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라이벌 인터뷰②>구로갑 3차전 이범래(새누리당) vs 이인영(민주통합당)

‘금배지’ 주거니 받거니… 이번엔 누구 손에?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여야 모두 19대 총선에 나설 ‘옥석’이 점차 가려짐에 따라 대진표도 정해지고 있다. 일찌감치 낙점돼 출마 채비를 마친 선수들은 벌써부터 불꽃을 뿜어내며 그야말로 총선정국은 뜨겁다. 여기에 무려 세 번째 혈투가 예고되며 긴장지수가 높아진 지역구가 있다. 바로 ‘구로갑’이다. 수성의 깃발을 치켜든 이범래 새누리당 의원과 설욕을 다짐한 이인영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일찌감치 링위에 올라와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구로갑은 바람의 영향을 받아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지역구로 꼽힌다. 실제로 17대 총선에서는 이 최고위원이 18대 총선에서는 이 의원이 각각 당선되며 금배지를 주거니 받거니 해왔다. 현역의원으로 튼튼해진 지역기반과 의정활동 성과를 내세우며 지역구 수성에 나선 이 의원과 민주통합당에서 두 차례나 최고위원으로 뽑히며 지역구 탈환에 고군분투 중인 이 최고위원. 과연 이번 금배지는 누구의 가슴에 달게 될까? <일요시사>는 피 튀기는 혈전지 구로갑에서 두 후보를 만나봤다.

 

◎‘서민지킴이’ 이범래(새누리당)

“MB정부 금융위기 빨리 극복했지만 과실은 서민에 못 미쳐”

-왜 구로갑에 이범래여야 하는지?

▲구로갑은 도시와 농촌의 복합지역으로 서남권의 대표적 낙후지역이었다. 저는 이 지역 출신으로서 18대 국회에서 구로의 변화를 가져왔지만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소외된 지역을 발전된 지역으로 완성시키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출마하게 됐다. 앞으로 구로가 변두리가 아니라 새로운 변화의 중심지로 성장해 자랑스러운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구로의 변화를 위해 핵심적으로 추진했던 것들은?

▲구로의 60년 숙원사업이던 영등포교도소 이전문제를 해결했다. 이 자리는 완전히 새로운 신시가지로 변화될 것이다. 그리고 34년간 미개발 부지가 있던 고척동에 국내 최초 돔야구장을 건립 중이고, 48년 만에 KBS 개봉 송신소를 이전하여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게 됐다. 또 지역을 동서남북으로 갈랐던 남부순환도로를 25년 만에 지하화 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의 왕래가 편해졌고, 동질감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10년의 숙원사업이던 고척2동에 간선버스를 들어오게 하며 교통 불편도 해소했다.


-임기 말 MB정부를 평가하자면?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이후 모든 나라들이 어렵다. MB정부는 그 와중에서도 나름 빨리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반서민의 삶에 영향을 못 미쳐 생활이 어려운 분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 같다. 금융극복의 과실이 서민들에게 못 내려 간 것이 아쉽다. 또 인사부분의 실패는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런 부분에서 일반 국민들이 실망하게 된 것 같다.

-(새누리당) 당명 개정의 의미는?

▲옛 한나라당이 그 모습 그대로, 그 사람 그대로가 된다면 국민들에게 절대로 어필할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었다. 때문에 이름 바꾸고 사람을 바꿔서 국민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절박함이었다. 

-바꿔야 한다는 인식에도 막상 공천결과에 대한 반발로 탈당행렬이 이어졌다.

▲저도 지방선거 공천심사를 여러번 했지만 사람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번에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분들은 객관적이고 공정하면 승복하겠지만 그렇지 않아 승복 못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객관적이고 누구나 인정하는 시스템이 정착이 되었으면 한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지역민심은?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만이 많다. 싸우지 말고 좀 국민을 위해 제대로 해봐라하는 것이 다들 기본적인 생각이다. 우리 지역이 발전을 원하고 더 열심히 해보라는 격려도 있지만 아직도 많이 미흡하다고 질책하시는 분들도 많다. 미흡하지만 더 열심히 해서 지역민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지역으로 바꾸겠다.

-지난 선거에서 926표 차이로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궁동에 위치한 대형교회의 표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직접 뛰었던 후보자 입에서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궁동·오류동 지역은 제가 자라난 지역이라 아는 분이 많다. 또 제가 다닌 학교가 위치해 있기에 저한테 정서가 쏠려있다. 무엇보다 교회나 절의 표가 지역의 선거를 결정한다는 것은 우스운 얘기고 오히려 종교모독이다.

-이번 총선에서 특별한 전략이 있다면?

