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일요초대석> 현역 의원에 현실 정치를 묻다 -이혜훈 의원

“책임지는 ‘새’보수 보여주겠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함께 어우러지는 정치를 꿈꿨던 이들에게 20대 국회는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들이 꿈꾸는 정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1대 국회는 ‘새로운 보수’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는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

21대 총선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보수 진영의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이들의 통합 여부는 총선의 가장 큰 변수로 등장했다. <일요시사>는 설 특집으로 새로운보수당 이혜훈 의원에게 2020년 ‘새로운’ 보수의 희망을 물었다.

-새로운보수당이라는 당을 창당했다. 당명에 ‘보수’라는 단어가 중도층을 확장하는 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안철수 전 대표가 중심이 되는 세력들과 바른미래당을 창당할 때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중도가 힘을 합해서 대한민국 정치 지형을 바꿔보고자 했다. 그런데 그분들은 창당을 하자마자 ‘보수 떼라’는 요구를 거의 2년 동안 했다. 총선 전에 국민들 앞에서 보수를 하겠다는 사람들이라고 정직하게 말씀드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보수라는 이름을 당명에 꼭 넣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중도를 포용하지 못할 우려가 있지 않냐, 안철수 전 대표로 대변되는 그분들이 우리와 합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신 분들이 있었지만, 이를 확실히 하지 않으면 다시 바른미래당의 갈등이 재현될 것이라 생각했다.

-새로운보수당과 자유한국당이 통합의 대상을 두고 이견이 있다.


▲보수통합의 궁극적인 목표는 보수 재건을 이뤄서 보수가 승리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문재인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다는 게 저희의 믿음이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지지층 30%로는 이길 수 없다. 40% 해당하는 중도층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최근에 여론조사를 보면 심판해야 될 정당 1등이 자유한국당이다.

콘크리트 진보층 말고도 지금 15% 정도 해당하는 중도층이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도의 마음을 얻어야 보수통합의 목표인 보수 승리를 이룰 수 있는데, 이들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당들과 통합을 하면 중도표를 다 잃어버린다. 그건 보수의 승리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이다.

-보수 통합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전략이 있다면.

▲극우와 함께 가는 것보다는 중도와 함께 가는 것이 훨씬 이기는 전략이다. 기존의 올드보수에 등을 돌리는 대표적 그룹이 수도권과 청년층이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보수당이 굉장히 우위에 있다. 모든 계층과 지역을 목표로 하는 전략보다는 우리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수도권과 청년층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본다.

-안 전 대표의 합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자발성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안 전 대표는 황교안 대표께서 여러 번 통합을 제안했지만 통합할 생각이 없다고 자르고 계신다. 그러면 더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안 전 대표가 보수통합 연대로 돌아오면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나.


▲돌아오시는 거는 불과 며칠 후일텐데. 며칠 후에 입장에 달라지면 정치하시기 어렵지 않을까.

“2020년엔 보수의 새로운 도약”
수도권과 청년층 선택과 집중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라는 중도 정치의 한계를 느꼈을 것 같다.

▲중도와 보수가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게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합리적 중도를 표방하는 일부 정치인들이 합리적 중도와 개혁적 보수의 콜라보레이션을 하겠다고 국민 앞에서 약속해놓고는 문 닫고 방으로 들어오니까 보수를 못하겠다고 어깃장을 놓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건 중도의 문제라기보다는 중도를 표방한 일부 정치인의 문제라 생각하고 그분들의 한계라고 생각한다. 저희도 맞지 않는 파트너를 만나서 거의 2년간의 소모적인 세월을 보냈다.

-일각에서는 세를 불리기 위해서 어떻게든 통합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통합은 두 번째다. 그냥 단순히 덩치만 불리는 통합은 오히려 국민의 분노만 자아낼 것이다. 당이 여러 개로 나눠졌기 때문에 보수에게 등을 돌린 게 아니다. 등을 돌린 이유는 보수가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한 잘못된 행태 때문이다. 그걸 고치지도 않고 그냥 표를 받기 위해 덩치만 불리면 국민들은 더 화가 난다. 변화와 혁신이 전제되지 않은 통합은 되지도 않고 돼도 의미가 없다고 본다.
 

-한국 보수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뭐라고 보나.

▲책임지지 않는 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있었다. 지금 자유한국당 안에 계시는 분들은 큰 거대한 정당이 주는 따스함과 온갖 편리함을 다 누리면서 누구 하나 내려놓지 않고 있다. 그렇게 책임지지 않는 보수에 대해서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새로운 보수가 지향하는 보수란.

▲올드보수가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던 이유는 가진 사람의 목소리를 많이 대변했기 때문이다. 가지지 못한 분들, 자기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없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분들의 목소리가 되는 따뜻한 보수가 되고자 한다. 책임지는 보수, 공정하고 정의로운 보수, 따뜻한 보수는 저희가 지향하는 새로운 보수다.

-유승민 의원이 최근에 “우리가 정치에 대한 희망과 불씨를 꺼트리지 않기 위해 창당했다”고 했다. 새로운보수당에게 정치에 대한 희망과 불씨란 무엇인가.

▲국민들은 정치에 대해서 새로운 희망을 갖기를 간절히 원한다. 투쟁이라는 것은 절충과 조정에 있어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투쟁이 목표가 되고 투쟁으로만 가서는 아무것도 이뤄내지 못한다. 투쟁할 땐 투쟁하고, 협상해서 받아낼 건 받아내고 막아낼 건 막아내는 정치를 하겠다. 정치하는 방식과 태도서 새로운 희망이 되고 싶다.


-20대 국회가 끝나간다.

▲면목이 없다. 지난 4년은 그 어떤 국회보다 소모적인 정쟁이 많았다. 이번 국회는 제가 보기엔 낙제점이다. 지난 1년 동안 국민들이 정치에 대한 모든 희망을 다 버렸을 것이다. 정치라는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국민들을 대표해 절충과 조정으로 최대공약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난 1년은 이런 절충과 조정을 원천 거부하고 그냥 투쟁으로만 가는 그런 정치를 보인 최악의 상황이었다. 21대 국회에서는 국민께서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그런 국회가 되도록 저희들부터 사력을 다하겠다.

-2020년은 의원님께 어떤 해가 됐으면 좋겠는가.

▲새로운 도약이었으면 좋겠다. 지난 4년은 당이라는 외피와 진영에 묶여 주저앉아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은 당이라는 외피, 당의 여러 가지 조직적인 문화와 관례에 상당히 묶여 있었다. 그 이후에는 진영에 묶여 정치의 열매를 맺기가 어려웠다. 21대 총선서 완전히 그런 족쇄를 풀고 국회가 훨훨 날기를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새로운보수당 출범한 지 얼마 안 돼 아직 많이 미약하다. 하지만 저희들은 이 양극단의 대결서 한 발자국도 못 나가는 정치를 끝내고 싶다. 저희 힘만으로는 어렵다. 국민들께서 힘을 실어주시면 국민의 뜻을 담아서 그런 정치 끝내고 싶다. 서로 상승하는 에너지를 만드는 그런 정치를 꼭 만들고 싶다.



<sangmi@ilyosisa.co.kr>

 

[이혜훈 의원]

제20대 국회의원 (서울 서초구갑/새로운보수당)
제20대 국회 후반기 정보위원회 위원장
제20대 국회 후반기 국토교통위원회 간사
제20대 국회의원 (서울 서초구갑/바른미래당)
바른정당 당대표
제18대 국회의원 (서울 서초구갑/새누리당)
제17대 국회의원 (서울 서초구갑/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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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