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8년 만의 전시’ 이상현

조선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아트스페이스 휴에서 이상현 작가의 개인전 조선 그대는 어디에 있는가전을 준비했다. 이상현은 한국 근현대를 헤집어, 정치 체제의 갈등 속에서 비극적인 운명을 맞게 되는 인물들을 연구해 이를 영상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개인전은 2011년 이후 8년 만에 갖는 전시다.
 

▲ 조선 문답, 39분, 2017

우리나라 정토신앙의 근본 경전으로 불리는 아미타경에 나오는 공명조는 현재 한국의 상황과 닮았다. 공명조는 하나의 몸통에 머리가 두 개 달린 새를 말한다. 하나가 죽으면 다른 하나도 따라 죽는 공동체다.

남과 북, 두 체제의 대립, 좌우 두 진영의 대립과 갈등은 결국 한 머리가 다른 머리에 독을 먹여 같이 죽게 되는 공명조의 운명을 떠올리게 한다. 조선에 자리한 그 무엇이 두 머리를 가진 비극의 피조물을 탄생시킨 것일까.

공명조 같은

이상현 작가는 1980년대 프랑스와 독일서 퍼포먼스와 설치를 기반으로 하는 실험적인 작업을 시작으로, 빅뱅과 별의 여행, 인공위성, 사하라 사막에 태양광으로 작동하는 외계 통신용 인공 달 기지를 세우는 작업 등 공상과학 기반의 설치미술로 주목받았다.

1999년 이상현은 장선우 감독의 영화 <거짓말>에 출연하면서 작가로서의 삶이 완전히 뒤바뀌는 경험을 한다. 영화에 쏟아진 비판은 배우였던 이상현에게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당시 이상현이 경험한 한국사회는 배타적인 하나의 조직집단이었다. 그 뿌리의 번민과 성찰은 현재 그가 작업하고 있는 조선 시리즈의 배경이 됐다.


영화 <거짓말> 출연 후 뒤바뀐 삶
한국사회에 대해 번민하고 고민해

이상현은 같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한 몸통을 가졌으나 두 개의 머리를 가진 공명조는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며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밤낮으로 으르렁거리며 끝없는 갈등과 분열 속에서 하루하루 상대가 파멸할 날을 노리며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던 어느 날 한 머리가 다른 머리의 먹이에 독을 탔고, 죽어가는 다른 머리 역시 복수의 독을 뿌렸다. 1950625, 6·25가 그날이었고, 2019년 오늘은 더 진화한 좌우 두 머리가 서로 독을 먹이려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 조선신연애1913년에 발표된 장한몽(일명 이수일과 심순애)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사를 객관적 시각으로 보게끔 하는 작품이다. 일제 식민시기를 거쳐 1960년대 이후 고도 경제성장으로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비약한 한국 경제 기적의 뒤안길에 남은 개개인의 인생은 무엇이고 지금 어디에 서있는지, 또 우리가 이룬 이 공동체는 무엇인지 성찰하는 내용이 담겼다.
 

▲ 제복의 눈물, digital print, 70×105cm, 2014

작품 조선문답은 영·정조 때의 실학자인 홍대용이 쓴 <의산문답>서 제목을 따왔다. <의산문답>은 제자인 화자가 250년을 살아남아 스승이 남긴 화두를 푸는 서사구조다. 이상현은 홍대용이 살았던 1819세기 조선 실학파들이 가졌던 한계를 생각하면서 이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당시 실학자들은 대국인 중국과 소국인 조선 사이서 방황했다. 아마 지금의 진보 엘리트들의 딜레마와 비슷할 것이라며 말로는 미국을 제국주의라고 비난하면서 자신의 자식들은 미국 영주권을 따게 하고, 미국 물건을 좋아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치 체제의 갈등에 주목
비극적 인물에 초점 맞춰


이어 조선의 의식구조는 두 가지, 현실과 이상이 충돌하고 배신하는 이중구조로 이뤄져 있다. 조선실학의 한계는 있었지만 조선의 주류가 이들을 받아들였다면 조선의 19세기와 20세기가 그렇게 비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품 서해별곡19542월 마릴린 먼로가 백령도서 미군 위문공연을 하는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당시 먼로는 영화 <나이아가라>의 성공과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와의 결혼으로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2월의 추위 속에서도 여름 드레스를 입고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임시무대에 올라 노래했다. 당시 지리산에선 전투가 계속되고 있었다.
 

▲ 서해별곡, digital print, 55×43cm, 2014

제국의 눈물은 의친왕의 맏아들이자 고종의 친손자인 이건을 다룬 작품이다. 이건은 대한제국이 망하지 않았다면 왕위 계승서열로 두 손가락 안에 들었을 인물이다. 그는 12세 때 일본으로 보내졌다가 1945년 일본이 패망한 이후 평민이 됐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이건은 지인에게 나에게는 돌아갈 나라도 가족도 없다. 그저 여기저기 다니다 죽겠다고 했다 한다.

