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우량주’ 손학규 수상한 잠행의 비밀

남들은 급행열차 타는데…어디서 뭐하나?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행보가 수상하다. 손 고문은 그간 ‘안풍’ ‘문풍’에 직격탄을 맞고 추락하며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이 약해진 상태다. 이쯤 되면 손 고문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법도 하다. 하지만 올해 초 1·15 전당대회 이후 일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무려 두 달째 잠행중인 것. 손 고문은 바닥 치는 지지율에도 만만치 않은 내공 탓에 ‘저평가 우량주’로 분류된다. 그의 조용한 행보가 흡사 폭풍전야의 분위기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과연 그는 잠행 끝에 어떤 용트림을 쏟아내려는 것일까?

야권통합 산파역할 이후 언론 노출 꺼리며 이상한 잠행
물밑에서 ‘산행정치’로 지지세 결집하며 ‘때’ 기다리나?

너무 조용하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행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간 ‘안풍’의 지속세와 ‘문풍’의 성장세에 밀려 손 고문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손학규계 공천 가뭄으로 당내 입지까지 좁아지게 생겼다. 손 고문의 대권행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처럼 보인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법도 한 손 고문이지만 어쩐 이유에선지 여전히 존재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문풍?안풍 직격탄
‘첩첩산중’ 대권행

지난 민주통합당의 1·15 전당대회 이후 손 고문은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언론에 노출을 꺼리는 기색도 역력하다. 지난 7~10일 미국 시라큐스대 맥스웰스쿨과 독일 NGO가 공동주최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세미나에 초청받아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손 고문의 자세한 방미일정은 측근들의 입이 아닌 외신들에 의해 알려졌을 정도였다.

바닥을 치는 지지율에도 왜 손 고문은 잠행하고 있는 것일까. 한 정치전문가는 손 고문이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 고문이 지금처럼 친노의 약진으로 불리해진 상황에서 섣불리 나서기보다는 총선정국 이후 자연스럽게 비집고 들어갈 틈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이번 총·대선은 MB정부에 대한 심판론적 성격이 짙은 선거임에 틀림없다. 유권자들이 참여정부와 MB정부의 비교 학습효과로 회고적·응징적 성격의 투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진 것. 이의 연장선상에서 현재는 참여정부의 상징성을 가진 친노세력이 약진한 상태다.

하지만 친노의 좌장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경우 향후 보수세력들의 집요한 공세가 불을 보듯 빤한 상황이다. 게다가 문 고문은 ‘노무현의 그림자’를 자처해 참여정부의 공과를 모두 떠안아야 할 입장이다. 문 고문이 보수세력과 정면 대결할 경우 참여정부의 과오가 문 고문의 아킬레스건이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당 일각에서도 문 고문만으로는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상태다. 또 친노세력은 다가오는 4·11 총선의 성적표에 따라 입지가 재정립될 수 있다. 이에 대비한 듯 손 고문은 잠행하는 동안 ‘산행정치’를 통해 전열을 정비하고 지지세를 결집하며 물밑에서 착실히 기반을 다지고 있다.

물밑에서 줄기차게
대선 준비해온 ‘손’

손 고문의 측근은 “손 고문은 두 달간 푹 쉬면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지지자들과 산행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실제로 손 고문은 지난 1월28일 광주 무등산을 등반했다. 무등산 등반은 손 고문이 연초마다 지지자들과 함께한 연례행사다. 하지만 이번 산행은 달랐다는 것이 동반자들의 전반적인 평이다.

손 고문의 무등산행에는 팬클럽 및 총선 예비후보자 등 무려 1000여 명이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손학규 대통령”이란 연호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질 정도로 모두 결기가 대단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무등산 서석대까지 선두로 등반한 손 고문은 이 자리에서 4·11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비례대표에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그는 또 “2013년은 통합의 시대”라며 ‘사회통합, 남북통합, 정치통합’을 새 시대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통합’은 손 고문이 오래전부터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아온 중심개념이다.

