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루머에 들썩이는 ‘괴담천국’ 대한민국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3.08 09: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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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는 14명의 남자와 성관계를 했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어느 날 스마트폰으로 날아온 요상한 이야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동안 내 애인 혹은 아내가 얼마나 많은 남자와 성관계를 가졌는지 알 수 있는 검사가 대한민국에 존재한다는 것. 트위터와 카카오톡 등을 통해 퍼진 기이한 괴담은 이뿐만이 아니다. 해산물 괴담부터 아스피린 팩, 암이 자연치유가 된다는 괴담까지…. 최근 SNS와 인터넷 상에서는 불안감을 조성하고 사회적 불신을 조장하는 ‘신종 괴담’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마디로 ‘괴담천국’이다.

“성관계를 했는지 여부는 항정자항체반응검사로 확인 가능합니다. 다만 이것은 10년 전이든 20년 전이든 성관계가 있다면 무조건 양성반응이 나와서 최근여부는 가리지 못하죠. 다만 반응률을 통해서 대략 몇 사람과 성관계를 했는지 추론할 수는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잣집이나 고위층 정도에서 결혼 시에 신부에게 이 검사를 요구했었는데 요즘은 평범한 사람들도 신부에게 이 검사를 요구하는 경우가 꽤 많죠. 가격도 몇 만원으로 저렴하고 가장 확실하게 성경험 여부와 대략 몇 명과 했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요구수요가 많은 편이죠.”

 

잠든 내 아내도
다시 보자(?)

 
‘항정자항체반응(antisperm antibody, ASA)’이라는 과학적인 이름을 앞에 달고 돌아다니는 이 괴담은 최근 ‘항정자항체반응검사’를 했다고 밝힌 한 남성의 사연으로부터 시작됐다.

결혼 후 1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아 불임클리닉을 찾던 사연의 주인공은 어느 날 인터넷 포털 지식검색에서 항정자항체반응에 대해 알게 됐다.

남성은 인터넷 검색 결과 “여자의 몸은 정자가 들어오면 이를 ‘적’으로 판단하고 싸워 없애기 위해 ‘항체’를 만드는데 만약 여성이 과거 한 남자와 오랫동안 성관계를 맺었거나 많은 남자와 관계를 맺으면 항체 수치가 높아져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후 남성은 “비뇨기과 검사 결과 아내의 항체 종류가 총 14개 즉 질내 사정, 구강 내 사정, 항문 사정 등 아내 몸속으로 들어온 정자의 종류라는 충격적인 설명과 함께 내 아내가 성관계를 가진 남성의 수가 14명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면서 “결혼 전 두 명의 남자와 관계를 맺었다는 아내에 대한 신뢰가 깨져 이제 부부관계를 지속하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내 여자 성관계 감별법’ 괴담, 트위터?SNS 타고 급확산
인신매매·잘못된 의학정보부터…수원역 성매매 괴담까지

남성은 또 “요즘 부부가 의학적으로 신체상 아무런 이유가 없음에도 불임이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 경우 항원-항체반응검사를 권해본다”며 “항체는 소멸되지 않기 때문에 평생 여성의 몸 안에 남고, 배우자가 오랜 성관계를 가진 남자 이외의 정자를 항체가 강력하게 공격하기 때문에 불임의 원인이 된다”며 글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우후죽순으로 번지고 있는 이 남성의 사연에 대해 의학계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비뇨기과 전문의인 이대성 원장은 항정자항체반응검사는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해 불임의 원인을 찾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데 이 검사를 통해 여성의 성관계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람에 따라 생기는 사람도 안 생기는 사람도 있고 성관계를 많이 해도 항정자항체가 반드시 생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또 “만약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성관계를 많이 할수록 불임의 빈도가 증가한다는 소린데 우리나라에 비해 성적으로 개방된 유럽 사람들의 불임률은 특별히 높지 않다. 결론적으로 여성의 순결유무를 가릴 수 있는 검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괴담으로 일축했다.

