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서형숙 기자]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작성한 2600여건에 이르는 사찰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특히 무차별적 불법사찰 논란에 ‘MB개입설’까지 더해지며 충격은 배가되는 양상이다. 현 정부의 도덕성의 치명상은 물론 4·11 총선을 목전에 두고 불거진 파문에 선거 판도까지 뒤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야권에서는 ‘MB탄핵’을 정식으로 거론까지 하며 거센 후폭풍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 29일 ‘김인규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 중인 KBS 새노조가 총리실 산하 공직지원윤리실이 지난 3년간 사찰한 내용을 담은 문건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공개된 문건에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대대적인 사찰뿐 아니라 개인의 불륜행각 등 상당한 파괴력이 있는 내용들이 많이 포함돼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노조는 “2008년에서 2010년까지 3년간 하명사건 처리부와 구체적인 사찰 결과 보고서를 제작진이 단독으로 입수했다”며 “이 중에는 KBS와 YTN 등 방송사에 대한 사찰 보고서도 포함되어 있다”고 폭로했다.
실제로 문건에는 공직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민간인을 대상으로도 광범위한 사찰이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BS, MBC, YTN 등 방송사 내부 동향 파악은 물론 노동조합의 성향 및 주요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까지 기록돼 있다.
사찰 대상으로는 남경필 의원, 민간인 김종익씨, 서울대 병원노조, 산부인과 의사, 촛불집회 관련단체, 재벌, 야당정치인, 노동단체, 언론인, 공무원 등이 포함됐던 것이 드러나 “민간인 대상 사철은 없었다”고 밝힌 검찰 수사 결과에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앞서 장진수 전 청와대 주무관의 폭로로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이 증폭되어 온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문건까지 공개되며 현 정부의 뇌관이 터진 셈이다. 총선을 목전에 둔 현 상황에서 표심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됐다. 무엇보다 이제 야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정식으로 입에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MB심판국민위원회 위원장인 박영선 민주통합당 의원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회의 및 MB심판 국민위원회 공동회의에서 “대한민국 국민 2600여명에 대한 불법사찰 진행 상황과 기록을 담은 문건이 공개됐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면서 “범국민적으로 대통령 하야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라며 '정식으로 ‘MB하야’를 거론했다.
같은 날 천정배 민주통합당 의원역시 트위터를 통해 “정권심판을 넘어 MB탄핵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 의원은 이어 “MB?새누리 정권은 유신 때의 중앙정보부를 부활시켰다”며 “여당의원, 재벌까지 닥치는 대로 사찰하고 방송장악 위해 암약하고 꼬리를 밟히자 검찰을 움직여 은폐하고 증거를 인멸했다”고 성토했다.
총선 목전에서 계속 튀어나오는 불법사찰 폭로?증거물
MB탄핵 정식 거론하는 야권…·총선 결과에 이목 쏠려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는 “이 정권이 존립할 티끌만한 정당성도 사라졌고, 하수구 시궁창만큼의 도덕성도 없음이 밝혀졌다. 이명박 정부는 퇴진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선 대표는 “과거 군부독재시절에도 국정원이나 보안사를 동원한 사찰은 있었으나 청와대와 국무총리실이 주도해 민간인 사찰하고 방송사 장악하고, 공공기관 간부등의 사생활까지 사찰한 적은 없었다”며 “야권은 ‘이명박 탄핵’을 총선 구호로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계속해서 터지는 정부여당의 악재에 수그러들던 정권심판론도 다시금 불붙는 양상이다. 게다가 야권에서는 불법사찰에 ‘MB개입설’까지 더해지며 대통령 하야까지 운운하는 실정이다.
때문에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면이 창출될 경우 전방위적인 청문회가 열리면서 대통령의 탄핵과 하야 요구가 봇물 터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무차별적인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정황에 이제 청와대가 총선 결과에 전전긍긍 떨고 있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