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기획>민주통합당 호남대숙청에 ‘토호세력의 난’ 조짐 내막

토사구팽’ 당한 성난 터줏대감들 ‘사고 칠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민주통합당이 눈앞에 떡하니 떨어진 콩고물조차 못 받아먹는 형국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부여당의 악재에도 지지율이 역전되면서다. 여기에 공천후폭풍까지 휘몰아치며 내분이 심상치 않다. 본격 호남대숙청 움직임에 터줏대감들이 크게 반발하면서다. 통합정당의 출범과 동시에 지지율 상승으로 총선압승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던 민주통합당. 연말에 있을 대선 승리를 위해선 필수적인 총선 승리 명제를 놓고 위기에 봉착한 모양새다.

조영택ㆍ김영진ㆍ김재균ㆍ최인기ㆍ강봉균ㆍ신건 탈락…눈물의 호남선
호남계 집단 반발ㆍ공천 재심의 요구…무소속연대 결성 출마 강행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의 공천갈등이 들불처럼 번지는 분위기다. 민주통합당이 지난 5일 4차 공천명단(호남권)을 발표하면서다. 이날 공천에서 호남의 현역의원 6명이 무더기로 탈락한 것. 지난 1~3차 공천 때 현역의원들의 이름이 고스란히 올라온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호남물갈이를 단행한 셈이다.

반면 친노 인사들은 수도권이나 부산·경남 지역에서 대부분 공천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때문에 호남 인사들은 “친노세력의 호남대숙청이 시작됐다”며 거센 반발 움직임을 보여 당내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친노의 각본에
호남 정치인 학살”

이번 공천명단에서 광주는 조영택·김영진·김재균, 전북은 신건·강봉균, 전남은 최인기 의원이 탈락했다. 호남의 나머지 지역에선 박지원·주승용·우윤근·이용섭 의원 등 4명만 공천이 확정됐을 뿐 23개 지역에선 경선이 치러진다. 일부 경선지역에선 현역의원이 추가로 탈락할 가능성이 있어 호남 교체 폭은 50%를 웃돌 가능성이 농후한 상태다.

특히 물갈이 대상이 호남의 민주계라는 점에서 계파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날 최인기, 조영택, 강봉균 의원은 급히 기자회견을 열고 함께 자리하지 못한 신건 의원까지 포함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번 공천 결과는 원칙도 기준도 없는 전형적인 코드 밀실 공천”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친노세력의 각본에 따라 꼭두각시처럼 유력한 호남 정치인을 학살한 것이다”고 성토했다.


사실상 1차 공천명단(영남권) 발표에서도 친노 인사가 절반이었다. 2·3차 때도 수도권과 충청·강원·제주지역에서 친노 인사가 대거 공천을 받거나 경선을 하는 구도였다. 게다가 호남의 23개 경선지역에 후보로 선정된 50명 중 박선원 전 청와대 전략비서관(나주·화순)과 서대석 전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광주 서을) 등 14명의 친노 인사들이 경선 후보로 선정됐다.

때문에 이들은 특정 세력의 특정 인물을 공천하기 위해 지지율이 가장 높은 자신이 배제됐다는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또 “공심위가 주장하는 정체성의 기준이 무엇인가 밝혀야 한다. 정부에서 각료를 지낸 사람들은 무조건 배제하자는 것이 정체성의 기준이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며 “부실한 공심위를 구성하고 부당한 공천심사를 진행토록 한 한명숙 대표는 결과에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힐난했다.

앞서 공천에서 탈락한 김재균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의원 역시 이번 공천이 특정 세력의 정치적 각본에 의해 연출된 공천 학살극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정 세력’에 대해 “총선기획단의 이미경ㆍ백원우ㆍ우상호ㆍ임종석이다”며 “친노ㆍ486세력이 결탁한 심층 지도부”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공천 탈락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나를 꺾어야 나중에 호남에서 좌파세력을 구축할 수 있다고 인식하고 행동에 옮긴 것이다”고 덧붙였다.

