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레미콘, 콘크리트, 골재 등 건설자재로 유명한 삼표그룹은 십수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삼표로지스틱스'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세무조사 주목
국세청은 지난해 말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에 위치한 삼표그룹 빌딩에 조사관을 파견해 회계 관련 장부를 확보하는 등 삼표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그룹 측은 "2006년에 이어 6년 만에 받는 정기 세무조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조사를 맡은 부서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란 점에서 단순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특별 세무조사일 가능성에 무게가 쏠렸다.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은 특정 혐의가 인지된 경우에만 움직이는 심층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부서. 업계 일각에선 국세청이 삼표그룹의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등을 포착하고 탈세 혐의를 캐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내부거래 의혹 중심에 있는 계열사가 바로 삼표로지틱스다.
1999년 설립된 삼표로지스틱스는 일반 화물차 운송업체로, 사이버화물 및 사이버택배 운송업과 건설폐기물 수집운반 등도 하고 있다. 처음 한국사이버물류란 회사였다가 삼표그룹의 기업이미지통합(CI) 작업에 따라 2004년 현 상호로 변경했다. 이듬해 물류부문 계열사인 삼표모터풀을 흡수합병하면서 사세가 더욱 커졌다.
문제는 삼표로지스틱스의 자생력이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거의 모든 매출을 계열사에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매년 1000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삼표로지스틱스는 지난해 매출 1848억원 가운데 1588억원(86%)을 계열사들과의 거래로 올렸다. 삼표로지스틱스에 일거리를 준 '식구'들은 그룹 주력사인 ㈜삼표(1303억원)를 비롯해 삼표기초소재(135억원), 삼표이앤씨(48억원), 네비엔(36억원), 남동레미콘(25억원), 산보산업(20억원), 삼표건설(10억원), 충안개발(7억원), 홍명산업(2억원), 엔알씨(1억원) 등이다. ㈜삼표(1101억원), 삼표기초소재(32억원), 남동레미콘(32억원), 삼표이앤씨(27억원), 산보산업(22억원), 삼표플라이애쉬(9억원), 홍명산업(2억원), 알엠씨(1억원) 등 계열사들은 2010년에도 삼표로지스틱스의 총매출 1463억원 중 1226억원(84%)에 달하는 '일감'을 몰아줬다.
그전엔 더 심했다. 내부거래율이 매년 평균 90%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삼표로지스틱스가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1년 96%(총매출 398억원-내부거래 381억원) ▲2002년 97%(393억원-383억원) ▲2003년 95%(515억원-487억원) ▲2004년 96%(485억원-466억원) ▲2005년 90%(616억원-554억원)로 나타났다. 이후에도 ▲2006년 80%(782억원-624억원) ▲2007년 87%(945억원-819억원) ▲2008년 84%(1403억원-1179억원) ▲2009년 91%(1259억원-1144억원)를 기록했다.
"그룹 물류 싹쓸이" 매출 90% 계열사서 올려
매년 1000억대 고정…주주 구성 의문투성이
삼표로지스틱스는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꾸준히 몸집을 불려왔다. 최근 3년 동안 적자 없이 매년 60억∼70억원의 영업이익과 30억∼4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총자산은 2001년 114억에서 지난해 573억원으로 10년 만에 5배가량 불었다. 같은 기간 22억원이던 총자본은 177억원으로 8배 이상 늘었다. 그동안 건설경기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직원의 경우 10년 전 57명에서 현재 130명으로 증원된 상태다.
삼표로지스틱스는 내부거래로 올린 실적을 바탕으로 최근 몇년간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2009년과 2010년, 지난해 각각 15억원씩 배당했다. 배당성향이 30∼38%에 달했다. 2008년엔 9억원(22%)을, 2003년의 경우 7억원을 배당했는데 당시 배당성향은 무려 187%의 초고배당이었다.
삼표로지스틱스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오너일가와의 관계가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삼표로지스틱스는 금감원 전자공시를 통해 "지난해 말 현재 당사의 주주는 대원(50%) 및 그 특수관계자(50%)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으나, 대원이란 회사와 특수관계자의 신분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배·종속관계 등 특수관계자를 설명하면서 최상위지배자는 정대현씨, 지배기업은 대원이라고 기재했다. 2006년까지만 해도 삼표로지스틱스의 주요주주는 ㈜삼표(70.8%)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19.2%), 삼표이앤씨(10%)였다.
형 정문원 전 강원산업 회장을 대신해 부친 고 정인욱 창업주가 별세한 1999년부터 그룹 경영권을 잡은 정 회장은 본격적인 3세 체제 구축에 나섰다. 그 주인공이 정대현씨다. 정 회장의 외아들 대현씨는 막바지 경영수업 중이다. 2005년 과장으로 ㈜삼표에 입사해 2009년 부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이듬해 상무가 됐다.
꾸준히 몸집 불려
가정도 꾸렸다. 올해 35세인 대현씨는 지난해 4월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녀 윤희씨와 결혼했다. 대현씨는 윤희씨의 오빠 구본혁 LS니꼬동제련 이사와 친구 사이로, 두 사람은 어린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친분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의 두 딸도 모두 재계에서 내로라하는 '있는 집'으로 시집갔다. 장녀 지선씨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외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차녀 지윤씨는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장남 박성빈 사운드파이프코리아 대표와 결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