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닌 척’ 위장수사의 민낯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03.08 11:51:05
  • 호수 13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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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려라 걸려라’ 함정 파놓고 덥석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정공법으로 통하지 않을 때가 있다. 경찰이 마약, 디지털 성범죄 등 폐쇄적인 범죄를 수사하는 데 있어 교과서적으로 접근한다면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부득이한 상황에서 상대를 감쪽같이 속이는 위장수사에 대해 파헤쳐봤다. 
 

▲ 김창룡 경찰청장 ⓒ고성준 기자

2년 전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사건이 있다. 텔레그램에 개설한 단체 채팅방을 통해 불법 음란물을 생성 및 거래하고 유포한 디지털 성범죄. 이른바 N번방, 박사방 사건이다. 이 같은 디지털 성범죄물이 폐쇄적으로 유통되면서 적발이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었다.

디지털 성범죄
잡으려면 필요

정부는 지난해부터 잠입수사 기법을 도입하며 텔레그램 성범죄 박사방,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른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국회는 지난달 26일 본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찬성 236표, 반대 0표, 기권 4표로 가결 처리했다. 가짜 신분을 만들어 온라인 채팅에 잠입하는 함정수사도 허용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법안 개정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 매수 행위의 처벌만 징역 1년에서 3년으로 강화됐을 뿐, 위장수사 허용 대상으로 규정되지 않았다.


해당 법안 개정에 주도적으로 나선 한 의원실에 따르면 당초 여러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가운데 위장수사를 허용할 범죄군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성 매수 유인·알선을 비롯한 디지털 성범죄 전 영역의 위장수사 허용까지 논의되기도 했지만, 대상과 범위가 여러 번 축소되면서 현재 시점에선 성착취 행위와 불법 촬영물 등에 대한 부분만이 위장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대해 그루밍 행위와 성착취 등의 범죄에 위장수사가 가능한 만큼 성매수 행위에도 포괄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현장에 나선 이들은 오히려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측에선 그동안 아동·청소년 성매수 행위에 대한 기회제공형 위장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이번 개정안을 바탕으로는 위장수사 추진이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 개정안에 담긴 경찰의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는 신분 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로 나뉜다. 신분 비공개수사는 경찰관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사이버 망 등 범죄현장에 접근, 범행 증거 및 자료 등을 수집하는 수사방법을 뜻한다.

가짜 신분증 만들어 잠입 검거
성착취 행위·불법 촬영물 포함

경찰관은 성명·직업·직장 등을 일반인인 것처럼 위장 할 수 있다. 다만 실존하는 타인을 사칭하거나 공신력 있는 증명서를 생성하지는 못한다.


해당 수사는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장 승인으로 가능하다. 범죄 혐의와 수사의 상당성이 인정될 때, 주로 수사 이전 또는 초기 단계에서 실행된다. 수사가 종료되면 경찰위원회에 보고해야 하고, 국회는 이를 반기에 보고해야 한다`는 통제 장치가 있다. 수사 기간도 3개월로 제한된다.

신분 위장수사는 신분 위장을 위한 문서, 전자기록 등을 작성·행사할 수 있다. 수사를 위해선 위장신분을 이용한 계약·거래나 성착취물 등의 판매·광고도 가능하다. 범죄혐의가 이미 충분하고 특정된 경우, 범인의 체포나 증거 수집이 어려운 상황에서 할 수 있다. 신분비공개수사보다 위장 강도가 높은 수사인 셈이다.

해당 수사는 경찰이 신청, 검찰이 법원에 청구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긴급하면 사후에도 신청할 수 있으며 수사 기간은 3개월로, 연장하면 최대 1년까지다.

이 같은 위장수사들로 수집한 증거는 ▲수사·소추 및 범죄 예방 ▲징계 ▲손해배상 청구 ▲다른 법령 규정 시 수집 증거·자료 등으로 사용 가능하다. 위장수사를 하는 경찰관은 고의·중과실 외에 형사·징계·손해배상이 면책된다.
 

▲ 국회 본회의장 ⓒ박성원 기자

다만 직무 관련자 전원에 대해선 공개·누설 금지 의무가 부여된다. 이를 어기면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아울러 범죄를 교사하거나 방조하는 ‘함정’을 파놓다가 범죄 실행 시 검거하는 ‘범의 유발형 함정수사’는 허용되지 않는다. 향후 경찰은 대통령령에 따른 위장수사 가이드라인을 마련, 일선 교육과 지원 등 후속 조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 시행 시점은 오는 9월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함정 또는 잠입수사는 그 목적에 따라 다양한 수법을 사용하고 다양한 범죄에 이용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규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일부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한 거의 모든 함정수사는 4가지 기본적인 요소를 함축하고 있다.

첫째, 경찰에 의해 범행이 안 되거나 범행하도록 하는 유인이나 기회가 있어야 한다. 둘째로 특정한 유형의 범행을 할 것 같은 표적이 된 개인이나 집단이 존재한다. 셋째로 어떤 형태의 속임수나 잠복, 또는 잠입한 경찰관이나 대리인이 있다. 넷째로 범인의 검거로 작전이 끝나야 한다.

