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위기가 부른 한미골프계 ‘구조조정’

“내년에는 어쩌나?”

세계적인 불황이 여지없이 지구촌 골프계를 강타하고 있다. 경기전망 불투명으로 인한 내년 시즌 기업들의 대회 후원 포기와 선수들과의 계약문제 등이 한데 얽혀 한 치 앞을 진단할 수 없는 안개형국에 휩싸여 있다. 한해를 정리하면서 기업들의 2009년 ‘대회 후원’과 ‘선수 후원’ 부분을 진단해 본다.
 

올 연말 들어 한국을 포함 세계 골프 투어가 경기 침체로 내년 후원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꿈의 무대인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가 주요 기업의 대회 스폰서 포기 선언으로 2009년 시즌 운영에 비상이 걸렸는가 하면 내년 국내 투어인 KLPGA투어 역시 불황 불똥이 튀면서 후원자 유치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AP통신은 “2001년부터 시즌 마지막 대회로 ADT챔피언십을 후원하던 ADT가 올해를 끝으로 더는 대회 후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우승자에게 100만 달러를 안겨주는 대회로 올 시즌 신지애가 우승했던 ADT챔피언십은 LPGA투어 마지막 대회로 치러졌던 의미 있는 대회다. 이에 따라 투어 사무국은 갑작스럽게 2009년 후원자를 잡느라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막막한 상태다.
ADT뿐만이 아니다. 이미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이 2009년부터는 타이틀 스폰서 없이 대회가 열리게 됐고 연간 2개 대회를 후원하던 세이프웨이가 1개 대회에만 후원하기로 해 LPGA 사무국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LPGA가 발표한 2009년도 일정표를 보면 현 상황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LPGA 사무국은 최근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말미암아 타이틀스폰서가 줄어들면서 2009년 시즌에는 2008년보다 대회 규모가 축소돼 총상금 5500만 달러를 걸고 31개의 정규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올 시즌 6025만 달러를 걸고 34개의 대회를 치렀던 것에 비하면 상금이나 대회 수가 다소 줄어든 수치다. 2009년 시즌 개막전은 내년 2월13일 하와이에서 개막하는 SBS오픈으로 치러지며 내년 11월23일 막을 내리는 스탠퍼드 파이낸셜 투어챔피언십까지 9개월간의 대장정이 이어진다.
내년 시즌 LPGA 투어 대회는 미국을 비롯해 10개 나라에서 치러지며 1개 대회 평균 상금액은 2008년 시즌(177만 달러)보다 소폭 줄어든 176만 달러 수준이다. 총상금 200만 달러가 넘는 대회는 2008년 13개에서 11개로 줄어들었다. 필즈오픈과 세이프웨이 인터내셔널, 긴트리뷰트, 셈그룹챔피언십, ADT챔피언십 등 5개 대회가 투어 무대 뒤로 사라지게 됐다.

국내 투어도 마찬가지 분위기다. 매년 말 상징적으로 열리는 한ㆍ일 여자골프대회가 후원자 유치에 애를 먹고 최근에야 가까스로 성사됐고, 4~5개 투어를 꾸준히 개최했던 국민은행이나 MBC 역시 사실상 비상 경영에 들어가면서 투어 개수를 줄이자는 분위기다.
LPGA ADT챔피언십처럼 국내에서 마지막 대회로 치러지는 ADT캡스 대회 역시 내년 상황은 유동적이다. 대회 주최사인 ADT캡스가 미국 ADT 한국 지사인 데다 마케팅을 위해 함께 ‘마지막’을 고집했던 미국 대회가 없어진 이상 경기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국내 대회 역시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골프선수 후원을 지속해오던 KTF는 스포츠단 운영에서 골프를 제외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미현과 이미나의 후원을 하지 않고 대신 농구단과 e-스포츠단 운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사상 최대의 대회를 유지한 국내 프로골프투어는 내년 시즌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불거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회사 사정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내년도 대회 유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회 후원 美 LPGA, KLPGA 스폰서 포기로 골머리 앓아
‘투어 개수 줄이자’ 한국도 최소한 2~3개 대회 축소 불가피
선수후원, 한국의 골프 후원계약 ‘거품 빠지고 있다’
“이제는 ‘이름값’이 아닌 ‘현재진행형’ 선수가 최고”


KLPGA 측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해 27개 대회를 예정대로 모두 치를 수 있게 됐지만 경기가 점점 위축되면서 스폰서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KLPGA 투어는 최근 몇 년간 대회 수가 늘어났지만 내년에는 현상 유지 정도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는 세계적 금융위기로 열기가 식었지만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소위 ‘이름 있는’ 프로골퍼들은 부산했다. 이 시기엔 많은 프로골퍼가 기존 후원계약을 갱신하거나 신규, 해지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선수는 재정 부담에서 벗어나고 기업은 선수를 활용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골프 후원계약은 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한국골프의 후원관계는 매우 독특하다. 대부분의 외국 골퍼들은 후원사의 협찬금을 주 수입원으로 한다. 이에 반해 한국 골퍼들은 후원사로부터 계약금과 연봉,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등 수입원이 다양하다.
후원사 차이도 크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은 주로 자동차, 명품, 금융, 스포츠 및 골프용품사 등이 후원에 나선다. 이들은 후원만 할 뿐 별도의 활동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은 가전제품 유통, 석유, 제2금융권, 홈쇼핑 심지어는 안과병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에서 골프 후원에 나선다.
하지만 연말 들어 불어 닥친 세계적인 금융한파로 한국 역시도 찬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래서 올 시즌 재계약 시장은 어둡기 그지없다. 따라서 후원자 기업도 실리를 최우선으로 해 재계약에 임하고 있다. 그만큼 이제는 ‘이름값’보다 ‘현재진행형’ 선수를 선호한다.

