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별들의 ‘SKY 캐슬’ 대해부

아무나 못 가는 로열패밀리 귀족학교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드라마 <SKY캐슬> 열풍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서울대 의대를 보내기 위한 치열한 경쟁과 암투를 그린 작품이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샀다. 과도한 교육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나온다. 명문 학교에 대한 열망은 재계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다. 재계 별들의 선호 명문학교를 확인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재계의 주요 기업인들도 자녀 교육 고민은 똑같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좋은 환경서 자녀를 공부시키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학교서 형성되는 인적 네트워크가 향후 큰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자녀의 학교에 더욱 관심이 많다.

부모 마음
자식 사랑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인맥은 무시하지 못한다. 경기초등학교, 영훈초등학교와 경복초등학교는 오랫동안 명문 초등학교로 알려졌다. 이들 학교 공통점은 사립초등학교라는 점이다. 아울러 재계의 주요 기업인의 자녀들이 다수 졸업하기도 한 곳이기도 하다.

서울 서대문구 경기대로에 위치한 경기초의 경우 1965년 설립돼 역사가 시작됐다. 경기초는 재계의 유력 인사들의 출신학교로 유명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하점 총괄사장 등 범삼성가 인사들의 출신학교이기도 하다. 아울러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 총괄사장,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녀이자 정몽필 전 인천제철 사장의 딸 정유희씨, 남석우 남영비비안 대표이사, 신원그룹 박성철 회장의 차남 박정빈씨 등 주요 재계 인사 및 로열패밀리가 나온 학교이기도 하다.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의 아들도 경기초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경기초 출신 인사들은 경기회라는 사교클럽을 통해 친목을 도모한다. 소속 회원은 이서현 사장, 정유경 총괄사장, 정유희씨 등이다.

경복초도 명문 초등학교로 꼽힌다. 경복초 출신 재계 인사 역시 만만치 않다. 경복초는 1978년 12월 설립됐다. 현재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해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 이해욱 대림그룹 부회장, 이해창 대림코퍼레이션 부사장,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 등이 경복초를 졸업했다.

국정 농단으로 구설에 올랐던 최순실씨 역시 경복초를 통해 인맥을 형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복초는 다시 한번 눈길을 끌기도 했다. 경복초는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의 모교다. 최순실씨는 학부모들의 모임을 통해 인맥을 쌓았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영훈초등학교도 명문 초등학교로 거론된다. 1965년 9월에 설립됐다. 서울시 강북구 도봉로에 위치했다. 영훈초가 유명해진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과 이서현 사장 딸이 이곳 출신이라는 점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경기초등학교에 이어 제2의 삼성가 초등학교라고 불리기도 했다.

재계 오너 일가 선호하는 명문교 어디?
초교부터 학맥관리…중교는 유학 준비

영훈초는 국내서 가장 비싼 학비를 기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17개 시·도 교육청 자료를 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영훈초의 학비가 1157만원으로 조사 대상 학교 가운데 가장 비싼 학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평균적으로 사립초등학교의 학비가 비싸다. 영훈초 외에 1년 학비가 1000만원을 넘는 학교는 우촌초(1110만원), 경복초(1107만원), 한양초(1099만원), 계성초(1034만원), 대성초(1028만원), 동래초(1024만원), 홍익대부속초(1019만원), 인성초(1013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이들은 국제학교나 외국인학교를 많이 간다. 서울외국인학교나 용산 국제학교가 손꼽힌다. 주로 재계 4세에서 보이는 특징이다. 국제중학교는 귀국 학생들이 국내 학교서의 적응과 조기유학 수요를 국내에 흡수하기 위해 도입됐다. 1998년 부산국제중학교가 시초다.

국내 재계 4세들은 외국인 국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또 외국 명문대로의 입학이 용이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들 학교를 선택해 수학하는 경우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도 영훈 국제중학교로 진학했다. 이 외에도 신격호 롯데 회장,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손자 등이 국제중을 선택했다.

해당 학교들은 학비가 비싸다. 연간 학비가 4000만원에 달하는 곳도 있다. 국내 대학 등록금 수준을 훌쩍 넘는다. 이 때문에 귀족학교라는 논란이 불거지며 시민단체들로부터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중학교부터 외국으로 유학길에 오르는 경우도 많다.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은 영중중학교를 다니다 외국으로 유학길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정용진 부회장의 자녀도 외국에 위치한 중학교를 선택했다.

국내냐?
해외냐?

고등학교의 경우 국내파와 해외파로 나뉜다. 대표적인 외국 명문 고등학교는 세인트폴 고등학교다. 세인트폴 고등학교는 미국 미네소타주에 본교가 있다. 국내에도 2014년부터 분교가 설립돼 운영하고 있다. 입학 대상학년은 8학년부터 12학년까지로 국내 고교 교과과정에 걸친다. 연간 학비는 5만3810달러(기숙사비 포함, 한화 약 6300만원) 수준이다. 중형차 가격에 준하는 액수다.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이 이곳 출신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아들들인 한화큐셀 김동관 전무,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도 해당 학교를 나왔다. 이들은 서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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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명문고등학교는 경기고등학교와 경복고등학교가 ‘투탑’을 이룬다. 경기고 출신 오너들은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김희철 벽산 회장, 이준용 대림 명예회장 등이다. 이 외에도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김승연 회장, 김영훈 대성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 김호연 빙그레 회장 등이 경기고가 모교다.

