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멀리해야 하는 필자는 법이 없어도 한 점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 문학가로서 가끔 헌법을 위시해 여러 모순을 포함하고 있는 법률들에 대해 이야기하고는 한다. 법이 정도를 벗어난 이유는 법을 제정 혹은 개정하는 국회의원들이 염불보다는 잿밥, 즉 공익에 앞서 사리사욕에 혈안이 되어 그렇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첨언한다. 입법 및 법의 개정 과정서 주요 역할을 담당하는 국회 법사위원들 상당수가 법조계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결국 이 나라 법은 국회와 법조계가 공고히 결탁한 추악한 산물이라고 농담조로 이야기하고는 한다.
그런데 필자의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은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필자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는 듯 말이다. 그들의 반응을 바라보며 가장 공정하고 엄격해야 할 법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일어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지난주 <일요시사>에 게재했던 내용을 다시 인용해본다. 형사소송법 제196조(사법경찰관리) 중 1항이다.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
필자가 이를 다시 인용하는 이유는 아무리 되짚어 생각해봐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21세기 문명사회서 어떻게 이토록 추잡한 일이 가능한지 아연하기까지 하다.
상기 법 조항 전체를 액면 그대로 살피면, 검찰은 수사와 관련해 상당 부분 능력이 결여돼있는 것으로 드러난다. 오히려 경찰이 월등한 듯 비친다. 그런데 왜 수사 역량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검찰 조직이 수사를 전담하도록 했을까.
이 부분이 상당히 애매하다. 못된 위정자가 검찰을 홍위병으로 내세워 자신이 지니고 있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치졸한 편법의 산물로 간주해도 무방할 정도로 황당하다.
여하튼 상기 법 조항에 등장하는 경무관과 검사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보자. 창피스러운 일인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지금까지 검사가 지휘하는 사법경찰은 법무부, 즉 검찰 소속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창피한 일도 아니다. 상식에 입각해 바라보면 당연히 그렇게 돼야 한다. 경찰은 법무부가 아닌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산하 기관으로 검찰과 경찰은 명백하게 다른 기관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상기 조항에 등장하는 경찰들이 경찰청 소속이라면 당연하게도 검사는 경찰을 지휘할 일이 아니라, ‘협조를 받는다’는 식이 돼야 한다.
그런데 정말로 기가 막히는 일은 검사가 일선 경찰서장급인 총경을 넘어 경무관까지도 지휘한다는 부분이다. 지휘란 조직 내에서 하급 직원에게 적용되는 명령 체계인데, 그렇다면 총경은 물론 경무관도 검사보다 낮은 직급이란 말이 성립된다.
물론 검사 중에도 장관급 혹은 차관급 검사가 존재한다. 법무부와 행안부 둘 다 정부조직이란 광의의 틀에서 바라보면 행안부의 협조하에 상위직급의 검사가 하위 직급의 경찰을 지휘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상기 법 조항에선 모든 검사를 지칭하고 있다. 이 부분에는 갓 부임한 초임 검사도 해당된다는 말로 나이 20대 후반 혹은 30대 초반의 검사가 50대의 경무관을 지휘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이해된다.
필자가 살필 때 이는 자식이 아버지에게 명령하는 형국과 조금도 달라 보이지 않는다. 직급이나 연령대로 볼 때 명백한 패륜행위다. 그런데 이걸 법이라고 하니 그저 유구무언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