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금융위기가 부른 한미골프계 ‘구조조정’

“내년에는 어쩌나?”

세계적인 불황이 여지없이 지구촌 골프계를 강타하고 있다. 경기전망 불투명으로 인한 내년 시즌 기업들의 대회 후원 포기와 선수들과의 계약문제 등이 한데 얽혀 한 치 앞을 진단할 수 없는 안개형국에 휩싸여 있다. 한해를 정리하면서 기업들의 2009년 ‘대회 후원’과 ‘선수 후원’ 부분을 진단해 본다.
 

올 연말 들어 한국을 포함 세계 골프 투어가 경기 침체로 내년 후원자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꿈의 무대인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가 주요 기업의 대회 스폰서 포기 선언으로 2009년 시즌 운영에 비상이 걸렸는가 하면 내년 국내 투어인 KLPGA투어 역시 불황 불똥이 튀면서 후원자 유치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AP통신은 “2001년부터 시즌 마지막 대회로 ADT챔피언십을 후원하던 ADT가 올해를 끝으로 더는 대회 후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우승자에게 100만 달러를 안겨주는 대회로 올 시즌 신지애가 우승했던 ADT챔피언십은 LPGA투어 마지막 대회로 치러졌던 의미 있는 대회다. 이에 따라 투어 사무국은 갑작스럽게 2009년 후원자를 잡느라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막막한 상태다.
ADT뿐만이 아니다. 이미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이 2009년부터는 타이틀 스폰서 없이 대회가 열리게 됐고 연간 2개 대회를 후원하던 세이프웨이가 1개 대회에만 후원하기로 해 LPGA 사무국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LPGA가 발표한 2009년도 일정표를 보면 현 상황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LPGA 사무국은 최근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말미암아 타이틀스폰서가 줄어들면서 2009년 시즌에는 2008년보다 대회 규모가 축소돼 총상금 5500만 달러를 걸고 31개의 정규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올 시즌 6025만 달러를 걸고 34개의 대회를 치렀던 것에 비하면 상금이나 대회 수가 다소 줄어든 수치다. 2009년 시즌 개막전은 내년 2월13일 하와이에서 개막하는 SBS오픈으로 치러지며 내년 11월23일 막을 내리는 스탠퍼드 파이낸셜 투어챔피언십까지 9개월간의 대장정이 이어진다.
내년 시즌 LPGA 투어 대회는 미국을 비롯해 10개 나라에서 치러지며 1개 대회 평균 상금액은 2008년 시즌(177만 달러)보다 소폭 줄어든 176만 달러 수준이다. 총상금 200만 달러가 넘는 대회는 2008년 13개에서 11개로 줄어들었다. 필즈오픈과 세이프웨이 인터내셔널, 긴트리뷰트, 셈그룹챔피언십, ADT챔피언십 등 5개 대회가 투어 무대 뒤로 사라지게 됐다.

국내 투어도 마찬가지 분위기다. 매년 말 상징적으로 열리는 한ㆍ일 여자골프대회가 후원자 유치에 애를 먹고 최근에야 가까스로 성사됐고, 4~5개 투어를 꾸준히 개최했던 국민은행이나 MBC 역시 사실상 비상 경영에 들어가면서 투어 개수를 줄이자는 분위기다.
LPGA ADT챔피언십처럼 국내에서 마지막 대회로 치러지는 ADT캡스 대회 역시 내년 상황은 유동적이다. 대회 주최사인 ADT캡스가 미국 ADT 한국 지사인 데다 마케팅을 위해 함께 ‘마지막’을 고집했던 미국 대회가 없어진 이상 경기가 힘들어진 상황에서 국내 대회 역시 굳이 고집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골프선수 후원을 지속해오던 KTF는 스포츠단 운영에서 골프를 제외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김미현과 이미나의 후원을 하지 않고 대신 농구단과 e-스포츠단 운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사상 최대의 대회를 유지한 국내 프로골프투어는 내년 시즌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불거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회사 사정의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내년도 대회 유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회 후원 美 LPGA, KLPGA 스폰서 포기로 골머리 앓아
‘투어 개수 줄이자’ 한국도 최소한 2~3개 대회 축소 불가피
선수후원, 한국의 골프 후원계약 ‘거품 빠지고 있다’
“이제는 ‘이름값’이 아닌 ‘현재진행형’ 선수가 최고”


KLPGA 측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올해 27개 대회를 예정대로 모두 치를 수 있게 됐지만 경기가 점점 위축되면서 스폰서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KLPGA 투어는 최근 몇 년간 대회 수가 늘어났지만 내년에는 현상 유지 정도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는 세계적 금융위기로 열기가 식었지만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소위 ‘이름 있는’ 프로골퍼들은 부산했다. 이 시기엔 많은 프로골퍼가 기존 후원계약을 갱신하거나 신규, 해지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선수는 재정 부담에서 벗어나고 기업은 선수를 활용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골프 후원계약은 세계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한국골프의 후원관계는 매우 독특하다. 대부분의 외국 골퍼들은 후원사의 협찬금을 주 수입원으로 한다. 이에 반해 한국 골퍼들은 후원사로부터 계약금과 연봉,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등 수입원이 다양하다.
후원사 차이도 크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은 주로 자동차, 명품, 금융, 스포츠 및 골프용품사 등이 후원에 나선다. 이들은 후원만 할 뿐 별도의 활동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은 가전제품 유통, 석유, 제2금융권, 홈쇼핑 심지어는 안과병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종에서 골프 후원에 나선다.
하지만 연말 들어 불어 닥친 세계적인 금융한파로 한국 역시도 찬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그래서 올 시즌 재계약 시장은 어둡기 그지없다. 따라서 후원자 기업도 실리를 최우선으로 해 재계약에 임하고 있다. 그만큼 이제는 ‘이름값’보다 ‘현재진행형’ 선수를 선호한다.

