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기획>민주통합당 호남대숙청에 ‘토호세력의 난’ 조짐 내막

토사구팽’ 당한 성난 터줏대감들 ‘사고 칠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민주통합당이 눈앞에 떡하니 떨어진 콩고물조차 못 받아먹는 형국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부여당의 악재에도 지지율이 역전되면서다. 여기에 공천후폭풍까지 휘몰아치며 내분이 심상치 않다. 본격 호남대숙청 움직임에 터줏대감들이 크게 반발하면서다. 통합정당의 출범과 동시에 지지율 상승으로 총선압승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던 민주통합당. 연말에 있을 대선 승리를 위해선 필수적인 총선 승리 명제를 놓고 위기에 봉착한 모양새다.

조영택ㆍ김영진ㆍ김재균ㆍ최인기ㆍ강봉균ㆍ신건 탈락…눈물의 호남선
호남계 집단 반발ㆍ공천 재심의 요구…무소속연대 결성 출마 강행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의 공천갈등이 들불처럼 번지는 분위기다. 민주통합당이 지난 5일 4차 공천명단(호남권)을 발표하면서다. 이날 공천에서 호남의 현역의원 6명이 무더기로 탈락한 것. 지난 1~3차 공천 때 현역의원들의 이름이 고스란히 올라온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호남물갈이를 단행한 셈이다.

반면 친노 인사들은 수도권이나 부산·경남 지역에서 대부분 공천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때문에 호남 인사들은 “친노세력의 호남대숙청이 시작됐다”며 거센 반발 움직임을 보여 당내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친노의 각본에
호남 정치인 학살”

이번 공천명단에서 광주는 조영택·김영진·김재균, 전북은 신건·강봉균, 전남은 최인기 의원이 탈락했다. 호남의 나머지 지역에선 박지원·주승용·우윤근·이용섭 의원 등 4명만 공천이 확정됐을 뿐 23개 지역에선 경선이 치러진다. 일부 경선지역에선 현역의원이 추가로 탈락할 가능성이 있어 호남 교체 폭은 50%를 웃돌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다.

특히 물갈이 대상이 호남의 민주계라는 점에서 계파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날 최인기, 조영택, 강봉균 의원은 급히 기자회견을 열고 함께 자리하지 못한 신건 의원까지 포함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 공천 결과는 원칙도 기준도 없는 전형적인 코드 밀실 공천”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친노세력의 각본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유력한 호남 정치인을 학살한 것이다”고 성토했다.


사실상 1차 공천명단(영남권) 발표에서도 친노 인사가 절반이었다. 2·3차 때도 수도권과 충청·강원·제주지역에서 친노 인사가 대거 공천을 받거나 경선을 하는 구도였다. 게다가 호남의 23개 경선지역에 후보로 선정된 50명 중 박선원 전 청와대 전략비서관(나주·화순)과 서대석 전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광주 서을) 등 14명의 친노 인사들이 경선 후보로 선정됐다.

때문에 이들은 특정 세력의 특정 인물을 공천하기 위해 지지율이 가장 높은 자신이 배제됐다는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공심위가 주장하는 정체성의 기준이 무엇인가 밝혀야 한다. 정부에서 각료를 지낸 사람들은 무조건 배제하자는 것이 정체성의 기준이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며 “부실한 공심위를 구성하고 부당한 공천심사를 진행토록 한 한명숙 대표는 결과에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힐난했다.

앞서 공천에서 탈락한 김재균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의원 역시 이번 공천이 특정 세력의 정치적 각본에 의해 연출된 공천 학살극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정 세력’에 대해 “총선기획단의 이미경ㆍ백원우ㆍ우상호ㆍ임종석이다”며 “친노ㆍ486세력이 결탁한 심층 지도부”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공천 탈락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나를 꺾어야 나중에 호남에서 좌파세력을 구축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행동에 옮긴 것이다”고 덧붙였다.

