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기획>민주통합당 호남대숙청에 ‘토호세력의 난’ 조짐 내막

토사구팽’ 당한 성난 터줏대감들 ‘사고 칠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민주통합당이 눈앞에 떡하니 떨어진 콩고물조차 못 받아먹는 형국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부여당의 악재에도 지지율이 역전되면서다. 여기에 공천후폭풍까지 휘몰아치며 내분이 심상치 않다. 본격 호남대숙청 움직임에 터줏대감들이 크게 반발하면서다. 통합정당의 출범과 동시에 지지율 상승으로 총선압승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던 민주통합당. 연말에 있을 대선 승리를 위해선 필수적인 총선 승리 명제를 놓고 위기에 봉착한 모양새다.

조영택ㆍ김영진ㆍ김재균ㆍ최인기ㆍ강봉균ㆍ신건 탈락…눈물의 호남선
호남계 집단 반발ㆍ공천 재심의 요구…무소속연대 결성 출마 강행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의 공천갈등이 들불처럼 번지는 분위기다. 민주통합당이 지난 5일 4차 공천명단(호남권)을 발표하면서다. 이날 공천에서 호남의 현역의원 6명이 무더기로 탈락한 것. 지난 1~3차 공천 때 현역의원들의 이름이 고스란히 올라온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호남물갈이를 단행한 셈이다.

반면 친노 인사들은 수도권이나 부산·경남 지역에서 대부분 공천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때문에 호남 인사들은 “친노세력의 호남대숙청이 시작됐다”며 거센 반발 움직임을 보여 당내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친노의 각본에
호남 정치인 학살”

이번 공천명단에서 광주는 조영택·김영진·김재균, 전북은 신건·강봉균, 전남은 최인기 의원이 탈락했다. 호남의 나머지 지역에선 박지원·주승용·우윤근·이용섭 의원 등 4명만 공천이 확정됐을 뿐 23개 지역에선 경선이 치러진다. 일부 경선지역에선 현역의원이 추가로 탈락할 가능성이 있어 호남 교체 폭은 50%를 웃돌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다.

특히 물갈이 대상이 호남의 민주계라는 점에서 계파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날 최인기, 조영택, 강봉균 의원은 급히 기자회견을 열고 함께 자리하지 못한 신건 의원까지 포함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 공천 결과는 원칙도 기준도 없는 전형적인 코드 밀실 공천”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친노세력의 각본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유력한 호남 정치인을 학살한 것이다”고 성토했다.


사실상 1차 공천명단(영남권) 발표에서도 친노 인사가 절반이었다. 2·3차 때도 수도권과 충청·강원·제주지역에서 친노 인사가 대거 공천을 받거나 경선을 하는 구도였다. 게다가 호남의 23개 경선지역에 후보로 선정된 50명 중 박선원 전 청와대 전략비서관(나주·화순)과 서대석 전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광주 서을) 등 14명의 친노 인사들이 경선 후보로 선정됐다.

때문에 이들은 특정 세력의 특정 인물을 공천하기 위해 지지율이 가장 높은 자신이 배제됐다는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공심위가 주장하는 정체성의 기준이 무엇인가 밝혀야 한다. 정부에서 각료를 지낸 사람들은 무조건 배제하자는 것이 정체성의 기준이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며 “부실한 공심위를 구성하고 부당한 공천심사를 진행토록 한 한명숙 대표는 결과에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힐난했다.

앞서 공천에서 탈락한 김재균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의원 역시 이번 공천이 특정 세력의 정치적 각본에 의해 연출된 공천 학살극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정 세력’에 대해 “총선기획단의 이미경ㆍ백원우ㆍ우상호ㆍ임종석이다”며 “친노ㆍ486세력이 결탁한 심층 지도부”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공천 탈락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나를 꺾어야 나중에 호남에서 좌파세력을 구축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행동에 옮긴 것이다”고 덧붙였다.

