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60)삼표그룹-삼표로지스틱스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7.11 09: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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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모르는 '발 뻗고 돈 벌기'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레미콘, 콘크리트, 골재 등 건설자재로 유명한 삼표그룹은 십수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삼표로지스틱스'다. 이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세무조사 주목

국세청은 지난해 말 서울시 종로구 수송동에 위치한 삼표그룹 빌딩에 조사관을 파견해 회계 관련 장부를 확보하는 등 삼표그룹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그룹 측은 "2006년에 이어 6년 만에 받는 정기 세무조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조사를 맡은 부서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란 점에서 단순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특별 세무조사일 가능성에 무게가 쏠렸다.

'국세청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은 특정 혐의가 인지된 경우에만 움직이는 심층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부서. 업계 일각에선 국세청이 삼표그룹의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등을 포착하고 탈세 혐의를 캐고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내부거래 의혹 중심에 있는 계열사가 바로 삼표로지틱스다.

1999년 설립된 삼표로지스틱스는 일반 화물차 운송업체로, 사이버화물 및 사이버택배 운송업과 건설폐기물 수집운반 등도 하고 있다. 처음 한국사이버물류란 회사였다가 삼표그룹의 기업이미지통합(CI) 작업에 따라 2004년 현 상호로 변경했다. 이듬해 물류부문 계열사인 삼표모터풀을 흡수합병하면서 사세가 더욱 커졌다.


문제는 삼표로지스틱스의 자생력이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 결과 거의 모든 매출을 계열사에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매년 1000억원대 고정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삼표로지스틱스는 지난해 매출 1848억원 가운데 1588억원(86%)을 계열사들과의 거래로 올렸다. 삼표로지스틱스에 일거리를 준 '식구'들은 그룹 주력사인 ㈜삼표(1303억원)를 비롯해 삼표기초소재(135억원), 삼표이앤씨(48억원), 네비엔(36억원), 남동레미콘(25억원), 산보산업(20억원), 삼표건설(10억원), 충안개발(7억원), 홍명산업(2억원), 엔알씨(1억원) 등이다. ㈜삼표(1101억원), 삼표기초소재(32억원), 남동레미콘(32억원), 삼표이앤씨(27억원), 산보산업(22억원), 삼표플라이애쉬(9억원), 홍명산업(2억원), 알엠씨(1억원) 등 계열사들은 2010년에도 삼표로지스틱스의 총매출 1463억원 중 1226억원(84%)에 달하는 '일감'을 몰아줬다.

그전엔 더 심했다. 내부거래율이 매년 평균 90%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삼표로지스틱스가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1년 96%(총매출 398억원-내부거래 381억원) ▲2002년 97%(393억원-383억원) ▲2003년 95%(515억원-487억원) ▲2004년 96%(485억원-466억원) ▲2005년 90%(616억원-554억원)로 나타났다. 이후에도 ▲2006년 80%(782억원-624억원) ▲2007년 87%(945억원-819억원) ▲2008년 84%(1403억원-1179억원) ▲2009년 91%(1259억원-1144억원)를 기록했다.

"그룹 물류 싹쓸이" 매출 90% 계열사서 올려
매년 1000억대 고정…주주 구성 의문투성이

삼표로지스틱스는 계열사들을 등에 업고 거둔 안정된 매출을 기반으로 꾸준히 몸집을 불려왔다. 최근 3년 동안 적자 없이 매년 60억∼70억원의 영업이익과 30억∼4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총자산은 2001년 114억에서 지난해 573억원으로 10년 만에 5배가량 불었다. 같은 기간 22억원이던 총자본은 177억원으로 8배 이상 늘었다. 그동안 건설경기가 좋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직원의 경우 10년 전 57명에서 현재 130명으로 증원된 상태다.

삼표로지스틱스는 내부거래로 올린 실적을 바탕으로 최근 몇년간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2009년과 2010년, 지난해 각각 15억원씩 배당했다. 배당성향이 30∼38%에 달했다. 2008년엔 9억원(22%)을, 2003년의 경우 7억원을 배당했는데 당시 배당성향은 무려 187%의 초고배당이었다.

삼표로지스틱스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오너일가와의 관계가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삼표로지스틱스는 금감원 전자공시를 통해 "지난해 말 현재 당사의 주주는 대원(50%) 및 그 특수관계자(50%)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으나, 대원이란 회사와 특수관계자의 신분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배·종속관계 등 특수관계자를 설명하면서 최상위지배자는 정대현씨, 지배기업은 대원이라고 기재했다. 2006년까지만 해도 삼표로지스틱스의 주요주주는 ㈜삼표(70.8%)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19.2%), 삼표이앤씨(10%)였다.


형 정문원 전 강원산업 회장을 대신해 부친 고 정인욱 창업주가 별세한 1999년부터 그룹 경영권을 잡은 정 회장은 본격적인 3세 체제 구축에 나섰다. 그 주인공이 정대현씨다. 정 회장의 외아들 대현씨는 막바지 경영수업 중이다. 2005년 과장으로 ㈜삼표에 입사해 2009년 부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이듬해 상무가 됐다.

꾸준히 몸집 불려

가정도 꾸렸다. 올해 35세인 대현씨는 지난해 4월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녀 윤희씨와 결혼했다. 대현씨는 윤희씨의 오빠 구본혁 LS니꼬동제련 이사와 친구 사이로, 두 사람은 어린시절부터 알고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친분으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의 두 딸도 모두 재계에서 내로라하는 '있는 집'으로 시집갔다. 장녀 지선씨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외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차녀 지윤씨는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장남 박성빈 사운드파이프코리아 대표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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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