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H 하명수사 의혹 그날의 재구성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2.02 10:21:42
  • 호수 12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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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조국…황운하 뇌관 터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권 수사로 확대될까. 청와대가 하명 수사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때는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경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하명을 받아 자유한국당 소속인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을 표적수사했다는 의혹이다. 정황을 포착한 검찰은 수사에 돌입했다. <일요시사>는 문제의 그날을 재구성했다.
 

▲ 김기현 전 울산시장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서 김 전 시장은 자신이 낙선했던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청와대의 ‘하명 수사’가 있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회견문을 통해 김 전 시장은 “청와대가 공권력을 동원해 민심을 강도질한 전대미문의 악랄한 권력형 범죄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권력에
당했다

시간은 지난해 3월로 돌아간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6·13지방선거를 100여일 앞두고 공천 신청을 접수받는다고 알렸다. 접수 첫 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은 같은 직에 공천을 신청했다. 이후 한국당은 김 전 시장을 울산시장 단독 후보로 확정하고, 일찌감치 본선 준비에 돌입했다.

중앙당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이어졌다. 홍준표 당시 대표는 지난해 3월8일 울산을 직접 찾아 “중앙정치가 혼돈에 이르고 있는데도 울산을 묵묵히 지키면서 시민의 안전과 경제 발전에 전력을 다하는 김 시장에게 당 대표로서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내려왔다”며 힘을 실어줬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3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송철호 변호사와 임동호 울산시당위원장, 심규명 변호사가 주인공이었다. 이들은 지난해 3월5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울산을 염원하는 시민들 앞에 하나가 되겠다”며 ‘원팀(One Team)’을 선언하는 등 선거에 본격적으로 임하기 시작했다.


김 시장이 공천을 신청하고 일주일여가 흐른 지난해 3월16일,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시장 부속실과 건축 관련부서 등 울산시청 내 사무실 5곳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경찰은 김 시장의 비서실장이 울산 지역의 한 아파트 건설공사에 김 시장 측근의 레미콘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건설사 측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압수수색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경찰은 김 시장의 친동생 역시 또 다른 아파트 건설공사 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는 곧바로 쟁점화됐다. 경찰의 압수수색 소식 직후 민주당 울산시당은 성명을 내고 “(김)시장이 직권을 남용해 이미 선정된 업체를 특정업체로 교체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입장을 내놨다. 민중당 울산시당 역시 울산시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후보 신청 후 경찰 압수수색
김기현 측근들 모두 무혐의…

반면 김 시장과 한국당은 경찰의 압수수색에 크게 반발하며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김 시장은 “전혀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 제보자의 일방적 진술로 압수수색이 단행됐다”며 “후보 공천 발표와 동시에 압수수색을 한 것에 대해 정치적 의도가 의심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홍준표 대표도 “정권의 검찰·경찰 사냥개를 앞세운 덮어씌우기 수사”라며 “(이런 수사가)이기붕의 자유당 말기를 연상케 할 정도로 전국적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 시장은 경찰의 압수수색이 있기 전 실시된 차기 울산시장 선호도 조사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ubc울산방송>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2018년 2월2일부터 3일까지 19세 이상 울산시민 2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5일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김 시장은 37.2%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민주당의 송철호 변호사가 21.6%로 2위에 올랐다.
 


그러나 몇 달 새 상황은 역전됐다. <부산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2018년 4월13일부터 14일까지 19세 이상 울산시민 8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18일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송 변호사가 41.6%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김 시장이 29.1%를 기록했다(두 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사태는 이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됐다. 한국당은 경찰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 선거판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홍 대표는 경찰을 ‘백골단’ ‘미꾸라지’ 등에,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미친 개’에 비유했다. 분노한 경찰들은 ‘사냥개나 미친 개가 아닙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관입니다’라고 쓰인 항의 피켓을 들고 찍은 인증샷을 올리며 항의했다. 한국당은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울산 민심
부글부글

해당 사건에 대해 경찰은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김 시장의 형과 동생, 비서실장 등 8명이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됐다. 이 중 경찰은 동생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울산지방법원은 기각했다. 당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고 다퉈볼 여지가 있다”며 “현 단계서 (김 시장의 동생에게)도주 또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사유를 밝혔다.

경찰은 비서실장과 레미콘업체 대표, 울산시 고위 공무원 등 3명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결국 기각됐다. 피의자들이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다툼의 여지가 있으며, 압수수색 등을 통해 상당한 증거가 확보된 상태라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였다. 

경찰의 부실수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비서실장은 입장문을 통해 “경찰이 내 카드로 결제한 골프 비용까지 뇌물로 보고 있다”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의도가 분명한 수사”라고 주장했다. 비서실장은 지난 2017년 6월24일 울산컨트리클럽서 18만9000원을 결제한 카드내역서까지 공개하는 강수를 뒀다. 검찰 역시 경찰에게 한 차례 보강수사를 지시했다.

그 사이 울산시장 대진표가 짜여졌다. 민주당은 송철호 변호사를 울산시장 후보로 확정했다. 다른 정당의 후보도 있었지만, 지역 정가는 송철호 대 김기현의 양강 구도를 점쳤다. 각종 여론조사서 송 후보가 1위, 김 후보가 2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판세는 선거 당일까지 이어졌고, 결국 지난해 6월13일 송 후보는 김 후보를 누르고 울산시장에 당선됐다.

