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토로>‘창동 유치원생 사망사건’ 아빠의 절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7.17 09: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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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아이가 하루아침에 우리 곁을 떠났어요”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어린이 보육시설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높아 가는 요즘. 유치원 어린이사망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고 일터에 나가는 부모들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지난 2월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유치원생 발레 수업 후 의문의 사망’도 그랬다. 당시 유족들은 발레강사의 체벌이 있었다고 주장했고, 유치원 측은 우발적인 사고라는 입장을 보였으나 사건의 진상은 결국 미궁에 빠졌다. 그 후 6개월.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가고 있는 한 아이의 죽음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품은 채 진실을 밝히려는 유족들의 한으로 남았다. 지난 11일 아이 아버지인 김승주씨를 만나 의문점과 논란을 들어봤다.

“아빠 잘 갔다 와.”

아침에 웃으며 인사하고 유치원에 간 아이가 오후에 병원에서 싸늘하게 식은 채로 부모와 마주했다. 유치원 발레수업 중 눈물을 훔치며 춤을 추고 손 모아 빌면서 애원하는 마지막 CCTV영상을 남긴 채 말이다.

지하 강당에선
대체 무슨 일이?

눈이 많이 내리던 지난 1월31일, 서울 창동에서 일어난 유치원 어린이사망 사건의 정황은 이렇다. 발레 수업이 한창인 한 유치원의 지하 강당.

김나현(6세)양은 유치원 재롱잔치 발표회를 위해 마지막 수업을 받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레강사는 무슨 이유인지 나현이를 따로 불러 1분 간 훈계를 한다.


이후 자리에 돌아온 나현이는 친구들보다 한 박자 빠르고 동작을 크게 하려고 애쓰다 친구들과의 간격이 벌어지고 만다. 이를 본 강사는 떨어져 있는 나현이를 세차게 밀어붙이며 자리를 잡아준다.

발레수업이 끝난 후에도 다른 아이들이 주변을 뛰어놀며 자유시간을 가지는 사이 나현이와 친구 한명은 보충수업을 받는다.

나머지 수업이 끝난 후 강당 구석에 위치한 간이그네를 탄 친구를 뒤에서 밀어주던 나현이는 그곳을 빠져나오려다 그네에 걸려 넘어진다.

이에 나현이 쪽으로 강사가 다가가자 나현이는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쓰러진 그네를 일으킨다. 강사는 그네를 세워주며 나현이에게 무언가 말을 한다.

그 말에 놀란 나현이는 강사를 따라다니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뭐라고 말을 한다. 나현이는 쩔쩔매며 강사를 쫓아다니지만 강사는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자신의 짐을 챙긴다.

홀로 남겨진 지하 강당에서 쓸쓸한 죽음 맞은 나현이  
강사 평소에도 체벌 있었다? 유아보육자격증도 없어

잠시 후. 수업이 모두 마무리 된 듯 아이들은 줄을 서서 나갈 준비를 마쳤다. 갈아 신기 위한 실내화를 챙기려던 나현이는 강사의 어떤 말을 듣고 열의 제일 끝에 서서 그 자리에 주저앉은 뒤 쓰러지고 만다.


이후 나현이만 혼자 남은 채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지하 강당 불이 꺼지고 철문이 닫힌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강당 불이 다시 켜지자 강당 바닥에 쓰려져 있는 나현이의 모습이 보인다. 강사가 아이를 일으켜 세워보려 하지만 힘없이 축 늘어진 나현이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나현이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별 다른 조치를 취할 새도 없이 숨졌다. 이것이 바로 지난 2월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발레 수업 후 갑작스런 죽음을 맞은 나현이 사망사건의 전말이다.

7살 소녀의
미스터리한 죽음

사건 이후 지금까지 나현이의 유족들과 강사 측의 엇갈린 주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유족측은 “나현이가 교사의 체벌에 의해 강당에 홀로 남겨졌고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강사 측은 “수업이 끝났음에도 나현이가 더 놀겠다고 버티다 혼자 있게 된 것일 뿐 교사도 나현이가 홀로 남겨진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나현이 아빠 김승주씨는 강사 측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CCTV화면 상 강사가 맨 끝에 스위치를 누르고 쳐다보는 시야각에서 아이를 못 봤을 리가 없다는 것.

