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

“이제는 국민이 국회의원 심판해야”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0대 국회는 84일간의 공전을 끝내고 국회 정상화를 이뤘다. 정쟁에만 몰두하느라 일하지 않는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바닥을 친 지 오래다. 국민 여론조사서 77.5%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을 찬성했다. 하지만 이 법안을 만드는 일 역시 국회의원의 몫이다. 시급한 ‘국민소환제’ 법안 발의에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
 

▲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정동영 의원실

 

지자체장에겐 주민소환제가 있고, 대통령·국무총리·법관 등에게는 탄핵 절차가 있다. 유일하게 국회의원만 국민들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선거’ 외에는 국회의원들을 심판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대의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회의 자율적 자정효과를 위해 정 대표는 지난 6월26일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다음은 정 대표와의 일문일답.

-먼저 현 정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권이 바뀌고 세상이 달라질 줄 알았는데 전국 방방곡곡서 눈물 흘리는 국민들이 너무 많습니다. 전국의 자영업자·농민·청년·비정규직 노동자·가습기 살균제 피해자·택시기사 모두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뒤숭숭한데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제 때문에 먹고사는 문제를 걱정하는 국민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국회가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민생은 뒷전이고 싸움판 국회, 기득권 거대 양당제로 돌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을 내셨습니다.
▲요즘 가는 곳마다 ‘국회가 제발 일 좀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듣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치 의식과 경제적인 수준은 이미 세계 일류인데 우리 정치는 국민들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대통령도 헌법을 유린하거나 법을 위반하면 탄핵을 당하는 시대입니다. 대법원장·판사·장관·국무총리 모두 다 파면, 탄핵될 수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주민소환제에 의해 소환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국회의원만 파면·탄핵·소환으로부터 치외법권 지역에 있습니다. 국민들 눈에는 일도 하지 않고 싸움만 하는데 월급은 따박따박 받아가니 얼마나 미운 오리 새끼처럼 보이겠습니까. 국회가 최소한의 자정 노력을 해야겠다는 뜻에서 국회의원 소환제법을 민주평화당 당론으로 추진하게 됐습니다.

“일 않고 돈은 따박따박
얼마나 밉게 보이겠냐”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국회의원에게 국민소환제를 청구할 수 있는지, 또 어떤 효력이 발생하는지 궁금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46조는 국회의원의 청렴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가령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재산상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국회의원 신분으로 취득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자나 주식 거래를 한 경우에 국민소환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5·18 광주 희생자들을 짓밟고 사실을 왜곡하는 등 막말·망언 국회의원에 대한 탄핵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국민소환투표의 청구 방식이 비례대표와 지역구 국회의원이 다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 지역 유권자의 10%, 비례대표 전국구 국회의원의 경우 전체 유권자의 5% 동의를 얻으면 국민소환 투표를 실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우리나라서 투표권을 가진 국민이 약 4300만명 되고 보통 한 선거구에 유권자가 21만명 정도 됩니다. 그러니 지역구서 2만명, 전국서 215만명 정도 동의하면 국회의원을 소환할 수 있는 셈입니다.

-국민소환투표 청구 제한 기간을 임기 개시일부터 1년 미만, 또 임기만료일부터 1년 미만일로 정해놓으셨던데 기간을 정해놓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소신 있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은 보장하자는 의미로 기간을 정했습니다. 1년 동안 일을 시켜봐서 잘하면 박수 쳐주고요. 이후에 말썽을 일으키면 국민소환제 운동을 통해 ‘민의를 대변하고 공익을 위해 일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임기만료일부터 1년 미만으로 정한 이유는 선거에 불복해서 경쟁 후보에 대한 국민소환제 운동이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의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
국민소환제 도입, 국민 77.5% 찬성

-지난 국회서도 일 안 하는 국회의원에게 세비 반납 취지의 법을 발의했는데, 국회가 임기 만료되면서 무산됐습니다. 국민소환제 법안은 통과 가능할까요.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화답했고,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환영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 여러분 10명중 8명이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들의 지지와 관심이 계속된다면, 20대 국회서 선거제 개혁과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 등 역사에 남을 정치개혁이 충분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특히 언론의 관심이 필요하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정동영 의원실


-민심을 얻어야 재선이 가능한 국회의원 같은 경우에는 주민소환을 청구받는다는 자체가 민심을 잃었다는 뜻일 텐데요.
▲사람 하나 바꾸는 것이 개혁이 아니고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 개혁이라 생각합니다. 법과 제도가 바뀌면 법과 제도의 영향을 받는 국민의 삶이 달라지죠. 그래서 그 무엇보다 국민분들께서 나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어떤 법을 발의하는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의원님은 4선 의원으로 정계에 오래 계셨는데, 이번 국회를 바라보시면서 복잡한 심경이셨을 것 같습니다.
▲국회에 대한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신뢰도는 고작 1%고요. 국회의원 소환제를 도입하라는 요구를 넘어 ‘이럴 바엔 국회를 해산하라’는 국민적 분노가 분출되고 있습니다. 20대 국회가 역사에 남을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21대 총선서 심판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20대 국회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봅니다. 역사의 남을 국회가 될 것이냐. 국민적 지탄을 받는 국회가 될 것이냐. 국회가 국민을 대표하는 민의의 전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선거제 개혁과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일요시사> 구독자분들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선거제 개혁의 ‘ㅅ’ 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 정동영이 민주평화당 대표가 된 이후 ‘선거제 개혁에 민주평화당의 운명을 걸겠다’고 선언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화답을 이끌어내면서 이 시대 최고의 개혁 과제인 선거제 개혁을 국가적 의제로 만들어냈습니다. 국회의원 소환제도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충분히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평화당이 선거제 개혁과 국회의원 소환제 도입에 앞장서서 국민이 요구하는 정치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


<sangmi@ilyosisa.co.kr>

 

[정동영 대표는?]

▲서울대학교 국사학 학사
▲웨일즈대학교 대학원 저널리즘학 석사
▲문화방송 통일부 차장
▲제15대 국회의원(전북 전주시덕진구/새정치국민회의)
▲제16대 국회의원(전북 전주시덕진구/열린우리당)
▲제31대 통일부 장관
▲제18대 국회의원(전북 전주시덕진구/무소속)
▲제20대 국회의원(전북 전주시병/민주평화당)
▲민주평화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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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