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후보 릴레이 인터뷰①] ‘베트남 호치민’ 꿈꾸는 조경태 의원

“언론이 조명한 빅3 ‘삑사리’ 날 수 있어”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정치권의 시계가 벌써부터 12·19 대선에 맞춰진 분위기다. 저마다 잠룡들이 대선 출사표를 내던지며 강력한 대권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다. ‘미래권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대선불판 역시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일요시사>는 승천을 꿈꾸는 잠룡들을 만나 저마다의 집권플랜을 세세히 들어봤다. 그 첫 번째로 민주당 깃발로 PK불모지 개척에 성공한 3선의 조경태 의원을 만나봤다.

“내 다라이(대야)~.”

이 한마디에 인생이 바뀌었다.

이는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조경태 의원의 이야기다. 당초 공학박사로 학자의 길을 걷고 있던 조 의원은 지난 1995년 구포장터에서 노점상인 단속반들의 폭압적인 철거과정을 지켜봤다. 70대 어르신들의 눈물, 아주머니들의 울부짖음이 그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다. 이때부터 조 의원은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졌고, 힘없는 약자 편에 서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돼야겠다며 정치에 본격 입문했다.

조 의원의 정치적 스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조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지난 1999년 종로 국회의원이었을 당시 비서관으로 연을 맺었다. 그래서일까. 조 의원의 정치적 궤적은 노 전 대통령을 쏙 빼닮았다.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거듭된 낙선에도 PK 도전과 청문회 스타까지.

특히 조 의원은 민주당의 불모지인 부산에서 내리 3선이라는 경이로운 기록까지 세운 상태다. 친노 깃발 없이 지역주의를 맨몸으로 깨부순 것. 그리고 마침내 조 의원은 ‘어게인 2002’를 외치며 대선출사표를 던졌다. 노 전 대통령도 지난 2002년 대선 경선에 뛰어들 당시 낮은 지지율로 출발해 ‘이인제 대세론’과 ‘정몽준 대망론’을 꺾었다는 이유에서다.


조 의원은 본격 진검승부 국면으로 접어들어 자신의 경쟁력이 알려질수록 폭발적인 지지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노무현 외로울 때 정치 외면하던 문재인, 이제 와서 후광 혼자 받아”
“지나치게 여론 눈치 보는 박근혜, 자신의 목소리로 ‘수첩공주’ 떨쳐야”

-민주당 내에서 가장 먼서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을 하셨다. 언제쯤 이런 구상을 했는가?

▲초선시절부터 의정활동을 하면서 정치가 당리당락에 치우치고 정파적 이해관계에 매몰되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행태로 인해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은커녕 절망만 주는 실정이다. 지금 국민들께서는 경제적으로도 매우 힘든 상태다. 때문에 민생제일주와 정치개혁을 위해 출마하게 되었다. 특히 YS?DJ가 못다 이룬 ‘40대 기수론’을 완성시키겠다는 각오다.

-민주당 깃발로 여당의 텃밭에서 3선에 성공했다.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따뜻한 가슴과 신뢰다. 나는 약속을 잘 지키는 정치인으로 지역에서 소문났다. 사소한 민원도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특히 나는 지역구인 신평-다대포 지하철 연장이라는 지역주민의 숙원사업을 해결했다. 공사비용 7800억 정도의 국책사업규모로 여러 정치인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사안이다.


-민주당내 후보군이 문재인·손학규·김두관 ‘빅3’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비교하면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비교가 안 된다. 모두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빅3가 ‘삑사리’가 날지도 모른다. 그 속에서 나의 경쟁력이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주목 받게 될 것이다.

-빅3 후보를 평가하자면.

▲문재인 의원은 초선이다. 의정활동을 통해 신념을 파악해야 하는데 정치적 신념을 모르겠다. 게다가 당신께서는 정치 안하신다고 하셨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도에 부산시장으로 나와 달라 했을 때 안 나왔다. 노 전 대통령께서 그 어렵고 외로웠을 당시 왜 안하셨는지. 하지만 지금 후광은 문 의원이 다 받고 있다. 게다가 김두관 지사도 민주당 깃발이 아니라 무소속 당선이었다. 경남에서 단체장이나 국회의원들 중 무소속은 많다. 민주당으로 경쟁해야지, 우린 무소속은 안쳐준다(웃음). 손학규 고문 역시 지속적으로 정체성에 의심을 받는 분이다.

-대선후보로서의 전국적인 인지도와 지지율이 아쉽다.

