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PGA & KLPGA 결산

절대강자 없는 춘추전국시대

올 시즌 남녀 양대 국내 투어가 마무리되었다. 남자대회는 줄어든 대회수 우승자의 비매너 구설 등으로 아쉬운 마무리를 했지만,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이 제18대 KLPGA 신임 회장으로 당선되며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여자대회는 최혜진의 독주 속에서도 신인들의 활약이 눈에 띈 한 해였다.
 

양휘부 KPGA 회장은 지난 2월 말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해 코리안투어가 17개 대회, 총상금 146억원 규모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총상금 138억원 규모로 15개 대회만 열렸다. 대회수와 총상금 모두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

대세가 없다

상반기 10개 대회의 챔피언 얼굴이 모두 달랐을 정도로 지난 시즌 3승을 거둔 박상현처럼 ‘대세 선수’가 없었다. 하반기 세 번째 대회인 대구경북오픈에서 시즌 첫 다승자(김비오·29·2승)가 탄생했지만 ‘손가락 욕설’ 사태로 우승 박탈 이야기까지 나왔을 정도로 빛이 바랬다.

2017시즌엔 김승혁(33)과 장이근(26)이 2승씩을 올렸다. 2016시즌에도 최진호(35)와 주흥철(38) 등 2명의 선수가 각 2승을 거뒀다. 2016 시즌에 2017 시즌보다 6개 적은 13개 대회가 열린 점을 감안하면 최진호와 주흥철의 성적은 대단했다.

다승자가 없었던 시즌인 만큼 당연히 상금왕의 지갑도 얇아졌다. 대회 수가 당초 계획보다 2개 줄어든 데다 절대 지배자 없이 여러 선수가 우승을 나눴던 까닭이다.


올 시즌 상금왕을 차지한 이수민은 4억6000만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2018시즌 상금왕 박상현은 7억9000만원, 2017시즌 김승혁은 6억3000만원을 기록했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금퀸’최혜진(20)은 12억원이 넘는 상금을 가져갔다.

줄어든 대회

국내 선수층이 얇아진 틈을 외국 국적 선수들이 매웠다. 코리안투어에서 4승을 올렸다. 개막전 프로미오픈 이태훈(29·캐나다), 코오롱한국오픈 재즈 와타난넌드(24·태국), KPGA선수권대회 이원준(34·호주), 신한동해오픈 제이비 크루거(33·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다. 2011시즌 5승에 이어 외국 선수들의 역대 두 번째 최다 우승 기록이다.

또한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관’의 대상 수상자가 배출되었다. 시즌 우승을 신고하지 못한 문경준(37)에게 ‘올해의 선수’격인 대상이 돌아갔다. 문경준은 모든 대회에 출전해 모두 커트 통과하고 ‘톱10’에도 일곱 차례 드는 등 꾸준함을 내세워 투어 데뷔 13년 만에 대상을 거머쥐었다. 

대회 규모 축소, 침체된 분위기
비매너 구설 등 힘 빠진 시즌

그러나 지난해 이형준(26)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우승 없이 대상을 차지한 선수라는 아쉬움도 남겼다. 문경준은 최저타수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다만 평균타수 70.17타를 기록해 2015시즌 김기환(28·70.12타)에 이어 4년 만에 70대 평균타수 1위가 됐다.

신인상 경쟁에서도 ‘절대강자’는 없었다. 부산 경남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이재경(20)이 2위 윤상필(21)을 13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지난 시즌엔 함정우(25)가 505점을 모아 2위(400점)를 여유 있게 제쳤다. 줄어든 대회 규모, 스타플레이어 배출 실패 등 한국남자프로대회는 싱거운 한 해를 보냈다는 평가다.

수장 교체

이렇듯 침체기를 겪고 있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제18대 회장을 맞이하면서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26일 9년 만에 기업인 수장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이 만장일치로 당선됐다.

구 회장은 후보 등록 당시 “올해 15개가 열린 코리안투어 대회를 2020년에 5개 이상 늘리고, 임기 마지막 해인 2023년에는 25개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챔피언스 투어와 챌린지 투어를 활성화하는 등 코리안투어를 미국·유럽·일본·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아시안 투어에 이어 세계 7대 투어로 만들겠다”는 공약과 함께 “글로벌 시대에 맞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도입, 연금 제도 등 회원 복지 혜택 확대, 전문화된 사무국을 통해 행정력을 강화해 KPGA를 세계무대의 중심으로 이끌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사무국과 머리를 맞대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서 KPGA 회원들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훈련을 하고 대접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원로 회원님들과 대의원을 포함해 회원 여러분, 그리고 사무국과 일심동체가 되어 함께 나아가야 한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삼구 회장 이후 9년 만에 기업인 회장을 맞이한 한국남자프로골프협회의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남자 대회의 부활을 예측해 본다.

