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투어 리포트

‘규모, 선수 기량, 재미’ 사상 최강

지난 2008 KLPGA는 25개 정규대회를 개최하고 총상금도 지난해의 55억원 보다 32억원이 늘어난 87억원으로 개최했다. 여기에 LPGA 하나은행 코오롱 챔피언십과 한일국가대항전 등 상금순위에 포함되지 않는 대회의 상금까지 합치면 총 상금액은 120억원에 이른다. 투어의 규모만큼이나 새로운 스타들이 대거 등장했던 2008년 KLPGA 투어를 뒤돌아본다.

올해 KLPGA 투어를 정리하면 ‘지존’인 신지애의 활약과 신지애를 추격하는 이들, 그리고 신인들의 활약상 이렇게 세 가지 양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신지애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전문가 대부분은 올해도 역시 신지애(20·하이마트)의 독주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했고 한 해를 돌아본 결과 그 예상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하지만 독주라고 표현하기에는 미흡함이 느껴질 정도로 올 시즌 KLPGA투어는 혼전의 양상을 보였다. 이 현상은 신지애가 외국으로의 외도(?)가 잦아지면서 그 틈을 타 우승컵을 수집한 거물급 스타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투어를 한층 재미있게 만들었다.
지난 시즌 9승을 거두며 1인 천하를 일궈냈던 신지애는 중국에서 열린 2008시즌 첫 대회인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7승을 거두며 ‘지존’의 자리를 더욱 확고히 했다. 신지애는 지난해에 이어 상금 6억원을 돌파했고 올해는 상금 7억원을 돌파하며 한국프로골프 역사를 새롭게 써 내려갔다.
사실 시즌 초반에는 신인들의 겁 없는 도전에 ‘지존’ 신지애도 잠시 주춤하는 듯 보였다. 시즌 2승을 거둔 ‘우리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는 이일희(20)와 1타차 대결을 벌였고 3승째와 4승째를 올린 ‘태영배 한국여자오픈’과 ‘비씨카드 클래식’에서는 모두 연장 접전 끝에 힘겨운 승리를 따냈다.
상반기에 4승을 거뒀지만 모두 힘겨운 승부를 펼치며 전문가들은 신지애의 위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신지애는 상반기에 남아프리카공화국, 미국, 싱가포르, 일본 등지를 쉴새없이 옮겨 다니면서 체력적인 부담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와중에도 일본에서 3월에 열린 ‘요코하마 타이어 PRGR 레이디스컵’을 우승하며 JLPGA투어 풀시드권까지 확보했다.
하반기에 들어선 신지애는 시즌 5승째를 역시 메이저대회인 ‘신세계 KLPGA 선수권대회’에서 거뒀고 ‘하이트컵 여자프로골프 챔피언십’과 ‘KB국민은행 스타투어 그랜드파이널’까지 우승하며 올해 열린 총상금 5억원짜리 대회(한국여자오픈, 하이트컵, KB 스타투어 그랜드파이널)를 모두 독식했다.
여기에 신지애는 한 시즌 열린 메이저대회(한국여자오픈, KLPGA 선수권대회, KB 스타투어 그랜드파이널)를 모두 석권하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KLPGA 30년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자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대기록이다.
시즌 7승을 거둔 신지애는 프로데뷔 3년 만에 통산 19승을 달성해 앞으로 1승만 추가하면 KLPGA투어 영구시드권을 확보하게 된다.
국내에서의 활약만으로는 만족을 못한 신지애는 무대를 영국으로 옮겨 USLPGA투어 마지막 메이저대회였던 ‘리코컵 브리티시오픈’까지 삼키며 진정한 ‘메이저퀸’으로 탄생했다. 이로써 신지애는 퀄리파잉 스쿨을 거치지 않고 KLPGA투어, JLPGA투어, LET(유러피언투어), USLPGA투어를 무혈입성한 최초의 선수가 됐다.

