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위기가 부른 한미골프계 ‘구조조정’

“내년에는 어쩌나?”

세계적인 불황이 여지없이 지구촌 골프계를 강타하고 있다. 경기전망 불투명으로 인한 내년 시즌 기업들의 대회 후원 포기와 선수들과의 계약문제 등이 한데 얽혀 한 치 앞을 진단할 수 없는 안개형국에 휩싸여 있다. 한해를 정리하면서 기업들의 2009년 ‘대회 후원’과 ‘선수 후원’ 부분을 진단해 본다.
 

올 연말 들어 한국을 포함 세계 골프 투어가 경기 침체로 내년 후원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꿈의 무대인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가 주요 기업의 대회 스폰서 포기 선언으로 2009년 시즌 운영에 비상이 걸렸는가 하면 내년 국내 투어인 KLPGA투어 역시 불황 불똥이 튀면서 후원자 유치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AP통신은 “2001년부터 시즌 마지막 대회로 ADT챔피언십을 후원하던 ADT가 올해를 끝으로 더는 대회 후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우승자에게 100만 달러를 안겨주는 대회로 올 시즌 신지애가 우승했던 ADT챔피언십은 LPGA투어 마지막 대회로 치러졌던 의미 있는 대회다. 이에 따라 투어 사무국은 갑작스럽게 2009년 후원자를 잡느라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막막한 상태다.
ADT뿐만이 아니다. 이미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이 2009년부터는 타이틀 스폰서 없이 대회가 열리게 됐고 연간 2개 대회를 후원하던 세이프웨이가 1개 대회에만 후원하기로 해 LPGA 사무국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LPGA가 발표한 2009년도 일정표를 보면 현 상황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LPGA 사무국은 최근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말미암아 타이틀스폰서가 줄어들면서 2009년 시즌에는 2008년보다 대회 규모가 축소돼 총상금 5500만 달러를 걸고 31개의 정규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올 시즌 6025만 달러를 걸고 34개의 대회를 치렀던 것에 비하면 상금이나 대회 수가 다소 줄어든 수치다. 2009년 시즌 개막전은 내년 2월13일 하와이에서 개막하는 SBS오픈으로 치러지며 내년 11월23일 막을 내리는 스탠퍼드 파이낸셜 투어챔피언십까지 9개월간의 대장정이 이어진다.
내년 시즌 LPGA 투어 대회는 미국을 비롯해 10개 나라에서 치러지며 1개 대회 평균 상금액은 2008년 시즌(177만 달러)보다 소폭 줄어든 176만 달러 수준이다. 총상금 200만 달러가 넘는 대회는 2008년 13개에서 11개로 줄어들었다. 필즈오픈과 세이프웨이 인터내셔널, 긴트리뷰트, 셈그룹챔피언십, ADT챔피언십 등 5개 대회가 투어 무대 뒤로 사라지게 됐다.

국내 투어도 마찬가지 분위기다. 매년 말 상징적으로 열리는 한ㆍ일 여자골프대회가 후원자 유치에 애를 먹고 최근에야 가까스로 성사됐고, 4~5개 투어를 꾸준히 개최했던 국민은행이나 MBC 역시 사실상 비상 경영에 들어가면서 투어 개수를 줄이자는 분위기다.
LPGA ADT챔피언십처럼 국내에서 마지막 대회로 치러지는 ADT캡스 대회 역시 내년 상황은 유동적이다. 대회 주최사인 ADT캡스가 미국 ADT 한국 지사인 데다 마케팅을 위해 함께 ‘마지막’을 고집했던 미국 대회가 없어진 이상 경기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국내 대회 역시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골프선수 후원을 지속해오던 KTF는 스포츠단 운영에서 골프를 제외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미현과 이미나의 후원을 하지 않고 대신 농구단과 e-스포츠단 운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사상 최대의 대회를 유지한 국내 프로골프투어는 내년 시즌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불거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회사 사정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내년도 대회 유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회 후원 美 LPGA, KLPGA 스폰서 포기로 골머리 앓아
‘투어 개수 줄이자’ 한국도 최소한 2~3개 대회 축소 불가피
선수후원, 한국의 골프 후원계약 ‘거품 빠지고 있다’
“이제는 ‘이름값’이 아닌 ‘현재진행형’ 선수가 최고”


KLPGA 측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해 27개 대회를 예정대로 모두 치를 수 있게 됐지만 경기가 점점 위축되면서 스폰서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KLPGA 투어는 최근 몇 년간 대회 수가 늘어났지만 내년에는 현상 유지 정도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는 세계적 금융위기로 열기가 식었지만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소위 ‘이름 있는’ 프로골퍼들은 부산했다. 이 시기엔 많은 프로골퍼가 기존 후원계약을 갱신하거나 신규, 해지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선수는 재정 부담에서 벗어나고 기업은 선수를 활용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골프 후원계약은 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한국골프의 후원관계는 매우 독특하다. 대부분의 외국 골퍼들은 후원사의 협찬금을 주 수입원으로 한다. 이에 반해 한국 골퍼들은 후원사로부터 계약금과 연봉,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등 수입원이 다양하다.
후원사 차이도 크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은 주로 자동차, 명품, 금융, 스포츠 및 골프용품사 등이 후원에 나선다. 이들은 후원만 할 뿐 별도의 활동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은 가전제품 유통, 석유, 제2금융권, 홈쇼핑 심지어는 안과병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에서 골프 후원에 나선다.
하지만 연말 들어 불어 닥친 세계적인 금융한파로 한국 역시도 찬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래서 올 시즌 재계약 시장은 어둡기 그지없다. 따라서 후원자 기업도 실리를 최우선으로 해 재계약에 임하고 있다. 그만큼 이제는 ‘이름값’보다 ‘현재진행형’ 선수를 선호한다.

