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기획>민주통합당 호남대숙청에 ‘토호세력의 난’ 조짐 내막

토사구팽’ 당한 성난 터줏대감들 ‘사고 칠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민주통합당이 눈앞에 떡하니 떨어진 콩고물조차 못 받아먹는 형국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부여당의 악재에도 지지율이 역전되면서다. 여기에 공천후폭풍까지 휘몰아치며 내분이 심상치 않다. 본격 호남대숙청 움직임에 터줏대감들이 크게 반발하면서다. 통합정당의 출범과 동시에 지지율 상승으로 총선압승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던 민주통합당. 연말에 있을 대선 승리를 위해선 필수적인 총선 승리 명제를 놓고 위기에 봉착한 모양새다.

조영택ㆍ김영진ㆍ김재균ㆍ최인기ㆍ강봉균ㆍ신건 탈락…눈물의 호남선
호남계 집단 반발ㆍ공천 재심의 요구…무소속연대 결성 출마 강행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의 공천갈등이 들불처럼 번지는 분위기다. 민주통합당이 지난 5일 4차 공천명단(호남권)을 발표하면서다. 이날 공천에서 호남의 현역의원 6명이 무더기로 탈락한 것. 지난 1~3차 공천 때 현역의원들의 이름이 고스란히 올라온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호남물갈이를 단행한 셈이다.

반면 친노 인사들은 수도권이나 부산·경남 지역에서 대부분 공천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때문에 호남 인사들은 “친노세력의 호남대숙청이 시작됐다”며 거센 반발 움직임을 보여 당내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친노의 각본에
호남 정치인 학살”

이번 공천명단에서 광주는 조영택·김영진·김재균, 전북은 신건·강봉균, 전남은 최인기 의원이 탈락했다. 호남의 나머지 지역에선 박지원·주승용·우윤근·이용섭 의원 등 4명만 공천이 확정됐을 뿐 23개 지역에선 경선이 치러진다. 일부 경선지역에선 현역의원이 추가로 탈락할 가능성이 있어 호남 교체 폭은 50%를 웃돌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다.

특히 물갈이 대상이 호남의 민주계라는 점에서 계파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날 최인기, 조영택, 강봉균 의원은 급히 기자회견을 열고 함께 자리하지 못한 신건 의원까지 포함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 공천 결과는 원칙도 기준도 없는 전형적인 코드 밀실 공천”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친노세력의 각본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유력한 호남 정치인을 학살한 것이다”고 성토했다.


사실상 1차 공천명단(영남권) 발표에서도 친노 인사가 절반이었다. 2·3차 때도 수도권과 충청·강원·제주지역에서 친노 인사가 대거 공천을 받거나 경선을 하는 구도였다. 게다가 호남의 23개 경선지역에 후보로 선정된 50명 중 박선원 전 청와대 전략비서관(나주·화순)과 서대석 전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광주 서을) 등 14명의 친노 인사들이 경선 후보로 선정됐다.

때문에 이들은 특정 세력의 특정 인물을 공천하기 위해 지지율이 가장 높은 자신이 배제됐다는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공심위가 주장하는 정체성의 기준이 무엇인가 밝혀야 한다. 정부에서 각료를 지낸 사람들은 무조건 배제하자는 것이 정체성의 기준이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며 “부실한 공심위를 구성하고 부당한 공천심사를 진행토록 한 한명숙 대표는 결과에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힐난했다.

앞서 공천에서 탈락한 김재균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의원 역시 이번 공천이 특정 세력의 정치적 각본에 의해 연출된 공천 학살극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정 세력’에 대해 “총선기획단의 이미경ㆍ백원우ㆍ우상호ㆍ임종석이다”며 “친노ㆍ486세력이 결탁한 심층 지도부”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공천 탈락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나를 꺾어야 나중에 호남에서 좌파세력을 구축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행동에 옮긴 것이다”고 덧붙였다.