▲시끄럽지 않게 하겠다. 선거가 주민들의 즐거운 선택이 되어야 하는데 유세차가 와서 떠들고 외부 인사들이 와서 떠들면 주민들도 짜증을 낸다. 때문에 우리 지역은 조용하고도 즐겁게 선거를 치를 생각이다. 외부분들이 오더라도 즐거운 잔치가 되도록 하겠다.

-총선에서 내세울 ‘이범래표’ 정책은?

▲구로갑은 아직도 변화가 필요한 지역이다. 19대에는 지역을 남북으로 가로막는 경인전철을 지하화하고, 그 65만평의 부지는 주민생활에 편리한 시설을 유치해서 지역의 모양의 바꾸려고 한다. 단순히 우리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서울역에서 온수역까지, 청량리에서 도봉산까지, 그 구간과 그 지역 국회의원들이 공통공약으로 내세울 것이다. 또 구로갑 지역은 서울과 경기의 변경지역으로 교통체증구간이다. 교통해소를 위해 고척삼거리에서 유한대학 구간에 이중화 도로를 개설하겠다. 이는 국토부도 적극 검토 중이다. 오류동 민자역사 건립으로 지역 상권 활성화 계획도 있다. 지역 저소득계층의 목돈마련 등을 위해 특히 어렸을 때부터 금융경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한국투자자교육재단,KDI 등과 연계해 무상 금융경제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할 생각이다. 이것이 우리 지역에서 성공하면 전국적 프로그램으로 만들 생각이다.

-18대 총선당시 이인영 후보가 내세운 1호선 지하화 공약에 대해 당시 부정적 입장이지 않았나?

▲당시 이인영 후보 측에서 내세운 지하철 지하화 공약은 사업의 필요성은 우리도 인정했지만 당시 국가정책사업으로 계획이 없었고, 재원대비 편익부분에서 사업성도 없었다. 게다가 경인전철은 인력뿐 아니라 산업의 이동과 국가안보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다. 때문에 당연히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당시 이 후보측도 공약만 내세웠지 근거나 부연설명이 없었다. 현재는 재원마련 및 65만평에 달하는 부지 활용방안 등 철저한 검토 끝에 새누리당 서울시당의 정책으로 채택된 부분이다. 이에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경기·인천 시장 후보들이 1호선 지하화 계획에 합의했다. 또 지금은 기술적 진보와 국가 유효부지 활용도 증가, 주변 재산권 문제 등 서울의 균형발전이라는 틀에서 검토를 마쳤다.

-이번 구로갑 지역의 판세전망을 스스로 한다면?

▲솔직히 모르겠다. 요즘에는 여론조사도 맞지 않다. 현재 지역주민들이 변화를 요구하고 있고 저도 ㅇ기회를 놓치면 우리지역의 발전을 놓친다는 절박감에서 출마했다. 때문에 주민들이 제 마음을 믿어주고 저를 인정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벌써 세 번째 격돌이다. 상대 후보 측에 하고 싶은 말은?


▲이인영 후보는 아주 깔끔한 사람이다. 서로 지역문제를 의논하고 깨끗하게 승부를 겨뤘으면 좋겠다.

<이범래 프로필>

▲1977 우신고등학교 
▲1982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 
▲2007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1981 제23회 사법시험 합격
▲1988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1991 법무법인 중앙 대표변호사
▲2008 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진보 통합 깃발 세운 ‘야전사령관’ 이인영(민주통합당)

“정의의 심판 통해 보편적 복지·경제민주화 실현해야”

-왜 구로갑에 이인영이여야 하는지?


▲구로는 대한민국의 대표 서민도시다. 그런 구로에서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민주진보진영이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치는 반드시 보편적 복지·경제민주화·한반도 평화와 함께 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저는 일관성 있게 해왔다. 그것이 지금의 시대정신이고, 일관되게 해온 제가 구로갑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낙선 이후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다. 어떤 구상을 했나?

▲낙선해서 상대적으로 지역에 많이 있다 보니 서민들의 삶 속으로 많이 그리고 깊이 들어갔다. 그동안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등 삶의 불안정성으로 위기에 처한 사람들과 중소기업·자영업이 대기업에 의해 내몰리는 상황을 지켜봤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내에서 누구보다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강하게 주장했다. 또 이 두 가지를 실현하고 거꾸로 가는 대한민국의 방향을 돌리기 위해 총대선 승리가 절실하다. 때문에 민주진보 연합정치 추진과 통합에도 드라이브를 걸었다. 마지막으로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돼 당권에 도전했다. 선배 정치인들을 ‘고려장’ 치르겠다는 것이 아니라 노장청 세대의 조화를 위해 ‘장’으로서 중심축 역할을 할 생각이다.

-임기 말 MB정부를 평가하자면.

