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칸의 남자’ 봉준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6.03 10:17:20
  • 호수 12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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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년 만에 일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봉준호 감독이 칸국제영화제서 최고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최초로 100년 역사상 최고의 쾌거다. 단편영화로 일찍이 충무로의 주목을 받았던 봉 감독은 떡잎부터 달랐다. 
 

▲ <기생충>으로 ‘칸의 남자’가 된 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서 최고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단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저녁 프랑스 칸 뤼미에르극장서 진행된 폐막식서 올해 수상 결과를 발표했다. 

독특한 감독
위대한 배우

봉 감독의 <기생충>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장피에르 다르덴과 뤼크 다르덴의 <영 아메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페인 앤 글로리> 등 21개 작품 가운데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고상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심사위원 전원 일치로 결정됐다”며 황금종려상 수상작은 <기생충>이라고 발표했다. 

봉 감독은 수상자로 호명되자 자신의 페르소나이자 <기생충>의 주연 배우인 송강호와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프랑스의 대배우 카트린 드뇌브에게 트로피를 받은 봉 감독은 “메르시(Merci·감사합니다)”라고 짧게 프랑스어로 인사한 뒤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며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큰 모험이었다.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 작업은 저와 함께한 수많은 예술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스태프와 제작·투자사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무엇보다 <기생충>은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찍지 못했을 영화다.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동반자인 송강호의 멘트를 꼭 듣고 싶다”며 배우 송강호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송강호는 “배우로서 인내심과 슬기로움, 그리고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 분들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며 한국 배우들에게 수상의 공을 돌렸다. 

다시 마이크 앞에 선 봉 감독은 “저는 12세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은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 이 트로피를 손에 만질 날이 올 줄 상상도 못했다”고 수상 소감을 마쳤다.  

<기생충>은 반지하에 사는 가난한 가족과 고급 저택에 사는 부유한 가족, 두 가족을 통해 빈부격차로 양극화된 자본주의 사회 속 계층·계급 갈등, 부유층의 허영과 위선·무관심, 개인주의와 공동체 의식 등에 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시상식 직후 열린 기자회견서 <기생충>에 대해 “재밌고 유머러스하며 따뜻한 영화”라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그는 수상작 선정에 대해 “우리는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로 수상작을 결정하지 않는다. 감독이 누구고 어느 나라 영화인지도 중요하지 않다. 영화 그 자체로만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황금종려상 수상은 한국영화가 2000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첫 진출한 이후 19년 만에 거둔 쾌거다. 아시아 국가로선 일본과 중국, 이란, 태국에 이어 다섯 번째 영예, 아시아 영화로선 아홉 번째 수상이다.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에 맞이한 경사라 더 의미가 깊다.

<기생충>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심사위원 만장일치 최고상 수상 영예  

2000년대에 들어서기 전까지 한국영화는 칸영화제와 그다지 인연이 없었다. 1984년 이두용 감독의 <여인 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1989년 배용균 감독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정도였다. 

칸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베를린국제영화제와 베니스국제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상대적으로 호의적이었던 것과는 달랐다. 베를린영화제는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에 은곰상을, 베니스영화제는 1987년 <씨받이>(감독 임권택)의 배우 강수연에게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여했다.

칸영화제와 한국영화의 본격적인 인연은 2000년에 시작됐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최초로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후 한국영화는 칸의 단골손님이 됐다.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한국영화 두 편이 초대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2004년 <올드보이>(감독 박찬욱)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감독 홍상수) 두 편이 경쟁부문에 초대됐다. 2007년엔 <밀양>(감독 이창동)과 <숨>(감독 김기덕)이, 2010년엔 <시>(감독 이창동)와 <하녀>(감독 임상수), 2012년엔 <돈의 맛>(감독 임상수)과 <다른 나라에서>(감독 홍상수)가 나란히 경쟁부문 초대장을 받았다. 

2016년에도 <아가씨>(감독 박찬욱)와 <그후>(감독 홍상수)가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2017년에는 <옥자>를 포함해 16편이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16전17기인 셈이다.

2002년 <취화선>이 칸영화제서 감독상(임권택)을 받으면서 수상의 물꼬가 텄다. 2004년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 2007년 <밀양>의 배우 전도연이 최우수여자배우상, 2009년 <박쥐>(감독 박찬욱)가 심사위원상, 2010년 <시>가 각본상을 받았다. 2010년 <하하하>(감독 홍상수), 2011년 <아리랑>(감독 김기덕)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각각 수상했다. 