시간이 흘러 지난 3월 울산지검은 비서실장과 레미콘업체 대표, 울산시 고위공무원 등 3명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직권남용으로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였다. 4월에는 김 시장의 친동생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 송철호 울산시장

한국당 측은 잇따른 무혐의에 “황 청장은 김 전 시장이 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날에 맞춰 비서실을 공개적으로 압수수색하고, 수사과정서 수차례나 기자회견을 자청하면서 엄청난 비리를 저지른 것처럼 공작·편파수사를 자행했다”며 “이로 인해 김 전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돼 지지율이 20% 가까이 떨어지며 결국 시장직을 잃게 됐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분위기는 반전됐다. 한국당은 황 청장에 대한 특검도 불사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비서실장 등은 황 청장을 고소했다. 한국당 현역 의원들은 황 청장이 자리를 옮긴 대전경찰청장에 항의 방문했다.

검찰은 지난 4월9일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112상황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시장 측근비리 사건을 전담해 수사했던 부서다.

구속영장
잇단 기각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데는 김 전 시장의 측근들이 무혐의를 받은 사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검찰은 김 전 시장 측근들이 연루된 사건의 결과를 선거 개입 여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준으로 봤다. 기소할 만한 범죄였다면 선거 개입으로 볼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리한 수사를 한 배경에 대해 들여다볼 여지가 생긴다는 뜻이었다.

김 전 시장 측근들을 수사하던 경찰관이 사건 관계자에게 접근해 협박과 청탁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은 지난 4월 경찰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울산지방법원은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의 성격, 피의자 지위와 관련자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검이 황 청장에 대한 고발건을 넘겨받으면서 사건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앞서 황 청장은 “국가를 위한 부름이 있다면 그에 응답하는 것이 공직자의 책임과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21대 총선에 나설 뜻이 있음을 알린 상태였다.

지난달 27일 청와대의 하명 수사 의혹이 불거졌다. 경찰의 김 전 시장 측근 수사가 청와대 비위 첩보 전달로 시작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더욱이 당시 비위 첩보를 전달한 곳이 ‘조국 민정수석실’로 알려져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황 청장뿐 아니라 조국 당시 민정수석 등이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황 청장은 하명 수사 의혹에 선을 그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울산경찰은 경찰청 본청으로부터 첩보를 하달받았을 뿐, 첩보의 원천이 어디인지, 생산경위가 어떠한지 알지 못한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는 취지의 글을 남겼다. 그는 추가로 대전경찰청 기자실을 찾아 “악의적이고 무책임한 정치공세”라며 “경찰 수사실무를 모르는 분들이 엉뚱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청와대 역시 하명 수사 의혹에 반박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혐의에 대해 청와대의 하명 수사가 있었다는 언론보도는 사실무근”이라며 “당시 청와대는 개별 사안에 대해 하명 수사를 지시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는 비위 혐의에 대한 첩보가 접수되면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이를 관련 기관에 이관한다”며 “당연한 절차를 두고 마치 하명 수사가 있었던 것처럼 보도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투서→백원우→박형철→경찰
백원우 “정치적 의도 있다”

쟁점은 과연 청와대가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첩보를 경찰에 이관했는지, 첩보를 청와대가 직접 수집했는지 투서나 제보를 통해 입수했는지 여부다. 한국당은 김 전 시장이 선출직 공무원이므로 청와대 감찰대상이 아님에도 그에 대한 비위 첩보를 청와대가 수집했다면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선거에 개입하려는 목적으로 경찰에 이관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대통령령인 ‘대통령비서실 직제’의 감찰반 관련 규정에 따르면, 감찰 대상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행정부 소속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장 등이다. 선출직 공무원인 김 전 시장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물론 그의 측근인 비서실장, 동생 등도 마찬가지다.

첩보를 청와대가 직접 수집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만약 청와대 내부서 김 전 시장 측근의 정보를 수집해 경찰로 이관했다면, 업무 범위를 넘어선 것이 아닌지 등을 규명할 필요성이 생긴다. 청와대 해당 첩보를 ‘익명의 투서’로 확보했다는 입장이다.
 

▲ ▲황운하 울산경찰청장

황 청장과 청와대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여러 의혹을 낳으며 확산되는 추세다. 경찰청이 ‘울산경찰청의 김 전 시장 표적수사 여부’를 수사하는 울산지검에 “이 사건은 청와대의 하명 사건”이라고 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있었던 압수수색과 관련해서도 경찰청이 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그러나 경찰청은 이 같은 의혹들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당시 민정비서관)이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첩보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검찰은 박 전 비서관으로부터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첩보를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부원장은 민주당을 통해 ‘오해와 추측이 난무하고 있어 이를 바로 잡고자 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그는 “이번 사안은 조국 당시 민정수석에게 보고될 사안조차 아니다”라며 “비서관실 간 업무분장에 의한 단순한 행정적 처리일 뿐”이라고 밝혔다.

정권까지
불 붙나

이어 “김 전 시장 관련 제보를 박 전 비서관에게 전달했다는 보도에 대해 특별히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내용의 첩보가 집중되고 외부로 이첩된다”며 “반부패비서관실로 넘겼다면 이는 울산 사건만을 특정해 전달한 것이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 부원장은 “어떤 수사나 조사도 하지 않았던 사안을 지금 이 시점에 꺼내든 배경에 어떤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왜 1년 만에?

검찰이 자신들에 대한 의혹을 직접 해명하고 나섰다.

앞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 수사 관련 사건을 울산지검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한 것과 관련, 고발이 접수된 후 1년이 넘은 시점에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해 수사하는 이유에 대해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1년여의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가 무혐의로 끝난 후 수사에 관여한 경찰관 등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하려 했으나 대부분 불응했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안의 성격과 관련자들의 소재지 등을 고려해 신속한 수사를 할 필요성을 느껴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송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을 뿐이라고 관련 의혹을 반박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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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br>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