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한국 상륙한 ‘시급남편 대여업’ 실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2.14 09:5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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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도우미부터 데이트상대까지 “일회용 남편 필요하신 분~”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가정주부들에게 통상적으로 “남편이 언제 가장 필요하세요?”라고 물으면 ‘형광등 갈 때’ 혹은 ‘못질할 때’라는 대답을 가장 많이 듣는다. 남편의 존재 이유가 바로 이것이란 말인가? 이른바 ‘시급남편’의 등장은 그럴지도 모른다는 대답을 준다. 시급남편은 말 그대로 시간제로 돈을 내고 빌려 쓰는 남편을 말한다. 그런 시급남편 대여업이 국내에 상륙한 사실이 취재결과 드러났다.

독립국가연합 조지아에서 처음 문을 연 시급남편 회사는 한 시간에 우리 돈으로 약 1만9000원을 받고 남편을 빌려준다. 이들의 역할은 주로 수도꼭지를 고치는 등의 자잘한 집안수리라고 한다.

하지만 ‘남편’이라는 어감이 주는 묘한 기대감 때문인지 시급남편은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도 있는 서비스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제는 돈만 내면 남편도 얼마든지 빌려 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1시간 남편’
그 정체는?

지난 여름 국내에 처음으로 설립된 시급남편 대여업체는 맞춤형 생활서비스로 일상생활에서 모든 일을 대행해주는 토탈 대행서비스를 하는 곳이다.

시급남편업체의 대표 이모(35)씨는 “기존 대행업체와는 달리 불법적, 비건전 대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생활서비스를 지향한다”며 “시급남편이라는 외국서비스를 우연히 알고 우리나라에 적용시켜 기존 잔심부름 업체와는 차별성을 둔 업체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내 시급남편에서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까. 서비스는 가사도우미를 시작으로 역할대행, 데이트메이트 서비스, 민원 대행 서비스 등 총 8가지였다.

많이 알려진 역할대행서비스는 결혼식, 동창회 등 기타 각종 모임 또는 상황에 따라 친구, 연인, 배우자 역할을 해주는 서비스이다. 데이트메이트 서비스는 마음에 드는 스타일의 이성과 시간 데이트 또는 일일 데이트를 즐길 수 있고, 가사도우미 서비스는 집안 대청소부터 수도꼭지, 형광등 교체 및 컴퓨터 전자제품 설치 등 각종 가정 일을 대신해주는 서비스다.

가사도우미부터 역할대행, 데이트메이트 서비스까지…
남편 도우미들 의사·영어강사·펀드매니저 등 다양

그 외에도 특정지역까지 에스코트를 해주는 일일 개인기사 서비스, 원서접수 및 각종 대리로 처리가 가능한 민원업무를 대신해주는 민원대행 서비스, 장애인이나 노인들의 외출 및 귀가를 돕는 생활도우미 서비스 등이다.

이 외에도 업체는 물건 찾아주기, 아이 유치원 입학식 따라가 주기, 은행업무 대신하기, 배달, 줄서기, 벌초, 로또복권 사주기, 애완견을 대신 돌보거나 산책시켜주는 ‘펫 도우미’ 등 단순대행 서비스로 바쁜 여성들의 일상을 대신해주고 있었다.

이씨는 시급남편의 가장 큰 장점을 ‘철저한 비밀’로 꼽았다. 서비스 이용 회원들의 아주 사적인 서비스와 비밀도 확실히 보장되며, 반대로 남편 도우미들 역시 철저한 비밀관리 시스템으로 도우미들끼리도 서로를 모를 만큼 비밀 보장이 된다고 귀띔했다.

누가 하고
누가 찾나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시급남편 서비스를 의뢰하고, 또 어떤 사람들이 도우미를 하는 것일까.

서비스를 의뢰하는 사람들은 주로 전문직 여성이나 고소득층 여성이다. 이 중 유부녀 의뢰인이 가장 많고, 능력은 있지만 외로운 골드미스, 독신여성이 시급남편의 주 고객이다.

이씨는 “주로 고객들이 자주 의뢰하는 서비스는 식사를 함께 해줄 친구대행, 남자친구 역할을 하는 역할대행 서비스와, 대화 서비스 등의 문의가 많다”며 “사업시작 초반과 달리 가사도우미에 대한 문의도 있는데 외국처럼 집안일을 수리해달라는 문의보다는 무거운 것을 날라주거나 대청소를 해주는 개념의 도우미들을 원한다”고 말했다.