호남 골수당원 일각서
박근혜 지지 목소리도

이들은 재심 청구 역시 당이 모두 기각함에 따라 무소속 출마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공천 탈락자들이 낸 50여건의 재심 청구를 당이 모두 기각함에 따라 이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민주당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나주시·화순 군의원, 민주당 당직자 100여 명도 그와 함께 탈당했다. 신·조 의원 등도 최 의원과 행동을 함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관악갑 공천에서 탈락한 한광옥 전 상임고문은 지난 2일 민주당을 탈당한 뒤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 이훈평 전 의원 등과 함께 ‘민주동우회’ 결성을 추진 중이다.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당선 가능성이 큰 현역의원들이 가세할 경우 민주동우회는 수도권과 호남지역 선거 판도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최근 민주동우회에 합류키로 하고 세 규합에 나섰다. 정 고문은 아들 호준씨가 서울 중구에 공천 신청했지만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방침으로 탈락 가능성이 큰 상태다. 강(봉균) 의원은 지난 8일 “정 고문 등 민주동우회를 추진하는 인사들로부터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탈당·출마 여부를 고민 중인데 민주동우회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호남계 일각에서는 호남이 이제는 ‘집토끼’가 아니라 ‘산토끼’로 변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이들은 선거철이 다가오면 되풀이되는 호남대숙청으로 항상 희생양이 되어왔다는 울분을 표출하고 있다. 한 당원은 “호남은 무리해 공천해도 당선시킬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에 이합집산(야권연대)으로 호남을 항상 통째로 떠넘기려 한다”며 맹비난했다.

때문에 이들은 “호남이 잡힐 듯 말 듯한 산토끼로 변해 여와 야가 박빙을 이루는 세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밀어주고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실제로 전북도민회는 4ㆍ11 총선을 앞두고, 호남 홀대론에 격분하여 김석균 새누리당 안산 상록갑 예비후보를 지지하고, 대선에서는 박 위원장을 지지할 것이란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진통은 감동 없는 하나마나한 공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대대적인 인적쇄신으로 공천혁명을 단행하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대부분의 전ㆍ현직 의원이 공천을 받거나 경선 대상으로 떡하니 이름을 올렸다.

집토끼 말고 산토끼로…호남 일각서 캐스팅 보트 전환 목소리
공천 후폭풍 거세지는 민주통합당 지도부 내부에도 균열 조짐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 명단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 유죄판결을 받은 임종석 전 사무총장과 그 전날 불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이 포함된 것이다.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어느 때보다도 인적쇄신으로 국면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내분거리를 자초한 셈이다. 비록 임 전 총장은 후보직과 사무총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진 후다.

게다가 비슷한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한광옥 전 고문은 공천을 받지 못하며 공정성 시비도 붙었다. 일각에선 비리에 연루되면 친노 인사에게만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구(舊) 민주계 인사는 대거 탈락하고, 친노 인사는 대부분 공천을 받았다는 계파공천 논란도 제기됐다. 통합의 한 축으로 참여한 시민사회세력과 한국노총 측에서까지 민주당 공천을 “계파별 나눠먹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와중에 한명숙 대표가 동문인 이대 출신 인사만 챙긴다는 비난마저 일고 있는 상태다.

앞서 모바일 국민참여 경선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투신자살 사건은 민주당에 엄청난 정치적 부담과 동시에 새누리당에 공격거리를 안겨 준 셈이다. 당장 민주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공천혁명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준비해 온 모바일 경선에 대한 기대와 신뢰에 금이 간 것.

이제 민주당의 공천파열음은 지도부의 균열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이 한 대표를 향해 대놓고 쓴소리를 뱉어내면서다. 박영선 최고위원은 “공천은 늘 시끄럽다고 덮기에는 상황이 달라 보인다”며 “공천 기준이 무엇인지 확실히 답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박지원 최고위원도 “공천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고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넘어가면 누가 총선 결과를 책임질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오만한 공천’에 지지율 역전
‘자업자득’ 민주당 신세


그간 정부여당을 둘러싸고 잇따라 터진 악재들은 선거 국면에서 민주당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처럼 보였던 게 사실이다. MB정권에 대한 실망으로 바닥 치는 민심은 PK(부산ㆍ경남)지역까지 동진정벌의 천재일우였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 모양새다. 다시금 새누리당에 지지율이 역전됐기 때문이다. 정치전문가들은 “구태를 되풀이한 공천과 이미 승자가 된 듯한 오만함 때문이다”면서 “자업자득”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제 다시 민주당은 절박한 처지에 빠졌다. 민주당의 당면 과제는 4ㆍ11 총선을 목전에 두고 내홍으로 번져나가는 반발 움직임을 수습하는 것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향후 민주통합당의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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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