지난해까지 경쟁부분 상 중에서 받지 못한 상은 황금종려상과 최우수남자배우상뿐이었다. 단편부문에선 문병곤 감독이 2013년 <셰이프>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봉 감독은 그동안 칸영화제의 주요 초대객 중 한 명이었다. 2008년 옴니버스영화 <도쿄!>와 2009년 <마더>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대됐다. 2011년엔 신진 감독들을 대상으로 한 황금카메라상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보고 싶다”

2017년 온라인 스트리밍업체(OTT) 넷플릭스 제작 영화 <옥자>가 경쟁부문에 처음 올랐으나 온오프라인 동시 공개라는 넷플릭스의 사업 방식에 프랑스 영화계가 반발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이었던 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영화제 초반 “극장서 상영되지 않을 영화에 상을 줄 수 없다”고 공언하면서 일찌감치 수상권서 멀어졌다.

봉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한국영화가 세계적 보편성을 지녔음을 공인받았다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더구나 칸영화제를 안방처럼 드나드는 세계적 감독들을 물리치고 이뤄냈다는 점에서 이번 수상은 더욱 가치가 빛난다. 장르영화에 상 주기를 꺼리는 칸영화제의 기존 관성을 뚫고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최고상을 받았다는 것도 수상의 의미를 높인다.

수상 소식에 각계각층의 축전도 이어졌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도 봉 감독을 축하했다.

영진위는 “<기생충>의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은 한국영화가 산업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것은 물론이고, 영화의 예술적이고 미학적인 성취를 위해 영화인들이 부단히 노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한국영화가 태동한 지 100년을 맞이한 해에 얻은 결과이기에 그 의미가 더 크다”며 “축적된 한국영화 역사 100년의 저력이 그 바탕이며 한국영화를 열정적으로 아끼는 국민의 성원이 함께 이룬 성과”라고 덧붙였다.

봉 감독의 수상 소식에 문재인 대통령도 빨리 영화를 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기생충>이 지난 1년 제작된 모든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며 “매우 영예로운 일”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이어 “무엇보다 열두 살 시절부터 꿔온 꿈을 차곡차곡 쌓아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선 봉준호라는 이름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는 우리의 일상서 출발해 그 일상의 역동성과 소중함을 보여준다”며 “아무렇지도 않은 삶에서 찾은 이야기들이 참 대단하다. 이번 영화 <기생충>도 너무 궁금하고 빨리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염수정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추기경)도 봉 감독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염 추기경은 “(수상 소식에) 국민 모두 기쁨과 자긍심을 느꼈다”며 봉 감독과 배우, 스태프 등 관계자 모두의 노고에 감사 인사를 밝혔다. 이어 “특히 영화 <기생충>을 제작하는 동안 표준근로계약을 지켰다는 감독님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며 “영화계는 물론 한국 사회 전반의 노동 환경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아 더욱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정치권 역시 봉 감독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다. 여당과 바른미래당은 봉 감독이 ‘주52시간제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 영화제서 최고상을 수상했다”며 “봉 감독은 우리 사회의 모순과 갈등을 높은 수준의 감성으로 해석했고, 이번 수상으로 한국영화계의 경사를 이뤘다”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봉 감독의 수상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주52시간제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영화 스태프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불편함을 봉 감독이 감내했기 때문이다. 좋은 제작과정이 훌륭한 영화로 이어진 것”이라고 평했다.

배우 출신인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도 축하인사를 전했다. 오 원내대표는 “2019년이 한국영화가 100주년이 되는 해인데 문화 예술이 세계문화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는 뜻깊은 수상을 하게 됐다”며 “영화를 만든 봉준호 감독과 저와 개인적 인연이 있는 송강호, 이선균 배우, 모든 관계자에게 축하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금의환향’
영화계 경사

바른미래당 채이배 정책위의장은 “영화계 노동현장은 여전히 열악하고 장시간 노동에 방치된 경우가 많다”며 “영화 <기생충>은 근로기준법 등을 지키며 만든 작품이기에 더 의미가 크다. 대한민국 영화계의 제작 환경이 한 걸음 나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봉 감독은 <기생충> 촬영 시 노동 사각지대에 있는 스탭들과 표준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생충>은 스탭들의 표준근로시간을 정확히 지키고 완성된 작품임이 알려져 팬들의 더욱 큰 지지를 받은 바 있다. 봉 감독은 “<기생충>만 유별난 건 아니고 2~3년 전부터 영화 스탭들의 급여나 그런 건 정상적으로 정리가 됐다”며 “영화인들 모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 칸 영화제

봉 감독은 열악한 근무 조건서 힘겹게 일하고 있는 영화 스텝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처우 개선에 노력했다. 이 같은 인식과 실천에 의해 영화 <기생충>은 스텝 모두가 주 52시간제를 준수하는 등의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영화를 촬영했다. 이번 봉 감독의 수상은 그동안 ‘근로기준법 등을 준수하면 제대로 된 작품을 찍을 수 없다’는 사용자 논리가 횡행하던 한국 영화계 세태를 보기 좋게 날려버린 쾌거이기도 하다.  

