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힘들다 해도…

2019 창업시장 결산

2019년 자영업 창업시장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힘겨운 한 해였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가 자영업의 업종과 상권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시작했다. 

도심상권과 대형 점포는 큰 어려움을 겪었고, 폐점하는 점포도 속출했다. 다만 작년이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해였다면, 올해는 면역력이 생겨 급격한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조금씩 활기를 찾는 점포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예상과 달리 올해 아파트 가격 상승 등 부동산 가격의 급등 탓인지 하반기부터는 소비심리도 살아나고 있어, 이를 포착한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대박을 터뜨리는 사례도 속속 등장했다. 창업 전문가들은 올해 창업시장을 자영업의 장기침체에서 벗어나는 턴어라운드의 출발점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턴어라운드

아름다운 추억이 있는 과거로 회귀하되 현대적인 멋을 가미한다는 것을 뜻하는 ‘뉴트로’가 전 업종으로 확산되는 한 해였다. 전통과 현대를 동시에 요구하는 소비자의 욕심을 충족시켜 주는 업종이 활기를 띄었다. 치즈닭갈비 전문점 ‘홍춘천’은 춘천닭갈비의 뉴트로 브랜드다. 

신선한 원육과 100% 모짜렐라 천연치즈만을 쓰는 것은 물론 차별화된 소스 맛, 맛과 비주얼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다양한 메뉴로 닭갈비의 현대화에 성공했다. ‘홍춘천 소스’는 청양고추, 마늘, 생강 등 15가지 천연재료를 홍춘천만의 비법으로 섞어 만드는데, 이때 매운맛을 4단계(아주매운맛, 매운맛, 중간맛, 순한맛)로 나눠 고객의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했다. 

메뉴는 ‘홍춘천닭갈비’와 ‘김치치즈닭갈비’뿐 아니라 해물을 튀겨서 닭갈비와 치즈를 곁들여 먹는 ‘오징어치즈닭갈비’‘문어치즈닭갈비’‘새우치즈닭갈비’ 등이 맛과 비주얼로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200호점을 돌파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에는 뉴욕 맨해튼에도 진출했는데, 현재 2층 198㎡ 규모 매장에서 일평균 매출이 1만2000달러나 될 정도로 맨해튼에서 점포 규모 대비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업종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삼겹살도 뉴트로 콘셉트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붐을 일으켰다. 과거보다 훨씬 진화한 냉동삼겹살, 칼삼겹살, 저온숙성삼겹살 등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다. 과거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인기를 끌었던 냉동삼겹살은 한 차원 업그레이드되면서 불황기 인기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롤러스케이트장도 부활했다. 과거 탈선 공간이 아닌 음악이 있는 건전한 스포츠 공간으로 재탄생되고 있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가는 추억을 나누는 공간으로 특히 최근 미세먼지 영향으로 실내 스포츠가 인기를 끌고 주 52시간 근무가 본격 시행되면서 주말뿐 아니라 주중에도 고객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당구장도 분위기를 쇄신하면서 젊은 층뿐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1980~1990년대 유행했던 빨래방도 기계 성능이 좋아지고, 건조기까지 도입하면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세탁편의점과 코인빨래방을 접목한 세탁멀티숍이 큰 인기를 끌었다. 업계 1위 크린토피아는 세탁멀티숍의 성장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업종이 여전히 강세였다. 1500원 이하 커피전문점이 크게 증가했고, 무한리필 돼지갈비와 저가 차돌박이 전문점, 가격파괴 옛날통닭도 지역상권 곳곳에서 인기몰이를 했다. ‘메가MGC커피’와 ‘더벤티’ ‘커피에반하다’ 등과 ‘이차돌’ ‘명륜진사갈비’ ‘가마치통닭’ 등이 대표적으로 성장한 브랜드다.

특히 올해는 가성비에 아이디어 메뉴를 더해 다양한 개성의 젊은 층을 공략한 업종이 인기몰이를 했다. 다품종 소량 메뉴로 메뉴의 차별화와 저가격을 동시에 충족시켜 고객 만족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오늘 와인한잔’은 맛과 안주 메뉴의 다양성, 그리고 인테리어 분위기까지 젊은 층 여성 고객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와인의 대표 안주인 ‘모든치즈&크래커’를 1만2900원에 즐길 수 있다. 수제맥주 역시 3900~5900원으로 여성 고객들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오늘 와인한잔은 모든 메뉴에 스토리를 입혀서 일상에 지친 고객에 대한 격려와 재미 요소를 더한 것도 인기 요인이다. 