치열한 명승부

최혜진의 국내 무대 평정과 신인 초강세가 이슈였던 KLPGA투어 ‘5승 사냥’을 앞세워 다승과 상금, 평균타수, 대상 4관왕에 등극한 최혜진의 독주와 조아연, 임희정 등의 신인들의 활약이 올 시즌 이슈였다.

최혜진(20·롯데)은 메이저 1승을 포함해 시즌 5승을 쓸어 담아 2019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를 평정했다. 2017년 이정은(23·대방건설) 이후 2년 만의 4관왕 탄생이다. 최혜진은 시즌 초반부터 스퍼트에 나서 2년 차 징크스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최혜진 독주 속에서도
슈퍼루키 활약 돋보여

지난 4월 KLPGA챔피언십에서 박소연(27)을 연장사투 끝에 제압해 ‘메이저 퀸’에 올랐고, 2주 만인 5월 NH투자증권레이디스 ‘3타 차 대승’을 보탰다. 6월 S-OIL챔피언십 1타 차 역전우승, 같은달 맥콜·용평리조트오픈에서 또 다시 2타 차 ‘뒤집기 쇼’를 연출하는 뒷심을 자랑하며 투어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었다. 이렇듯 승승장구하던 최혜진은 이후 12개 대회에서 우승이 없다는 게 의외다. 


그러나 최혜진은 장하나(27·비씨카드)에게 상금 1위를 빼앗긴 지난달 3일, SK네트웍스 서울경제레이디스클래식에서 3타 차 완승을 만들어 곧바로 상금 1위를 탈환했다. 비거리 3위(252.18야드)에 그린적중률 1위(82.63%), 무려 13차례나 ‘톱 10’에 진입하는 등 흔들림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내년에는 국내 무대에 주력하면서 미국 진출을 생각해보겠다”며 바람을 드러냈다.

신인 초강세

올 시즌은 그 어느 해보다 신인들의 활약이 대단했다. 조아연을 필두로 8승을 합작하는 기염을 토했다. 조아연은 데뷔 2개 대회 만인 지난 4월 롯데렌터카여자오픈에서 조정민(25)을 1타 차로 따돌렸다. 최종일 5언더파 몰아치기가 돋보였다. 2008년 김영주골프여자오픈을 제패한 유소연(29·메디힐) 이후 11년 만에 신인이 국내 개막전에서 우승하는 진기록을 작성했다.

조아연은 지난 9월 OK저축은행 박세리인비테이셔널에서 연장 우승을 차지하는 등 12차례 ‘톱10’ 진입을 앞세워 기어코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임희정 역시 3승을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임희정은 지난 8월 하이원 리조트여자오픈을 시작으로 9월 올포유 레노마 챔피언십, 10월 메이저 대회인 KB금융 스타 챔피언십을 차지하며 신인으로서 3승을 거두는 파란을 일으켰다.
 

임희정의 거센 압박이 이어지면서 조아연은 지난 9월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두 번째 우승을 거두며 2승째를 신고했다.

막판까지 알 수 없는 신인왕 레이스는 지난달 3일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결정됐다. 신인왕 포인트에서 조아연이 1위를 굳히며 임희정을 따돌리고 최후의 승자가 됐다. 이승연과 박교린(20·휴온스), 유해란(18·SK네크웍스) 등이 승수를 보태며 루키 파워를 유감 없이 드러냈다.


다양한 기록들

그 외에도 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는 다양한 기록들이 쏟아졌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25승의 주인공 전미정(37·진로재팬)은 지난 1월 대만여자오픈에서 무려 15년6개월24일(5686일) 만에 국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33세 동갑내기 김보경(E1채리티오픈)과 홍란(삼천리·롯데칸타타여자오픈)은 ‘정규투어 300회 출전’이라는 금자탑을 쌓았고, 안송이(29·KB금융그룹)는 지난 11월10일 최종전 ADT캡스챔피언십에서 ‘236전 237기’에 성공했다.

또한 올해는 총 20명이 21차례 ‘홀인원’의 기쁨을 맛봤다. 김현수(27·롯데)는 특히 한국여자오픈과 하이원여자오픈에서 2차례 홀인원을 기록했다. 시즌 상금 ‘1억원 클럽’ 회원 수는 지난해보다 4명 늘어난 6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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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