국산골프클럽 업체인 E2와 스폰서십 계약을 한 박세리(31)는 지난해 12월26일 CJ와 결별했다. 양측은 이날 계약 연장 협상이 결렬됐다는 사실을 밝히며 5년 동안 이어진 스폰서십 관계를 정리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1997년 삼성물산과 10년간 30억원을 받는 파격적인 후원 계약을 맺은 데 이어 2002년에는 CJ와 ‘연봉 20억 원+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이라는 매머드 계약을 체결한 박세리는 무적선수가 됐고 CJ는 간판선수를 잃었다. 양측의 생각은 처음부터 어긋났다.
CJ와 재계약 협상을 앞두고 박세리 측은 “명예의 전당 입성과 경기 외적인 기여도를 인정해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이어가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CJ는 “2년 이상 부진해 몸값을 하지 못했다”며 단기계약과 연봉삭감을 주장하며 연봉 10억원에 인센티브를 더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CJ의 이런 수정안에 대해 박세리 측은 “최소한의 자존심은 세워줘야 하는 게 아니냐”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결국 양측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헤어졌다.

5년간 6승은 뛰어난 성적이지만 연간 30억원을 받는 선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올 시즌을 끝으로 명예로운 은퇴를 선언했던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핵심 후원자는 세계적인 골프업체 캘러웨이다.
캘러웨이는 소렌스탐에게 연간 100만 달러(약 9억3000만원) 수준의 후원을 하고 있다. 미 LPGA 투어 통산 69승과 메이저대회 10회 우승 경력의 소렌스탐의 몸값이 통산 24승과 메이저대회 5회 우승의 박세리의 3분의 1정도다.
소렌스탐이라고 자존심이 없겠는가. 자존심으로 프로스포츠 선수의 몸값을 책정하는 나라는 한국을 빼곤 거의 없다. 프로선수들의 몸값은 이전의 성적을 참고해 미래 기대치를 산정해 결정하는 게 기본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슈퍼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의 말을 들어보자.

“‘이 선수가 이렇게 잘했다’며 설득하는 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과거의 성적을 기반으로 ‘앞으로 이 정도의 성적을 낼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하는 게 협상의 원칙이다. 구단은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있는 베이브 루스를 찾는 게 아니라 당장 경기장에서 뛰고 던질 선수를 필요로 한다”라고 단언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는 후원자의 업종도 다양해 졌다. 실례로 지난해 12월20일 김안과병원은 신인 프로골퍼 강경술(20·중앙대)과 계약금 3천만원에 1년간 전속 후원계약을 맺었다. 앞으로 강경술은 대회마다 김안과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나올 계획인데 병원 로고를 모자에 달고 필드에 등장하는 건 세계골프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한국의 후원사들은 후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소속구단(골프단) 개념을 도입했다. 지난해 10월 경주 마우나오션CC에서 열린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에서 만난 LPGA 투어 관계자는 “하이마트가 한국 골프계의 ‘뉴욕 양키스’라고 들었다”라며 “개인 스포츠인 골프가 단체스포츠화한 건 아마도 한국이 처음일 것”이라며 놀라워했다.
골프단 도입은 2000년 3월 남녀 프로골퍼 9명과 주니어 골퍼 6명으로 출범한 이동수 골프단이 최초였다. 당시 이동수 골프단은 ‘골프=개인코치제’라는 기존 등식을 뒤엎고 야구나 축구단처럼 감독과 코치를 둬 소속선수를 지도하게 했다.
합숙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창단 초기 ‘굳이 골프단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소리를 들었지만 뒷날 골프계는 이동수 골프단을 성공작으로 평가했다.
이후 하이마트, 빠제로, 김영주골프, 휠라코리아, 동아회원권, 캘러웨이 등 수많은 골프단이 이동수 골프단의 뒤를 이었다. 골프계 일부에서 “조만간 골프단끼리 선수 트레이드를 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올 정도로 골프단 규모는 비대해졌다.

이처럼 발전하는 골프 후원계약은 한때 과열 양상을 빚었다. 미 LPGA투어에서 처음 우승한 선수에게 후원사가 몰려 몸값이 껑충 뛰는가 하면 1년 반짝한 남자골퍼가 물심양면으로 보살펴 준 소속사와 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골프단 옷으로 갈아입기도 했다.
이런 선수들은 대개 1년쯤 지나고서 거품이 빠져 제자리를 찾았지만 후원 기업들은 남 좋은 일만 한 꼴이 됐다. 올 시즌 골프 후원계약의 거품이 조금씩 빠지고 있다. 기업도 허황된 계산보다는 실리를 찾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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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