호남 골수당원 일각서
박근혜 지지 목소리도

이들은 재심 청구 역시 당이 모두 기각함에 따라 무소속 출마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공천 탈락자들이 낸 50여건의 재심 청구를 당이 모두 기각함에 따라 이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민주당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나주시·화순 군의원, 민주당 당직자 100여 명도 그와 함께 탈당했다. 신·조 의원 등도 최 의원과 행동을 함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관악갑 공천에서 탈락한 한광옥 전 상임고문은 지난 2일 민주당을 탈당한 뒤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 이훈평 전 의원 등과 함께 ‘민주동우회’ 결성을 추진 중이다.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당선 가능성이 큰 현역의원들이 가세할 경우 민주동우회는 수도권과 호남지역 선거 판도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최근 민주동우회에 합류키로 하고 세 규합에 나섰다. 정 고문은 아들 호준씨가 서울 중구에 공천 신청했지만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방침으로 탈락 가능성이 큰 상태다. 강(봉균) 의원은 지난 8일 “정 고문 등 민주동우회를 추진하는 인사들로부터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탈당·출마 여부를 고민 중인데 민주동우회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호남계 일각에서는 호남이 이제는 ‘집토끼’가 아니라 ‘산토끼’로 변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이들은 선거철이 다가오면 되풀이되는 호남대숙청으로 항상 희생양이 되어왔다는 울분을 표출하고 있다. 한 당원은 “호남은 무리해 공천해도 당선시킬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에 이합집산(야권연대)으로 호남을 항상 통째로 떠넘기려 한다”며 맹비난했다.

때문에 이들은 “호남이 잡힐 듯 말 듯한 산토끼로 변해 여와 야가 박빙을 이루는 세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밀어주고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실제로 전북도민회는 4ㆍ11 총선을 앞두고, 호남 홀대론에 격분하여 김석균 새누리당 안산 상록갑 예비후보를 지지하고, 대선에서는 박 위원장을 지지할 것이란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진통은 감동 없는 하나마나한 공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대대적인 인적쇄신으로 공천혁명을 단행하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대부분의 전ㆍ현직 의원이 공천을 받거나 경선 대상으로 떡하니 이름을 올렸다.

집토끼 말고 산토끼로…호남 일각서 캐스팅 보트 전환 목소리
공천 후폭풍 거세지는 민주통합당 지도부 내부에도 균열 조짐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 명단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 유죄판결을 받은 임종석 전 사무총장과 그 전날 불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이 포함된 것이다.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어느 때보다도 인적쇄신으로 국면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내분거리를 자초한 셈이다. 비록 임 전 총장은 후보직과 사무총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진 후다.

게다가 비슷한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한광옥 전 고문은 공천을 받지 못하며 공정성 시비도 붙었다. 일각에선 비리에 연루되면 친노 인사에게만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구(舊) 민주계 인사는 대거 탈락하고, 친노 인사는 대부분 공천을 받았다는 계파공천 논란도 제기됐다. 통합의 한 축으로 참여한 시민사회세력과 한국노총 측에서까지 민주당 공천을 “계파별 나눠먹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와중에 한명숙 대표가 동문인 이대 출신 인사만 챙긴다는 비난마저 일고 있는 상태다.

앞서 모바일 국민참여 경선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투신자살 사건은 민주당에 엄청난 정치적 부담과 동시에 새누리당에 공격거리를 안겨 준 셈이다. 당장 민주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공천혁명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준비해 온 모바일 경선에 대한 기대와 신뢰에 금이 간 것.

이제 민주당의 공천파열음은 지도부의 균열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이 한 대표를 향해 대놓고 쓴소리를 뱉어내면서다. 박영선 최고위원은 “공천은 늘 시끄럽다고 덮기에는 상황이 달라 보인다”며 “공천 기준이 무엇인지 확실히 답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박지원 최고위원도 “공천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고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넘어가면 누가 총선 결과를 책임질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오만한 공천’에 지지율 역전
‘자업자득’ 민주당 신세


그간 정부여당을 둘러싸고 잇따라 터진 악재들은 선거 국면에서 민주당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처럼 보였던 게 사실이다. MB정권에 대한 실망으로 바닥 치는 민심은 PK(부산ㆍ경남)지역까지 동진정벌의 천재일우였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 모양새다. 다시금 새누리당에 지지율이 역전됐기 때문이다. 정치전문가들은 “구태를 되풀이한 공천과 이미 승자가 된 듯한 오만함 때문이다”면서 “자업자득”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제 다시 민주당은 절박한 처지에 빠졌다. 민주당의 당면 과제는 4ㆍ11 총선을 목전에 두고 내홍으로 번져나가는 반발 움직임을 수습하는 것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향후 민주통합당의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 상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