김씨는 “병원에서 만난 아이의 바지가 축축해 봤더니 소변을 지린 상태였다. 분명 죽음에 이르기 전에 극심한 공포가 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아이가 그네를 넘어뜨리자 강사가 ‘가둘 거야’라는 말을 했을 것이다”라며 “아이를 죽여야겠다는 마음을 가지진 않았을 테지만 다음부터 그러지 않게 고의성을 가지고 혼내야 겠다는 의도는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창문하나 없는 캄캄한 강당에 어린 아이를 혼자 두고 나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는 당시 같이 발레수업을 받았던 아이들의 진술 녹취록에도 나온다. 전문 상담가를 동반해 실시한 증언에 따르면 아이들은 “(나현이가) 그네 타다가 넘어졌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놓고 간다 그래서 아니야 아니야 나현언니가 그랬는데 갑자기 쓰러졌어요” “(나현이가) 그네에서 떨어졌을 때는 놓고 간다는 소리만…”이라고 진술했다. 

‘나현아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카페지기 이용진씨는 “나 역시 두 아이를 나현이와 같은 유치원에 보내고 있었다. 발레강사는 평소에도 아이들에게 ‘가둘 거야’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며 “사고가 나기 몇 달 전에도 발레시간 때 클레임이 걸린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 아이가 화요일, 목요일 발레수업만 있는 날이면 같은 자리에 멍이 들어 온 것이다. 해당 부모는 유치원 측에 클레임을 제기했고, 원감으로부터 조치를 취했다는 얘기를 듣고 그냥 넘어 갔다고 한다.

이씨는 “당시 이런 일이 있었는데 그때 미흡한 조치를 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며 “유치원 측에서는 적절하고 충분한 조치를 했다고 하지만 믿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게다가 해당 강사는 유아를 보육할 수 있는 자격증도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현이 아빠 김씨는 사건 후 응급조치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아이가 쓰러졌지만 초기에 응급조치를 제대로 했다면 숨지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


김씨는 “눈이 많이 와 119를 부르지 않았다고 했지만, 119는 유치원과 불과 200m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며 “아이가 심각해지자 데리고 간 병원이 응급실조차 없는 일반 정형외과였고, 아이엄마의 요구에 의해 뒤늦게 119에 전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CCTV화면에 나타난 발레강사의 유연한 태도를 지적했다. 이씨는 “발레강사가 아이를 안고 2층에 올라간 후 정형외과로 옮겨질 때 바로 따라가지 않고 지하 강당으로 내려가 자기 짐을 챙긴 뒤 뒤늦게 도착하는 모습이 확인됐다”며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자신의 수업 중 일어난 사고인데 아이의 심장이 멎었다거나 했다면 짐을 챙기는 여유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숨져서 병원에 도착했다는 주장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고의성 있지만
형사처벌 못한다?

이밖에도 김씨는 발레강사의 고의성이 충분함에도 경찰 측 송치 소견서에서는 ‘불기소 무혐의’로 나온 데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지금까지 발 벗고 뛰어다니는 이유는 발레강사의 감금성에 대한 고의성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건강하던 아이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고 발레강사의 고의성이 다분하며 부검감정서 상에도 급성심장사로 고려해볼만하다고 나왔는데 발레강사의 죄가 인정되지 않는다니 억울하다”고 말했다. 


