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차기 국무총리 물망 오른 4인방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11.11 10:15:44
  • 호수 1244호
  • 댓글 0개

부담되는 자리 ‘포스트 이낙연’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유력 정치인들이 잇따라 거론되고 있다. 연일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이 총리가 조만간 당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와 맞물리면서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하마평도 무성해지는 분위기다. 김진표·정세균·원혜영·박지원 등이 유력 총리 후보로 등장하고 있다. 
 

▲ (사진 왼쪽부터)차기 총리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정세균 전 국회의장, 김진표·원혜영(더불어민주당)·박지원(대안정치연대) 의원

이 총리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재임기간이 가장 길었던 김황식 전 총리(880일)의 기록을 넘어서는 2년5개월 동안 안정감 있는 국정 운영과 노련한 정치 감각을 보여왔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서 대선후보 선두주자를 지키고 있어 이 총리가 총리 출신 첫 번째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차기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장수 총리
대체할 사람?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김종필·고건·이회창 등 다수 총리 출신 인사들이 유력 대권 후보로 거론됐지만, 대통령이 된 총리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 총리의 임명은 호남 출신 인물의 발탁이라는 탕평 인사의 의미가 컸지만 ‘사이다 답변’ ‘내각 군기반장’ ‘막걸리 회동’ ‘깨알 수첩’ 등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등 꼼꼼한 성격답게 안정감 있는 국정운영을 했다. 

이 총리는 문재인정부의 2인자로서 지난해 7월 이후 1년 이상 여권의 차기주자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이 총리의 거취에 대한 관심은 총선 국면으로 접어드는 올 연말과 내년 초까지 계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치권에선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이 총리를 대체할 만한 국무총리가 누가 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차기 총리가 될 수 있는 인사는 누구일까. 정가에선 청문회·내년 총선·지역 상징성 등이 총리의 조건으로 고려된다. 
 


우선 문정부의 첫 번째 고려 요소는 청문회 통과 여부다. 얼마 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당시 진통을 겪었던 바 있다. 이런 상황서 청문회를 무사 통과할 수 있는 인사로는 현역 중진 의원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 김진표·원혜영(더불어민주당) 의원, 대안정치연대 박지원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이들은 모두 다선 중진의원들로 현 정국 상황을 고려할 때 파격과 혁신보다는 경륜과 전문성에 어울리는 인물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세균 = 차기 총리설로 물망에 오른 사람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다. 지난달 31일 정치권서 총리로 유력하다는 설이 퍼졌다. 

정 전 의장이 이 총리의 후임으로 임명되고, 이 총리는 정치적 무게감을 고려해 정 전 의장의 지역구인 종로에 출마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일각서 제기됐다. 이 경우 종로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서울 중구성동구을서 총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측도 함께 나왔다.

그러나 정 전 의장은 이를 “근거 없는 추측”이라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정 전 의장은 ‘총리설’에 대해 “그냥 근거 없는 추측인 것 같다. (청와대 등에서)이야기를 들은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종로 재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총리 퇴임 시점 주목…여권 권력지형 흔들 
‘이낙연 나비효과’ 내년 총선 민주당 전략?

국가의전 서열 2위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까지 지낸 상황서 행정부를 총괄하는 총리로 가는 것이 모양새가 썩 좋지는 않다는 의미다. 여기다 이 총리가 정 전 의장의 지역구에 출마하고, 정 전 의장은 이 총리의 후임으로 가는 것도 서로 자리를 놓고 맞바꾸는 형식으로 비쳐지는 게 부담이다.


정치권도 정 전 의장의 총리설에 대해 국정운영과 4·15 총선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6선의 정 전 의장은 전북서 4선을 지낸 후 대한민국 정치1번지인 서울 종로서 19대, 20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또 노무현 대통령 시절 산자부장관과 집권여당의 당 대표를 지냈다.

정 전 의장은 1950년 11월 5일에 전라북도 진안서 4남 3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가난한 집안과 오지의 환경서 자란 탓에 전주공고에 진학해야 했다. 하지만 대학 진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전주신흥고로 전학해 1970년에 고려대학교 법대에 입학했다. 대학에 진학한 후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과 대학 신문기자로 활동하며 유신 체제 반대운동을 주도했다.

1995년에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김대중(이하 DJ)의 정계 입문 제안을 받고 1995년에 특별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20대 국회까지 국회의원 6선까지 역임했다. 참여정부 시절 2006년 2월부터 2007년 1월까지 산업자원부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진표 =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김진표 의원도 총리 하마평에 올랐다. 김 의원은 경제부총리를 지냈으며, 교육인적자원부장관 등을 거쳤다. 문정부 출범 당시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지난해 9월부터는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문정부 집권 후반기 국정과제인 경제살리기·교육개혁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권 후반기
경제통으로?

김 의원은 경기도 수원서 초·중교를 졸업하고 경복고를 거쳐 1971년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를 졸업했다. 1974년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재무부서 공무원으로 근무했다. 공직생활 중 능력을 인정받아 정권에 상관 없이 두루 활약했다. 문민정부에선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비밀리에 금융실명제 시행을 추진할 때 실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DJ정부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국무조정실장을 거쳐 노무현 대통령 당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기도 했으며, 노무현정부 시절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과 교육인적자원부장관 등을 역임했다. 참여정부 초기인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경제부총리)을 역임하며, 당시 카드대란 수습에 결정적 기여를 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선거구에 출마하여 당선됐다. 이후 2005년부터 2006년까지 교육인적자원부(현 대한민국 교육부)장관(교육부총리)를 역임했으며 2007년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정책위원회 의장을 지냈다.
 

