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아십니까’는 옛말…정교해지는 사이비 포교법 대해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6.03 10:55:18
  • 호수 12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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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은 먹을거로 남자는 미인계로 ‘꼬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사이비·종교단체들의 포교활동도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이들은 취업준비생, 대학교 신입생 등 순진무구한 일반인들을 노려 다양한 방법으로 포교를 하고 있다. <일요시사>가 날로 정교해지는 포교활동에 대해 알아봤다.
 

▲ 전남대학교 포교금지 ⓒ전대신문

시대가 변하면서 사이비 종교단체들의 포교활동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예전처럼 길거리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도를 아십니까”라고 묻던 시대는 지났다. 처음부터 본색을 드러냈다가는 거절당하기 일쑤니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개인 신상을 알아내고 있는 것.

취업자 타깃

신도들은 취업준비생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한다. 종교단체임을 숨기고 대외활동 및 봉사활동 단체로 둔갑한다. 다양한 교육과 체험을 해준다는 미끼로 취업준비생들을 끌어들인다. 이 단체들은 수준 높은 강연이나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참여자들을 유인한 후 활동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포교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벌이가 변변치 않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광고 전단지나 인터넷 취업사이트를 통해 포교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다. ‘말씀 청취 알바 구함’이란 제목으로 올린 이 광고는 하루 1시간30분만 선교사의 말을 들어주면 하루 1만원을 지급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총 10회 참여가 의무사항이다.

공고 내용에는 ‘선교사를 배출하는 과정서 상대로 스피치 연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신앙인의 경우 우선채용하겠다’는 말도 덧붙여져 있다. 말씀 청취 알바는 벽보 광고를 통해서도 홍보하고 있는데, ‘예비 선교사님을 도와주실 분 찾습니다’란 제목으로 1회에 1시간 가량 예비 선교사의 스피치를 듣고 소감문을 기록하면 6000원의 시급을 준다고 적혀있다.


“쉽게 돈 벌수 있다” 유인
유명 언론사 사칭해 인터뷰

이 알바는 ‘듣기만 하면 되는 쉬운 알바’로 소개되어 일자리를 구하는 젊은 청년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광고들은 신천지의 교리를 듣게 하는 교묘한 표교 방법으로, 수년째 진행되고 있다. 선교사 관련 정보가 부족한 일반인들은 비교적 편하게 돈을 벌수 있다는 생각에 함정에 빠져들 위험이 크다. 특히 선교사를 도울 수 있다는 취지의 광고로 인해 기독교, 천주교 등 신앙인들이 더더욱 혹하게 된다. 

취업 스터디를 가장해서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취업스터디 초반에는 의심을 차단시키기 위해 취업 목적으로 스터디를 운영하지만, 어느 정도 가까웠다 싶으면 종교 이야기를 꺼내며 포교활동을 한다. 여러 사람이 한 사람에게 집중공세를 활용해 판단력을 흐려놓는 게 특징이다. 

미인계 시도

카카오톡과 전화를 활용해 포교를 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부터 해온 길거리 포교법의 단점을 보완하고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 SNS를 활용해서 발전하고 있다. 카카오톡 포교법의 대상자는 이성에 관심이 많고 외로운 남성을 주 타깃이다. 일명 미인계 포교법으로 통한다. 

포교자는 남성들이 좋아할만한 외모의 신천지 여성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놓은 다음 SNS을 통해 메시지를 보낸다.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면 남성은 “누구세요?”라고 답이 돌아오면, “00이 아니냐”고 다른 이름을 댄다.


아니라고 하는 대답에 “그럼 이름이 어떻게 되냐”고 물으면서 잘못 알았다며 사과한다. 이후 친근감 있는 말투와 귀여운 이모티콘으로 남성의 환심을 산 다음, 적극적으로 반응을 하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연락처를 물어보면서 만남을 유도한다. 이후 만나는 횟수를 점점 늘리면서 남성을 종교에 끌어들인다. 

초등생 간식

대학교와 도심 길거리서 행해지던 포교활동은 이제 초등학교 교문 앞까지 침투했다. 초등학생 대상으로 간식거리나 학용품으로 접근해 꾀어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주로 사회경험이 적은 저학년 아이들을 타깃으로 삼는다. 아이에게 다가가 이름, 휴대폰 번호, 주소지 등 신상정보를 요구하기도 한다. 학부모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혼자 있는 아이들만 노리는 등 수법도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인터뷰 사칭

길거리서 인터뷰를 잠깐 할수 있겠냐는 말로 포섭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가에선 대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잡지를 사칭한다. 인터뷰에 응한 대상자에게 대학생 트렌드에 대해 물으면서 일반적인 인터뷰를 진행한다. 점점 대상자를 친찬하는 등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다음 만날 약속을 잡는다.

공강시간이나 수업 끝나고 보자면서 이름과 연락처를 알아낸 다음 주기적으로 연락을 취하는 수법이다. 인터뷰로만 여긴 학생들은 연락처를 알려주게 된다.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유명한 잡지의 이름을 대고 첫사랑 이벤트에 당첨됐다면서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 신도는 대상자에게 “어떤 분이 당신을 첫사랑으로 지목했다.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터뷰를 하는 줄 알고 나온 대상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자연스레 교리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식이다. 
 

 

예비 대학생이나 신입생을 대상으로 방송국을 사칭해 종교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하겠다고 접근하기도 한다. 신도는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방송국이라고 밝힌 뒤 청년들이 교회에 안 나가는 이유와 교회에 다닐 의향에 대해 물어본다. 진짜 방송국이라고 믿는 청년들은 인터뷰에 성실히 임하면서 신도의 말을 경청하게 된다. 이후 학생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포교활동을 시작한다.