체벌·응급조치 등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들
‘나현이’로 시작된 모두의 문제…진실 가려야

이어 김씨는 “검찰은 고의성이 인정되지만 과연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가 죽었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라는 입장이지만 만 5년11개월 된 아이일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아무리 짧은 시간이었다 해도 공포감을 느낄 나이인데 아이에게는 그 자체가 육체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이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믿었던 경찰 측의 터무니없는 결과에 없는 돈을 쪼개 변호사를 샀다. 그리고 잔업은 물론 주말에도 계속 일을 하고 있다. 피해자가 경찰을 못 믿어 변호사 비용을 지불하고 그것을 위해 밤낮으로 일을 하며 뛰어다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김씨는 “내가 바라는 건 발레강사가 진실을 얘기해 정당하게 벌을 받고 내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 뿐”이라며 “아이의 발자취만 봐도 먹먹해지고, 사실상 가정은 파탄에 이른 거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는데 내 아이의 죽음이 이렇게 억울하게 묻혀버리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라고 울먹였다.

이씨 역시 “나현이 사건으로 시작됐지만 사실상 이는 모든 아이들의 문제”라며 “어느 날 내 아이가 불의의 사고를 당할지도 모를 일인데 당장 내 일이 아니라고 넘어가기보다는 관련자들이 뼈저린 경각심을 느낄만한 조치를 취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해야 한다”고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제2의 나현이 사건
일어나지 않도록…

선생님이 꿈이던 일곱 살 나현이. 미처 피어보지도 못한 채 난데없이 주검으로 돌아온 어린 딸 앞에서 아직도 부모는 비통한 울음을 멈추지 못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수많은 의혹들이 난무한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져야 함은 분명하다. 경찰 측에서는 무혐의 소견을 냈지만 검찰과 법원의 최종 판결에선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있음을 반드시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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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전쟁’ 이재명-한덕수 파워게임

