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문제로 시끄럽다. 동 방식은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로 일견 합리적인 방식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치권이 그 일로 호들갑을 떨어대는 모습을 보면 가당치도 않다. 적폐 중의 적폐인 국회의원이 누리고 있는 특권 폐지가 선결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헌법 내용 일부를 살펴보자.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기록하여 국가와 국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어지는 11조 1항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했다.
그런데 헌법 44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먼저 1항이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다음은 2항이다.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
이른바 국회의원이 지니고 있는 불체포 특권이다. 불체포 특권은 행정부에 의한 부당한 체포·구금으로부터 자유로운 국회기능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 기원은 1603년 영국의 국회의원특권법에 두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했다.
동 조항은 우리가 후진국이던 시절 권력으로부터 국회를 지켜내는 데 일부분 긍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인정한다. 아울러 헌법 11조 1항과 동 44조는 정면으로 배치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상세하게 살피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11조 1항을 나눠 살펴보자. 먼저 ‘법 앞에 평등하다’라는 의미에 대해서다. 물론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국회의원과 국민에게 적용되는 법은 다르다는 이야기로, 국회의원에게 적용되는 법은 바로 헌법 44조라는 이야기다.
국회의원은 헌법 44조에 의한 법에 따르고 국민은 헌법에 하급법인 형사소송법에 적용된다는 이야기다. 적용 법률이 다를 뿐이지 엄밀하게 살피면 광의의 법 앞에 평등하다는 의미는 성립된다.
다음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대목이다. 이를 역으로 살피면 모든 국민은 차별을 받지 않는데, 그 영역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에 대해서다.
즉 이 부분서 법이 생략돼있다. 앞서 인용했던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구절 때문에 이에 대해 혼돈이 있지만, 엄연하게 법의 영역은 누락돼있고, 이는 ‘모든 국민은 법적 영역에선 차별을 받을 수 있다’로 해석 가능하다.
필자의 억측으로 보일 수 있으나 안타깝게도 이게 바로 대한민국 헌법의 실상이다. 또한 이를 잘 알고 있는, 헌법 개정의 주체자인 국회의원들이 이를 적절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이 누리고 있는 특권을 박탈하라고 목이 메도록 외쳐대도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남의 눈에 들어 있는 티는 보면서 자기 눈에 든 대들보는 보지 못하는 형국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