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 ⑦]문병호 의원(민주통합당?부평갑)

“국회 개원 늦어지는 것은 새누리당의 꼼수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문병호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4?11 총선에서 금배지 탈환에 성공했다. 그는 18대 총선에서 낙선 이후 원외에서 절치부심하다 19대 국회입성에 성공한 것. 하지만 그가 되찾아온 금배지의 무게는 이제 천근만근으로 변한 상태다. 쉽게 얻었던 17대 총선과 달리 19대에서는 온 민심을 금배지 안에 녹이며 어렵게 얻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 문 의원은 이제 민심을 받들고 섬기며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다짐한 문 의원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19대 국회에서는 의원들 스스로가 불필요한 특권과 특혜 내려놓기에 공감한 상태다. 하지만 앞서 의원특권의 군살빼기를 주장한 원조는 따로 있다. 바로 문병호 민주통합당 의원이다. 그는 열린우리당 당적을 가졌던 17대 국회의원 재임 당시 해외출장 사전심사제와 함께 국회의원 연금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1원도 납부하지 않은 국민연금을 65세부터 매달 받는 것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당연하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그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19대 국회에서 의원연금을 완전 폐지시키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문 의원은 최근 당내 10명의 의원들과 함께 김두관 경남지사에게 대선출마를 촉구하며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가 김 지사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문 의원은 김 지사의 삶의 궤적으로 미루어 그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19대 국회가 아직 개원도 못하며 국민적 비판에 직면했다.


▲민주당은 빨리 국회를 개원해야 MB-새누리당 비리에 대해 국민적 의혹을 밝혀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내곡동 사저?민간인 사찰 등 현안에 국정조사를 협조하면 쟁점 상임위 요구에 대한 양보안도 내놓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이런 부담감 때문인지 개원에 소극적인 양상이다. 이른바 ‘지연전술’ 꼼수 같다. 특히 새누리는 다수당으로서 양보를 통해 빨리 개원해야 할 것이다.  

-19대 국회에서 가장 주력할 정책은?

▲지금의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경제민주화다. 우리나라는 인권신장과 자유주의 발달로 정치적으로 민주화가 이루어진 상태다. 하지만 사회경제적으로는 양극화가 극에 달했다. 때문에 기획재정부로 가서 경제민주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먼저 MB정부가 추진한 부자감세 복원과 경제력 집중에 과세강화, 영세사업자 세부담 경감 등 조세정의에 힘쓸 생각이다.

-현재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가 한창인 가운데 연금제도 완전 폐지를 앞서 주장했다.

▲국회의원을 역임했다고 해서 단 1원도 납부하지 않은 채 65세부터 매달 120만원을 받는 것에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때문에 저는 17대 국회에서도 이러한 사항을 지적해 당시 국회사무총장으로부터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아울러 당시에 해외 출장 시 사전심사제 도입을 주장했다. 출장이 명분 있는 공무인지 단순 관광이나 시찰인지 그 목적을 분명히 해 혈세낭비를 막기 위해서다. 이번 국회에서는 이를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아 반드시 관철될 것으로 본다.

-지역구 현안을 살펴보면 인천공항 민영화와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도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깊다.

▲부자감세와 4대강 공사로 부족해진 국가재정 마련을 위해 알토란같은 인천공항을 매각하려는 시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게다가 영리병원은 의료 질 저하와 과잉진료 유발, 의료민영화로 인한 건강보험제도 붕괴로 국민들의 의료복지에 막대한 악영향을 줄 것이다. 때문에 영리병원 도입에 절대 반대하는 입장이다. 


-검찰이 내곡동 사저에 대해 전원 불기소 처분을 내리며 일단락됐다. 내곡동 조사소위 위원장으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

▲내곡동 사저와 경호 부지를 함께 사며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의 토지 매입비용 일부를 청와대가 부당하게 떠안아 국가가 6억900만원의 피해를 입은 것은 검찰도 인정했다. 그런데도 배임이 아니라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 검찰도 이 부분이 궁색하니까 감사원에 감사하라고 떠넘겼다. 특히 중요한 피의자인 이씨를 서면조사에 그친 것이 말이 되는가? 권력 앞에 작아지는 검찰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반드시 검찰개혁이 필요하다.