▲대선의 예비고사로 불리는 지난 4·11 총선에서 내가 문재인 의원보다 득표율이 높았다. 언론에서 ‘문재인 띄우기’가 한창이었지만 조경태보다 지지율이 낮았다. 역으로 말하면 나의 경쟁력이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진검승부 국면으로 접어들어 국민들께서 조경태의 경쟁력을 자세히 알게 되면 지지율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다면 조경태를 알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은 있는가?

▲소위 메이저언론에서는 후보자의 객관적 평가보다 비약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국민들께 직접 다가서서 평가를 받을 생각이다. 가수 장윤정씨의 경우도 당초 공중파에서 안 써줬다. 실력은 쟁쟁했지만 소위 백그라운드가 없기에 전국을 누비며 인지도를 쌓았고, 결국 방송에서 안 써줄 수 없을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인정받았다. 나 역시 바닥을 훑으며 국민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조경태를 알리고 인지도를 높이겠다.

-광화문 광장, 서대문 독립공원 등 이색장소에서 후보들의 출마선언이 이어졌다. 출마선언 장소가 아쉽지 않나?

▲이벤트성이다. 자신의 지역구나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오히려 낫다. 이것은 세 과시나 줄세우기 또는 줄서기다. 이 역시 구태정치라는 생각이다.

-‘손학규-세종, 김두관-룰라’처럼 조경태의 정치적 롤모델이 누군지 궁금하다.

▲정치를 노무현 전 대통령께 배웠는데 노 전 대통령께서 링컨을 존경했고 나 역시도 그렇다. 덧붙이자면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사상을 잘 실천한 베트남의 호치민 같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


-청문회 스타·PK에서의 도전 등 노무현 전 대통령과 행보가 많이 닮았다.

▲2002년 대선 당시에도 ‘이인제 대세론’으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은 저평가 됐었다.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단 한 사람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선언이 없었다. 그런 어려움과 대세론을 극복하고 대통령까지 당선되셨다. 나 역시 진검승부를 통해 누가 정권교체의 적임자인지 국민들께 평가받을 각오가 돼있다.

-노 전 대통령을 회고하자면.

▲유불리를 떠나 단 한 번도 원칙에 어긋나지 않았던 철저한 원칙주의자다. 노 전 대통령은 95년 부산시장선거와 2000년 총선에서 북강서을 출마 당시 무소속 출마를 권유받았지만 민주당 간판을 세웠다. 버림을 통해 정치를 세운 것이다. 이러한 ‘노무현 정신’이 여러 가지 정치적 행태와 정당의 움직임까지도 뒤바꾼 셈이다. 조경태의 3선은 앞서 노무현 정신이 PK에서 일궈 논 자산이 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다.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정책은.

▲주택과 교육문제이다. 특히 참여정부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때문에 주거마련 정책에 관해 정밀한 공약을 준비 중에 있다. 교육은 모든 국립대 무상등록금을 계획 중이다. 이는 예산문제를 많이 지적받는다. 전국 약 20여 개의 국립대 등록금 수입이 1조7000억이다. 장학금이 2000억 정도가 되니 1조5000억이라는 예산이 필요하다. 4대강 사업에 22조를 퍼붓는 현실에서 교육에 이정도도 투자를 못 하겠나? 특히 무상등록금 시 인재들이 국립대에 몰려들어 경쟁력이 치열해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사립대도 등록금 인상에 대한 부담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며 복지?경제민주화 등 후보들마다 내세우는 해법이 다르다.

▲현재 화두는 양극화 해소다. 양극화 해소의 해법은 임금격차의 최소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두 배 이상 나는데 이를 간과한 채 양극화 해소는 어불성설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심하다. 때문에 동일노동·동일임금으로 임금격차를 해소하면 자연스럽게 비정규직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내가 집권하면 이 양극화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

-통합진보당 사태로 국가관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는데.

▲이제 구태의연한 이념논쟁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하지만 좌우이념·색깔논쟁은 국가관·안보관과는 별개다. 나라가 없으면 국민도 없다. 대한민국이 있기에 나 조경태도 있는 것이다. 때문에 국가관은 뚜렷해야 한다.

-이석기·김재연 의원 사퇴 목소리가 높은데 이에 대한 입장은. 아울러 야권연대의 향방은.

