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서 내놓은 ‘애경 3남’ 채승석 논란

“정신 언제 차릴래?” 파도 파도 끝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가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채 전 대표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로 한성주 전 아나운서와의 결혼과 이혼으로 대중들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이번 마약투약 논란으로 인해 채 전 대표와 관련된 논란들이 재조명되는 모양새다.
 

▲ ▲ 애경 본사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가 의료 외 목적으로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프로포폴은 수면마취제의 일종으로 마약류로 분리된다. 채 전 대표는 1994년 애경산업에 입사한 뒤 계열사 애드벤처 월드와이드AE와 애경개발 전무 등을 거쳐 2005년 애경개발 대표이사로 부임했었다. 미스코리아 출신 전 SBS 아나운서 한성주씨의 전 남편이다.

‘우유주사’
자진 퇴사

지난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채 전 대표의 프로포폴 투약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재벌 2세들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한다는 혐의가 제기된 서울 청담동의 한 성형외과를 수사하던 중 채 대표의 덜미를 잡았다. 

검찰은 채 전 대표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 전 대표는 수사가 진행된 직후 사의를 표명했으며 지난달 말 인사 시즌에 맞춰 모든 직책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애경그룹은 채 대표가 스스로 대표이사 직책에 대한 사의를 표명했으며 현재 사표가 수리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애경과 애경 오너들은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엄격한 윤리 기준이 있으며, 대주주의 경우에도 예외란 없다”며 “실수를 인정함과 함께 즉각 채 대표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채 전 대표가 맡은 사업이 한 해 동안 성공적 경영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이런 일이 생겨 돼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채 전 대표의 마약 투여 사건이 논란이 되자 채 전 대표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난 2015년 채 전 대표의 ‘돈세탁’ 의혹이 제기됐다. 자신의 현금을 운전기사 A씨의 통장 계좌에 입금했다가 자신의 통장으로 이체시켜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

‘우유주사’ 투약 혐의…대표 직책 사퇴
돈 세탁과 땅 투기…지난 논란 수면 위로

또 제3자를 통해 운전기사 통장 계좌로 입금된 돈을 현금으로 인출해 채 전 대표에게 전달했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입출금된 금액은 A씨가 운전기사로 근무했던 6년여간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이한 점은 500만원 이하의 돈만 채 전 대표로 이체됐고, 500만원 이상의 돈은 제3자가 운전기사 A씨의 통장으로 입금, 이를 현금화한 뒤 채 전 대표에게 전달됐다는 점이다. 이 같은 돈은 채 전 대표가 돈이 필요한 경우에 바로바로 진행됐고, 그 주기도 들쑥날쑥했다는 게 운전기사 A씨의 주장이다.

이처럼 금액의 차이를 두고 이체와 현금화한 점에 대해 은행권은 ‘의심거래’로 지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2000만원 이상의 현금이 입금될 경우 은행은 고액현금 거래로 인식해 FIU(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게 되고, 소액이라도 제3자를 통한 거래가 반복될 경우 ‘범죄 수익 은닉 의심거래’로 지목, 금융권의 관리대상이 될 수 있다.


당시 운전기사 A씨에 따르면 채 전 대표는 실제로 지난 2008년 의심거래 의혹이 제기돼 S지청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충격적인 폭로의 전말은 ‘채 전 대표가 A씨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돈 세탁?
기사 폭로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채 전 대표와의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 채 전 대표 친구의 소개로 인맥이 형성된 것. 이 과정서 A씨가 채 전 대표의 사생활을 정리해 준 점이 채 전 대표에게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전 대표와의 인연을 맺을 후 갑작스레 채 전 대표의 운전기사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A씨가 이를 맡게 됐다. 특히 A씨는 채 전 대표의 사적인 영역까지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따르면 채 전 대표는 A씨에게 이것저것 제안을 하며 자신의 옆에 남아있기를 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여 책정 부분에 대한 상의는 없었고, 제안한 사안에 대해서는 지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결국 학비 등을 대기 힘들 정도로 생활이 힘들어져 가정의 불화가 발생해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가 퇴사하는 과정서 ‘퇴직 위로금을 수령하고 애경개발에 추가적인 금전적인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며, 재직 시 알게 된 모든 사항을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않을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 채승석 애경 전 대표

이에 대해 당시 애경 측은 “오너의 개인적인 부분”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법무법인 김앤장서 이와 관련된 사안을 담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보다 전인 2014년에는 채 전 대표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애경그룹은 2013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에 위치한 온천리조트 ‘테르메덴’을 인수했다. 애경개발은 사실상 이 리조트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땅 투기?
의심 정황

이후 테르메덴은 서림리조트서 AK레저로 사명을 바꾸고 몸집 부풀리기에 나섰다. 2013년 중순 1차 증설을 위한 개발 계획을 이천시로부터 승인받았다. 리조트 주변 부지도 추가로 매입했다. 

AK레저는 2014년 9월12일 이천시 모가면 신갈리 일대 1만5300㎡(4600평)의 논(전)과 밭(답), 임야 등을 40억원에 매입했다. 매각을 위해 신탁회사에 맡겨뒀던 20만㎡(6만500평)의 임야도 귀속시켰다. 


문제는 채 전 대표가 리조트 주변의 농지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채 전 대표는 2014년 9월12일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일대 농지 8377㎡(2534평)를 10억원에 매입했다. AK레저가 리조트 주변 부지를 집중적으로 매입한 시기와 정확히 일치했다.

테르메덴 리조트가 채 전 대표의 땅과 수백 m가량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알박기’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리조트가 추가로 개발되면 주변에 위치한 채 대표의 땅값도 자연스럽게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당시 재계의 한 관계자는 “AK레저의 주주는 애경개발(69.1%)과 (주)서림(30.9%)이다. 애경개발이 서림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애경개발의 100% 자회사나 마찬가지”라며 “오너 일가가 사전에 조율하지 않았다면 채 대표가 주변 농지를 매입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성주와의 인연 재조명
회사 “관련 없다” 일축

애경그룹 측은 “내부적으로 합의한 사항이며, 투기를 위해 농지를 매입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리조트를 인수하고 추가로 개발하는 과정서 자금이 많이 소요됐다”며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인과 채승석 대표가 나눠서 부지를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점은 또 있었다. 등기부등본상 채 전 대표가 매입한 부지의 지목은 모두 논으로 표시돼있었던 것이다. 예외적으로 위탁 영농을 허락하고 있지만 현행 농지법은 원칙적으로 농민만 농경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논과 밭을 소유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농지를 매입하는 사람은 우선 농업 경영 계획서를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읍·면장은 농사를 지을 여건이 되는지를 확인한 후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하게 된다. 이 증명서를 등기소에 제출해야 소유권 이전이 가능하다.

주소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인 채 대표가 어떻게 해서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받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당시 애경 측은 “오너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알 수 없다. 투기 목적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회사도 외면
내놓은 자식?

과거 한성주 전 아나운서와의 결혼도 재조명되고 있다. 부산 출신인 한 전 아나운서는 1994년 미스코리아에 출전해 ‘진’으로 당선된 이후 1996년 SBS 공채 아나운서로 6기로 데뷔했다. 두 사람은 1999년 결혼식을 올렸으나 10개월 만에 이혼을 선언했다. 두 사람의 이혼 이유는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