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 하명수사 의혹 그날의 재구성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2.02 10:21:42
  • 호수 12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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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조국…황운하 뇌관 터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권 수사로 확대될까. 청와대가 하명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때는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경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하명을 받아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표적수사했다는 의혹이다. 정황을 포착한 검찰은 수사에 돌입했다. <일요시사>는 문제의 그날을 재구성했다.
 

▲ 김기현 전 울산시장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서 김 전 시장은 자신이 낙선했던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청와대의 ‘하명 수사’가 있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회견문을 통해 김 전 시장은 “청와대가 공권력을 동원해 민심을 강도질한 전대미문의 악랄한 권력형 범죄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권력에
당했다

시간은 지난해 3월로 돌아간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6·13지방선거를 100여일 앞두고 공천 신청을 접수받는다고 알렸다. 접수 첫 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은 같은 직에 공천을 신청했다. 이후 한국당은 김 전 시장을 울산시장 단독 후보로 확정하고, 일찌감치 본선 준비에 돌입했다.

중앙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이어졌다. 홍준표 당시 대표는 지난해 3월8일 울산을 직접 찾아 “중앙정치가 혼돈에 이르고 있는데도 울산을 묵묵히 지키면서 시민의 안전과 경제 발전에 전력을 다하는 김 시장에게 당 대표로서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내려왔다”며 힘을 실어줬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송철호 변호사와 임동호 울산시당위원장, 심규명 변호사가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3월5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울산을 염원하는 시민들 앞에 하나가 되겠다”며 ‘원팀(One Team)’을 선언하는 등 선거에 본격적으로 임하기 시작했다.


김 시장이 공천을 신청하고 일주일여가 흐른 지난해 3월16일,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시장 부속실과 건축 관련부서 등 울산시청 내 사무실 5곳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경찰은 김 시장의 비서실장이 울산 지역의 한 아파트 건설공사에 김 시장 측근의 레미콘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건설사 측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압수수색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경찰은 김 시장의 친동생 역시 또 다른 아파트 건설공사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는 곧바로 쟁점화됐다. 경찰의 압수수색 소식 직후 민주당 울산시당은 성명을 내고 “(김)시장이 직권을 남용해 이미 선정된 업체를 특정업체로 교체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민중당 울산시당 역시 울산시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후보 신청 후 경찰 압수수색
김기현 측근들 모두 무혐의…

반면 김 시장과 한국당은 경찰의 압수수색에 크게 반발하며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시장은 “전혀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 제보자의 일방적 진술로 압수수색이 단행됐다”며 “후보 공천 발표와 동시에 압수수색을 한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홍준표 대표도 “정권의 검찰·경찰 사냥개를 앞세운 덮어씌우기 수사”라며 “(이런 수사가)이기붕의 자유당 말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시장은 경찰의 압수수색이 있기 전 실시된 차기 울산시장 선호도 조사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ubc울산방송>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2018년 2월2일부터 3일까지 19세 이상 울산시민 2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5일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김 시장은 37.2%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민주당의 송철호 변호사가 21.6%로 2위에 올랐다.
 


그러나 몇 달 새 상황은 역전됐다. <부산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2018년 4월13일부터 14일까지 19세 이상 울산시민 8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18일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송 변호사가 41.6%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김 시장이 29.1%를 기록했다(두 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사태는 이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다. 한국당은 경찰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 선거판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홍 대표는 경찰을 ‘백골단’ ‘미꾸라지’ 등에,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미친 개’에 비유했다. 분노한 경찰들은 ‘사냥개나 미친 개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라고 쓰인 항의 피켓을 들고 찍은 인증샷을 올리며 항의했다. 한국당은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울산 민심
부글부글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김 시장의 형과 동생, 비서실장 등 8명이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됐다. 이 중 경찰은 동생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울산지방법원은 기각했다. 당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고 다퉈볼 여지가 있다”며 “현 단계서 (김 시장의 동생에게)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사유를 밝혔다.

경찰은 비서실장과 레미콘업체 대표, 울산시 고위 공무원 등 3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결국 기각됐다. 피의자들이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압수수색 등을 통해 상당한 증거가 확보된 상태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 

경찰의 부실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비서실장은 입장문을 통해 “경찰이 내 카드로 결제한 골프 비용까지 뇌물로 보고 있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의도가 분명한 수사”라고 주장했다. 비서실장은 지난 2017년 6월24일 울산컨트리클럽서 18만9000원을 결제한 카드내역서까지 공개하는 강수를 뒀다. 검찰 역시 경찰에게 한 차례 보강수사를 지시했다.

그 사이 울산시장 대진표가 짜여졌다. 민주당은 송철호 변호사를 울산시장 후보로 확정했다. 다른 정당의 후보도 있었지만, 지역 정가는 송철호 대 김기현의 양강 구도를 점쳤다. 각종 여론조사서 송 후보가 1위, 김 후보가 2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판세는 선거 당일까지 이어졌고, 결국 지난해 6월13일 송 후보는 김 후보를 누르고 울산시장에 당선됐다.

