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장물유산’ 논란, 영남대 탄생의 비밀 <추적>

학문의 전당…알고 보니 박정희 노후 설계용?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올해 초 <부산일보>의 파업은 정수장학회의 ‘장물 논란’을 수면위로 끌어올렸다. 권력으로 강탈한 ‘박정희 부정축재’ 목록에 이름을 올린 정수장학회를 두고 <부산일보> 노조 측이 사회환원을 요구하면서다. 이러한 여파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또 다른 장물들이 새삼 거론되는 상황이다. 특히 박정희 일가가 무혈입성에 성공한 영남대학교는 ‘원조 장물’로 꼽힌다. 정수장학회의 설립과정과 쌍둥이처럼 쏙 빼닮은 영남대. 그 설립비화를 들여다봤다.

영남대학교 정관 제1조를 보면 ‘교주 박정희’라고 소유권자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다. 영남대는 청구대와 대구대를 통합해 지난 1967년 설립인가를 받고 이듬해 개교했다. 소유주의 권력을 과시하듯 271만㎡의 전국 최대 교지를 가진 영남대는 지방명문사학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재산가치도 정확히 돈으로 환산할 수조차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땡전 한 푼 안내고도
영남대 무혈입성 성공

놀라운 점은 설립자이자 교주로 명시된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영남대에 출연한 재산이 땡전 한 푼 없다는 것이다. 이는 1988년 10월18일 영남대 본관 3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영남대에 대한 국회 문화공보위원회 국정감사기록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당시 김동영 통일민주당 의원이 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재단 출연자금을 묻자 조일문 재단 이사장이 “문서상 나타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고 대답한 것. 결국 박정희 가문이 출연재단 ‘0원’으로 영남대에 ‘무혈입성’한 셈이다.

때문에 박 전 대통령과 박 전 위원장이 영남대에 대한 정통성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고, 아직까지도 독재정권하에서 권력과 강압에 의해 두 대학이 강탈되었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청구대와 대구대 설립자 측에서 “자발적 동의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나서 강탈 의혹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청구대학은 독립운동가였던 최해청이 1950년 ‘제2의 독립운동가 양성’이라는 기치 아래 전 재산을 털어 세운 학교다. 하지만 1967년 재단 경리직원 비리와 신축 교사 붕괴의 책임을 져야했던 이사회가 설립자의 의견을 배재한 채 당시 박정희 정권에 대학을 헌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해청은 유고집인 <청구유언>에서 “나의 동의란 하나도 없었다. 전부 일방적 행위였다”고 적고 있다.


부실논란으로 국가에 귀속된 재산 알고 보니 각하 품에?
이맹희 회고록 “이후락이 찾아와 대구대 내놓으라고 했다”

대구대학은 경주 최부잣집의 후손으로 잘 알려진 최준이 해방 후 애국적 2세 교육의 뜻을 품고 1947년 설립하였다. 최준은 경제적 후원을 받기 위해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에게 학교경영을 위탁하였다.

하지만 1966년 당시 사카린 밀수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삼성의 이 회장은 여론 무마를 위해 박정희 정권에 대학을 헌납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최근 삼성가 유산전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맹희씨의 회고록 <묻어둔 이야기>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대구에 대학을 만들어 박 전 대통령이 은퇴 후 그곳 총장으로 취임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영남대 설립배경을 설명했다.

이씨는 회고록에서 “삼성이 대구대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후락씨가 어느 날 대구대학을 정부에 넘기라고 요구했다”면서 “지금 상식으로는 말도 되지 않는 소리지만 그대로 헌납할 수밖에 없었다”며 대구대를 억울하게 박 전 대통령에게 빼앗겼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씨는 “그들은 권력으로 대구대를 차지하고 상대의 약점을 빌미로 청구대를 차지한 다음 영남대를 만들었다”고 탄생비화를 밝혔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공화당의 창당선언문을 초안한 것으로 알려진 이은상이 박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을 100년 할 수 없는 일이다. 외국에서는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대학총장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가장 떳떳하다”면서 설득하였고, 이후락이 영남대의 실무를 맡았다고 알려진다.

즉 박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대학총장으로 노후계획을 구상하며 헌납된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키지 않고 측근에 맡기며 재단을 사유화했다는 얘기다. 

박정희의 사람들
대거 포진한 영남대


실제로 영남대 설립이사 명단을 보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영남대 정관에 의하면 당시 설립이사는 ‘이동녕?이효상?김성곤?성상영?이후락?최준?한석동?신현확?서정귀?백남억?신기석?여상원?김인’으로 되어 있다. 이들은 대부분 교육과 관련 없는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정치인이나 실세들이다.

이후락은 중앙정보부장과 비서실장, 이동녕은 공화당 의원, 이효상은 5?16 후 공화당 경북지부장과 국회의장, 김성곤은 공화당 재정위원장, 신현확은 국회의원?장관?부총리 등을 역임했다.