‘삼반오망’ 정권으로 규정한다. 반민주·반민생·반평화와 민주주의 후퇴·서민경제 파탄·남북관계 악화·국토환경 대란·국가재정 위기로 역대 최악의 정권이다. 정치보복이 아니라 정당하게 심판하고 평가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새롭게 나아갈 방향이 잡히지 않는다. 정의의 심판이다. 무엇보다 MB노믹스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신자유주의 종주국인 영국과 미국도 이것을 수정 중이다. 정권적 공방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기에 심판을 통해 새롭게 고쳐야 한다.

-공천 잡음 이후 지지율이 새누리당에 다시 역전당한 모양새다.

▲국민공천 대신 사무실 공천이 됐고, 공천혁명 대신 기득권 공천이 돼버렸다. 누차 경고해왔음에도 반영돼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결과가 나버린 상황에서 지도부로서 책임을 회피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지지율이라는 것은 공천·정책·연대 3박자를 갖춰야 최상이 된다. 공천이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친것은 사실이지만 새누리당과 우위를 따져놓고 보면 전혀 밀리지 않는다. 객관적 지표로는 현역탈락률?경선지역의 수 등에서 민주당이 2배는 넘는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이 일자리·복지·경제민주화 정책을 (민주당을) 따라왔지만 줄푸세 사태 속에서는 가짜로 밖에 안 보인다. 우리가 서민·중산층을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 점과 야권연대가 이뤄지기에 지금부터 본격 선거체제로 들어가면 지지율이 훨씬 상승할 것으로 본다.

-연대를 추진하는 한편 구민주계의 탈당과 신당창당 등 분열양상도 보이는데?

▲김대중의 40대 기수론이 성공한 것은 정일형 박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김대중 정신과 민주당 정신은 세대의 흐름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분들도 이 뜻에 대해서는 다른 이의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새로운 세대를 전면에 내세워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통해 승부하자는 것이지 그분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 아니다. 때문에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지역민심은?

▲MB정권에 실망하고 분노한다. 박근혜 위원장에 대한 기대심리는 있지만 총선까지 이어져 (민주당을) 역전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민심에 기댄 반사이익에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공천에서 부족했지만 정책과 야권연대를 계기로 스스로의 능력과 힘을 증명해 수권세력으로 총·대선 승리의 길을 만들겠다.

-지난 선거에서 926표 차이로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궁동에 위치한 대형교회의 표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 분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에 진 사람의 입장에서 무엇에 핑계를 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제가 부족했던 탓이다.

-이번 총선에서 특별한 전략이 있다면?

▲정치는 상상력이다. 지역발전은 주어진 조건에서 맞추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뛰어넘어 지역발전의 모멘텀을 위해 새로운 상상력을 발동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것이 2008년에 공약으로 내세운 지하철 1호선 지하화였다. 당시 한나라당에서 말도 안 된다고 했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 자기들 것으로 만들었고 지금은 수용하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총선에서 내세울 이인영표 정책은?

▲구로갑에 이른바 ‘휴먼타운·행복벨트·복지벨트’로 도심재생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뉴타운 중심의 욕망을 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중심으로 복지요소를 추가한 휴먼타운이다. 특히 지하철 1호선의 지하화로 인해 생기는 52만평의 큰 공간에 녹지공간을 조성하고 학교·복지관·문화관 등 사회투자시설을 만들 것이다. 때로는 필요한 만큼의 주거복지공간을 만들어 장기전세 임대 주택 등을 효과적 구사할 수도 있고 공간을 내에서 교통로로 쓸 생각이다.

-이번 구로갑 지역의 판세전망을 스스로 한다면?

▲경합우세 정도다. 진보신당 후보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경합을 벌일 것 같다. 하지만 사퇴하면 우세할 것 같다. 물론 진보신당의 행보에 연연하지 않고 경쟁력을 키우려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승기의)흐름은 잡힌 것 같다. 남들에게 추킴을 받기보다는 더욱 겸손해지려 한다. 그러면 대체로 현격하게는 아니지만 흐름을 잡을 것 같다.

-벌써 세 번째 격돌이다. 상대 후보 측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몇 가지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여의도에서 안양천까지 야구장에 선착장을 만들겠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일종의 4대강 토건정책의 연장인지? 지금은 아무 얘기도 없이 꼬리를 감췄다. 뉴타운식 광역 개발하겠다며 득표했었는데 지난 4년동안 무엇이 진행되었는지 궁금하다. 또 전철 1호선 지하화는 말도 안되는 발상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자기 공약처럼 얘기하는 등 디베이트(토론)가 필요하다. 앞으로 지역발전을 위한 토론을 하며 꼼수경쟁 말고 멋지게 페어플레이 했으면 좋겠다.

<이인영 프로필>

▲1983 충주고등학교 
▲1988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 학사 
▲2009 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정보통신학 석사 
▲1987 제1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2003 한반도재단 동북아전략연구소 소장
▲2004 제17대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2010 민주당 최고위원회 최고위원
▲2012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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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