호남 골수당원 일각서
박근혜 지지 목소리도

이들은 재심 청구 역시 당이 모두 기각함에 따라 무소속 출마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공천 탈락자들이 낸 50여건의 재심 청구를 당이 모두 기각함에 따라 이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민주당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나주시·화순 군의원, 민주당 당직자 100여 명도 그와 함께 탈당했다. 신·조 의원 등도 최 의원과 행동을 함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관악갑 공천에서 탈락한 한광옥 전 상임고문은 지난 2일 민주당을 탈당한 뒤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 이훈평 전 의원 등과 함께 ‘민주동우회’ 결성을 추진 중이다.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당선 가능성이 큰 현역의원들이 가세할 경우 민주동우회는 수도권과 호남지역 선거 판도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최근 민주동우회에 합류키로 하고 세 규합에 나섰다. 정 고문은 아들 호준씨가 서울 중구에 공천 신청했지만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방침으로 탈락 가능성이 큰 상태다. 강(봉균) 의원은 지난 8일 “정 고문 등 민주동우회를 추진하는 인사들로부터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탈당·출마 여부를 고민 중인데 민주동우회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호남계 일각에서는 호남이 이제는 ‘집토끼’가 아니라 ‘산토끼’로 변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이들은 선거철이 다가오면 되풀이되는 호남대숙청으로 항상 희생양이 되어왔다는 울분을 표출하고 있다. 한 당원은 “호남은 무리해 공천해도 당선시킬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에 이합집산(야권연대)으로 호남을 항상 통째로 떠넘기려 한다”며 맹비난했다.

때문에 이들은 “호남이 잡힐 듯 말 듯한 산토끼로 변해 여와 야가 박빙을 이루는 세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밀어주고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실제로 전북도민회는 4ㆍ11 총선을 앞두고, 호남 홀대론에 격분하여 김석균 새누리당 안산 상록갑 예비후보를 지지하고, 대선에서는 박 위원장을 지지할 것이란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진통은 감동 없는 하나마나한 공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대대적인 인적쇄신으로 공천혁명을 단행하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대부분의 전ㆍ현직 의원이 공천을 받거나 경선 대상으로 떡하니 이름을 올렸다.

집토끼 말고 산토끼로…호남 일각서 캐스팅 보트 전환 목소리
공천 후폭풍 거세지는 민주통합당 지도부 내부에도 균열 조짐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 명단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 유죄판결을 받은 임종석 전 사무총장과 그 전날 불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이 포함된 것이다.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어느 때보다도 인적쇄신으로 국면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내분거리를 자초한 셈이다. 비록 임 전 총장은 후보직과 사무총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진 후다.

게다가 비슷한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한광옥 전 고문은 공천을 받지 못하며 공정성 시비도 붙었다. 일각에선 비리에 연루되면 친노 인사에게만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구(舊) 민주계 인사는 대거 탈락하고, 친노 인사는 대부분 공천을 받았다는 계파공천 논란도 제기됐다. 통합의 한 축으로 참여한 시민사회세력과 한국노총 측에서까지 민주당 공천을 “계파별 나눠먹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와중에 한명숙 대표가 동문인 이대 출신 인사만 챙긴다는 비난마저 일고 있는 상태다.

앞서 모바일 국민참여 경선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투신자살 사건은 민주당에 엄청난 정치적 부담과 동시에 새누리당에 공격거리를 안겨 준 셈이다. 당장 민주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공천혁명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준비해 온 모바일 경선에 대한 기대와 신뢰에 금이 간 것.

이제 민주당의 공천파열음은 지도부의 균열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이 한 대표를 향해 대놓고 쓴소리를 뱉어내면서다. 박영선 최고위원은 “공천은 늘 시끄럽다고 덮기에는 상황이 달라 보인다”며 “공천 기준이 무엇인지 확실히 답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박지원 최고위원도 “공천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고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넘어가면 누가 총선 결과를 책임질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오만한 공천’에 지지율 역전
‘자업자득’ 민주당 신세


그간 정부여당을 둘러싸고 잇따라 터진 악재들은 선거 국면에서 민주당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처럼 보였던 게 사실이다. MB정권에 대한 실망으로 바닥 치는 민심은 PK(부산ㆍ경남)지역까지 동진정벌의 천재일우였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 모양새다. 다시금 새누리당에 지지율이 역전됐기 때문이다. 정치전문가들은 “구태를 되풀이한 공천과 이미 승자가 된 듯한 오만함 때문이다”면서 “자업자득”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제 다시 민주당은 절박한 처지에 빠졌다. 민주당의 당면 과제는 4ㆍ11 총선을 목전에 두고 내홍으로 번져나가는 반발 움직임을 수습하는 것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향후 민주통합당의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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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