시간이 흘러 지난 3월 울산지검은 비서실장과 레미콘업체 대표, 울산시 고위공무원 등 3명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직권남용으로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4월에는 김 시장의 친동생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 송철호 울산시장

한국당 측은 잇따른 무혐의에 “황 청장은 김 전 시장이 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날에 맞춰 비서실을 공개적으로 압수수색하고, 수사과정서 수차례나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엄청난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공작·편파수사를 자행했다”며 “이로 인해 김 전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돼 지지율이 20% 가까이 떨어지며 결국 시장직을 잃게 됐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분위기는 반전됐다. 한국당은 황 청장에 대한 특검도 불사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비서실장 등은 황 청장을 고소했다. 한국당 현역 의원들은 황 청장이 자리를 옮긴 대전경찰청장에 항의 방문했다.

검찰은 지난 4월9일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112상황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시장 측근비리 사건을 전담해 수사했던 부서다.

구속영장
잇단 기각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데는 김 전 시장의 측근들이 무혐의를 받은 사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검찰은 김 전 시장 측근들이 연루된 사건의 결과를 선거 개입 여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준으로 봤다. 기소할 만한 범죄였다면 선거 개입으로 볼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리한 수사를 한 배경에 대해 들여다볼 여지가 생긴다는 뜻이었다.

김 전 시장 측근들을 수사하던 경찰관이 사건 관계자에게 접근해 협박과 청탁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 4월 경찰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울산지방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의 성격, 피의자 지위와 관련자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검이 황 청장에 대한 고발건을 넘겨받으면서 사건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앞서 황 청장은 “국가를 위한 부름이 있다면 그에 응답하는 것이 공직자의 책임과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21대 총선에 나설 뜻이 있음을 알린 상태였다.

지난달 27일 청와대의 하명 수사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의 김 전 시장 측근 수사가 청와대 비위 첩보 전달로 시작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더욱이 당시 비위 첩보를 전달한 곳이 ‘조국 민정수석실’로 알려져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황 청장뿐 아니라 조국 당시 민정수석 등이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황 청장은 하명 수사 의혹에 선을 그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울산경찰은 경찰청 본청으로부터 첩보를 하달받았을 뿐, 첩보의 원천이 어디인지, 생산경위가 어떠한지 알지 못한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그는 추가로 대전경찰청 기자실을 찾아 “악의적이고 무책임한 정치공세”라며 “경찰 수사실무를 모르는 분들이 엉뚱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청와대 역시 하명 수사 의혹에 반박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혐의에 대해 청와대의 하명 수사가 있었다는 언론보도는 사실무근”이라며 “당시 청와대는 개별 사안에 대해 하명 수사를 지시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비위 혐의에 대한 첩보가 접수되면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이를 관련 기관에 이관한다”며 “당연한 절차를 두고 마치 하명 수사가 있었던 것처럼 보도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투서→백원우→박형철→경찰
백원우 “정치적 의도 있다”

쟁점은 과연 청와대가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첩보를 경찰에 이관했는지, 첩보를 청와대가 직접 수집했는지 투서나 제보를 통해 입수했는지 여부다. 한국당은 김 전 시장이 선출직 공무원이므로 청와대 감찰대상이 아님에도 그에 대한 비위 첩보를 청와대가 수집했다면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에 개입하려는 목적으로 경찰에 이관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 직제’의 감찰반 관련 규정에 따르면, 감찰 대상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장 등이다. 선출직 공무원인 김 전 시장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물론 그의 측근인 비서실장, 동생 등도 마찬가지다.

첩보를 청와대가 직접 수집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만약 청와대 내부서 김 전 시장 측근의 정보를 수집해 경찰로 이관했다면, 업무 범위를 넘어선 것이 아닌지 등을 규명할 필요성이 생긴다. 청와대 해당 첩보를 ‘익명의 투서’로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 ▲황운하 울산경찰청장

황 청장과 청와대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여러 의혹을 낳으며 확산되는 추세다. 경찰청이 ‘울산경찰청의 김 전 시장 표적수사 여부’를 수사하는 울산지검에 “이 사건은 청와대의 하명 사건”이라고 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있었던 압수수색과 관련해서도 경찰청이 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그러나 경찰청은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당시 민정비서관)이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첩보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검찰은 박 전 비서관으로부터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첩보를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부원장은 민주당을 통해 ‘오해와 추측이 난무하고 있어 이를 바로 잡고자 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그는 “이번 사안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보고될 사안조차 아니다”라며 “비서관실 간 업무분장에 의한 단순한 행정적 처리일 뿐”이라고 밝혔다.

정권까지
불 붙나

이어 “김 전 시장 관련 제보를 박 전 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보도에 대해 특별히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내용의 첩보가 집중되고 외부로 이첩된다”며 “반부패비서관실로 넘겼다면 이는 울산 사건만을 특정해 전달한 것이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부원장은 “어떤 수사나 조사도 하지 않았던 사안을 지금 이 시점에 꺼내든 배경에 어떤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왜 1년 만에?

검찰이 자신들에 대한 의혹을 직접 해명하고 나섰다.

앞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수사 관련 사건을 울산지검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한 것과 관련, 고발이 접수된 후 1년이 넘은 시점에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해 수사하는 이유에 대해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1년여의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가 무혐의로 끝난 후 수사에 관여한 경찰관 등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하려 했으나 대부분 불응했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안의 성격과 관련자들의 소재지 등을 고려해 신속한 수사를 할 필요성을 느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관련 의혹을 반박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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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