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이제 일본 불매운동은 일상이 됐다. ‘불매운동=애국’이라는 메시지의 힘이 컸다. 그 기세는 오는 15일 광복절을 기점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애국마케팅 역시 활기를 띠고 있다. 기업들은 애국마케팅을 ‘불매운동 맞춤형 전략’으로 채택, 홍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일본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일제 거부 움직임은 가시적이다. 시장 분위기는 불매운동으로 크게 달라졌다. 유니클로 매장에는 제품을 구입하는 사람보다 매장 안에 누가 있는지 둘러보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일제 거부
한 일본식 선술집 업주는 가게 간판과 인테리어를 뜯어고칠 계획이다. 백화점 푸드코트 내 일본풍 음식점을 향하는 손님들의 발길은 예전 같지 않다. 일본산 원재료가 사용된 제품들의 판매는 저조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뿐만이 아니다. 불매운동은 사회 곳곳으로 스며들고 있다. 여당 대표의 ‘사케 논란’과 공영방송 앵커의 ‘볼펜 해명’은 일제 불매운동의 현주소다.
올해 광복절은 여느 때보다 이목을 모으는 날이 됐다. 불매운동이 15일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불매운동은 식민지 역사의 상기와 함께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올해가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은 해라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
기업들도 머리를 싸맸다. 시장 환경이 갑자기 변하면서 대책 수립에 나선 것이다. 고민 끝에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바 ‘애국마케팅’이다.
애국마케팅은 ‘자발적 소비자’로부터 비롯됐다. 이들은 단순히 일제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품을 선정하고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 기저에는 반일감정도 얽혀 있었다.
이들의 행동은 실제 소비로 이어졌다. 그 결과 국내 제품들의 실적이 수직 상승했다. 국내 토종 속옷업체 BYC의 경우, 유니클로 불매운동의 여파로 직영점 매출과 온라인 쇼핑 매출이 동시에 증가했다. 결국 기업들이 애국마케팅의 가능성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다.
불매운동의 일상화, 시장 곳곳서 ‘뚜렷’
반사이익에…회사 성장 열쇠로 통할까?
홈플러스와 오비맥주는 ‘카스 태극기 패키지’를 지난 5일부터 판매했다. 해당 제품은 카스 캔맥주 12개가 들어 있는 파우치다. 바깥에는 태극기의 ‘건곤감리’가 프린트돼있다.
국내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일본 맥주는 불매운동의 시작과 함께 수입액이 급감했다. 일각에선 카스의 태극기 패키지 출하를 일본 맥주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포석으로 바라본다. 동시에 경쟁사 하이트진로 테라의 급격한 성장세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기도 한다.
토종 문구 제조사 모나미 역시 같은 날 애국마케팅을 시작했다. 모나미는 일본 불매운동의 수혜주로 꼽힌다. 모나미는 불매운동의 시작과 동시에 일본 필기구 대체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온라인쇼핑몰 11번가는 모나미의 ‘FX153 광복절 기념 패키지’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FX153은 총 4개의 볼펜으로 구성돼있다. 검정색·파랑색·빨강색 등이다. 모나미는 각 볼펜에 ‘우리 독립’ ‘정당한 권리’ ‘민중의 정성’ ‘역사의 힘’이라는 글귀를 적었다.
또 패키지 종이에는 3·1독립선언문에서 발췌한 글과 단재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탑텐은 국내 토종 SPA브랜드다. 탑텐을 운영하는 신성통상은 불매운동과 함께 수혜주로 급부상했다. 탑텐은 유니클로의 추락으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탑텐은 지난달 4일 광복절 티셔츠를 출시했다. 일명 ‘리멤버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탑텐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탑텐은 온라인스토어서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다. 탑텐 공식 홈페이지에는 2개의 모자와 13개의 티셔츠가 게재돼있다.
토종 유통 브랜드 GS리테일은 애국마케팅에 고삐를 당길 예정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GS편의점은 올해 초부터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도시락에 독립운동가 스티커를 붙였다. GS리테일은 이외에도 태극기 역사 알리기, 독도 영유권 강화를 위한 에코백 제작 등에 나섰다.
GS리테일은 과거 전범기업 제품 판매로 한 차례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초 남양유업이 일본 ‘모리나가제과’의 밀크 카라멜 우유를 생산했는데, GS리테일이 이를 판매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비판과 논란이 일자 두 회사는 생산과 판매를 즉시 중단했다.
“이번이 기회” 이미지 쇄신 노리기도
금융권까지 적극적, 애국마케팅 탑승
1910년 설립된 모리나가제과는 지난 2012년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조사한 299개 전범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업이다. 모리나가제과는 태평양전쟁서 일본군에게 전투 식량을 공급했다.
국내 유통 브랜드 이마트24도 애국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이마트24는 최근 개봉한 독립군 영화 <봉오동 전투>와 손을 잡았다. 이마트24는 ‘반합옛날도시락’ ‘불닭폭탄주먹밥’ ‘전투버거’ 등을 출시,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일본 기업으로 잘못 알려진 토종 기업들은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 국내 1위 카시트 업체 다이치는 사명으로 오해를 샀다. 일본어 느낌이 강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다이치는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 태극기를 걸고 “다이치는 대한민국 브랜드입니다”라는 문구를 게재했다.
다이치는 오는 15∼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36회 베페 베이비페어’에 참여한다. 다이치는 현장서 카시트를 구매하는 고객 500명을 대상으로 태극기 세트(태극기·깃대·보관함)를 증정하기로 했다.
금융권서도 애국마케팅이 엿보인다. 우리은행은 광복절 74주년·창립 120주년을 기념, ‘우리 특판 정기예금’을 내놨다. KB국민은행은 서울시 등과 함께 광복절에 맞춰 서울 태화관 터에 ‘3·1독립선언광장’ 준공식을 열 예정이다. 신협중앙회는 ‘신협 815 해방대출’을 통해 자영업자,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기웃기웃
OK저축은행도 ‘OK 8·15대축제’ 캠페인을 시작했다. OK저축은행은 오는 16일까지 캠페인을 열고 자유입출금 특판, 독립유공자 및 후손 대상 예적금 우대금리 제공에 나선다. DGB대구은행은 광복절을 기념해 3.1%의 고금리를 제공하는 ‘파랑새 적금(1년제)’을 오는 16일까지 판매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