국산골프클럽 업체인 E2와 스폰서십 계약을 한 박세리(31)는 지난해 12월26일 CJ와 결별했다. 양측은 이날 계약 연장 협상이 결렬됐다는 사실을 밝히며 5년 동안 이어진 스폰서십 관계를 정리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1997년 삼성물산과 10년간 30억원을 받는 파격적인 후원 계약을 맺은 데 이어 2002년에는 CJ와 ‘연봉 20억 원+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이라는 매머드 계약을 체결한 박세리는 무적선수가 됐고 CJ는 간판선수를 잃었다. 양측의 생각은 처음부터 어긋났다.
CJ와 재계약 협상을 앞두고 박세리 측은 “명예의 전당 입성과 경기 외적인 기여도를 인정해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이어가자”고 요구했다. 그러나 CJ는 “2년 이상 부진해 몸값을 하지 못했다”며 단기계약과 연봉삭감을 주장하며 연봉 10억원에 인센티브를 더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CJ의 이런 수정안에 대해 박세리 측은 “최소한의 자존심은 세워줘야 하는 게 아니냐”며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결국 양측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헤어졌다.

5년간 6승은 뛰어난 성적이지만 연간 30억원을 받는 선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최근 올 시즌을 끝으로 명예로운 은퇴를 선언했던 ‘골프여제’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핵심 후원자는 세계적인 골프업체 캘러웨이다.
캘러웨이는 소렌스탐에게 연간 100만 달러(약 9억3000만원) 수준의 후원을 하고 있다. 미 LPGA 투어 통산 69승과 메이저대회 10회 우승 경력의 소렌스탐의 몸값이 통산 24승과 메이저대회 5회 우승의 박세리의 3분의 1정도다.
소렌스탐이라고 자존심이 없겠는가. 자존심으로 프로스포츠 선수의 몸값을 책정하는 나라는 한국을 빼곤 거의 없다. 프로선수들의 몸값은 이전의 성적을 참고해 미래 기대치를 산정해 결정하는 게 기본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슈퍼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의 말을 들어보자.

“‘이 선수가 이렇게 잘했다’며 설득하는 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과거의 성적을 기반으로 ‘앞으로 이 정도의 성적을 낼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하는 게 협상의 원칙이다. 구단은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있는 베이브 루스를 찾는 게 아니라 당장 경기장에서 뛰고 던질 선수를 필요로 한다”라고 단언한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는 후원자의 업종도 다양해 졌다. 실례로 지난해 12월20일 김안과병원은 신인 프로골퍼 강경술(20·중앙대)과 계약금 3천만원에 1년간 전속 후원계약을 맺었다. 앞으로 강경술은 대회마다 김안과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나올 계획인데 병원 로고를 모자에 달고 필드에 등장하는 건 세계골프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한국의 후원사들은 후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소속구단(골프단) 개념을 도입했다. 지난해 10월 경주 마우나오션CC에서 열린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에서 만난 LPGA 투어 관계자는 “하이마트가 한국 골프계의 ‘뉴욕 양키스’라고 들었다”라며 “개인 스포츠인 골프가 단체스포츠화한 건 아마도 한국이 처음일 것”이라며 놀라워했다.
골프단 도입은 2000년 3월 남녀 프로골퍼 9명과 주니어 골퍼 6명으로 출범한 이동수 골프단이 최초였다. 당시 이동수 골프단은 ‘골프=개인코치제’라는 기존 등식을 뒤엎고 야구나 축구단처럼 감독과 코치를 둬 소속선수를 지도하게 했다.
합숙훈련도 마다하지 않았다. 창단 초기 ‘굳이 골프단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소리를 들었지만 뒷날 골프계는 이동수 골프단을 성공작으로 평가했다.
이후 하이마트, 빠제로, 김영주골프, 휠라코리아, 동아회원권, 캘러웨이 등 수많은 골프단이 이동수 골프단의 뒤를 이었다. 골프계 일부에서 “조만간 골프단끼리 선수 트레이드를 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올 정도로 골프단 규모는 비대해졌다.

이처럼 발전하는 골프 후원계약은 한때 과열 양상을 빚었다. 미 LPGA투어에서 처음 우승한 선수에게 후원사가 몰려 몸값이 껑충 뛰는가 하면 1년 반짝한 남자골퍼가 물심양면으로 보살펴 준 소속사와 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골프단 옷으로 갈아입기도 했다.
이런 선수들은 대개 1년쯤 지나고서 거품이 빠져 제자리를 찾았지만 후원 기업들은 남 좋은 일만 한 꼴이 됐다. 올 시즌 골프 후원계약의 거품이 조금씩 빠지고 있다. 기업도 허황된 계산보다는 실리를 찾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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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