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통계> 미혼남녀가 꼽은 최고의 ‘결혼자극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5.25 16:4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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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 명품 유모차 정도는 몰아야…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불행해지기를 작정하고 결혼하는 사람은 없다. 예전처럼 결혼으로 팔자를 고치겠다든지,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인생의 필수조건이라든지 하는 생각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결혼이 행복으로 가는 ‘쪽문’ 정도는 열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미혼남녀들은 어떤 상황에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까?

‘5월의 신부’란 말이 있듯 만인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계절, 봄이다. 짝이 있어 행복한 사람은 ‘결혼’을 통해 사랑의 결실을 보고 싶어 할 테고, 짝이 없어 외로운 솔로들은 새로운 짝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여성들은 분위기에 약해 마음이 움직일 때 계절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정작 여성들의 생각은 달랐다.

설문조사 결과 여성들은 명품으로 치장하고 여유롭게 여행을 일삼는 등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는 유한부인을 볼 때 결혼욕구가 부쩍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남성은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풍족한 삶을 위해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가 연애결혼 정보업체 커플예감 필링유와 공동으로 전국 미혼남녀 536명(남녀 각 268명)을 대상으로 ‘결혼하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는 요인’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남성 응답자의 39.6%가 ‘(연인의 날이나 가을 등) 특정 시기 및 계절’을 꼽았고, 여성은 31.7%가 ‘유한부인’으로 답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직장인 김미영(29·여)씨는 “지금은 결혼 할 생각이 별로 없지만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 선배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하고 싶기도 하고 혼자 사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한다”면서 “큰 걱정 없이 여유 있게 사는 부부들을 보면 누군가를 만나서 정착하고 싶지만, 없는 돈으로 애까지 키우며 아등바등 살아가는 부부를 보면, 아이도 불쌍하고 ‘결혼’이 꼭 족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남성들은 ‘사촌 등 가까운 지인의 결혼소식’(22.0%)과 ‘자신의 늙어가는 모습’(17.5%), ‘주변의 결혼 재촉’(8.6%) 등이라고 답했고, 여성들은 ‘특정 시기 및 계절’(28.0%)과 ‘가까운 지인의 결혼소식’(19.8%), ‘자신의 늙어가는 모습’(7.8%) 등을 결혼하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비에나래의 손동규 명품커플위원장은 “충동적이고 경쟁 심리가 강한 남성은 연인의 날이나 생일, 가을 등과 같은 특정 시기나 계절에 남녀 커플을 보면서 외로움을 강하게 느껴 결혼 의사가 급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여성은 평생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살면서 자신과 자녀들을 안전하게 보살필 수 있기를 바라는 기대 심리가 커 풍족한 삶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결혼의욕을 꺾는 요인으로는 일명 ‘식물부부’가 꼽혔다. ‘주변 여건 중 결혼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란 질문에 남녀 공통적으로 ‘등 돌리고 사는 (식물)부부’(남 45.5%, 여 35.1%)라는 대답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남 “계절 탓, 연인의 날이나 가을에 결혼하고 싶어”
여 “명품으로 치장한 유부녀 보면 결혼의욕 높아져”

직장인 백모(28·여)씨는 “예전에 한 케이블방송에서 투명인간 부부가 나오는 것을 봤는데, 그렇게 살게 될까봐 무섭고 결혼이 망설여 진다”며 “남자친구가 삐지면 말 안하고 잠수 타는 스타일인데, 지금 화났으니 생각 정리되면 얘기하자는 식이어서 10일이고 한 달이고 연락을 안 하고 지낸 적이 있는데 결혼까지 하면 더 심해져서 못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문모(31·남)씨 역시 “퇴근한 뒤 와이프와 함께 편한 옷차림으로 동네 치킨집에 들러 그날 하루 있었던 이야기도 하고 스트레스도 풀면서 작은 행복을 나누고 살고 싶은 게 꿈인데 식물부부들을 보면 이혼하는 편이 낫겠다 싶다”면서 “안정을 찾고자 선택했던 결혼이 지옥 같은 공간이 돼버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 외 남성은 ‘이혼증가’(33.2%), ‘신혼집 마련 비용’(11.6%). ‘결혼 후 배우자 가족의 개입’(6.0%) 등의 순이고, 여성은 ‘경제적으로 고통 받는 부부’(18.7%), ‘맞벌이, 가사 등 여유 없는 부부’(16.8%), ‘이혼증가’(15.7%) 등의 순으로 답했다.


식물부부는 싫어
 
‘결혼 후 배우자와 같이 사는데 있어서 가장 걱정이 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남녀 간 생각이 달랐다. 남성은 ‘꼬치꼬치 따지며 잔소리할까봐’(44.0%)와 ‘생활습성 차이’(39.9%) 등을 지적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여성은 ‘혼자 자는데 익숙하여 (배우자가) 거추장스럽다’(30.6%)와 ‘술주정, 폭행’(24.3%), ‘생활습성 차이’(20.9%), ‘꼬치꼬치 따지며 잔소리할까봐’(18.7%) 등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꼽았다.

커플예감 필링유의 손숙현 매니저는 “남성은 속박이나 제약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라면서 “여성의 경우 최근 결혼이 늦어지고 개성이 뚜렷해지면서 자신의 생활 속에 제 3자가 개입하는데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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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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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