경복고는 다수의 재계 총수들을 배출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이재용 부회장, 정용진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홍영철 고려제강 회장 등이 이 곳을 나왔다. 경기고와 경복고 출신 인사들이 재계에 다수 활약하고 있다.

<데이터뉴스>에 따르면 30대 그룹 상장계열사 CEO 중 경복고 출신이 8.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출신 고등학교가 파악된 136명 중 11명이 경복고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경기고(10명), 부산고(5명), 경남고(4명), 마산고(4명) 순이었다. 

<데이터뉴스>가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와 30대그룹 상장계열사 CEO인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0대 그룹 상장계열사는 모두 189곳으로 총 244명의 대표이사 각 회사를 이끌고 있다. 30대 그룹 중 부영그룹은 상장계열사가 없어 표본서 제외했고, 2개 이상의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을 경우, 복수 제거 후 1명으로 계산했다. 


출신 고등학교가 파악된 CEO는 136명으로, 이 중 11명이 경복고 출신(8.1%)으로 나타났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 현대모비스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 이복영 이테크건설 · 유니드 회장 등이 경복고 출신이다. 경기고 출신은 10명(7.4%)으로 집계됐다.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손경식 CJ회장,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 등이 경기고를 출신이다. 

국제학교로?
외국인학교로?

부산고는 총 5명(3.7%)의 경영인이 있는데 이갑수 이마트 사장, 황창규 KT 회장 등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경남고·마산고 출신은 각각 4명으로 집계됐다. 정도현 LG전자 사장, 허창수 GS·GS건설 회장 등이 경남고,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은 마산고를 졸업했다. 

이 외에 여의도고, 경북대 사범부속고, 경동고, 보성고, 용산고, 충암고 등은 각 3명(2.2%)씩을, 광주제일고, 서울고, 용문고, 경성고, 대동고, 대전고, 신일고, 중동고, 중앙고, 진주고, 청주상고 등은 2명(1.5%)씩을 배출했다. 

대학교 역시 국내파와 해외파로 나뉜다. 재계 2, 3세들은 주로 국내서 대학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 이재용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게이오기주쿠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학위와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 과정을 각각 수료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고려대학교 경영학을 전공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고려대학교 물리학 학사학위를 받고 이후 시카고 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를 다시 받았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연세대학교 아동학 학사모를 썼다. 정유경 신세계백회점 총괄 사장은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 학사 출신이다.


GS그룹의 오너 일가는 고려대학교를 선호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경영학), 허정수 GS네오텍 회장(경영학), 허진수 GS칼텍스 회장(경영학),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법학)은 모두 고려대학교 경영학를 나왔다.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대표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 학사 출신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인하대학교 학사과정을 밟았다. 그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역시 인하대학교 경영학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고려대학교 법학 학사 출인이다. 그의 누나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 학사 학위를 가지고 있다. 

연간 학비 1000만원 훌쩍 넘어
사업 필수 인적 네트워크 형성

이중근 부영 회장은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이준용 회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학사 전공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경영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이호진 태광 회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건국대학교 산업공학 학사모를 썼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연세대학교 경영학 학사 출신이다.

최근 경향은 해외 대학교 학사 출신 경영인들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브라운대학교 경제학 학사 출신이다.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역시 파슨스디자인 스쿨을 나왔다. 최재원 SK수석부회장은 브라운대학교 물리학과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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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회장은 로체스터공과대학 학사 출신이다. 한화그룹의 3세 형제들 모두 외국서 대학교를 나왔다. 맏형 김동관 전무는 하버드대학교 학사 출신이다. 둘째 김동원 상무는 예일대학교 동아시아학과를 나왔다. 셋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은 다트머스대학을 졸업했다.

정용진 부회장은 브라운대학교 경제학 학사 출신이다. 박서원 두산매거진 대표이사는 스쿨오브비주얼아트 그래픽디자인 학사 출신이다. 조현아 대한항공 사장은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 학사학위가 있다. 조현준 회장은 예일대학교 정치학과, 동생 조현상 사장은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 각각 전공했다.

대학교 이상부터는 주도적인 인적네트워크 구성이 가능하다. 특히 글로벌 인맥을 쌓기도 용이하다.

한편 과거에는 미국 소재 대학으로의 유학이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중국 유학도 심심찮게 보인다. 중국 시장 개척에 학맥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을 염두해 둔 것으로 보인다. 이태성 세아홀딩스 부사장과 최태원 회장의 두 딸,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장남 최성환 전 SKC 상무가 중국서의 유학 경험이 있다.

네트워크
글로벌화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계에서 혼맥과 함께 학맥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과거 국내파 위주의 학맥이 주를 이루어 형성돼있다면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 구성을 위해 유학길에 오른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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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