▲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서 통합민주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같은 해부터 2010년까지 민주당 최고위원을 역임했다. 2011년 5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냈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경기도 수원시 정 선거구에 출마해 3선 의원이 됐다.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낙선 후 2015년 3월 새정치민주연합 국정자문위원장을 맡았다. 이때 한국 정당 사상 최초로 열린 정책엑스포 조직위원장을 맡아 새정치민주연합이 유능한 경제정당, 정책정당이 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새롭게 신설된 경기도 수원시 무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여권 중진들 
국무총리로?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경기도지사에 출마하려 했으나 불출마를 선언하고 전해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2018년 7월 26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예비경선 컷오프를 통과해 이해찬, 송영길과 민주당 당 대표직을 놓고 겨뤘으나 3위로 낙선했다.

▲원혜영 = 풀무원 식품 창업자이자 5선 중진인 원혜영 의원도 차기 국무총리 후보군으로 올랐다. 원 의원은 야권 인사들과도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경제 등에 강점을 지니고 있는 의원으로 평가 받고 있다. 

원 의원은 1951년 경기도 부천군 오정면 도당리(현 부천시 도당동)서 풀무원 공동체를 일군 원경선씨의 아들로 태어났다. 원씨는 풀무원농장의 창업주다. 이후의 식품 기업 풀무원은 출소 후 생계유지를 위해 강남 지역서 유기농 식품 가게를 운영하던 원 의원이 창업했다. 

부천북초교(당시 부천소사북국민학교)와 중동중, 경복고,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제적 및 복교)를 졸업했다. 1971년에 서울대학교 교양과정부 학생회장을 하던 시절 유신 헌법 반대 시위를 하다가 긴급조치 위반으로 강제 징집됐다. 

전역 후 서울대학교 재학 중이던 1975년 민청학련 사건 미석방자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다가 기소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6년 동안 친구 남승우 풀무원 대표와 함께 풀무원서 일했다. 
 

▲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

1988년 한겨레민주당 창당에 참여하면서 정치에 입문했다.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서 민주당 후보로 경기도 부천시 중구 을(현 옛 오정구 지역)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서 활동했다. 

1997년 제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도한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했으며, 이듬해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새정치국민회의 공천을 받아 부천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2002년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수도권서 새천년민주당이 고전하는 와중 무려 55%의 득표율로 재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정세균, 김진표, 원혜영, 박지원…
4선 이상 중진 의원들 유력 후보 

재선 후 1년6개월 정도의 임기를 수행한 뒤 사임하고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8년 만에 국회 복귀 및 3선 고지에 올랐다.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4선 의원이 됐다. 당선된 해에 선거법 위반 문제로 1심서 벌금 500만원 의원직 상실형을 받았으나, 대법원서 무죄 선고를 받는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같은 선거구에 출마해 5선을 달성했다.

현재는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원 의원은 5선 중진 의원으로 한 때 이석현 의원(6선)과 같은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유력했으나 불출마 선언을 했다.

▲박지원 =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대안정치연대 의원도 총리 하마평에 올랐다. 청와대 내부서도 박 의원을 ‘검토 대상’으로 분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지난 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총리설에 대해 “일부 보도 등 그런 이야기를 하지만 내 목표는 내년 4월 지역구인 목포의 총선 승리”라고 말했다. 그는 “총선서 승리하고, 그 이후 호남의 몫과 가치를 찾는 일에 뭐든지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이 야당 소속이긴 하지만, 최근까지 ‘조국 지키기’에 앞장서는 등 친여 행보를 이어왔다. 박 의원은 1942년 6월5일 전라남도 진도군 고군면서 출생했으며, 4선 의원으로 2019년 기준 77세로 20대 국회 내 최고령이다. 

목포시 문태고, 광주교육대, 단국대 상학과를 졸업했다. 1970년 대학 졸업 후 LG 상사(당시 럭키금성상사), 동서양행 등 기업서 근무했다. 이후 미국서 성공적으로 가발 수출 사업을 운영하면서 80년대 초 뉴욕 한인회장을 지냈다. 그러다 DJ와 인연을 맺으면서 정치 행보를 함께했다.

1992년 제14대 국회의원 선거서 민주당 전국구 국회의원에 당선돼 초선의원이 됐다. 1996년에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경기도 부천시 소사구 선거구에 출마했으나 신한국당 김문수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최소·최대한 
안정감 고려

하지만 DJ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대변인으로 대언론 소통창구를 맡았으며, DJ정부 출범 후에는 공보수석, 문화관광부장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중용됐다. 2009년 DJ 장례식 때는 북한 측이 조의화환과 함께 공개적으로 보내온 편지의 수신자 두 사람(임동원, 박지원) 중 1인이었을 만큼 그의 최측근이었다. 2019년 현재에도 이희호 여사의 병세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입장일 정도로 사후에도 10년째 완벽한 ‘DJ의 심복’임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