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A씨는 B씨 소유의 부동산을 매매대금 2억7000만원에 매수하기로 합의하고, 본계약을 맺기 전 ‘가계약금’ 명목으로 B씨에게 300만원을 송금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생각이 바뀌어 부동산을 매입하지 않기로 하고, B씨에게 가계약금을 되돌려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B씨가 이를 돌려주지 않자 A씨는 “가계약금은 단지 매매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할 여유를 한 달 정도 달라는 뜻에 불과하다. 매매계약이 성립되지 않으면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씨는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A] 부동산 매매에 있어 본격적인 계약 이전에 가계약이라는 것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가계약이란 매수인이 미리 부동산을 잡아두기 위해 매도인에게 계약금의 일부를 먼저 지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계약은 법적으로 인정되는 개념이 아니지만, 실무상 매수인의 일방적인 계약 체결 요구권을 보장하는 성격을 가지므로 매도인이 갖는 법적 불안정성을 보상해 줄 필요가 있는데, 최근 이러한 취지가 반영된 1심 판례가 나왔습니다(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8가소21928).
질문의 사안서 재판부는 “우리 사회의 거래관행에 ‘가계약’이라는 법률행위가 광범위하게 형성돼있지만, 가계약은 법률상의 의미와 구속력에 관해 정립된 법리가 없다”며 “가계약은 임시의 계약이다 보니 본계약보다는 약한 구속력을 가진 불분명한 무엇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가계약은 당사자들의 의사합치의 내용이 무엇인지에 관한 해석의 문제로, 일반적으로 본계약의 중요부분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가 있은 뒤에 이뤄진다”며 “대부분 합의 내용에 관해 서면을 작성하지 않은 채 ‘빠른시일 내에 본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고, 가계약금을 수수함으로써 본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어느 정도 부담한다’는 정도의 인식을 공유하는 데 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가계약은 매수인에게 다른 사람에 우선해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우선적 선택권을 부여하고 매도인은 이를 수인하는 데 본질적 의미가 있으므로 가계약은 매수인을 위한 장치고 매수인이 매매계약 체결을 포기하는 경우 매수인은 가계약금 반환 역시 포기해야 하는데 이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일방적인 계약체결 요구권을 부여함으로써 부담하는 법률적 지위의 불안정성에 대한 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판시했습니다.
결국 판결에 따르면, 매수인 A씨가 가계약 명목으로 매도인 B씨에게 돈을 지급했다가 본계약 체결을 포기했다면 B씨로부터 가계약금을 되돌려 받을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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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윤은?]
▲ 서울대학교 법학과 석사 졸업
▲ 대한상사중재원 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