2019년 한국

아트스페이스 휴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2000년대 이후 조선 시리즈가 나오게 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2011년 개인전 이후 8년 만에 진행하는 전시에서는, 드물게 소개됐던 그간의 영상작업과 이와 관련된 아카이빙 자료들을 통해 작업의 이면을 보다 면밀히 살피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종의 친손자인 이건, <3인공위성>을 쓴 백석, 중립국을 선택한 최인훈의 소설 <광장>의 이명준처럼 정치 체제의 대립과 갈등으로 인한 한 개인의 비극적인 삶에서 이상현은 공감과 위로를 구하고자 했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1231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이상현은?]

이상현은 1953년 경기도 강화서 태어났다. 1982년 파리서 국립장식미술학교를 다니던 무렵, 다키스의 ‘Toris Totem’을 접하고 현대미술로 진로를 정했다. 이후 독일로 넘어가 베를린 국립조형미술대학 입체조형과 동대학원서 멀티미디어 클래스를 졸업하고 마이스터 슐러 학위를 받았다.

1999년 장선우 감독의 영화 <거짓말>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이후 몇 년간 도서관에 다니며 <조선왕조실록>등 역사책과 자료들을 보았고, 전국의 문화 유적지와 풍수를 찾아다녔다. 2005년부터 조선역사 연작을 시작으로 제국과 조선’ ‘구운몽’ ‘조선의 낙조’ ‘선인기우도’ ‘삼천궁녀’ ‘낙화의 눈물등과 같이 비디오와 디지털 이미지 작업, 영상설치 등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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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교체? 김문수<br>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대선후보 교체? 김문수
“법적·정치적 책임 묻겠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선후보 교체를 강행한 데 대해 10일, 김문수 후보가 “불법적이고 부당한 후보 교체에 대한 법적·정치적 조치에 즉시 착수하겠다”며 강력히 대응을 예고했다. 김 후보는 이날 여의도 선거캠프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야밤에 정치 쿠데타가 벌어졌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물론이고 전 세계 역사에도 없는 반민주적 일이 벌어졌다”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아 정당하게 선출된 저 김문수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불법적으로 박탈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헌에 의하면 대통령후보는 전당대회 또는 그 수임 기구인 전국위원회서 선출하게 돼있는데 전국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비상대책위원회는 후보 교체를 결정해 버렸다. 이는 명백한 당헌 위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는 제가 후보로 선출되기 전부터 줄곧 한덕수 예비후보를 정해 놓고 저를 압박했다”며 “어젯밤 우리당의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저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계속 할 것”이라며 “우리가 피와 땀으로 지켜 온 자유민주주의의를 반드시 지키겠다. 국민 여러분, 저 김문수와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김 전 후보 측은 이날 중으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대통령 후보자 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후보가 시간 끌며 단일화를 무산시켰다”며 “당원들의 신의를 헌신짝같이 내팽개쳤다”고 주장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이재명 독재를 저지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로 단일화해서 기호 2번 국민의힘 후보로 세워야 한다는 게 당원들의 명령이었다”며 “우리 당 지도부는 기호 2번 후보 단일화를 이루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했다. “김 후보께 단일화 약속을 지켜주실 것을 지속적으로 간곡히 요청드렸고 저를 밟고서라도 단일화를 이뤄주십사 부탁했다”는 권 비대위원장은 “하지만 결국 합의에 의한 단일화는 실패하고 말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단일화는 누구 한 사람, 특정 정파를 위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다. 누구를 위해 미리 정해져 있던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비대위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뼈아픈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며 “비대위는 모아진 총의와 당헌·당규에 따라 김 후보 자격을 취소하고 새롭게 후보를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당 지도부는 이날 새벽 비대위와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열고 한 예비후보를 대선후보로 재선출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이날 오후 9시까지 진행되는 당원 투표를 거쳐 오는 11일 전국위원회 의결을 마치면 대선후보 교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일각에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이뤄졌던 이번 국민의힘 지도부의 대선후보 교체를 두고 절차적 정당성 등의 다양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치열한 경선 과정을 통해 최종 후보로 선출돼있는 공당의 후보를 두고, 당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무소속의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하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후보 접수도 이날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단 한 시간만 받았던 점, 한 후보가 32개에 달하는 서류를 꼭두새벽에 접수했다는 점 등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양수 선관위원장은 이날 당 홈페이지를 통해 “당헌 74조 2항 및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 제29조 등에 따라 한 후보가 당 대선후보로 등록했다”고 공고했다. 앞서 이 선관위원장은 김 후보의 선출을 취소한다는 공지와 후보자 등록 신청을 공고했다. 김 전 후보와 한 후보는 후보 단일화 문제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여왔다. 지난 1차 회동에 이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모처서 가졌던 2차 긴급 회동서도 단일화 방식 등 룰에 대해 논의를 시도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끝내 결렬됐다. 그러자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단일화 없이 승리는 없다”며 국회 원내대표실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권 원내대표는 “두 후보 간의 만남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며 “후보 등록이 11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오늘(7일)은 선거 과정서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가 불과 27일 남았다. 이제 남은 시간이 없다”며 “이재명 세력은 공직선거법상의 허위 사실 공표죄를 사실상 폐지하고 대법원장 탄핵까지 공언하면서 대한민국 헌정 질서의 마지막 숨통까지 끊어버리려고 한다. 반면 우리는 단일대오조차 꾸리지 못하고 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