황당 괴담은
SNS를 타고~

다른 예도 있다. 지난해 8월 인터넷과 SNS를 중심으로 ‘마른 해산물 괴담’이 급속도로 퍼져 이를 본 네티즌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이 괴담은 “어떤 사람이 길거리에서 당신에게 접근해 마른 해산물을 추천하며 판매하려 하면서 한 번 맛보라든지 냄새 한 번 맡아보라 한다면 절대 하지 말 것. 그 것은 해산물이 아니라 ‘에틸에테르’ 일종의 마취약으로서 냄새를 맡게 되면 정신을 잃게 된다. 중국에서 넘어온 신종 범죄다”는 내용이다.

괴담이 빠르게 확산되자 당시 전문가들은 ‘에틸에테르’도 마취작용은 하나 잠깐 냄새를 맡는다고 정신을 잃지는 않는다고 설명하며 괴담에 동요하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지난해 말에는 “아스피린 마스크 팩을 하면 각질 제거, 여드름 제거 등 피부에 좋다”는 글이 나돌기도 했다.

“어떤 블로그에서 화농성 여드름에는 아스피린 팩이 좋다고 하던데”라는 질문이 올라오자 “아스피린의 주성분은 살리실릭산인데 이 성분이 피지감소, 각질제거의 작용을 합니다”라는 답글이 올랐다.

먹는 아스피린을 두알 정도 갈아서 에센스 혹은 물이랑 섞어 바르면 피부가 맑아지고 여드름이 없어진다는 것인데, 이 잘못된 정보가 걷잡을 수 없이 유포되자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아스피린, 올바르게 사용하기’라는 자료까지 배포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아스피린을 바르는 마스크 팩으로 만들어 피부에 도포했을 경우 만성 두드러기나 발진 등 예기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도대체 어디에서 이렇게 위험한 의학 정보가 퍼져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자궁경부암 백신중 하나인 ‘가다실’이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부작용도 심각하다는 글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미 미국에서 103명이 사망했으며 수천 명이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가다실은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16, 18형에 대해 내성을 생성한다.

SNS 통한 정보, “잘 활용하면 약! 자칫 독!”
스스로 정화, 컨트롤하는 능력 길러야 할 때 

최초의 암 백신으로 지난 2006년 미국 FDA에서 승인된 이후 국내에도 2007년 도입 처방되고 있다.

이를 본 트위터 사용자들은 “나도 가다실 접종받았는데”, “3차 접종까지 다 받았는데”라며 걱정을 표하는 가운데 한 사용자는 “한국 산부인과는 침묵 속 백신 장사 중”이라며 의료계에 불신을 드러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낭설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 주장의 근거는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가 조사한 결과로 지난 2008년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당시 대한산부인과학회는 가다실이 안전하다는 성명을 냈다.


이뿐만 아니다. 암은 자연치유가 되므로 항암치료는 제약회사의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다는 괴담도 있다. 몸에 있는 NK세포가 암을 치유할 수 있으므로 면역체계 회복을 도와야지 수술, 방사선 및 화학요법 등으로 면역력을 약화시키면 암을 오히려 키운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장기적출 인신매매, 수원역 근처에서 값이 저렴한 성매매 시 팔 다리 없는 여성이 나온다는 이야기 등 근거 없는 괴담들이 끊임없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잘 쓰면 약
잘 못쓰면 독

지금 이 순간에도 트위터와 페이스북, 카카오톡이나 SMS 문자, 카페와 블로그 등을 비롯한 커뮤니티에서는 또 다른 괴담이 확산되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확한 근거도 없는 루머인데도 괴담 자체가 가지는 은밀한 특성 때문에 한번 표출된 메시지는 막을 수 없이 확산된다.

그러나 이미 표출된 메시지는 회수가 불가하기 때문에 이를 검증하는 절차도 당연히 없다. 이는 곧 SNS 전체적인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세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SNS상의 다양한 루머는 그럴듯하게 논리가 짜여 있어 현혹되기 쉽고 사회가 불안정하거나 불신이 가득할 때 퍼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젠 일종의 사회질병 수준이 되어가고 있다”며 “스스로 정화-컨트롤 할 수 있는 내부 에너지가 없다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다. 지금은 스스로 정화할 에너지가 없다고 보여진다.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해 사실관계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NS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인터넷의 제 2의 부흥기가 오게 되었고 그로인해 스마트폰을 비롯한 스마트 장치의 확산에도 도움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그 스마트한 기기들을 사용하는 유저들 또한 스마트해져야 할 때다. 거대해진 정보의 바다 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걸러내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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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