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달, 기숙학원 안성탑클래스는 문을 닫았다. 하지만 강사들의 임금과 적립금 지급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심지어 학원생 매매를 통한 소개비 챙기기 의혹도 일었다. 이 모든 사건에는 이사장이 연루돼있었다. 강사들에 따르면 대표는 허수아비일 뿐 이사장이 실질적인 권한과 실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성탑클래스 학원에 근무했던 강사 A씨는 “안성탑클래스 기숙학원서 임금체불, 퇴직금 미지급, 적립금 횡령, 학원생 매매를 통한 ‘소개비’ 챙기기 등 온갖 부정행위와 위법행위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온갖 부정행위
적립금이란 기본적으로 강사들의 비수기 급여를 보전하기 위한 의도서 만들어진 ‘적금’과 같은 것이다. 시내 재수종합반이든 시외 재수기숙학원 종합반이든 재수종합반 강사들은 11월 수능이 끝나고 당해 12월 및 다음 해 1~2월 초순까지는 자신이 상근하는 학원서의 소득이 전무하다.
바로 이런 이유로 강사들은 소득의 일부를 학원 측에 맡겨두었다가 당해 12월 급여일에 맞춰 지급받는 것이 관례였다. 비수기를 버텨내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적립금은 통상 월마다 강사가 수업한 총 수업 시수에 시수당 임금을 곱한 총 강의금액의 10%를 적립금으로 떼어놓는다.
그런데 학원 측은 이 같은 용도의 적립금을 고용계약서에 퇴직금을 대체하는 것으로 명기하는 등의 방법을 써서 강사 개인의 적립금을 착복하고 횡령해왔다. 강사들은 사실상 월급서 떼어 모아온 적립금을 퇴직금 명목으로 수령해왔고, 학원 측은 퇴직금을 지급한 것처럼 국세청을 속여온 것이다.
학원 측은 법을 위반하고서도 처벌받지 않는 데 ‘적립금’을 악용해왔다는 결론이 나온다.
강사들은 고용계약서상의 내용만 믿고 자신 몫의 퇴직금을 강탈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조항을 알고 고용노동부에 고소하거나 민사 소송을 감행하는 강사도 있었다. 학원 측은 이런 경우에는 적립금과 퇴직금을 모두 지급했다.
A씨에 따르면 안성탑클래스 본원의 이모 대표이사는 매형으로 알려진 김모 이사장의 허수아비에 불과하며, 실제 현장서 모든 권한과 실력을 행사한 이는 김 이사장이다. 안성탑클래스 본원이 처음 삼죽면에 개원했을 때 대지와 건물의 소유주는 김 이사장이었다.
김 이사장은 체불된 임금의 지불을 요구하는 강사들에게 매번 학원 경영상의 어려움을 들어 임금의 지급을 미뤄왔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학원이 폐원했다.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어버린 강사와 직원들은 임금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전임강사들과 시간강사들의 경우 길게는 6개월, 짧게는 1개월의 급여를 지급받지 못했다. 경리과장의 말에 따르면, 학원식당 및 환경미화 직원과 생활담당교사들을 비롯한 약 30여명을 상회한 전 직원의 체불임금 총액은 약 4억원을 넘는다고 한다.
학원 운영의 전반을 책임지며 실질적 권한을 행사한 김 이사장은 체불된 임금의 지급을 요구하는 강사들에게 “자신만 믿어라” “절대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며 직원들을 안심시켰다고 한다.
A씨는 “8년간 매년 매출 50억서 70억 정도를 올린 우량한 학원이었다. 죽산으로 학원을 옮긴 뒤에도 2년간 최소한 20억서 30억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며 “김 이사장과 이사들이 말하는 ‘재정상의 위기’는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책임 회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사들 임금·적립금 4억 넘게 체불
“나만 믿어” 약속했는데 폐업 후 잠수
김 이사장은 자신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면서 “나도 그만두면 그만이다. 나를 오라는 데가 여러 곳”이라는 위협성 발언으로 강사들의 요구를 무시했다. 윽박을 지르거나 고성을 내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는 “체당금이 있지 않느냐”와 같은 무책임한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안성탑클래스 측은 퇴직금 미지급을 항의하고 고용노동부 등에 진정하거나 고발하는 강사에게만 선별적으로 퇴직금을 지급하는 행태도 보였다.
안성탑클래스 본원은 학원을 정리하며 재원 중인 학원생들을 타 재수기숙학원으로 이동시켰다. 이 과정서 흔히 학원가의 관행이라 불리는 소개비를 받았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됐다.
소개비는 학생 1인당 1개월 수강료에서 길게는 2∼3개월 수강료를 지불하는 것이 통례. 재수기숙학원의 1개월 수강료는 대략 280만원 정도이며 기타 교재비 등의 부대비용을 감안한다면 300만원에 육박한다.
김 이사장은 지난 3월3일 학원에 재원 중이던 재수생 30여명을 광주초월면 소재 모학원으로 이동시켰다. 학원생 이동에 대한 통지는 바로 전날인 토요일에 공지됐으며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학원생들은 이사장의 설득에 학원을 옮기게 됐다.
이 과정서 김 이사장은 자신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으며, 옮겨가는 학원과 어떤 이면계약도 하지 않았음을 학생들에게 피력했다. 강사와 직원들에게는 자신의 노력으로 파산은 막았으며, 재원생들 역시 더 좋은 교육 환경이 갖춰진 브랜드 학원으로 옮겨가는 것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학생들을 넘긴 대가로 1100만원의 계약금을 선지급받았고, 1개월 후 나머지 금액에 대한 소개비를 수령하기로 돼있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퍼졌다. 이에 김 이사장은 “1100만원은 계약금이 아니라 사적으로 빌린 돈이며 학원의 밀린 전기요금을 갚는 데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강사는 “만에 하나라도 소개비 명목의 돈을 1개월 후 받게 될 시에 그 돈을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며 “혹시 그런 돈이 있다면 밀린 급여를 지급하는 데 우선적으로 쓰여야 할 것”이라고 통지했다.
대다수의 강사들은 이사장의 부도덕한 일처리 방식과 체불 임금, 강사 적립금, 퇴직금 등 그 어느 것 하나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이 소개비 역시 사적인 용도로 유용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뭘 노렸나?
A씨는 “이사장과 이사들은 이미 ‘파산’ 신청을 염두에 두고 고의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등의 기만적 행동을 했던 것”이라며 “마지막까지 학생 팔아넘기기를 통해 자신들의 이익을 편취하려는 수단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