봉 감독은 1969년 9월14일 대구 출생으로 2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그래픽디자이너이자 교수인 봉상균씨, 어머니는 소설가 구보 박태원의 둘째 딸인 박소영씨다. 형인 준수씨는 서울대 교수, 누나인 지희씨는 패션디자이너이자 국제문화협회 이사로 지식인과 예술가 집안의 출신인 셈이다. 아내는 시나리오 작가로 알려진 정선영씨고, 아들 봉효민씨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영화감독이 됐다.

봉 감독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영화아카데미서 1년 동안 영화 연출을 공부했다. 대학 시절 학보 <연세춘추>에 시사만평을 그리기도 했다. 봉 감독은 습작 시절부터 일찌감치 충무로의 기대주로 주목받았는데, 1994년 제작한 단편영화 <프레임 속의 기억> <지리멸렬>은 영화 애호가들 사이서 화제를 일으켰다. 이들 작품은 1994년 밴쿠버와 홍콩 영화제에 초청받기도 했다. 

“위대한 배우 없으면 못 찍었을 것”
충무로 잔칫집 분위기…각계서 축전

봉 감독은 31세였던 2000년 블랙코미디 <플란다스의 개>로 입봉했다. 사라진 개를 둘러싼 일대 소동극을 통해 한국 사회의 단면을 들춘 이 영화는 홍콩 국제 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상과 뮌헨 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흥행에는 실패했다. 봉 감독은 여러 인터뷰서 이 영화를 통해 관객의 기호에 대해 절실히 깨달았다고 술회했다.

봉 감독의 이름이 알려진 것은 2003년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영화 <살인의 추억>을 통해서였다. <살인의 추억>은 그해 최대 흥행을 거두고 산세바스티안 국제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 면에서 특히 호평을 받았다. 이후 <괴물>로 13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당시 대한민국 역대 흥행 신기록을 달성했다.

2009년에는 스릴러 영화 <마더>로 칸영화제에 초청됐고, 2013년 제작한 SF 영화 <설국열차>는 167개국에 판매돼 역대 한국영화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2017년 넷플릭스 영화 <옥자>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전 세계 190개국을 통해 <옥자>를 공개했다. 그는 이 영화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국제비평가연맹상과 디렉터스 컷 시상식 감독상, 국제환경미디어협회상 작품상 수상, PETA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며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쳤다. 

봉 감독은 지난 10년간 정부 차원서 관리했던 영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영화감독 중 한 명이었다. 지난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가 낸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봉 감독은 이명박·박근혜정권 당시 감시와 배제의 타깃이었다.  

당시 국정원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82명 중 60명이 영화인이었는데, 봉 감독을 포함해 이창동, 박찬욱, 문성근, 권해효, 문소리, 김민선, 유준상 등이 망라됐다. 정권 초기부터 ‘문화권력 균형화 전략’이라는 문건을 만들어 대중적인 파급력이 높은 영화를 집중 단속하려고 했던 결과였다.

이·박 시절
블랙리스트에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 보고서에는 이명박·박근혜정권서 블랙리스트 대상으로 지목한 상업영화 15편의 목록과 그 이유가 나온다. 봉 감독의 작품으로는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가 포함돼있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서도 호평받은 이 작품들을 두고 블랙리스트에서는 “반미 및 정부의 무능을 부각시키며 국민 의식을 좌경화”(<괴물>)한다거나 “공무원·경찰을 부패 무능한 비리 집단으로 묘사해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주입”(<살인의 추억>)한다고 평가하는가 하면, “시장경제를 부정하고 사회 저항 운동을 부추긴다”(<설국열차>)고 단정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제72회 칸국제영화제 수상작

▲황금종려상-봉준호 <기생충>
▲심사위원대상-마티 디옵 <아틀란틱스>
▲심사위원상-라즈 리 <레 미제라블>, 클레버 멘돈사 필로 <바쿠라우>
▲남우주연상-안토니오 반데라스 <페인 앤 글로리>
▲감독상-장 피에르·뤼크 다르덴 <영 아메드>
▲여우주연상-에밀리 비샴 <리틀 조>
▲각본상-셀린 시아마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
▲특별심사위원언급상-엘리아 술레이만 <잇 머스트 비 헤븐>
▲황금카메라상-세사르 디아스 <누에스트라 마드레스>
▲단편 황금종려상-바실리스 케카토스 <더 디스턴스 비트윈 어스 앤 더 스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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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