오스카서 작품상을 수상하지 못한 경우는 72년 동안 단 17번에 불과하다. 실제로 많은 감독들이 <기생충>을 칭찬하면서도 정작 투표는 <1917>에 했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PGA와 DGA를 수상한 <1917>이 <기생충>에 비해 한발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 영화 1017

DGA 투표 결과로 인해 오스카 감독상은 <1917>의 샘 멘더스 감독으로 확정된 분위기다. 또 <기생충>은 드라마 형식의 작품인데 반해 <1917>은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는 전쟁 영화라는 점, 통상적으로 감독상은 큰 스케일의 작품 연출자가 차지한다는 점에서 봉 감독이 감독상을 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기생충> 호재는? = <1917>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비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세 조합 중 가장 많은 아카데미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SAG서 <기생충>이 수상했기 때문이다. 지난 24년간 SAG에 후보 지명조차 없이 작품상을 받은 영화는 <브레이브 하트>(1996)와 <더 셰이프 오브 워터>(2018), <그린 북>(2019) 등 3편뿐이다. 

아울러 지난 1일 개최된 작가 조합상(WGA)에서는 <기생충>이 받았다. 작가 조합상 역시 다수의 아카데미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로써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상과 함께 각본상도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라는 점과 함께 수천억원을 제작비로 투자하는 미국의 관점으로 봤을 때 블록버스터가 아닌 다양성 영화에 해당한다. 올해에는 여성이나 흑인, 라틴 계열 등 정치적 성향을 포괄한 다양성 영화가 거의 없어 <기생충>이 다양성 영화를 선호하는 회원들의 표를 독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1라운드서 <1917>이 절반 이상 표를 가져가지 못할 경우, 다양성 영화를 선택한 회원들의 2∼3순위 표가 <기생충>으로 흘러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최근 오스카 주요부문서 기존 예측을 무너뜨리고 비백인 영화들의 선전이 돋보였던 만큼, 유일한 비백인 영화인 <기생충>이 ‘로컬’(Local)과 국제 영화제의 기로에 놓인 오스카로부터 어떤 선택을 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높은 벽

오스카상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 시점으로 보면 <1917>이 가장 유력한 게 사실이지만, 여러 가지 변수가 있어 뚜껑을 열 때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사람들은 언더 독에게 동정심을 갖고 있어, 강력한 대항마인 <기생충>이 마지막 반전을 일으킬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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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사법개혁 진짜 속내

민주당 사법개혁 진짜 속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안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사법부가 빌미를 제공했단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당리당략을 위해 허점이 많은 법안을 밀어붙인단 비판도 있다. 대통령 재판중지법 추진을 엮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패로 쓰려 했던 민주당의 진짜 속내는 뭘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0일 ▲대법관 증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변경 ▲법관 평가에 변호사협회 평가 반영 ▲하급심 판결문 전면 공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사전심문제 도입 등 5대 사법개혁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법 왜곡죄 신설과 재판소원 제도는 별도로 추진할 예정이다. 5대 개혁안 확정 발표 민주당의 사법개혁안 발표 이후 대법원과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대법원이 특히 반발했던 개혁안은 대법관 증원이었다. 민주당 안에 따르면, 현행 14명인 대법관은 4년 동안 매년 4명씩 늘려 30명까지 채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에 신임 대법관 16명과 임기 만료 후 교체되는 대법관 10명 등 총 26명을 임명한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실에 “대법관 증원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대법관 과반수 또는 절대다수가 일시에 임명되면, 정치적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후임 대법관 임명 때마다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도 지난달 22일 국회서 진행된 ‘민주당의 입법에 의한 사법 침탈 긴급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은 사법 해체안”이라며 “사법부의 중립성은 온데간데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사법부 스스로 민주당에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빌미로 작용하는 구체적 사례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등이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 측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핵심 근거는 “수사 관련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시간은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었다. 이어 “기술이 발달해 정확한 서류 접수·반환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관리하는 게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시간 단위로 계산한 후 “구속 기한이 만료됐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제66조 제1항은 “구속기간의 초일은 시간을 계산하지 않고, 1일로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 부장판사가 집필에 참여해 지난 2022년 발간된 <주석 형사소송법>도 “구속기간 계산은 시간이 아닌 일(日)로 한다”며 “구속기간은 날짜 단위 계산법을 따른다”고 명시했다. 검찰이 지 부장판사의 구속 취소에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아 반발은 더욱 커졌다. 이후 지 부장판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재판을 비공개하거나 “보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히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5월부터는 “고급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대법원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33일 앞둔 지난 5월1일 이 대통령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지난 3월28일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이 대통령 사건 기록을 받았고, 4월22일 전원합의체에 넘겼다. 