범인 체포
어려울 때…

예를 들어 경찰이 선의를 가지고 행동했는지, 피의자에게서 범죄행위를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었는지, 수사가 진행되는 지역에 범죄가 특히 성행하고 있다고 의심의 여지가 충분한지, 수사 중인 범죄의 발각이 어렵고 비밀스럽기 때문에 이런 사전적 수사기법이 필요한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잠입수사는 수사관이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거나 몰래 숨어들어 정보를 얻는 수사 방식으로,  주로 마약 관련 수사에 활용된다. 수사관이 구매자인 척 신분을 속여 마약 거래상에게 접근한 뒤 증거물을 수집해 일당을 붙잡는 식이다. 마약 범죄는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범행 수법도 지능적인 탓에 잠입수사가 필요한 분야로 꼽힌다.

경찰은 모바일 채팅앱에 미성년자인 척 계정을 만들어 성 매수자를 잡아내기 위해 잠입 수사를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극히 제한적으로만 허용되고 있으며 법원도 이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전부터 경찰과 검찰 안팎에선 ‘잠입수사를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이 잠입수사에 나섰다가 오히려 위법수사로 판단돼 징계를 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과 경찰로서는 잠입수사를 벌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아야 하는 셈이다. 경찰이 수사관 보호를 위해 법률 개정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 ⓒpixabay

경찰 관계자는 “법원서도 잠입수사를 협소하게 판단하다 보니 피의자가 이를 이용해 재판에서 ‘경찰의 함정수사에 걸려들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며 “만약 법원이 경찰의 수사과정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 모든 증거물에 대한 증거능력도 상실되고 피의자도 풀려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함정 또는 잠입수사는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행해진다.

첫째는 수사를 위한 목적으로,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어떤 목적에서건 함정수사는 대체로 특정한 일부 형태의 범죄를 표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쉽고 빈번한 것이 장물이나 분실물 수사다.

나머지 하나는 마약의 제조와 판매 등 주로 조직범죄적 성격이 짙은 마약과 관련된 범죄, 지난 N번방 사건과 같이 주로 미성년자를 표적으로 하는 성착취와 매춘, 날로 증가하는 전문 차량절도, 전문 범죄조직과 집단범죄, 사기와 부패, 그리고 아동 음란영상물이나 성착취 등이 함정수사의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는 주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함정수사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만큼, 여기에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먼저 함정수사는 범죄 수사를 수월하게 해 범법자의 검거 가능성과 검거율을 높인다. 이렇게 되면 경찰의 공공관계와 경찰에 대한 시민의 인식이나 인상을 제고하게 한다.

긍정적 영향
부정적 측면

뿐만 아니라 성공적인 함정수사나 수사 계획의 발표만으로도 소위 말하는 ‘이익의 확산’이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그만한 부정적 영향 또는 부정적 측면도 없지는 않다. 함정수사의 문제는 함정을 파놓는 것에 있다. 

물론 이전부터 함정수사는 존재했다. 세기의 살인마로서 아직도 미제로 남겨진 19세기 영국의 연쇄살인마 잭 리퍼는 우리에게도 영화와 뮤지컬로 기억되고 있다. <잭 더 리퍼>에서 그를 잡기 위해 형사 앤더슨은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잭 리퍼에게 접근하는데, 그게 현재의 잠입수사다.

우리나라 영화 <신세계>에서 두 명의 경찰관을 폭력조직에 심는 것도 함정수사라 볼 수 있다. 물론 이런 수사기법에 대해서 한편에서는 적법을, 다른 한편에서는 위법을 조심스럽게 주장한다.

법원이 내세우는 잠입수사와 함정수사의 차이는 ‘범의 유발’ 여부다. 범의는 ‘범행을 저지를 의도’라는 뜻으로 법원이 함정수사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이다. 법원은 범의를 가진 사람에게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돕는 수준의 수사 방법은 적법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수사관이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없는 사람에게 접근해 범행을 부추겼다면 잠입수사가 아닌 함정수사다. 가령, 자신이 마약 판매상인 것처럼 꾸며 투약자에게 접근해 체포한다면 위법이다. 미성년자인 척 속여 성 매수자를 잡는 수사도 여전히 함정수사 논란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대법원은 한 마약 수사에 대해 ‘함정수사’임을 인정하는 파격적인 판결을 내렸다. 사실상 국내 법원이 처음으로 함정수사를 인정했던 사례다.
 

판결문에 따르면 검찰 정보원인 A씨는 B씨 등에게 “검찰 수사에 필요하니 필로폰을 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B씨는 중국으로 가 필로폰을 한국으로 가지고 들어왔다. 그런데 검찰은 B씨 등이 마약을 밀반입했다며 체포한 후 재판에 넘겼다.