백남억은 박 전 대통령의 외삼촌으로 공화당 국회의원과 정책위의장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신기석은 박 전 대통령의 대구사범학교 동창인 것.

이후 1979년 10?26사태로 박 전 대통령이 사망하고 전두환 신군부가 들어섰다. 신군부는 박 전 대통령의 딸이라는 이유로 이듬해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 영남학원을 맡겼다.

이에 박 전 위원장은 1980년 3월 재단이사에 취임하고 한 달 만인 4월 이사장에 임명돼 그해 11월까지 재임했다. 하지만 민주화운동이 거셌던 시국상황과 맞물려 교수와 학생, 직원 등 학내 반발이 거세지자 평이사로 물러났고 1988년까지 약 8년간을 평이사로 활동했다. 

이 와중에 박 전 위원장 최측근들의 재단소유 부동산 처분, 불법자금 편취, 공금횡령, 부정입학, 공사대금 유용, 회계장부 조작, 판공비 사적용도 사용 등 사학재단의 전형적 비리가 터졌다. 영남학원재단은 이례적으로 1988년 10월 국정감사를 받아 비리의 전모가 낱낱이  밝혀졌다.

이 사태로 박 전 위원장과 당시 이사들은 재단에서 전면 사퇴했다. 이후 20년간 영남대는 관선임시이사체제로 운영됐다.

정수장학회와 쌍둥이처럼 쏙 빼닮은 영남대…‘장물의 원조’
불거지는 아버지의 장물논란, 대선정국서 딸 발목 잡을까? 

하지만 참여정부가 지난 2006년 영남대를 ‘관선임시이사 해제 사학’으로 지정했고, 2007년 12월 ‘영남학원 정상화주친위원회’가 구성되며 영남대 재단 정상화가 시작됐다.

교육과학기술부에 소속된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2008년 4월부터 재단 정상화를 논의했고, 2009년 6월 MB정부가 영남학원재단 정상화를 마무리했다. 당시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종전 이사’ 또는 ‘설립자 유족’이라는 자격으로 박 전 위원장에게 7명의 이사 중 4명의 이사 추천권을 부여했다. 박 전 위원장이 영남대의 실질적인 주인으로 귀환한 셈이다.

여기서부터 ‘구재단의 복귀’라는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부정입학 사건 등 비리로 인해 교수와, 학생, 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에 의해 쫓겨났음에도 다시금 비리 전횡 인사가 재단으로 복귀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2012년 현재 이사 7명 가운데 우의형(전 서울행정법원장) 이사장을 포함한 강신욱(전 대법관)?박재갑(서울의대 교수)?신성철(KAIST 교수)씨는 박 전 위원장이 추천한 인물로 영남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구경북시민사회단체는 지난 3월6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진정한 재단 정상화는 독재자인 박정희의 딸이 물러나야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박근혜가 비리문제로 1988년 이사직에서 쫓겨난 뒤 종전이사 또는 설립자 유족이라는 자격으로 2009년 이사 추천권을 행사한 것은 구재단의 복귀일 뿐, 재단 정상화는 아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때문에 단체는 박 전 위원장의 이사추천권 철회와 박 전 위원장이 추천한 이사들에 대해 사퇴하라고 압박하는 상태다.

무엇보다 박 전 위원장의 추천으로 출범한 영남대 이사회는 박정희 사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첫 번째가 계속해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박정희 교주’ 조항을 ‘설립자’로 바꾸는 정관을 개정한 것이다.

또 지난해 10월 독재자 논란으로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박정희정책새마을대학원’을 설립했다. 최근 서울 상암동에 박정희 기념관이 설립된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

박정희의 과오는
박근혜 아킬레스건

게다가 경상북도가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새마을 관련 사업에 예산을 대거 투입할 계획을 발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중 박정희대학원에도 연 5억원씩 3년간 총 15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사업타당성은 물론 정치적 논란까지 일고 있는 사업들이라 차기 대선후보로 유력한 박 전 위원장을 의식한 행정이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이 빗발치는 실정이다.

정수장학회와 영남대는 애초 설립자가 따로 있다는 점,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강제 헌납되고 통합되면서 주인이 바뀌었다는 점, 당사자는 모두 박 전 대통령이라는 점, 여기에는 모두 박 전 위원장이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까지 박정희 일가와 연관된 인사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는 점 등 설립과정에서 운영방식까지 쌍둥이처럼 빼닮은 모습이다.


지난2007년 대선에 이어 올해 초 <부산일보> 사태로 다시금 정수장학회의 장물논쟁이 번지자 박 전 위원장은 십자포화를 당했다.

영남대 역시 비슷한 문제로 향후 대선정국에서 박 전 위원장을 옥죌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앞으로 남은 짧은 기간에 박 전 위원장이 이 같은 장물논란을 어떻게 털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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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