이로부터 불과 9일 후 상고심 선고가 진행됐기 때문에 논란이 발생했다. 빌미 제공한 사법부에 몰아치는 민주 왜? 당리당략 위해 여야 번갈아 “대법관 증원” 민주당은 “기록 6만쪽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졸속 재판”이라고 반발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초고속 절차 진행”이라며 “대법원은 왜 정치를 하느냐는 국민적 비판까지 감수한 무리한 행동을 하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이후 범여권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사법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유의 일사불란한 몰아치기 전술로 사법개혁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려 하고 있다. 보복을 위해 대법원을 무력화하려는 것일 가능성도 스스로 노출하고 있다. 사법개혁안 중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추진 ▲법 왜곡죄 신설 등이다. 대법관 증원론은 1994년부터 제기됐다. 상고허가제는 밀려드는 상고심 접수에 대응하기 위해 1981년부터 운영됐다가 위헌 논란이 제기돼 1990년 폐지됐다. 대법관 증원론은 상고허가제 폐지 이후 대안으로 거론됐다. 대법원은 당시에도 반대 의견을 밝혔다.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심리불속행 기각 특례는 1994년 도입됐다. 하지만 상고심 접수는 나날이 늘었다. 지난해에 접수된 상고심 접수 건수는 동일인에 의한 과다 소송을 제외하면 1만3026건이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설치를 시도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사건만 전담하고, 상고법원은 그 외 상고심을 맡아 사실상 4심 법원 체제로 운영하려던 시도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법원행정처를 내세워 ▲불법 로비 ▲재판 거래 ▲판사 사찰 등을 저질렀단 의혹이 불거졌다. 양 전 대법원장 등 당시 대법원 수뇌부는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상고허가제는 “국민이 상고심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 섣불리 꺼내기 어렵다. 상고법원 설치는 금기시됐다. 심리불속행 기각 특례는 누가 봐도 한계에 부딪힌 지 오래다. 남은 대안은 대법관 증원밖에 없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론이 거론될 때마다 강하게 반대해 왔다. 사법부는 1994년에도 “인구 1억2000만명인 일본의 대법관 수도 15명”이라며 “법령 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고유 기능 측면에서 볼 때, 대법관 13명도 많은 숫자”라고 주장했다. 이후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론이 제기될 때마다 ▲전원합의체 유지 ▲파기환송 증가로 인한 송사 비용 증가 ▲재판 지연 ▲인사청문회·임명 지연 등 논점을 제시하면서 반대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정략적으로 접근한다. 국민의힘의 전신 한나라당은 지난 2010년 우리법연구회 좌편향 논란을 제기하면서 대법관 증원을 시도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비법관 출신 8명을 포함해 대법관을 24명으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명박정부가 사법부를 장악하려고 한다”며 반발하는 등 현시점에선 기시감이 느껴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대법원은 당시에도 크게 반발했다. 여야는 대법관을 20명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가 곧 백지화시켰다. 돌고 도는 직권남용 당시 한나라당이 우리법연구회 소속 법관들을 겨냥해 대법관을 늘리기로 한 것처럼, 민주당도 대법원의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이후 급하게 대법관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 재판에 대한 보복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발생했다. 우리 정치권은 눈앞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긴 안목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을 급하게 밀어붙여 부작용을 양산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법 왜곡죄 신설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추진된다. 범여권은 꾸준히 법 왜곡죄 신설을 시도했다. 제20대 국회에선 정의당 심상정 전 의원이 발의했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제21대 국회에선 민주당 김남국 당시 의원(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발의했다. 지난해엔 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발의했다. 지난해까진 검사·사법경찰관 등 수사 업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발의됐으며, 이번 추진엔 법관도 포함된다. 1년여 동안 법관도 법 왜곡죄 적용 대상에 포함돼야 할 정도로 달라진 변수는 지 부장판사 관련 논란과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엔 심각한 오류들이 있다. 민주당은 이미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쪼개는 검찰 해체 법안 통과를 완수했다. 이에 따르면, 중대범죄수사청에 소속될 검사는 수사관 신분으로 전환된다. 공소청에서 근무할 검사는 기소·공소 유지만 맡는다. 부장검사를 지낸 김상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지난 6월 발표한 <법 왜곡죄에 관한 소고>에서 “기소 이후엔 절차 지휘권이 법원으로 넘어간다”며 “검사는 판사에 의한 법 왜곡죄의 공범으로 가담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해체 이후 검사에겐 수사권이 없고, 공소 유지는 법관이 전담하는데, 검사가 어떻게 법 왜곡죄를 저지르는 주체가 되느냐”는 취지의 반박이다. 김 부교수는 법관을 법 왜곡죄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민주당의 시도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법 왜곡죄 도입이 특정인의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도저히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법안엔 검사 등 수사기관으로 규율 범위가 한정됐지만, 대법원이 특정인에게 불리한 판결을 선고하자, 12일 만에 법관을 적용 대상에 추가해 발의했다”고 꼬집었다. 대통령 구하기? 그러면서 “이 의심은 막연한 추정이 아니라 고도의 개연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 왜곡죄는 독일 형법으로부터 비롯됐다. 