이에 B씨 등은 “중국에서 필로폰을 구해올 생각이 없었는데 검찰과 정보원의 이른바 ‘작업’에 의해 사건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전까지 법원은 수사기관의 함정수사를 폭넓게 인정해왔는데, 이 사건 재판부는 B씨 등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범행 의도가 없는 사람에게 검찰이 범행을 부추긴 후 기소한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다.

주로 마약 관련 수사 시 사용
구매자로 속여 거래상 접근

당시 재판부는 함정수사에 대해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않은 자에게 수사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써서 범의를 유발해 범죄인을 검거하는 수사 방법”이라고 정의하고 “범의를 가지지 않은 사람에 대해 수사기관이 범행을 적극 권유해 범의를 유발하고 범죄를 행하도록 한 후 이를 문제 삼아 공소를 제기하는 것으로서 적법한 소추권의 행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검찰과 정보원의 범행 유발 행위 이전에 B씨가 중국으로부터 필로폰을 수입하려는 구체적인 범의가 있었다거나, 이 외에 다른 범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법원에선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범의를 유발했는지 여부를 함정수사 판단의 중요한 잣대로 보고 있다. 따라서 법원은 ‘범의를 가진 사람’에게 단순히 범행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을 돕는 수준의 수사 방법은 대부분 적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범의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경찰 정보원이 신분을 감추고 단순 투약자에게 접근해 필로폰 등을 권유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또 경찰이 거래자를 가장해 마약을 구매한 후 판매자를 체포하는 방식 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에는 경찰이 SNS에 동반 투약자를 구하는 게시글을 올리는 방식의 수사기법을 자주 활용하면서 ‘함정수사’ 논란이 있었다.

허재현 전 <한겨레신문> 기자 역시 지난해 SNS에서 은밀한 제안을 받고 모텔로 나갔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허 전 기자는 지난 3월 자신의 SNS에 “익명의 누군가가 ‘좋은 것 같이 하며 놀자. 돈도 받지 않겠다’고 저를 꾀었고 저는 그만 불행한 선택을 하고 말았다”며 “모텔로 들어가자마자 경찰이 들이닥쳤는데 내게 끊임없이 마약을 권한 사람은 알고 보니 경찰이었다”고 설명했다.
 

▲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김창룡 경찰청장 ⓒ고성준 기자

실제로 경찰에서는 검거한 마약사범에게 “추가 수사에 협조하면 추후 재판에서 이를 참작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설득해 다른 투약자들을 잡아들인다. 이들은 주로 경찰의 정보원 역할로서 다른 투약자들을 꾀어내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렇게 수사기관에 협조하면 공적이 양형에 반영돼 재판에서 감형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 수사기관에서 검거한 마약사범에게 SNS에 “함께 마약을 투약하자”는 글을 올리게 한 후 이에 응한 사람들을 붙잡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경우 수사기관이 범의를 유발했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아직까지 법원은 이를 ‘함정수사’라고 판단하지 않고 있다.

아슬아슬
위법 경계

경찰 내부에선 마약범죄에 함정수사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콜학과 교수는 “마약의 상선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여러 수사기법이 필요하지만 그중에서도 함정수사는 빼놓을 수 없다”며 “물론 경찰에서도 위법한 수사는 경계해야 하지만, 반대로 마약사범이 함정수사를 구실로 처벌을 빠져나가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잠입수사 활성화’ 발표 후…

영장 없어도 위장수사?
개정안은 지난해 4월 ‘잠입수사 활성화’ 범정부대책 발표 이후 여야에서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며 논의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 계류된 개정안과 관련, ‘영장 발부’ 등을 놓고 검경간 기싸움이 치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영장은 검사가 청구하면 판사가 발부한다.

검찰은 위장수사를 하려면 권한 남용 가능성을 막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경찰은 “현실적으로 수사가 시급하게 필요한 만큼, 영장 발부를 기다릴 수 없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또 권한 남용 차단 방법으로 국가경찰위원회, 국회, 언론, 시민단체 등의 역할이 있다는 대안도 내놨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지난달 초 위장수사 기간 단축과 국가경찰위, 국회 보고 등이 담긴 중재안을 제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역시 지난달 8일 대정부질의에서 영장 발부와 관련 “영장까지 받으면 어느 세월에 이걸 하겠느냐”며 “상급 관서의 동의나 결재를 받아서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사실상 시급한 수사를 내세운 경찰의 논리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발부 놓고 검경 기싸움
경찰 사실상 ‘판정승’

여가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지난달 26일 법사위에서 의결됐다.

위장수사를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로 나누고, 신분위장수사의 경우 경찰이 신청하면 검사가 의무적으로 법원에 청구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영장 발부 없이 경찰이 신분위장수사 신청을 법원으로부터 허가 받게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의결 후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검사의 의무적 청구를 임의적 청구로 수정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의 신청을 검사가 의무적으로 법원에 청구하는 것이 아닌, 사안에 따라 청구를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결국 최종 개정안은 의무적 청구와 임의적 청구 사이인 필요적 청구로 재의결됐다.

이에 따라 경찰의 신청이 검찰의 요건에 맞으면 법원에 청구해야 한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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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