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A씨는 지난해 3월 새벽 술에 취한 지인 B씨가 운전하는 승용차에 같이 탑승해 갔습니다. 그러던 중 B씨가 교통사고를 내 음주 측정을 받게 되자, A씨는 자신이 운전한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음주운전 측정까지 대신했습니다. 이에 A씨는 범인도피죄로 기소됐는데, A씨는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에 해당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해 범인도피죄로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요?
[A] 범인도피죄 혹은 범인은닉죄는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하면 성립하는 죄로써,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형법 제151조 제1항).
이때 ‘은닉’이란 발견·체포를 면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를 말하고, ‘도피’는 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발견·체포를 면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합니다. 범인 또는 도피자 자신의 은닉행위는 죄가 되지 않지만, 타인을 교사·방조해 자기를 은닉·도피하게 한 경우에는 범인은닉·도피교사·방조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또 범인의 자수나 타인의 고소 또는 고발을 저지한다든지 진범인을 대신해 범인인 것처럼 신고하는 등의 행위도 이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다만 친족·호주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해 은닉·도피시켰을 때에는 처벌되지 않는데(형법 제151조 제2항), 이는 친족 간의 정의(情誼)를 고려해 형을 면제하는 것입니다.
위 사안서 법원은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에 대한 객관적인 측정 자료가 없어 도로교통법서 운전을 금지하는 수치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알 수 없고, 다만 당시 B씨는 술을 마신 상태서 운전을 했으므로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음주운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음주측정을 통해 수사할 필요성이 있었는데도, A씨가 당시 운전면허도 없는 상태서 무면허운전으로 처벌받는 것까지 감수하면서 마치 자신이 차량을 운전한 것처럼 수사기관에 허위로 진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형법이 정한 범인도피죄는 범인에 대한 수사, 재판 및 형의 집행 등 형사사법의 작용을 곤란 또는 불가능하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라며 A씨가 수사기관을 기만해 착오에 빠지게 함으로써 B씨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방해 또는 곤란하게 해 수사대상이 돼야 할 B씨를 도피하게 한 것이므로 범인도피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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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윤은?]
▲ 서울대학교 법학과 석사 졸업
▲ 대한상사중재원 조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