살얼음 맥주가 특징인 ‘역전할머니맥주’도 안주 메뉴 쪼개기로 다양성과 가격 만족도를 높였다. 오징어입, 먹태 등 각 구워낸 마른안주와 소시지, 치킨, 튀김류, 오뎅 라면 등 국물 안주류 등 30여 가지 안주 메뉴가 평균 가격이 7000~8000원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여성 고객이 7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도심상권·대형점포 직격탄…폐점 속출
면역력 생겨 급격한 시장 변화에 적응

떡볶이와 커피 복합점 ‘청년다방’은 점포 평균 매출이 가장 높은 브랜드 중 하나다. 차별화된 떡볶이 맛과 세트 메뉴의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낮에는 아메리카노도 잘 팔리면서 올해도 100여개 점포가 개설됐다.

커피 시장의 성장과 함께 커피와 콜라보를 이루는 카페 업종의 성장이 이어졌다. 자기만의 개성을 살리면서 신선한 즉석 메뉴를 선호하는 고객의 증가를 등에 업고, 홈메이드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이 인기 요인이다. 수제 샌드위치 카페 ‘써브웨이’‘샌드리아’와 수제 베이커리 카페 ‘빽스커피베이커리’ ‘마크빈’ 그리고 수제 케이크 카페 ‘도레도레’와 수제 베이글 카페 ‘라떼떼’ 등이 인기를 끌었다.

중화계 음식이 속속 등장했다. 해마다 한두 개 중화계 음식이 창업시장에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을 정도로 중화계 음식이 대세다. 대만 카스테라에 이어 대만 샌드위치, 흑당 버벌티 등이 큰 인기를 끌었고, 훠궈 및 마라 열풍도 한때 전국을 강타했다. 

그러나 중화계 음식은 그 유행 주기가 짧은 것이 위험 요소로 지적된다. 여름까지 돌풍을 일으켰던 마라와 흑당 버벌티가 최근 들어 벌써 주춤해지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따라서 가격과 품질 만족도가 높고, 우리 입맛에 맞는 업종이 아니면 단기간 유행으로 끝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SG 경영이란 환경보호(Environment)·사회공헌(Social)·윤리경영(Governance)의 약자로 이는 UN에서 2015년 공포한 SDGs(지속가능개발목표)에 부응하여 기업차원에서 실천이 요구되는 경영이다. 한솥은 1993년 창업 때부터 줄곧 사회공헌활동과 윤리경영을 실천해 왔으며, 26년간 지속적으로 ESG경영에 매진해왔다. 
 

이러한 공을 인정받아 한솥은 지난 7월 18일(뉴욕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UN지원 SDGs협회가 발표한 ‘글로벌 지속가능한 브랜드 40’(The 100 Most Sustainable Brands 40 2019)에 선정되어 한솥도시락 제품과 브로셔 등이 뉴욕 유엔 본부 1층에 전시된 바 있다. 또, 지난 9월에는 한솥이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로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정상회의 가속화 행동 플랫폼에 파트너로 등재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 UN지원SD Gs협회가 발표한 ‘2019 UN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SDGBI) 국내지수에서 최우수그룹에 해당하는 10위에 선정됐다. 이는 식품기업으로는 유일하게 10위권에 선정되는 것이며,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뿐 아니라 식품 업계의 전체의 지속가능경영 선도 역할도 하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사회공헌 활동과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커피베이’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고, 그린(Go, Green) 캠페인’을 펼치며 노(No)플라스틱을 선언하면서 ESG 경영을 선도하고 있다. 커피베이는 올해 창업 10주년을 맞아 전 직원이 모여 고, 그린 캠페인을 고안하고 그 첫 발걸음으로 노 플라스틱을 선언하고 매장 내 사용하는 부자재를 친환경으로 변경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세웠다. 

다시 뛴다

가산직영점, 이마트의왕점, 홈플러스간석점 등 3개 직영점부터 시범 도입해 비용과 운영의 노하우를 쌓고자 하며 순차적으로 전 직영점 모두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본사 전 직원도 노 플라스틱에 앞장서고 있다. 사무실 내에서 일회용 컵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1인 1텀블러 사용을 실천중이다. 또한, 커피베이는 텀블러 사용에 따른 혜택을 제공하고, 재활용이 어려운 유색 종이컵 대신 인쇄를 최소화한 흰색 종이컵을 전면 도입하는 활동을 포함, 친환경 사회 구현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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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