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블랙리스트 파문> MB 때 터진 스캔들 ‘총정리’

스타들 사찰한 진짜 이유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연예와 정치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다. 한쪽에서는 연예뉴스가 대형 정치 이슈를 덮기 위한 국면전환용으로 사용될 때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그런 생각은 지나친 비약이라며 손사래를 치는 쪽도 있다. 최근 MB(이명박)정부 시절 군 사이버사령부가 가수 이효리, 프로야구 이승엽 선수 등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치보다는 연예면에 잘 어울리는 인물들. MB정부는 왜 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봤을까.
 

지난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MB정부 시절 군 사이버사령부가 청와대에 올린 일일 국내외 사이버동향 보고서를 열람 후 직접 작성한 메모를 공개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사이버사는 2011∼2012년 MB정부 시절 문재인 대통령 등 유명인사 33명의 SNS 동향을 파악했다.

유명인사 동향 파악
이효리·이승엽 왜?

이 의원이 공개한 메모 속 유명인사는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홍준표 의원 등 여야를 넘나들었다. 여기에 가수 이효리·MC몽, 프로야구 이승엽 선수, 배우 김여진, 개그우먼 김미화 등 방송·연예인도 대거 포함됐다.

이날 보도 이후 가수 이효리와 MC몽, 프로야구 이승엽 선수가 명단에 포함된 것에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많았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프로그램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승엽 선수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가고, 이효리씨도 아주 가끔 일반 시민들이 할 수 있는 정도 수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며 “간첩혐의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로 국가기관까지 나서서 사찰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사이버사가 이들의 SNS를 들여다본 이유로 ‘국면전환용’ 뉴스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지난 12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연예인의 동향을 파악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나중에 연예인 사건에 쓸 소재가 있는지 평소에 파악해두는 용도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MB(이명박 전 대통령)정부 임기(2008∼2013) 동안 국정원이나 사이버사가 대중 여론을 파악하고 각계각층 인사들을 사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당시 연예면을 도배했던 스캔들의 진짜 속내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갑작스레 ‘빵빵’ 터져 나온 연예계발 뉴스가 정부에 불리한 이슈를 묻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2008년= MB정부 첫 해, 연예면을 가장 뜨겁게 달군 건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이었다. 9월에는 개그우먼 정선희의 남편 탤런트 안재환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한 달 뒤인 10월에는 국민배우 최진실이 자택서 목을 맨 채 발견돼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
 

배우 옥소리의 간통죄 확정 판결도 2008년 12월에 있었다. 옥소리는 팝페라 가수 정모씨와 3차례 간통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간통죄는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폐지 여론이 많았고, 2015년 62년 만에 폐지됐다. 

간통죄 폐지 이후 유죄를 받았던 옥소리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방송인 강병규 등 스타들의 억대 도박 파문도 불거졌다. 강병규는 2007년 10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약 8개월 동안 인터넷을 이용해 상습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그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26억원을 송금했고 도박을 하는 과정서 12억원을 날려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비슷한 시기에 정치 이슈와 사건들
우연일까? 국면전환용일까? 의문↑

2008년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2월10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취임 보름 전 국보 1호 숭례문이 화재로 전소됐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를 위한 대규모 촛불 시위가 있던 해도 2008년이다. 

국민들은 30개월 이상의 소고기와 광우병 특정 위험물질이 포함된 부분을 수입하지 않도록 재협상을 요구했다. 당시 SNS에 미국산 소고기 관련 글을 남긴 배우 김규리는 ‘MB정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최근 확인된 바 있다.

삼성그룹 출신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그룹 비자금 특검도 이 시기에 마무리됐다. 당시 특검팀은 이건희 전 회장에 징역 7년, 벌금 3500억원,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사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선고 공판서 모두 집행유예가 나왔다. 
 

최근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서 2008년 삼성 특검서 밝혀진 차명계좌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09년= 새해 벽두부터 배우 전지현의 휴대폰 복제 사건이 터지더니 한류스타들의 대형 열애설이 이어졌다. 최지우와 이진욱(2월), 현빈과 송혜교(8월), 장동건과 고소영(11월) 등이다. 세 커플은 남녀 모두 아시아서 인기가 높은 배우라 누리꾼의 큰 관심을 받았다.

