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걷기 전도사’ 성기홍 박사

“걷자, 그러면 치매 잡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걷기’가 운동의 영역으로 들어온 건 불과 10여년 전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걷는 행위를 두고 운동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걷기 전도사’ 성기홍 박사는 걷기를 운동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인물이다. 최근 그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걸음 속도로 치매를 조기 예측하고, 걷기 운동으로 치매를 예방하는 대국민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성기홍 박사가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치매는 ‘세상서 가장 슬픈 병’으로 불린다. 주변 사람은 물론 자기 자신조차 잊는 병이기 때문에 가족의 고통은 극심하다. 치매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문재인 대통령은 ‘치매 국가책임제’ 정책을 통해 돌봄의 주체를 국가로 확대했다.

치매 환자↑

하지만 문재인정부의 정책은 이미 치매에 걸린 환자와 보호자에 집중돼있다. 치매 예방이라는 선제적 조치가 빠져 있는 셈이다. 성기홍 박사는 이 부분에 착안, 치매를 조기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성 박사는 “30년 동안 우리나라 걷기 문화를 앞에서 이끌었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3년 전부터 걷기의 마지막 결정판을 내야겠다고 생각했고, 논문을 읽다 치매 문제에 다다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서 성 박사를 만났다. 1988년부터 30년 동안 걷기에 매진한 그는 국내외 걷기 관련 행사에 빠지지 않고 초청받는 걷기 전도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그 길이 순탄했던 건 아니다. 1987년 스포츠 신문 인턴기자로 활동하던 성 박사는 한글학자 고 한갑수 박사를 만나게 됐다.

당시 한 박사는 한국보행연맹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아이들을 바르게 걷게 하자, 많이 걷게 하자, 건강하게 걷게 하자’를 목표로 삼았다. 이 만남 이후 성 박사의 인생은 걷기라는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해 9월 일본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 히가시마쓰야마시서 열린 ‘일본 3데이 마치’ 대회는 성 박사가 걷기 운동에 몰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그는 “일본 3데이 마치는 20㎞, 30㎞, 40㎞, 50㎞ 등 체력에 맞게 코스를 선택해 걷는 대회”라며 “당시 참가비가 3000엔(3만2000원) 정도였는데 하루에 5만명씩 몰리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설명했다. 일본서 걷기에 대한 열기를 확인한 그는 국내에 걷기 문화를 정착시킬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30년간 걷기 연구
처음엔 외면받아

하지만 국내 사정은 일본과 달랐다. 성 박사가 걷기 운동에 대해 말을 꺼낼라치면 “걷기가 무슨 운동이야” 등의 핀잔이 쏟아지기 일쑤였다. 이 같은 반응은 성 박사가 KBS 다큐멘터리 <생로병사의 비밀> 팀과 만나 만든 파일럿 프로그램 ‘걷기도 운동이다’ 편이 큰 호응을 얻으면서 반전됐다.

특히 2003년 방송된 ‘걷기 혁명 530’은 국내에 걷기 붐을 일으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걷기를 각종 성인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필수운동으로 보고 ‘530걷기’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1주일에 5일, 1회에 30분 이상 걷기를 통해 건강한 삶을 유지하자는 취지다.


이후 파워워킹, 마사이족처럼 걷기, 하루 1만보 걷기 등 걷기 운동법이 물밀 듯 쏟아졌다.

성 박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걷기를 예측과 치료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설립된 ‘치매 걷기 연구소(6th Vital Sign Lab)’가 전초기지다. 6th Vital Sign은 여섯 가지 생체 신호를 의미한다.

성 박사는 “우리 몸에는 체온, 혈압, 심장박동, 호흡수, 통증 등의 생체신호가 있다. 여섯 번째가 바로 걸음 속도”라며 “걸음 속도로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 박사에 따르면 걸음 속도로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파악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건망증과는 다르다. 건망증은 ‘깜빡’ 하는 것이지만 경도인지장애는 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10∼15%가 치매로 발전한다. 다시 말해 경도인지장애를 조기에 발견, 치료에 들어가면 치매 발병을 늦출 수 있다.

성 박사는 “치매는 일반적으로 65세 전후로 나타난다. 치매 환자는 본인이 모를 뿐 50세부터 이미 발병했다고 보는 게 맞다”며 “초기 5년은 무증상 상태로 병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50세부터 걸음 속도가 느려지는데, 노화의 경우 완만하게 느려지는 데 반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걸음 속도가 급격하게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기준은 평균 걸음속도인 1초당 1m다. 즉 1초에 100㎝를 기준으로 이보다 현저하게 느릴 경우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경도인지장애, 치매를 판단할 때 초시계를 들고 환자에게 걸어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병원을 찾아 초시계를 들고 자신의 걸음속도를 측정할 수는 없다.

걸음 속도로 치매 예측
치료 역시 걷기가 최고

그래서 성 박사는 개인이 자신의 걸음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 ‘디멘시아 워처(Dementia Watcher, 치매 관찰자)’를 개발했다. 메모리칩이 삽입된 신발을 신고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 동기화시키면 된다. 그러면 하루 동안 이용자의 걸음과 관련된 모든 것이 기록된다. 걸음 수는 물론 걸음 속도, 발 각도, 보폭, 몸 전체의 균형 정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기록은 3일, 1주일, 월 단위로 누적된다. 그래프는 다섯 단계(매우 좋음-좋음-보통-나쁨-매우 나쁨)를 색깔별로 나눈 배경화면에 그려진다. 성 박사는 “월 평균 기록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며 “월 평균 기록이 3개월 정도 레드존(나쁨)에 걸리면 뇌에 이상이 왔다는 신호”라고 경고했다.

‘걷기 전도사’ 성기홍 박사

경도인지장애가 의심될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성 박사는 이번에도 걷기를 답으로 내놨다. 하루에 30분씩 걷되 빠른 속도로 뇌를 혼란스럽게 만들면서 걸으라고 주문했다. 또 보폭을 크게 하거나 박수를 치는 등 걸을 때 동작을 크게 하는 것도 인지장애 극복에 도움을 준다고 전했다.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산이나 바다, 숲에서 스틱 등의 도구를 이용해 걸으라고 덧붙였다.


성 박사는 걸음 수보다는 걸음의 질에 집중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40대 이후부터는 많이 걷는다고 마냥 좋은 게 아니다”며 “걸음 수보다는 걸음의 질에 초점을 맞추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 국민 보급

성 박사의 목표는 디멘시아 워처와 메모리칩이 삽입된 신발을 전 국민에게 저렴하게 보급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에 현재 등록된 치매 환자는 75만명이다. 등록되지 않은 환자까지 합치면 100만명을 훌쩍 넘길 것”이라며 “이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이 ‘설마 내가 치매에 걸리겠어’라고 외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치매 환자에 드는 비용은 1년 동안 1000만∼3000만원에 이르는데, 디멘시아 워처의 보급으로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 감소 효과가 나타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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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