‘주도권 전쟁’ 이재명-한덕수 파워게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됨에 따라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그런 한 총리 옆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우뚝 섰다. 국정 주도권이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혼란스러운 한 해가 저물어간다. 대통령 권한대행이란 대통령이 궐위, 또는 사고로 인해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이를 대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권한대행의 범위는 법으로 정해져 있으며 조약 체결이나 국군통수권을 비롯해 긴급명령·긴급경제명령 발동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헌정사 세 번째 권한대행이지만 구체적인 권한의 범위를 놓고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쌓여가는 요구안 첫 번째 권한대행은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서 고건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 이후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공백을 채웠다. 윤석열정부서는 한덕수 권한대행이 그 자리를 맡으면서 채 10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권한대행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경제부총리와 한국무역협회장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외교·안보는 물론 주가와 환율 등 경제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한 권한대행은 요동치는 경제 상황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국정 주도권은 법적으로 권한을 가진 한 권한대행이 쥔 것처럼 보이지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입김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카드를 들고 있을뿐더러 헌법재판관 임명권과 거부권을 놓고 여당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심의 과정에 참여한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계엄법 제 2조 6항에 따라 국방부 장관의 계엄 선포 건의가 국무총리를 거쳐서 대통령에게 이뤄졌다면 내란죄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며 한 권한대행을 내란 혐의로 고발했다. 한 권한대행의 탄핵소추안 가결은 야권 의석수만으로도 가능한 만큼 정국의 목줄은 사실상 야당이 쥐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되자 민주당 내부서도 한 권한대행의 탄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부겸 전 총리는 “나중에 (한 권한대행)수사를 하다가 혐의가 드러나면 그때 탄핵을 하면 되지 않나”라며 “당장 법안 하나하나 가지고 ‘뭘 하면 탄핵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이 보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민주당은 “국정 혼선을 고려해 일단 탄핵 절차를 밟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전히 당내에서는 한 권한대행에 대한 내란 사태의 책임과 국정 난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국정 안정을 위해 일보 후퇴하겠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의석수로 밀어붙이면 그대로 끝 총리 탄핵 밀당…신중하게 접근 이 대표는 “어제(14일) 한 권한대행과 통화를 했다”며 “이제는 여야를 가리지 말고 정파를 떠나 중립적으로 정부의 입장서 국정을 해나가셔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한대행은 교과서적으로 현상 유지관리가 주 업무고 현상을 변경하거나 새 질서를 형성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는 국정 공백 상황서 ‘탄핵 남발’ 프레임에 걸려들 경우 사법 리스크를 떠안은 민주당에 화살촉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발 물러섰지만 언제든 탄핵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는 상황인 만큼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쥔 거대 야당이라는 점엔 변함이 없다. 민주당은 어수선한 정국의 틈새를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바로 다음날인 지난 15일 이 대표는 정국 정상화를 위해 국회와 정부가 함께하는 초당적 협의체인 ‘국정안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크게 휘청인 금융경제, 민생에 관한 정책적 협의를 비롯한 추가경정예산안을 신속히 논의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이 이 대표를 선두로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고 자연스럽게 대권 행보로 이어가려는 포석을 깔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모든 정당과 함께 국정 안정과 국제 신뢰 회복을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며 “시장 안정화, 투자 보호 조치 등 경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초당적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이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협조를 요구하며 “거절 시 정당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이전에는 당 소속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서 정무적 판단을 했다면 이제는 그냥 국회 구성원이자 제2당으로서 국정 안전, 민생회복이라는 큰 공통의 목표에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국민 주권국가인 대한민국서 국민이 직접 선출한 권력기관은 이제 국회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띄운 국정안정협의체 제안에 한 권한대행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은 사실상 이를 거절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고 헌법 규정에 의해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됐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당정 협의를 통해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정치를 끝까지 하려고 한다”며 “그동안 민주당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어떻게 하면 윤정부를 붕괴시킬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마치 탄핵소추 이후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국정 운영 책임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건 옳지 못하고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기 대선 몸풀기 이에 이 대표는 “모든 논의의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가져가도 좋고 이름이나 형식, 내용이 어떻게 결정되든 상관없다”고 받아쳤다. 특히 “혹시라도 국정 전반에 대한 협의체 구성이 부담스럽다면 경제와 민생 분야에 한정해서라도 협의체를 구성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거듭 국민의힘의 참여를 요구했다. 민주당이 손을 내밀었지만 여당은 연일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권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이 이 대표의 죄를 덮어주는 ‘대선 출마 허가증’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정국 불안정으로 경제와 외교적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묻지마 탄핵’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미 대통령이 된 듯 ‘상왕 놀이’에 심취한 이재명 한 명의 존재가 한국 경제와 정치의 최대 리스크”라고 거들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를 겨냥해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난동범일 뿐”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홍 시장은 “범죄자, 난동범을 대통령으로 모실 만큼 대한민국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지만 ‘내란 정당’ ‘내란 공범’ 단어 앞에서는 무뎌질 뿐이다.