‘지존’ 신지애 활약과 신지애 추격자, 신인들 활약 양상
172센티미터 큰 키에 아름다운 미소 가진 서희경 출현

신지애는 ‘브리티시오픈’에 이어 일본에서 열린 ‘미즈노 클래식’과 USLPGA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 챔피언십’까지 우승하며 USLPGA 비회원으로 한 시즌 3승을 거둔 최초의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지난해 국내와 국외에서 신지애는 11승을 챙겼고 약 41억9000만원의 상금을 거둬들였다(2008년 11월24일 현재).
KLPGA투어를 주무대로 하면서도 세계랭킹 톱10에 이름을 올린 신지애는 내년도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선수들과 자웅을 겨루고자 미국행을 선택했다. 언젠가 세계랭킹 1위 로레나 오초아(27·멕시코)를 밀어내고 당당히 ‘세계 지존’의 자리에 오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신지애의 독주로 끝날 것 같았던 2008시즌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었던 스타가 탄생했다. 172센티미터의 큰 키에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필드의 슈퍼모델’ 서희경(22·하이트)이 바로 그 주인공.
올해로 프로 3년차를 맞이한 서희경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하반기 첫 대회로 열린 ‘하이원컵 SBS 채리티 여자오픈’에서 서희경은 화려하게 비상을 시작했다. 생애 첫 우승을 ‘와이어투와이어’로 장식한 서희경은 그 다음 주에 열린 ‘KB국민은행 스타투어 3차 대회’까지 2주 연속 우승을 하며 KLPGA투어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모두 그 바람은 여기까지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서희경은 바로 다음 주에 중국에서 열린 ‘빈하이 오픈 2008’까지 우승하며 박세리(31), 김미현(31·KTF)에 이어 10년 만에 3주 연속 우승을 재현했다.
서희경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2008 가비아 인터불고 마스터스’, ‘세인트포 레이디스 마스터스’, 그리고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캡스 챔피언십’까지 우승하며 하반기에만 시즌 6승을 챙겼다. 올해 최고의 신데렐라로 탄생한 서희경은 당분간 국내투어에 머무르면서 KLPGA투어의 인기몰이를 주도해나갈 주역으로 급부상했다.