토익 매개체로

로버트 할리가 믿는다는 몰몬교에선 영어를 무료로 가르쳐 준다면서 접근을 시도한다. 2인1조로 다니는 몰몬교 신도들은 지방대학교를 주로 공략하는데, ‘무료 영어과외’ 전단지를 붙여 놓는다. 영어를 무료로 배우고 싶어하는 대학생들은 몰몬교 신도에 꾐에 빠져 주기적으로 연락을 취하게 되고, 결국 몰몬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토익을 매개체로 이용하는 포교활동도 있다. 이들은 토익 점수가 낮은 대학생을 노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게 토익 스터디에 가입하자고 한다. 토익 스터디의 강사들은 영어스터디의 일환으로 영어 성경묵상(QT)을 제안한다. 영어 공부에 열의가 있는 대학생들은 이를 수락하고, 수업에서는 점점 성경묵상의 빈도가 높아진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영어캠프’도 주의해야 한다. 영어훈련을 한다는 3박4일 캠프가 세칭 ‘구원파’의 교육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영어교실에서는 회장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것을로 알려져 있다. 


신입생 타깃

대학의 교내 신입생들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신입생 개인 의사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연락하면서 접근해 포교활동을 벌이는 것. 실제로 한 대학 SNS에 수상한 종교단체의 꾐에 넘어갈 뻔한 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무료 영어 과외로 빙자해 섭외
“말만 들어도 하루 1만원” 접근

자신을 신입생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면접이 끝나고 단과대학 건물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떤 분이 다가와 면접 잘 봤냐고 물었다. 그리고 학과를 물어보더니 자신이 그 학과 출신이라며 종교를 물었다. (본인이) 선배니까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도와 줄테니 핸드폰 번호를 알려줄 수 있냐고 물었다”며 “속으로는 알려주기 싫었지만 번호를 알려줬다. 그 뒤에도 선배란 사람이 주기적으로 연락하면서 종교 이야기를 함께했다. (당시)단호하게 연락을 끊었어야 했는데 성격상 말을 못 꺼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포교 활동이 자유 영역에 속하지만 거부 의사를 표현해도 지속될 경우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포교활동을 원하지 않으면 거부 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할 필요가 있다. 

심리상담 호객


포교활동은 대개 마음이 약하거나 의지할 곳이 필요한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노린다. 길거리에 부스를 차리거나 지인 섭외를 통해 심리상담을 해준다면서 포교활동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종교 단체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상담을 해야 한다며 그림을 그리라거나 설문지를 작성하게 한 다음, 자세히 이야기를 들으려면 한 번 더 만나야 되겠다며 이름과 전화번호를 입수한다.

다음에 만날 때에는 상담을 해주는 척 하다가 종교 이야기를 꺼내며 포교로 이어진다. 길거리서 흔히 ‘미술치료’ ‘심리 상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일반인들을 호객한다. 젊은 청년들은 호기심에 접근을 하면 신도들은 자연스럽게 포교활동을 시작된다. 

학회 관계자는 “길거리서 상담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일단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통 전문가들은 거리서 만나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상담하지 않는다. 오히려 연구소, 센터, 기관, 대학 기구서 연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해당 관계자는 “혹시라도 길거리서 자신을 한국상담학회 회원이나 또는 다른 학회원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이 있다면 직접 학회에 확인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박민성 변호사는 <법률방송뉴스>와의 인터뷰서 “길거리 포교활동은 불법이다. 왜냐하면 싫다고 하는데 앞으로 계속 따라오거나, 물품 강매, 위협적인 말을 통해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에는 경범죄 처벌법에 형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조상을 운운하거나, 앞으로 불운이 닥친다거나, 누가 죽는다거나 하는 식의 공포심을 유발해 금전을 받아도 협박죄로 형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확실한 거절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거절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따라와 강요를 할 경우 나중에 피해를 당했다고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녹음을 해야한다. 녹취를 증거로 이러한 피해를 받았다는 입증이 되는 증거물로 사용할 수 있다. 

경찰청이 발표한 최근 3년간 이 같은 포교행위로 신고된 선수는 연중 20건 미만이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6년 17건, 2017년 10건, 올해 6월 기준으로 18건이었다. 실제로 일어난 포교 행위에 비해 신고 건수가 적은 이유는 동영상, 녹음 등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현장서 단속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펴자” vs “접자" 성경책 트집
천기총-신천지 공개토론 결렬

천안시기독교총연합회(이하 천기총)가 신천지에 제안한 공개토론이 결렬됐다. 양쪽은 진행 방식에 있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신천지 측은 “성경을 보고 토론하는 방식을 수용할 수 없다”며 공개토론을 거부했다. 

천기총 관계자 3명과 신천지 천안교회 측 3명은 공개토론 최종조율을 위해 마주앉아 양측이 각각 5개 주제를 정해 발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신천지 측은 “신천지에선 성경을 보지 않고 성경 내용을 증거한다”며 양측 모두 성경을 펼치지 않고 토론할 것을 요구했다.

천기총은 “성경 공개토론서 성경을 보면서 토론하자는 건 누가 봐도 당연한 건데 이를 트집 잡아 토론할 수 없다고 하는 신천지 측의 태도는 공개토론에 응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객관적 자료를 통해 청중들이 어느 쪽 말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토론 방식을 놓고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결국 공개토론은 결렬됐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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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