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이파 잔치 대소동 전말

  • 박민우 pmw@ilyosisa.co.kr
  • 등록 2012.02.14 1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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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나타난 공포의 ‘떡대들’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조폭이 또 극성이다. 서민을 상대로 한 갈취와 폭력에 지능적인 범죄 행각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날뛰는 ‘형님’들을 보다 못한 경찰과 검찰은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전·현직 전국구 주먹들은 길길이 날뛰고 있다. 얼마 전에도 도심 한복판에 조폭들이 총출동해 공포 분위기를 연출했다.

서울 63빌딩서 거물주먹 A씨 모친 칠순 행사
경찰 초긴장…사복형사 등 출동해 동태 감시

지난 8일 저녁 서울 여의도 63빌딩. 아주 특별한 사람의 행사를 앞두고 빌딩 입구엔 다른 날과 달리 유독 큰 체구의 사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누구랄 것도 없이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연신 담배를 피워댔다.
여느 행사장에서 볼 수 있는 깔끔한 정장 차림은 그렇다 치더라도 짧은 스포츠형 머리에 발목을 죄는 항아리바지는 이들의 신분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했다. 조폭이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전국 각지의 억센 사투리도 이런 확신을 뒷받침했다.

전국구 형님 참석

63빌딩 내부엔 서성이는 ‘형님’들이 더 많았다. 손님들을 받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 사이로 속속 도착한 건장한 남성들이 차례대로 자리를 잡았다. 종종 백발이 성성한 노신사들도 모습을 보였다. 왕년에 주먹계를 주름잡았던 ‘큰형님’들이었다. 세월이 그린 주름에도 매서운 눈초리는 여전한 ‘야인’들은 아우들로부터 땅에 머리를 꽂는 깍듯한 인사를 받았다.

전국에서 조폭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장본인은 전국구 주먹 A씨다. 주먹세계의 거물로 알져진 A씨는 노모의 팔순 잔치를 63빌딩에서 열었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주먹계 선후배들이 집결한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진행된 A씨의 모친 팔순 잔치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조폭 5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건재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63빌딩 한 관리인은 “A씨는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그들만의 세계’에서 지명도가 높은 인물이었던 만큼 장례식장엔 주먹계 원로들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폭력조직 두목 및 간부 등 전현직 거물들이 총출동했다”고 귀띔했다.


현재 손을 씻은 것으로 알려진 A씨의 주활동 무대는 서울 지역이었다. 국내 3대 폭력조직(범서방파·양은이파·OB파) 가운데 ‘양은이파’의 행동대장으로 활동하면서 조폭계에 이름을 알렸다. 특히 ‘양은이파’두목 조양은씨와 각별한 친분이 있다고 한다.

‘양은이파’는 10대 후반 광주 ‘대호파’에서 활약했던 조씨가 상경해 만든 조직이다. 1975년 ‘신상사파’를 급습한 사보이호텔 사건을 계기로 같은 시기 군림한 김태촌씨의 ‘범서방파’와 이동재씨의 ‘OB파’와 함께 국내 3대 폭력조직으로 악명을 떨쳤다.

사세를 확장하던 ‘양은이파’는 1980∼1990년대 들어 조씨 등 두목급의 수감생활과 해외도피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데다 중간급 간부들이 별도의 조직을 결성하는 등 독자적인 길을 걸으면서 조직의 세력이 급속히 약화됐다. A씨도 이때 홀로서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파워와 추종세력은 여전하다는 게 경찰 측의 전언이다. 실제 최근 ‘양은이파’추종 세력 40여명이 조직 재건 움직임을 보이다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그중에는 유명 트로트 가수 박씨도 포함돼 충격을 줬다.

A씨는 부산 ‘칠성파’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칠성파’가 조직된 것은 1950년대 중반. 두목 이강환씨는 손위동서가 부산 지역에 조직한 ‘칠성파’를 1980년대 후반 물려받아 해상밀수, 슬롯머신 도박업, 히로뽕 밀조, 유흥업소 운영 등으로 돈을 벌어들이면서 명실공히 부산 최대의 폭력조직으로 성장시켰다.

‘칠성파’는 줄줄이 상경한 호남 조직들과 달리 부산에서 자신들만의 세력을 구축했지만, 조직의 크기나 영향력은 ‘호남파’들에 결코 밀리지 않았다. ‘칠성파’는 영화 <친구>에서 주인공 유오성씨가 속한 조직으로 등장했을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다. 현재 ‘칠성파’는 반칠성파인 ‘신칠성파’, ‘20세기파’, ‘신20세기파’, ‘유태파’, ‘영도파’등과 대립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A씨가 ‘양은이파·칠성파’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첩보를 접한 경찰은 바짝 긴장했다. A씨가 행사를 치르는 내내 63빌딩을 예의주시했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만약의 ‘사고’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63빌딩 주변에 기동대 등 경찰관 100여명을 배치했다. 빌딩 내부에선 사복형사들이 어깨들의 동태를 감시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폭의 잔치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다른 방문객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어 행사장 주변에 경찰관을 배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며 “조폭들도 경찰이 곳곳에서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큰 소란 없이 조용히 행사가 끝났다”고 말했다.


큰 소란 없이 마무리

경찰이 삼엄한 경계에 나서는 바람에 이날 행사장 입구에선 90도로 인사하는 등 후배들이 도열해 선배들을 맞는 진풍경은 펼쳐지지 않았다. 여기에 조폭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경찰과 검찰이 잔뜩 벼르고 있다는 소문도 ‘떡대’들을 ‘쫄게’했다는 후문이다.

빌딩 관리인은 “그전에도 조폭들이 행사를 치른 적이 있는데, 그나마 그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조용한 편”이라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조폭들이 결집한 이날 63빌딩에선 국내 주류업계 행사까지 열려 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국종합주류도매업중앙회도 지난 8일 63빌딩 별관 2층 파인룸에서 대의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의원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조폭 행사와는 전혀 무관한 자리였다. 중앙회 측은 “정기총회엔 조폭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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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