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고객돈 유용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조업계. 난립한 상조업체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겉만 번지르르한 한 상조업체의 이상한 매출구조를 두고 말들이 많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피 같은' 고객돈 쓰기가 하도 뻔뻔해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상조업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공정위와 소비자원에 접수된 상조업 관련 소비자 피해신고는 2005년 200건에 불과했으나 2008년 1000건, 2010년 2000건이 넘었다. 대부분 회사의 고질적 부실에 따른 피해였다. 전문가들은 "상조 가입 때 업체의 재무 건전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단계 영업 의혹
최근 상조업체 A사의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이상한 매출구조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피 같은' 고객돈 쓰기가 하도 뻔뻔해 업계 곳곳에서 혀 차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A사의 재무제표를 보면 그 이유를 한눈에 알 수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A사는 지난해 장의행사 등을 통해 58억원의 영업수익을 거뒀다. 그런데 영업비용으로 쓴 돈이 무려 103억원에 달했다. 수익의 2배 정도를 지출한 셈이다.
이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발견된다. 우선 과도한 영업수당이 도마에 오를 만하다.
A사는 소비자를 상대로 상조상품을 판매하는 설계사들에게 모집수당으로 22억원을 지급했다. 매출의 절반을 판매원들의 리베이트로 지출한 것. 게다가 퇴직금을 포함한 임직원들의 급여(29억원)까지 더하면 매출의 90%에 가까운 돈을 내부적으로 나눠 가졌다는 계산이다.
A사는 49억원의 매출을 올린 2010년에도 영업비용으로 108억원을 지출했는데, 이중 모집수당이 25억원, 급여가 27억원이나 됐다. 물론 이 돈은 모두 고객들이 믿고 맡긴 돈이다. 일각에선 A사가 다단계 형식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영업수당 체계가 다단계와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상조회사는 가입자들이 매달 내는 부금으로 운영된다. 보험과 비슷하다. 신규회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만날 제자리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조회사들이 과다한 영업수당을 지급해서라도 신규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품 가격은 업체와 서비스에 따라 천차만별. 60만원짜리부터 10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도 있다. 일반적으로 많이 가입하는 상품은 계좌당 200만∼400만원선이다. 영업사원은 1계좌 판매 시 일정 금액을 수당으로 받는다. 정부는 상조회사의 영업수당을 상품가격의 10% 이내(수당 상한금 50만원)로 묶었지만, 일부의 경우 여전히 상품 가격의 20∼30%를 수당으로 주고 있다는 게 한 상조업체 관계자의 전언이다.
과한 영업수당 도마…매출 절반 판매원에 지급
나머진 임직원 급여로 지출 "납부금 유용 논란"
이런 영업관행은 부실을 키우는 근본적 원인이란 지적이 많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자본잠식상태인 상조회사들의 주요 부실 원인이 바로 영업비용의 과한 지출"이라며 "영업비용 증가는 과다한 위약금 청구, 불공정한 약관 등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A사를 둘러싼 뒷말은 이 뿐만이 아니다. 광고선전비에 너무 많은 돈을 들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A사는 지난해 매출의 20%에 달하는 돈을 광고선전비(11억원)로 쏟아 부었다. 2010년엔 14억원을 쓰는 등 A사는 매년 평균 10억원씩을 광고선전비로 지출하고 있다.
A사는 대대적인 홍보마케팅 공세를 펴고 있다. 자사의 상품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공중파, 케이블방송, 신문 등 각 매체에 거액을 들여 광고를 내보내는 중이다. 유명 배우를 모델로 기용했다. 인지도를 감안한 모델료는 억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선전비 과다 지출 역시 부실을 부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상조업체의 경우 고객들에게서 받은 돈으로 지나치게 광고선전비를 써 재무건전성이 급격하게 악화되기도 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무차별적인 광고 남발은 곧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적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반드시 부도·폐업으로 서비스를 이행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명 연예인을 동원하는 등 고객의 돈을 자기 돈처럼 쓰는 행태는 회사의 취약한 수익구조와 방만 경영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반면 눈에 띄는 수익 내역도 있다. 영업외수익으로 잡힌 해약수입이 그것이다. A사는 지난해 고객들이 상조상품을 해약하고 규정상 찾아가지 못한 해약수입이 매출의 절반 이상인 28억원이나 됐다. 2010년엔 31억원이었다.
상조업체들은 관련법에 따라 3개월 이상 회비를 연체한 계약 금액을 해지수익금으로 처리할 수 있다. 납입 금액을 다 채우더라도 원금의 85%가량만 되돌려줘도 된다. 나머지 15%는 상조회사 몫이다.
광고선전비 수십억
사정이 이렇다보니 A사는 매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A사는 지난해 45억원의 영업손실과 24억원의 순손실이 났다. 지난해 말 현재 총자산은 355억원이나 부채가 무려 467억원에 이른다. 총자본은 마이너스(-) 111억원을 기록했다. A사 금고엔 현금이 24억원 밖에 남지 않았다.
A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법적이나 도의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A사 관계자는 "판매원들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모집수당을 많이 주고 있다"며 "그만큼 고객 서비스가 좋아지는 한편 당장은 몰라도 앞으로 수익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다단계는 절대로 아니다"라며 "광고비는 기업활동에 있어서 당연한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