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잃은 ‘룰라’의 끝없는 추락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5.14 15:57:38
  • 댓글 0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90년대 가요계 전성기를 이끌던 댄스그룹 ‘룰라’가 연예계의 ‘악동’으로 떠오르고 있다. 룰라 원년멤버였던 신정환, 이상민이 각각 해외원정도박과 도박사이트 개설로 구설수에 오른데 이어 비교적 무난한 연예계 생활을 이어가던 고영욱까지 최근 성폭행 혐의를 받으면서 다시금 추락 위기에 놓인 것. 이에 일각에서는 ‘룰라의 저주’라는 말까지 나온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룰라, 그들의 수난사를 짚어봤다.

‘날개 잃은 천사’를 시작으로 ‘기도’ ‘3!4!’ 등 연이은 히트송을 발표하면서 많은 인기를 얻었던 그룹 ‘룰라’. 5년 동안 700만장의 앨범을 판매한 90년대 최고의 댄스그룹이다.

그러나 2집 이후 멤버들의 각종 루머와 표절 시비 등으로 논란을 빚다 결국 8집 앨범을 끝으로 해체했다. 이후 10년의 공백을 깨고 지난 2009년 예전 멤버인 이상민, 고영욱, 김지현, 채리나, 신정환이 모여 9집 앨범을 발매하면서 재기를 도모하기도 했지만 멤버들의 잇따른 구설수에 향후 행보마저 안개 속에 빠져 들었다.

“연예인 시켜줄게”

먼저 룰라멤버 고영욱은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될 전망이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고영욱이 케이블TV 프로그램에 출연한 미성년자 김모(18)양에게 연예인을 시켜주겠다며 접근해 술을 마신 뒤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고영욱은 지난 3월 중순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케이블채널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을 희망한 김양이 보낸 자기소개 영상을 모니터한 뒤 프로그램 관계자로부터 김양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이어 고영욱은 김양에게 전화를 걸어 “연예인 할 생각 없느냐, 기획사에 다리를 놓아 주겠다”고 유인했다.

3월30일 김양과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만난 고영욱은 “내가 연예인이라 남들이 알아보면 곤란하다”며 김양을 설득한 뒤 차에 태워 자신의 오피스텔로 데려갔다. 고영욱은 미리 준비해 놓은 술을 마시도록 권유한 뒤 술에 취한 김양의 옷을 벗겨 강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고영욱은 또 지난 4월5일 김양에게 전화를 걸어 “연인사이로 지내자”라고 한 뒤 이를 믿은 김양을 같은 장소로 유인해 간음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영욱은 이후 항의하는 김양에게 카카오톡을 통해서 “신고해서 서로 좋을 게 뭐가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학교폭력사범 단속 및 예방활동 중 첩보를 입수해 내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고소가 이뤄졌고, 고영욱을 검거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영욱은 경찰조사에서 “3월30일 성관계는 합의에 의해 이뤄졌고, 4월5일 성관계는 연인 사이에서 이뤄진 성관계”라며 협박이나 강제성에 대한 혐의를 부인했다. 이 부분이 향후 처벌수위와 구속여부를 결정하는 관건으로 판단되고 있다.

“도박부터 성범죄까지” 일 냈다하면 방송정지?
룰라멤버들 잇따른 추락에 네티즌 “안타깝다”

문제는 형사처벌뿐만이 아니다. 룰라의 전성기 이후 한동안 침체기를 가졌다 지난 몇 년 새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누렸던 고영욱은 이번 사건으로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물론, 방송복귀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고영욱 성폭행사건으로 연쇄추락 위기에 놓인 건 룰라의 또 다른 멤버 이상민이다. 최근 케이블 TV Mnet <음악의 신>에 고영욱과 함께 출연하며 훼손된 이미지 재기를 위해 노력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음악의 신> 방송여부 마저도 불투명해 진 것이다.

이미 이상민은 이혼과 사업실패 그리고 인터넷 도박사이트 개설이 연속적으로 맞물리며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이상민은 2006년 인터넷 도박사이트 개설로 징역 1년6월과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60시간 및 추징금 2억1000만원을 선고 받아 KBS와 MBC 등에서 출연이 금지됐다. 지난해에는 수십억 원대 대출을 알선하고 1억원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멤버들 다 왜 이 지경?

룰라멤버 중 예능프로그램에서 가장 먼저 두각을 드러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신정환은 도박으로 수차례 구설에 올랐다.

신정환은 2003년과 2005년에 도박 혐의로 기소돼 각각 500만원과 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과가 있다. 또 지난 2010년에는 해외원정도박으로 물의를 빚은 뒤 모든 방송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당시 신정환은 필리핀 세부에서 바카라 도박으로 거액의 빚을 져 귀국하지 못해 자신이 출연하는 방송 프로그램 녹화를 펑크 내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국내에서 논란이 일자 자신의 팬카페를 통해 “카지노에는 들렀지만 도박은 하지 않았다”며 원정 도박설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뎅기열로 입원했다고 해명했지만 이 역시 거짓으로 들통 나 이미지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도달했다. 신정환은 지난해 6월 3일 징역 8월을 선고받고 복역했지만 지난해 12월 23일 ‘성탄절 특별사면’으로 가석방됐다.

룰라의 ‘홍일점’으로 인기의 절정을 맛본 멤버 김지현도 예외는 아니었다. 섹시 콘셉트를 내세운 솔로앨범이 이렇다 할 빛을 보지 못했고 ‘노출 불사’ 열연을 펼친 영화 <썸머타임> 마저 악평을 받으면서 인생의 굴곡을 여러 번 거쳤다. 김지현은 미혼모, 유산설 등 황당한 악성 루머에도 시달려야했다.

룰라멤버들의 잇따른 추락에 연예계는 안타깝다는 반응과 룰라의 여러 가지 위기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연예관계자는 “많은 그룹이 해체한 후 개별적으로 성공한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룰라처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을 몸소 보여준 그룹은 없는 것 같다”며 “현재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돌 그룹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