연예계 도박 파문
미국 소고기 집회

3월에는 탤런트 장자연의 자살과 함께 드러난 ‘장자연 리스트’가 전국을 놀라게 했다. 장자연은 “성상납을 강요받았다”며 자신의 성접대를 받은 사람의 명단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명단에는 유명 일간지 고위 임원을 포함, 대기업 관계자, 드라마 PD, 대형기획사 대표 등이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크게 일었다. 경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천명했지만 정작 실체를 밝히는 데 실패, 알맹이 없는 부실수사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2009년 하반기에는 배우 이병헌과 그의 전 여자 친구 권모씨 간의 스캔들로 연예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권씨는 “캐나다서 이병헌을 처음 만나 결혼을 전제로 사귀었고 그의 권유에 따라 한국에 들어왔는데 버림받았다”며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면서 이병헌을 상습 도박 혐의로 고발했다. 


반면 이병헌 측은 오히려 권씨가 20억원을 요구하는 등 협박을 해왔다고 맞대응하면서 진실공방이 지속됐다.

2009년 가장 이슈가 된 사건은 단연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한국 사회는 전례 없는 충격에 휩싸였다.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전방위 여론조작을 펼쳤다고 밝혔다.
 

TF에 따르면 2009년 6월 국정원은 ‘노 자살 관련 좌파 제압 논리 개발·활용계획’ ‘정치권의 노 자살 악용 비판 사이버 심리전 지속 전개’ 등 2건의 보고서를 통해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현 정부의 책임론에는 ‘본인 선택이고 측근과 가족의 책임’이라는 논리로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장자연 리스트
두 대통령 서거

8월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국정원은 보수단체를 앞세워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취소해달라고 청원을 하는 등의 계획을 세웠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야권과 시민사회 단체를 중심으로 추모 열기가 형성, MB정부의 국정 운영에 부담된다는 판단 하에 고인을 헐뜯는 심리전에 나섰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2010년= 연예계 도박 문제는 여러 번 불거졌지만 2010년 방송인 신정환으로부터 불거진 원정 도박 파문은 그 파장이 남달랐다. 신정환은 추석 특집 방송을 포함, 여러 프로그램에 사전 통보 없이 불참했다. 

당시 잠적설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도박빚 때문에 필리핀에 억류돼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신정환 측은 카지노에 방문한 것은 사실이지만 관광 목적이었고 여행 도중 뎅기열에 걸려 병원에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거짓으로 밝혀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고의로 생니를 발치, 병역을 기피한 혐의를 받은 MC몽 사건 역시 2010년에 일어났다. 병역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MC몽은 정상적인 치료행위였다고 주장했으나 그가 입영을 연기하기 위해 허위로 증명서를 발급한 사실 등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2011년 4월 법원은 MC몽의 병역법 위반 혐의에 대해 “치과 치료에 대한 공포증,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치과의사들에 대한 진료 의견에 따라 정당한 발치였다고 판단한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MC몽의 치아를 발치한 의사가 그로부터 8000만원을 받고 고의로 치아를 뺀 사실이 밝혀지는 등 의혹을 남겼다.

7월에는 개그우먼 김미화가 자신의 SNS에 “KBS 내부에 출연금지 문건이 존재하고 돌고 있기 때문에 출연이 안 된다”는 글을 올려 파장이 일었다. 당시 KBS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소송까지 제기해 과잉 대응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그로부터 7년 뒤 MB정부 시절 국정원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연예계 인사의 퇴출을 지시하는 등 블랙리스트를 만든 사실이 드러났다. 김미화는 이 명단에 포함된 인사다.

2010년 하반기는 마약 사건으로 얼룩졌다. KBS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서 인기를 누리던 탤런트 김성민이 필로폰 투약 및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해외서 필로폰을 구입한 뒤 상습적으로 투약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해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개그맨 전창걸이 김성민에게 대마초를 건넨 혐의로 구속돼 연예계에 마약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김성민은 2016년 자살 기도 끝에 사망해 충격을 줬다.

2010년 제기한 블랙리스트
7년 뒤 사실로 밝혀지기도

2010년엔 북한 관련 이슈가 많았다. 2010년 3월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이 침몰, 장병 46명이 희생됐다. 정부는 민·군 합동조사단을 꾸려 침몰 원인을 조사했고, 북한이 어뢰로 잠수함을 침몰시켰다고 발표했다.