국산골프클럽 업체인 E2와 스폰서십 계약을 한 박세리(31)는 지난해 12월26일 CJ와 결별했다. 양측은 이날 계약 연장 협상이 결렬됐다는 사실을 밝히며 5년 동안 이어진 스폰서십 관계를 정리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1997년 삼성물산과 10년간 30억원을 받는 파격적인 후원 계약을 맺은 데 이어 2002년에는 CJ와 ‘연봉 20억 원+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이라는 매머드 계약을 체결한 박세리는 무적선수가 됐고 CJ는 간판선수를 잃었다. 양측의 생각은 처음부터 어긋났다.
CJ와 재계약 협상을 앞두고 박세리 측은 “명예의 전당 입성과 경기 외적인 기여도를 인정해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이어가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CJ는 “2년 이상 부진해 몸값을 하지 못했다”며 단기계약과 연봉삭감을 주장하며 연봉 10억원에 인센티브를 더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CJ의 이런 수정안에 대해 박세리 측은 “최소한의 자존심은 세워줘야 하는 게 아니냐”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결국 양측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헤어졌다.

5년간 6승은 뛰어난 성적이지만 연간 30억원을 받는 선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올 시즌을 끝으로 명예로운 은퇴를 선언했던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핵심 후원자는 세계적인 골프업체 캘러웨이다.
캘러웨이는 소렌스탐에게 연간 100만 달러(약 9억3000만원) 수준의 후원을 하고 있다. 미 LPGA 투어 통산 69승과 메이저대회 10회 우승 경력의 소렌스탐의 몸값이 통산 24승과 메이저대회 5회 우승의 박세리의 3분의 1정도다.
소렌스탐이라고 자존심이 없겠는가. 자존심으로 프로스포츠 선수의 몸값을 책정하는 나라는 한국을 빼곤 거의 없다. 프로선수들의 몸값은 이전의 성적을 참고해 미래 기대치를 산정해 결정하는 게 기본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슈퍼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의 말을 들어보자.

“‘이 선수가 이렇게 잘했다’며 설득하는 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과거의 성적을 기반으로 ‘앞으로 이 정도의 성적을 낼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하는 게 협상의 원칙이다. 구단은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있는 베이브 루스를 찾는 게 아니라 당장 경기장에서 뛰고 던질 선수를 필요로 한다”라고 단언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는 후원자의 업종도 다양해 졌다. 실례로 지난해 12월20일 김안과병원은 신인 프로골퍼 강경술(20·중앙대)과 계약금 3천만원에 1년간 전속 후원계약을 맺었다. 앞으로 강경술은 대회마다 김안과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나올 계획인데 병원 로고를 모자에 달고 필드에 등장하는 건 세계골프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한국의 후원사들은 후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소속구단(골프단) 개념을 도입했다. 지난해 10월 경주 마우나오션CC에서 열린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에서 만난 LPGA 투어 관계자는 “하이마트가 한국 골프계의 ‘뉴욕 양키스’라고 들었다”라며 “개인 스포츠인 골프가 단체스포츠화한 건 아마도 한국이 처음일 것”이라며 놀라워했다.
골프단 도입은 2000년 3월 남녀 프로골퍼 9명과 주니어 골퍼 6명으로 출범한 이동수 골프단이 최초였다. 당시 이동수 골프단은 ‘골프=개인코치제’라는 기존 등식을 뒤엎고 야구나 축구단처럼 감독과 코치를 둬 소속선수를 지도하게 했다.
합숙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창단 초기 ‘굳이 골프단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소리를 들었지만 뒷날 골프계는 이동수 골프단을 성공작으로 평가했다.
이후 하이마트, 빠제로, 김영주골프, 휠라코리아, 동아회원권, 캘러웨이 등 수많은 골프단이 이동수 골프단의 뒤를 이었다. 골프계 일부에서 “조만간 골프단끼리 선수 트레이드를 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올 정도로 골프단 규모는 비대해졌다.

이처럼 발전하는 골프 후원계약은 한때 과열 양상을 빚었다. 미 LPGA투어에서 처음 우승한 선수에게 후원사가 몰려 몸값이 껑충 뛰는가 하면 1년 반짝한 남자골퍼가 물심양면으로 보살펴 준 소속사와 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골프단 옷으로 갈아입기도 했다.
이런 선수들은 대개 1년쯤 지나고서 거품이 빠져 제자리를 찾았지만 후원 기업들은 남 좋은 일만 한 꼴이 됐다. 올 시즌 골프 후원계약의 거품이 조금씩 빠지고 있다. 기업도 허황된 계산보다는 실리를 찾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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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