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힌 한동훈 전 대표를 들어내고 그 자리에 친윤(친 윤석열)계를 앉힌 국민의힘인 만큼 윤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옹호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초당적 협의체를 제안한 야당과 이를 거절한 여당, 그리고 둘 사이에 낀 한 권한대행 간의 삼각관계는 갈수록 복잡하기만 하다. 권력의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사이 이 대표는 ‘개딸(개혁의 딸)’과 거리를 두고 보수 세력과 만남을 가지면서 중도 세력 확장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우선 지난 16일, 그는 자신의 팬클럽인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이장직은 재명이네 마을 회원 등급 중 하나로 이 대표만 가진 등급이다. 이 대표는 재명이네 마을에 “삼삼오오 광장으로 퇴근하는 여러분들도 그렇겠지만 저도 덩달아 요즘 챙겨야 할 일이 참 많아졌다”며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아쉬운 말씀을 전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비상시국인 만큼 야당 대표로서 업무에 주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끝없는 딜레마 앞서 민주당 내 비명(비 이재명)계는 이 대표의 팬덤 정치, 정당 사당화를 비판했다. 그동안 이장직을 내려놓지 않은 이 대표가 이런 결정을 한 데에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지자 중도층 확장을 위한 조치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8월 ‘이재명 2기체제’가 출범함과 동시에 금투세 폐지 등 경제 분야서 우클릭을 시도해 왔다. 12·3 내란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에도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TK(대구·경북) 지역을 찾거나 정·재계 보수 인사와 만남을 갖는 등 외연 확장에도 힘을 쏟았다. 지난 대선서 “윤석열은 싫지만 이재명도 싫다”는 비토 세력의 목소리가 컸던 만큼 중도층을 사로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 탄핵안을 연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정 안정을 위해 한발 물러섰지만 한 총리가 ‘양곡관리법’을 비롯한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사용할 경우 탄핵안 발의도 고려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한덕수 권한대행의 거부권 사용에 대해 “상황을 봐야겠다”면서도 “똑같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윤석열 시즌2’가 아닌가. 권한대행이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만일 사태에 대비해서 탄핵안은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국정 안정을 위해 한 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한 차례 보류했지만 윤 대통령과 똑같은 절차를 밟는다면 역시나 같은 결과를 맞이할 것이란 경고를 날린 셈이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한 권한대행은 헌법상 절차에 따른 권한대행일 뿐 선출된 권력이 아님을 명심하시라. 권한대행은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한 헌법상의 필요 최소한의 대통령 권한 행사만 대행해야 한다”며 “권한대행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을 무시하고 국민의 권한을 침탈하는 입법 거부권과 인사권을 남용하는 것은 헌법 위반으로 또 다른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거부해라, 받아라” “임명해라, 못한다” 여야 사이에 낀 한 총리 깊어지는 고민 반면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은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한 권한대행이 살얼음판을 걷는 사이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가 또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여야가 국회 추천 몫인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서면서다. 한 권한대행과 이 대표의 힘겨루기 역시 이 문제를 놓고 절정에 치달았다. 우선 야당은 한 권한대행이 행사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거부권은 불가능하지만 재판관 임명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대통령 궐위 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직무가 정지된 때에는 임명할 수 없다며 ‘거부권은 가능하지만 재판관을 임명할수 없다’는 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향후 치러질 윤 대통령 심판의 핵심이 되는 축이다. 재판관 3인의 공석으로 인해 ‘6인 체제’로 재판을 치를 경우 한 명만 이탈하더라도 탄핵안은 기각된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위해 민주당이 강경하게 밀고 나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탄핵안 남발로 역풍이 불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윤 대통령 탄핵이 갈림길에 선 지금 민주당은 ‘이판사판 전투태세’라는 게 한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국민의힘 주장대로라면 머릿수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서 무리하게 심판을 치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비상계엄 여진이 상당히 길다”며 “6인 체제로 심판할 경우 국민 정서에 어떻게 비춰질지 안 봐도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 권한대행을 탄핵하는 것은 결이 다른 이야기”라며 “국가가 불안정한 상태서 지도자를 자주 교체하는 건 대내외적으로 바람직하게 비치지 않는다. 지금 상황서 한 권한대행이 내밀 수 있는 카드가 없다. 협력 방안을 모색하며 여야의 협치에 기대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벼랑 끝 탈출구 윤 대통령의 경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달리 비상계엄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권한대행 역시 주어진 역할은 같지만 과거보다 활동 폭이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과거부터 권한대행은 여야 사이서 질타를 받는 위치였다. 잘해도 욕 먹고 못하면 더 욕먹는 고충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벌써 대통령처럼 행동하는 이 대표에게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여당의 제어가 필요하다”며 “여야 불문하고 힘든 시기일수록 협치를 최우선 가치로 둬야 한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 이 이상 국민에게 실망스러운 정치를 보여드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탄핵 후 처음 만났지만…빈손으로 돌아선 여야 지난 18일 국민의힘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상견례를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첫 대표급 만남이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머리를 맞대면 혼란 정국을 잘 수습할 것”이라면서도 “탄핵소추로 인해 국정이 마비 상태니 그것도 풀어주시기를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국정이 매우 불안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헌정 질서의 시급한 복귀”라며 “한덕수 권한대행 체제가 완벽할 수 없으니 국회 1당과 2당 모든 세력의 힘을 합치자”고 말했다. 이들은 여야 간 소통을 강화하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자주 만나서 같이 합의하고 결론을 낼 수 있는 게 있으면 보여주자. 오른손으로는 싸우더라도 왼손으로는 합의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