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A씨는 2013년 6월22일 자정께 일행과 함께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을 이용하다 대리비 문제로 기사와 시비가 붙었습니다. 술에 취한 상태서 주먹다짐까지 벌어지자 대리기사는 화가 나 A씨 일행과 차량을 도로에 내버려두고 인근 파출소로 가버렸습니다.
이후 A씨는 자신의 차량을 직접 운전해 집에 주차한 뒤, 곧장 대리기사가 있는 파출소로 갔습니다. 경찰은 만취 상태의 A씨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했지만 A씨는 이를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면, A씨를 음주측정을 거부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A]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제2호는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으로서 같은 법 제44조 제2항에 따른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아니한 사람은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처벌조항의 주된 목적은 음주측정을 간접적으로 강제함으로써 교통의 안전을 도모함과 동시에 음주운전에 대한 입증과 처벌을 용이하게 하려는 데 있는 것이지, 측정불응행위 그 자체의 불법성을 처벌하려는 데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위 처벌조항의 음주측정불응죄는 주취운전죄 중에서도 불법성이 가장 큰 유형인 3회 이상, 또는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의 주취운전죄와 동일한 법정형으로 규율되고 있는 바, 위 처벌조항서 말하는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라 함은 전체적인 사건의 경과에 비춰 술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운전자가 음주측정에 응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인정되는 때를 의미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합니다.
위 사안에 대해 재판부는 “A씨가 음주운전을 한 때로부터 약 35분 이상 지난 시점에 스스로 파출소에 찾아와 음주운전의 현행범으로 볼 수 없는데도 경찰은 A씨의 퇴거를 가로막은 채로 위법한 체포·감금을 했다”며 “위법한 체포·감금 상태서 이뤄진 음주측정 요구에 불응했다고 A씨를 음주측정거부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A씨가 음주운전을 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경찰의 위법한 음주측정 요구에 대해서까지 응할 의무가 있다고 봐 이를 강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음주측정을 위해 운전자를 강제로 연행하려면 수사상의 강제처분에 관한 형사소송법상의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의심되더라도 음주운전 현장서 적발된 것이 아니라면 경찰이 강제로 음주측정을 할 수는 없습니다. 본 판결은 현행범이 아닌 이상 강제수사를 할 때에는 체포영장 등을 받아 적법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한 판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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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윤은?]
▲ 서울대학교 법학과 석사 졸업
▲ 대한상사중재원 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