반면 북한은 천안함 침몰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면서 남북한 사이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후에도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민 불신이 높아졌다.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한국이 ‘휴전 국가’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당시 북한의 포격은 한국전쟁 이후 남한 영토에 대한 첫 포사격 도발이었다. 이 사건으로 해병대 병사 2명과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북한은 NLL(북방한계선)을 두고 ‘강도들이 그어 놓은 선’이라며 포격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 신분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불법 사찰한 사실이 6월에 폭로됐다. 김 전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블로그에 게시했다는 이유로 사찰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불법사찰과 증거 인멸에 관여한 지원관실 실무자 몇 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해 축소·부실수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011년= 4월 가수 서태지와 배우 이지아의 이혼 소송 소식이 들렸다. 열애나 결혼이 아닌 이혼 소송이라는 점에서 온갖 억측과 의혹이 제기됐다. 두 사람의 소식이 전해지자 그 외 모든 이슈가 새카맣게 잊혀졌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서태지와 ‘외계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철저하게 사생활을 감췄던 이지아의 과거가 만천하에 드러난 이 사건은 지금도 ‘가장 충격적인 스캔들’로 꼽힌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팬들이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지드래곤은 “일본의 한 클럽서 이름을 모르는 일본 사람이 준 담배를 한 대 피웠는데 냄새가 일반 담배와 달라 대마초로 의심이 들었지만 조금 피운 것은 사실”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지드래곤이 상습 투약이 아닌 초범인 데다 흡연량도 적어 마약사범 양형처리 기준에 미달한 수준의 성분이 검출된 점 등을 들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2011년은 연예계서 대형 이슈가 터진 것 이상으로 정치·사회 분야서 많은 일이 있었다. 일단 북한 김정일 시대가 끝났다. 김정일은 12월17일 오전 급병으로 열차 안에서 사망했다. 

김정일 시대는 1998년 김일성 주석 사후 13년 만에, 1974년 후계자로 공식화된 지 37년 만에 막을 내렸다.

1월 삼화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시작된 저축은행 사태도 2011년을 달군 사건 중 하나다. 이 과정서 불법대출, 정관계 로비 부실감독·검사, 예금·투자자 피해 사례가 쏟아졌다. 일부 저축은행 임직원들이 영업정지 전 예금을 불법으로 인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적 분노가 촉발되기도 했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이명박정부 실세와 검찰 고위층에 구명 로비를 벌였다고 폭로해 정관계는 물론 검찰에까지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폭로로 관련자들이 구속되거나 조사를 받았다. 

이국철 회장 본인도 구속됐지만 비망록을 통해 추가 내용을 폭로해 정국을 뒤흔들었다.

▲2012년= 연예인들의 열애, 결혼, 파경 소식이 잇따랐던 해였다. 배우 이병헌과 이민정이 열애설에 휩싸인 지 두 달 만에 연인 사이를 인정했다. 배우 지현우와 유인나도 연예계 공식커플이 됐고 배우 전지현도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의 손자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반면 원조 한류스타였던 배우 류시원은 1년6개월 만에 파경 소식을 전했고, 잉꼬부부로 알려졌던 배우 전노민, 김보연 부부도 성격 차이를 이유로 이혼했다. 개그우먼 조혜련도 13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또 배우 공효진과 류승범, 가수 나얼과 배우 한혜진도 오랜 연애 끝에 이별을 택했다.

룰라 출신의 방송인 고영욱의 미성년자 성추문 사건도 터졌다. 고영욱은 2010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서울 자신의 오피스텔과 승용차 등에서 미성년자 3명을 총 4차례에 걸쳐 성폭행 및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출소 후 3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했으며 지난 2015년 7월 만기 출소했다.

방송인 에이미가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것도 2012년 일이다. 에이미는 4월 서울 강남의 한 네일숍서 일명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로 같은 해 11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졸피뎀 투약 혐의로도 연이어 법적 처벌을 받으면서 결국 강제 출국 당한 바 있다.

7월에는 여자 아이돌 그룹 티아라 사건이 불거졌다. 멤버였던 화영의 왕따설이 돌면서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당시 올림픽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티아라 관련 이슈는 전혀 묻히지 않고 오랜 시간 인터넷상을 오르내렸다. 티아라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겪었다.

열애, 파경…
누리꾼 관심↑

12월19일 치러진 대선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선됐다. 보수우파와 진보좌파가 총집결해 양자대결로 진행된 대결서 박근혜 대통령은 직선제 이후 첫 과반 득표, 첫 여성 대통령 등의 기록을 세웠다.

앞서 11월에는 검찰 내부서 성추문 사태가 불거졌다. 10억원대 뇌물수수, 향응, 브로커 검사까지 잇따라 터진 내부 비리에 검찰이 침몰 직전까지 몰렸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로 위기를 타파하려던 한상대 검찰총장은 중수부장 감찰이라는 자충수로 ‘검란’을 자초했고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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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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