호남 골수당원 일각서
박근혜 지지 목소리도

이들은 재심 청구 역시 당이 모두 기각함에 따라 무소속 출마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공천 탈락자들이 낸 50여건의 재심 청구를 당이 모두 기각함에 따라 이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민주당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나주시·화순 군의원, 민주당 당직자 100여 명도 그와 함께 탈당했다. 신·조 의원 등도 최 의원과 행동을 함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관악갑 공천에서 탈락한 한광옥 전 상임고문은 지난 2일 민주당을 탈당한 뒤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 이훈평 전 의원 등과 함께 ‘민주동우회’ 결성을 추진 중이다.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당선 가능성이 큰 현역의원들이 가세할 경우 민주동우회는 수도권과 호남지역 선거 판도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최근 민주동우회에 합류키로 하고 세 규합에 나섰다. 정 고문은 아들 호준씨가 서울 중구에 공천 신청했지만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방침으로 탈락 가능성이 큰 상태다. 강(봉균) 의원은 지난 8일 “정 고문 등 민주동우회를 추진하는 인사들로부터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탈당·출마 여부를 고민 중인데 민주동우회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호남계 일각에서는 호남이 이제는 ‘집토끼’가 아니라 ‘산토끼’로 변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이들은 선거철이 다가오면 되풀이되는 호남대숙청으로 항상 희생양이 되어왔다는 울분을 표출하고 있다. 한 당원은 “호남은 무리해 공천해도 당선시킬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에 이합집산(야권연대)으로 호남을 항상 통째로 떠넘기려 한다”며 맹비난했다.

때문에 이들은 “호남이 잡힐 듯 말 듯한 산토끼로 변해 여와 야가 박빙을 이루는 세력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밀어주고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실제로 전북도민회는 4ㆍ11 총선을 앞두고, 호남 홀대론에 격분하여 김석균 새누리당 안산 상록갑 예비후보를 지지하고, 대선에서는 박 위원장을 지지할 것이란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진통은 감동 없는 하나마나한 공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민심을 사로잡기 위한 대대적인 인적쇄신으로 공천혁명을 단행하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대부분의 전ㆍ현직 의원이 공천을 받거나 경선 대상으로 떡하니 이름을 올렸다.

집토끼 말고 산토끼로…호남 일각서 캐스팅 보트 전환 목소리
공천 후폭풍 거세지는 민주통합당 지도부 내부에도 균열 조짐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 명단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 유죄판결을 받은 임종석 전 사무총장과 그 전날 불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이 포함된 것이다. 대법원 확정판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어느 때보다도 인적쇄신으로 국면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내분거리를 자초한 셈이다. 비록 임 전 총장은 후보직과 사무총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진 후다.

게다가 비슷한 사건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한광옥 전 고문은 공천을 받지 못하며 공정성 시비도 붙었다. 일각에선 비리에 연루되면 친노 인사에게만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구(舊) 민주계 인사는 대거 탈락하고, 친노 인사는 대부분 공천을 받았다는 계파공천 논란도 제기됐다. 통합의 한 축으로 참여한 시민사회세력과 한국노총 측에서까지 민주당 공천을 “계파별 나눠먹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와중에 한명숙 대표가 동문인 이대 출신 인사만 챙긴다는 비난마저 일고 있는 상태다.

앞서 모바일 국민참여 경선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투신자살 사건은 민주당에 엄청난 정치적 부담과 동시에 새누리당에 공격거리를 안겨 준 셈이다. 당장 민주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공천혁명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준비해 온 모바일 경선에 대한 기대와 신뢰에 금이 간 것.

이제 민주당의 공천파열음은 지도부의 균열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지난 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이 한 대표를 향해 대놓고 쓴소리를 뱉어내면서다. 박영선 최고위원은 “공천은 늘 시끄럽다고 덮기에는 상황이 달라 보인다”며 “공천 기준이 무엇인지 확실히 답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박지원 최고위원도 “공천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고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넘어가면 누가 총선 결과를 책임질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오만한 공천’에 지지율 역전
‘자업자득’ 민주당 신세


그간 정부여당을 둘러싸고 잇따라 터진 악재들은 선거 국면에서 민주당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처럼 보였던 게 사실이다. MB정권에 대한 실망으로 바닥 치는 민심은 PK(부산ㆍ경남)지역까지 동진정벌의 천재일우였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 모양새다. 다시금 새누리당에 지지율이 역전됐기 때문이다. 정치전문가들은 “구태를 되풀이한 공천과 이미 승자가 된 듯한 오만함 때문이다”면서 “자업자득”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제 다시 민주당은 절박한 처지에 빠졌다. 민주당의 당면 과제는 4ㆍ11 총선을 목전에 두고 내홍으로 번져나가는 반발 움직임을 수습하는 것이란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향후 민주통합당의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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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