서희경과 더불어 올해 KLPGA투어에는 실력뿐만 아니라 미모도 뛰어난 굵직한 스타들이 많이 등장했다. 지난해 KLPGA 신인왕 김하늘(20·코오롱엘로드)은 상반기 ‘휘닉스파크 클래식’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더니 ‘힐스테이트 서경 오픈’과 ‘SK에너지 인비테이셔널’까지 우승해 시즌 3승을 거두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김하늘은 800여 명이 가입한 ‘하늘사랑’이라는 팬클럽까지 생겼고 그들은 김하늘이 참가하는 대회라면 전국 어디든지 따라다니면서 열렬한 응원을 보냈다. 팬클럽이 이렇게 활성화되면서 KLPGA투어의 갤러리문화는 팬클럽에서 주도해 나가기 시작했다. 보는 이들도 즐겁고 함께 응원하는 이들도 흥에 겨운 대중적인 스포츠로 점차 자리 잡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김하늘과 함께 미녀골퍼로 손꼽히는 선수로는 홍란(22·먼싱웨어)을 들 수 있다. 올 시즌 2승을 거둔 홍란은 주먹만 한 얼굴에 웃는 미소가 아름다운 골퍼 중 한 명이다. 홍란은 상반기 마지막 대회인 ‘레이크사이드 여자오픈’에서 자신의 2번째 우승을 거둔 직후 가장 친한 친구인 서희경에게 우승재킷을 입혀주며 힘을 불어넣어 줬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서희경은 하반기 첫 대회에서 생애 첫 감격의 우승을 거뒀다. 당시 서희경은 친구 홍란에게 인터뷰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아무리 친구 사이여도 개인 스포츠라는 골프의 한계점이 있음에도 서로 아끼고 위해주는 등 뜨거운 우정을 보여줬던 홍란. 미모와 실력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씨까지 보여주며 골프팬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아직 우승은 없지만 항상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윤채영(21·LIG), 한현정(20·푸마), 정재은(19·하나금융) 등도 뛰어난 미모로 국내 필드를 빛냈다. 이들과 더불어 이보미(20), 강다나(18), 양수진(17) 등이 신인으로 활약할 내년에는 국내 투어가 더욱 화려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박희영(21·하나금융)과 최나연(21·SK텔레콤)이 시즌 막바지까지 신인상을 놓고 접전을 펼친 이후 3년 만에 다시 시즌 마지막 대회까지 신인상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혈전을 벌였다.
그 주인공은 2006년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최혜용(18·하이마트)과 유소연(18·하이마트), 그리고 지난해 드림투어(2부 투어) 상금왕 김혜윤(19·하이마트) 등 3명이다.
이들 중에서 유소연이 가장 먼저 웃었다. 국내 개막전으로 열린 ‘스포츠서울-김영주골프 여자오픈’에서 유소연이 생애 첫 승을 가장 먼저 거뒀다. 그 이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며 3번의 준우승을 거두는 등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그 위력을 잃었다.
반면 상반기 막바지까지 우승 없이 준우승만 3번을 기록했던 최혜용은 제주도에서 열린 ‘롯데마트 행복드림컵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신인상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줄곧 신인상 포인트 부문 2위를 달리다가 유소연을 역전시킨 것은 지난 10월에 열린 ‘KB국민은행 스타투어 그랜드파이널’.
신은 이들 중 최혜용의 손을 들어주었다. ‘KB국민은행 스타투어 그랜드파이널’에서 유소연은 안타까운 실격을 당하며 한 걸음 물러섰고 이 틈을 타 최혜용은 공동 2위에 오르며 신인상 포인트 1위에 올라섰다. 최혜용은 여세를 몰아 남은 대회에서도 상위권에 오르며 생애 한 번 받을 수 있는 신인상을 확정했다.
‘에쓰오일 챔피언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신인상 부문 선두권을 위협했던 김혜윤은 상반기 손목 부상으로 2개 대회를 불참했던 것이 아쉬웠다. 결국 김혜윤은 신인상 부문 3위에 오르는 데에 만족해야 했지만 2년차를 맞이하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다.
올해 KLPGA투어를 돌아보면 새로운 형태의 대회들이 많이 개최됐다. 특히 지난 5월에 라데나 골프클럽에서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은 올해 가장 흥행에 성공한 대회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김혜윤이 16강전에서 박지은(29·나이키골프)과 8강전에서 신지애를 차례로 물리치면서 파란을 일으켰고 3~4위전과 1~2위전 모두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게 진행되면서 연일 언론에 이슈를 제공했다.
이 대회에서는 프로 4년차 김보경(22·던롭스릭슨)이 신인 최혜용과 마지막 홀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면서 흥행을 이끌었다. 결국 김보경이 최혜용을 1 Up으로 눌렀고 당시 캐디를 봤던 아버지와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려 대회장을 찾은 갤러리에게 진한 감동을 줬다.
상반기에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이 있었다면 하반기에는 KLPGA 역사상 가장 큰 상금인 8억원이 걸린 ‘하이원컵 채리티 여자오픈’이 개막전으로 열렸다. 하이원컵은 자선 형태로 열려 총상금 8억원(우승상금 2억원) 중 참가 선수들의 뜻을 모아 1억원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등 따뜻한 대회로 개최됐다.
또한 서희경이라는 ‘신데렐라’를 탄생시켰고 이후 시즌 6승이라는 위업의 시작을 알리는 대회로 팬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우승상금 2억원이라는 잭팟을 터뜨린 서희경은 하이원컵을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킨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라 말했고 “자신감을 심어준 대회”라고덧붙였다.
한편 서희경이 시즌 다섯 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세인트포 레이디스 마스터스’는 KLPGA와 LET(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가 공동으로 주관해 양대 투어의 상금 순위 대상 대회로 치러졌다. 서희경은 이 대회 우승으로 2011년까지 LET에 출전할 수 있는 시드를 부여받기도 했다.
KLPGA 투어가 지난해 20여 개, 올해 25개 대회 이상을 치르면서 선수들의 체력과 기량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매주 열리는 대회에 적응하기 위해 지난 겨울철과 하반기를 대비한 휴식기간에 선수들은 근력강화운동을 통해 체력을 키워나갔다.

노력한 만큼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골프다보니 이들의 실력이 늘었고 그만큼 대회장을 찾는 갤러리나 TV중계를 시청하는 골프팬들이 자연스럽게 경기 곳곳에서 재미를 느끼게 됐다.
2008 KLPGA 투어가 12월 6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일국가대항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신지애가 빠지는 2009년. 서희경을 필두로 한 미녀군단이 어떤 경기를 펼칠 것인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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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