독일의 법 왜곡죄는 “법관 등이 재판 등을 하면서 당사자 일방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하면 징역형에 처한다”는 취지의 법률이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면 처벌한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이하 직권남용죄)의 법관 전용 특별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법 왜곡죄에 대해선 “법관에 대해서도 이미 있는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 “굳이 신설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직권남용죄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정치 보복 목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다수의 고위공직자에게 직권남용죄가 본격적으로 적용된 시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자들에 대한 것이었다. 이후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검찰도 박근혜정부 인사들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문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을 지내면서 직권남용죄를 다수 적용했던 사람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다. 실제로 검찰의 직권남용죄 총처분 건수는 2011년 4057건서 2020년엔 1만4050건으로 늘어난 통계도 제시됐다. 직권남용죄에 대해선 “개념이 모호해서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의 직권은 어디까지인지, 무엇이 남용인지, 직권과 행사에 방해를 받은 권리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이렇게 하면 범죄가 성립돼 처벌을 받는다”고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는 법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수사·기소를 하는 수사기관과 판단을 하는 법관의 재량에 판단이 좌우되는 일이 많다. 권성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 2006년 직권남용죄에 대한 헌법소원 당시 “조항이 모호해서 정권교체 후 정치 보복을 위한 고위공직자 처벌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며 위헌 취지의 소수 의견을 냈다. 이 파기환송에 “판사 법 왜곡 처벌” 수사권 없어지는데 검사도 포함 추진 권 전 재판관은 지난 2022년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용을 방지하려면 요건을 명백히 규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위헌 의견을 냈다”며 “우려했던 현상들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의견을 밝혔을 때 서둘러 개정했다면,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진 않았을 거라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권 전 재판관이 발언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약 5개월이 지난 시기였다. 문정부도 직권남용죄의 함정에 빠져, 문 전 대통령 재임 중인 지난 2019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이 직권남용죄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에 대한 징역 2년형을 확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에 대해서도 “인사권과 관련된 직권남용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연루돼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은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22년 10월엔 ‘서해 피격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문정부 인사들이 불구속 기소됐다. 문정부 검찰총장으로서 다수의 직권남용을 지휘했던 윤 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다수의 직권남용 혐의 때문에 구속 기소됐다. 민주당은 한동안 “대통령 재임 중엔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중지한다”는 취지의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추진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전 다수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고,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던 사건도 있었던 현실을 고려한 법안 추진이었다. 발의 시점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다음 날인 지난 5월2일이었다. 민주당은 ‘국정안정법’이란 별명까지 붙여가면서 이달 안에 처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반발은 정작 대통령실에서 나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3일 “재판중지법은 불필요하단 게 대통령실의 일관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여당에 사법개혁안 중 대통령 재판중지법 제외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이 이 대통령까지 옭아매 패로 쓰려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대통령 재판중지법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이 받는 형사재판은 임기 중에만 중지된다. 퇴임 이후엔 다시 진행되기 때문에 유죄를 선고받으면 수감 생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일각에선 “진짜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공소 취소”라고 주장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지난 6월 “공소를 취소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후 비판받은 사람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였다. ▲유엔 총회 ▲아세안 정상회의 ▲APEC 정상회의 등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이 겹친 시기에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강하게 추진한 사람이 정 대표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대통령을 구했다는 프레임을 설정해서 당 대표 재선에 활용하고, 차기 대권까지 노리려는 것”이란 일각의 분석도 나온다. 법률적 이해관계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엔 이 대통령의 법률적 이해관계가 묶인 내용이 다수 포함돼있다. 아울러 “특정 정치인이 자기 정치를 위해 현임 대통령까지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법률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오류에 대한 지적에도 개의치 않는다. “보복·당리당략·자기 정치를 위해 막 던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데도 특유의 몰아치기가 작동한다. 민주당이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