▲통진당 사태의 본질은 부정선거다. 부정선거는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역행하는 중대한 도발이다. 좀 더 진상을 밝혀봐야겠지만 부정선거가 사실이라면 이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때문에 즉각 사퇴가 옳다. 게다가 대한민국 국민이 애국가를 부정하는 것은 자격이 없다. 통진당 사태 수습 이후 야권연대를 이야기해야 한다. 통진당 내부적으로도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야권연대를 이야기 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안철수 현상에 대한 견해는?

▲안철수 원장은 높은 국민적 지지율로 이제 야권의 ‘상수’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주다 보니 생긴 현상으로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때문에 민주당이 민심흡수를 위한 경쟁력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향후 안 원장과는 민주당내에서 경선을 치르고 나면 2차 경선을 통해서 ‘노무현-정몽준 모델’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민생제일주의로 YS·DJ가 못다 이룬 ‘40대 기수론’ 완성할 것”
민주당 깃발로 PK 도전에서 청문회스타까지 노무현 궤적 빼닮아

-대선 경선을 관리할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이해찬-박지원 연대설’이 불거졌는데.

▲새로운 지도부는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떠나 공정한 경선룰과 절차를 통해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어떤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이기고 정권교체를 할 것인지 본선 경쟁력을 면밀히 따져 봐야한다. 지도부는 특히 ‘어게인 2002’의 드라마틱한 경선을 통해 민주당이 수권정당이라는 신뢰감을 심어줘야 한다. 이번 경선이 정치공학적으로 ‘어게인 2007’이 돼버리면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께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절대적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평가하면.

▲장단점이 있다. 국민적 시각으로는 신뢰의 정치인으로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정수장학회 등 한국정치사에서 극복해야 될 과제들이 많다. 스스로가 얼마나 개혁을 해 낼지 국민적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사회적 이슈가 되는 언론파업 등 책임성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타이밍이 한 템포씩 늦다. 그런 부분이 부족해서 ‘수첩공주’라는 별명까지 생기지 않았나? 지나치게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것 같은데 스스로 목소리를 낼 때는 내야한다.

-지역구 현안인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생각은.

▲가덕도 신공항으로 가야하는 게 맞다. 김해공항의 안정성과 교통량 증가로 인한 포화상태로 발생한 문제다. 김해공항은 부산시민이 주로 이용한다. 때문에 부산시민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가덕도로 가는 것이 옳다. 너무 정치적 논리로 해석되기에 지역 간의 불신과 갈등으로 표출되는 것 같다. 만약 대구공항이 포화상태라서 공항을 지어야 한다면 그때는 대구시민에 뜻을 묻는 게 옳다.

-대권·당권 분리규정을 두고 당헌당규 개정 목소리가 나온다.

▲룰은 원칙이다. 축구경기를 앞두고 룰을 그때그때 바꿔서야 되겠나? 룰은 늘였다 줄였다하는 고무줄이 아니다. 만약 룰을 바꾸려면 전대를 통해 당원들에게 의사를 물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미 준비하신 분들은 다 나왔다. 때문에 손학규 고문도 지난해 대표직에서 그만 둔 것 아닌가. 대선에 뜻을 두고 있었다면 지난 1·15 전당대회 당시 출마하지 않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이다.

-모바일 투표가 민심을 왜곡시킨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넘어서고 공명정대하게 잘 관리를 한다면 모바일 투표 확대가 바람직하다.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위해 필요하다. 다만 통진당의 부정한 방법이라면 민주당은 대선에서 크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MB정부를 평가한다면.

▲국민들이 경제대통령이라 해서 뽑았지만 4년간 서민들의 삶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경제성장도 공약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MB정권에 대해서는 대단히 실망스럽다. 때문에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마이너가 메이저를, 약자가 강자를, 비주류가 주류를, 소수가 다수를 이기는 사회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활력소가 되지 않겠나? 하지만 항상 주류가 점하고 있다. 좋은 학벌이 있어야 출세하는 사회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한 사람이 제대로 평가받고 대접받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 우리나라는 현재 수출 7위국가다. 하지만 과거 20위일 때가 오히려 위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다. 반드시 기회 균등의 시대를 이룩하겠다.

 

<조경태 의원 프로필>

▲ 경남고등학교 졸업

▲ 부산대학교 토목공학 학사

▲ 부산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 박사

▲ 2002 노무현 대통령 후보 정책보좌역

▲ 2004 열린우리당 원내 부대표

▲ 2004 제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 2008 제18대 민주당 국회의원

▲ 2012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 2012 제19대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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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