“박근혜 장악으로 정치력 상실한 MB…대선중립 지켰으면”
“김두관 경쟁력 본선에서도 승산 있어 대선출마 촉구했다”

-국민적 의혹해소를 위해 새누리당이 내곡동 사저에 특검을 제안했다.

▲과거에는 특검을 통해 의혹이 많이 해소됐다. 하지만 요즘엔 특검의 매운맛이 사라져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특검 추천을 대법원장이 하고 임명은 대통령이 하기 때문이다. 특검은 또 수사 밀행성으로 정보 접근이 어렵다. 때문에 국회에 기록이 남고 투명하게 공개되는 국정조사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저희는 국조추진과 함께 권재진 법무부 장관의 해임을 거듭 촉구하고 재고발조치로 끝까지 이 문제를 파고들 것이다.

-임기 말 MB정부를 평가하자면.

▲총체적으로 낙제정권이다. MB정부는 일방통행으로 국회를 인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갈등을 유발시켰다. 게다가 경제대통령이라더니 국가경제를 무너뜨리고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았다. 재벌과 대기업 배만 불려주며 양극화가 심해져 정권이 더욱 후퇴해버렸다. 박근혜 전 위원장이 새누리당을 장악한 이상 이 대통령의 정치가 수행되기 어렵다. 임기 말 많은 걸 하려 하지 말고 중립적인 대선관리로 임기 마무리라도 잘 하길 바랄뿐이다.

-통합진보당 사태로 인해 대선정국서도 야권연대가 계속 유효할지 궁금하다.

▲난제 중의 난제다. 일단 우리 우군이 상처를 입은 점이 뼈아프다. 바람직한 수순은 통진당이 자발적인 쇄신을 통해 국민들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당 개혁을 바탕으로 야권이 하나로 뭉쳐 정권교체에 이르러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두관 경남지사에 대선출마 선언을 촉구하셨다. 김 지사와는 어떤 인연인지?

▲개인적인 친분이나 인연은 없다. 오히려 지난 17대 국회 열린우리당에서 김 지사가 최고위원에 나왔을 당시 지지하지 않았을 정도다. 하지만 김 지사의 삶의 궤적을 놓고 봤을 때 국민정서를 가장 잘 반영할 수 있고 잠재력과 경쟁력이 충분하기에 대선출마를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김 지사가 대권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는지.


▲우리 당에는 문재인?손학규 등 유능한 후보군이 많다. 그 중 제가 김 지사를 주목한 것은 그가 지역주의와 정면으로 맞섰고, PK경쟁력도 갖췄으며 국민을 섬기는 정치를 가장 잘 실천했다고 봤다. 때문에 대통령후보로 김 지사가 적임자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김 지사의 궤적은 본선에서도 승산 있는 경쟁력으로 정권교체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안철수 신드롬’에 대한 입장은.

▲민주주의는 대의기관인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원외인사에게 시선이 쏠리며 정당정치의 근간이 뒤흔들린 것에 대해 정치인으로서 참담한 심정이다. 때문에 더욱더 국민을  섬기고 뜻을 받들어 국회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민주당 내부에서 안철수 원장 영입 목소리가 나온다. 

▲아마 안철수 원장이 민주당에 들어올 것 같지는 않다. 게다가 우리는 유능한 후보군이 많다. 때문에 민주당은 민주당 나름대로 후보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안 원장이 대선에 생각이 있다면 어느 지점에서는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 후보단일화를 논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예상한다.

-12?19 대선을 전망한다면.


▲대선은 치열한 각축전으로 안개국면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생각이다. 새누리당은 보수?부유층의 절대적이고 굳건한 지지를 받고 있다. 때문에 민주당은 중도층과 서민층?젊은층을 반드시 사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99%의 국민들이 함박웃음 짓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 보장되는 사회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다.

 

<문병호 의원 프로필>

▲1978 광주인성고등학교 
▲1984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 
▲1987 서울대학교 대학원 수료
▲1986 제28회 사법고시 합격
▲2004 법무법인 부평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
▲2004 제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2008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법위원장
▲2010 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
▲2012 제19대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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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