이어 손 고문은 지난 2월5일 대구 팔공산도 등반했다. 당시에는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의원과 동구갑에 출사표를 던진 임대윤 전 동구청장, 그리고 ‘손학규를 사랑하는  대구모임’ 팬클럽회원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손 고문은 이어 2월26일에는 자신의 사조직인 ‘민심산악회’와 함께 충남 계룡산을 오르는 산행정치를 이어가며 지지세 결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선거는, 특히 대선은 자체적인 조직으로만 치를 수는 없다는 점에서 손 고문의 행보는 지극히 자위적인 행보로 비춰지고 있다. 결국 손 고문에게 뭔가 숨은 비장의 카드가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뒤따르는 이유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1년여도 남지 않은 시기에서 이렇게 여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두고 인물평가와 정책비전을 따지는 단계가 되면 손 고문의 경쟁력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손 고문의 노림수라는 것. 잠시 정치권에서 한발 물러나 관망하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결정적 한방(?)을 준비하는 게 손 고문으로선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우량주’로 불리는 손 고문의 화려한 스펙은 그를 밑받침하며 언제든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손 고문은 20년에 걸친 민주화 투사 경험과 정치학 교수·3선 국회의원·보건복지부 장관·경기도지사에 당 대표까지 화려한 이력을 쌓아왔다.

흔히 전문가에서 정치인, 또는 운동권에서 정치인이 되는 것이 정치입문의 일반적 경로다. 손 고문은 운동권, 전문가(학자), 정치인을 다 거친 보기 드문 인물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여기에 숱한 검증을 통해 이미 맷집도 단련된 상태다.

‘손학규표’ 정책개발에 몰두…청년 일자리 만들기 주력
인물평가와 정책비전을 따지는 단계면 손학규 재평가?

게다가 경기도지사 시절의 손 고문의 업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도지사 시절 110개가 넘는 외국 첨단기업에서 총 141억불의 외자를 유치했고, 거기서 파생된 일자리 8만개를 도민들에게 돌려줌으로써 이미 탁월한 경영능력을 선보였다. 때문에 이러한 경력을 내세워 정책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다시 한 번 해볼만 하다는 목소리가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도 손 고문은 잠행기간 동안 분야별 정책개발에 몰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 미래재단’과 함께 ‘손학규표’ 정책개발에 매진한 것. 특히 그는 각 분야의 교수들과 스터디를 통해 오래전부터 정책을 구상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측근에 따르면 국민 일자리 창출로 대표되는 서민 실생활에 도움 되는 공약 마련에 방점을 찍은 상태다. 그의 측근은 “경제정책과 외자유치 경험, 대북관계 등 경기도지사 시절의 성공적인 경험을 살려 공약을 마련하고 있다”고 은밀하게 귀띔했다.

손 고문은 특히 산행도중 지지자들에게 “청년들에게 약속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일자리다”면서 “고용창출을 위해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탈피해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으로 일자리 확대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최근 이슈인 청년의 정치 참여 확대와 복지 확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손 고문은 그간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단수후보 지역으로 공천이 확정된 인사들을 만나 지원사격에도 나섰다. 그의 정무특보인 강훈식(충남 아산) 후보를 비롯해 박수현(충남 공주ㆍ연기)ㆍ노영민(청주 흥덕을)ㆍ홍제형(청주 상당)ㆍ오제세(청주 흥덕갑) 후보의 지역구를 조용히 방문해 선거운동을 도왔다.

손 고문의 측근은 현재 공천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을 감안해 공천 잡음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조용한 유세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고문은 지난해 4·27 재보선 당시 한나라당의 텃밭이던 경기 성남 분당을 지역의 승리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대권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냈다. 게다가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 등이 야권의 승리로 귀결되자 손 고문은 일순 탄력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불거진 당내 정체성 논란 및 ‘안풍’ ‘문풍’에 직격탄을 맞으며 가시권 밖으로 밀려나 자존심을 구겼다.

정책비전 검증단계
손학규표 정책 뜰까?

그는 특히 야권통합이라는 옥동자 탄생의 산파 역할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진 못했고 계속해서 5%대 미만을 맴돌며 고착상태를 보이고 있다.

손 고문의 측근은 “공천 명단이 모두 발표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후보자들 지원유세에 적극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총선지원을 시작으로 손 고문의 발걸음은 더욱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지지율 답보상태로 손 고문에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손 고문은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선 상태다.

무엇보다 손 고문은 저평가된 우량주라는 점에서 그의 또 다른 승부수가 기대되고 있다. 잠행기간 동안 손 고문이 준비한 대권플랜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다시 한 번 지지율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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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