시급남편을 이용하는 의뢰인들은 필요에 의해 사람과 시간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얼굴 선택까진 잘 이루어지진 않는다. 다만 서비스와 예약날짜, 시간이 잡히고 30%의 예약금을 입금하고 나면 해당 사이트에 남성 도우미들의 프로필을 볼 수 있는 계정이 열린다.

이곳에서 얼굴과 능력, 스펙 등을 본 뒤 가장 적합한 남성 도우미를 고를 순 있다.

시급남편의 ‘시급’은 남편 도우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주로 남편들은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 남성들이 많은데 대학생부터 유부남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전문대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으며 서류와 면접, 인성교육과정을 거쳐 도우미로 등록된다. 평균적으로 남편 도우미들은 시간당 2~3만원씩 받고 있으며 많게는 10만원 이상을 받는 도우미들도 있다.

의뢰인들은 돈 많은 유부녀 “노골적 성매매 요구도”
‘건전서비스’ 표방하지만 부작용 우려…인식개선 필요

이씨는 “남편도우미 일을 투잡으로 이용하면서 본업은 의사, 유명 영어강사, 세무사 등의 전문직 도우미들도 많다”며 “‘나는 동시통역도 할 수 있다’ ‘나는 시간당 10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능력있는 도우미들이 많아 외모 직업 등 스펙에 따라 도우미들이 원하는 희망금액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남편도우미 등록 시 철저한 비밀보장이 된다는 것을 알고 돈을 번다는 목적보다는 호기심에 도우미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웃지 못할 황당한 일을 겪었던 적도 많았다고 한다. 은밀한 애정서비스나 성매수만을 목적으로 남편도우미를 요구하는 의뢰인들도 있다는 것.

그러나 이씨는 “남편도우미들을 교육할 때 성매수를 목적으로 한 서비스는 하지 않는다고 철저히 교육한다”며 “시급남편 서비스는 성매매를 목적으로 두지 않고 이런 의뢰는 정중히 거절한다”고 말했다.

끊이지 않는
성매매 우려


이씨가 운영하는 업체는 일단 ‘건전’을 표방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에서는 이런 서비스업이 ‘불건전 성매매’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여기서 ‘건전’ ‘불건전’이란 일반적인 서비스업무 외에 스킨십과 성관계 등을 포함하는 ‘은밀한 대행’ 유무를 일컫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우려의 목소리에 남편도우미들의 의견은 어떨까.

도우미 박모(26.남)씨는 “친구대행으로 나갔다가 돈 많은 유부녀로부터 잠자리 제안을 받은 적이 있긴 하다. 자신을 만족시켜 주면 지속적으로 잠자리 파트너를 하자고까지 했다”며 “실제로 그런 제안이 들어오고 행해지고 있으니 일부에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넘을 수 없는 벽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도우미 김모(33.남)씨는 “건전하게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관계까지 가는 경우도 물론 있다”며 “일부 도우미들 중에는 ‘돈 받고 성욕도 풀 수 있으니 이런 좋은 직업이 어디 있냐’며 성욕 해소만을 목적으로 이 일을 하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내가 도우미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생각만 확고하면 그런 제의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며 “보통 내가 만난 의뢰인들은 많이 지쳐 있고, 외로운 여성들이 많았는데 남편과의 사이가 틀어져 대화상대가 필요했거나 좋은 곳에 가서 식사를 함께 해 줄 사람이 필요했던…. 일반적인 건전한 데이트를 전제로 하는 의뢰인들이 더 많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남편도우미들에 따라 대행업은 건전한 서비스가 될 수도, 또 성매매 수단으로 변질될 수도 있어 보였다. 이씨 역시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인정한다.

이어 이씨는 “남녀 사이란 게 모르는 일이듯 만약에 도우미와 의뢰인이 만났을 때 나이도 비슷하고 서로에게 호감이 가 서비스 후에도 만나며 사적인 감정이 생겼다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면서도 “하지만 이것을 빌미로 대행 서비스업계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시급남편이라는 문구만 보고 퇴폐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한번 이용한 고객들은 장기고객이 될 정도로 건전한 서비스에 만족하고 있다”며 “남편 도우미들을 바라보는 한국 사람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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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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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