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왕따’ 벗어나려면? ‘왕따 마케팅’ 극성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1.27 10: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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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 막는 거 어렵지 않~아요…우리 학원에 오면 돼요”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요즘 한국 사회는 잇따른 중·고등학생의 자살사건으로 술렁인다. ‘집단 따돌림’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사건도 속속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소식에 '혹시나 나도 왕따의 표적이 되진 않을까?'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는 아이들과 그들의 마음을 읽어내려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심리를 이용해 돈을 벌어보려는 일부 학원과 병원까지 나타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OO 없으면 왕따” “일진되는 법 알려 드린다”며 업체를 홍보한다. 이런 세태가 물질만능주의에 젖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을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씁쓸함을 낳고 있다.

학부모-학생 불안심리 이용한 ‘왕따 마케팅’
학교폭력, 학원폭력, 왕따 피해보장 보험까지

“저는 6년 동안 ‘왕따’를 당하고 있습니다. 같은 학년 아이들과는 제대로 말해본 적도 없고 심지어 친구들은 저를 바이러스 취급 하면서 피해 다닙니다. 이젠 너무 심해져서 저보다도 어린 아이들까지 절 만만히 보는 것 같아요. 선생님께 말해도 조치해 주겠다는 말만 할 뿐 달라 진 게 없고, 엄마에게 말해도 그냥 참고 친구 사귀란 말만 하네요. 전 그냥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을 뿐인데, 왕따에서 탈출 할 수 있는 방법 없나요?”

학원·병원들
‘왕따 마케팅’ 열풍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중학교 2학년 A양(15)의 질문이다. A양은 이 같은 질문을 올렸다가 한 마술학원 관계자에게서 “우리 학원에 등록해보라”는 답글을 받았다.

마술학원에 등록하기만 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자신감이 생겨 왕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마술을 펼치면 주변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 때문에 왕따에서 벗어나는 건 시간문제”라고 단언했다. 이 학원은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고민을 털어놓는 인터넷 게시글에 일일이 학원 광고 댓글을 달며 이른바 ‘왕따 마케팅’을 펼치고 있었다.


현재 여러 포털 게시판에는 ‘왕따 탈출법’ ‘왕따 안 당하는 법’ ‘인기 많아지는 법’ 등에 대한 학생들의 문의 글이 수백 개에 달한다. 딱히 고민을 털어놓을 데가 없어 많은 학생들이 사이버상에서 왕따 생활의 고충을 토로하며 해결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학부모들 역시 급증하는 학교폭력과 자살 등의 사건이 연일 보도됨에 따라 아이가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왕따 마케팅은 학생들과 부모의 이런 심리를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이다.

작고 외소한 아들이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는 학부모 B씨는 최근 학교폭력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는 걱정이 커졌다. 그러던 중 “왕따 한방에 탈출”이라는 한 무술학원의 전단지를 보게 됐고, 자신감을 키울 목적으로 아이와 함께 학원을 찾았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일부 학원과 병원은 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이 같은 방식의 영업을 하고 있다. 한 업체는 “왕따를 벗어나 일진까지 될 수 있다”고 홍보하는가 하면 “왕따 안 당하는 법, 일진 이기는 법, 나쁜 놈 저주하는 법”이라며 볏짚인형 판매 사이트가 링크되기도 했다.

해병대 캠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한 업체는 “체험캠프에 참가하기만 하면 학교에서 아무도 못 건드린다. 일진 학생이 돈을 빼앗으려 할 때 방어하는 법, 학교폭력 대처법도 가르쳐주기 때문에 왕따를 당할 염려가 전혀 없다”고 홍보하고 있다.

일부 성형외과는 중·고등학생에게 간접적으로 성형수술을 유도하는 듯한 글까지 올리고 있다. 한 학생이 인터넷 게시판에 “눈이 작고 코도 낮고 피부는 까매요. 얼굴이 못생겨서 왕따를 당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예뻐질 수 있을까요”라는 글을 올리자 한 성형외과는 “10대 성형수술, 전화를 주면 수술비용과 일정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주겠다”는 내용의 쪽지 등을 건넸다.

한 웅변학원 역시 “너무나도 소중한 우리 아이가 왕따를 당해서 걱정이 많으셨나요? 왕따나 따돌림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왕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도록 용기와 자신감을 크게 키워주고 있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외에도 강인한 성격 길러주기, 학기 초 기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호신방법이나 자기방어술을 가르쳐준다는 ‘왕따 과외’도 등장했다.


보험업계
‘왕따보험’ 출시

한편 보험업계에서는 ‘왕따 보험’ 상품도 출시했다. 자녀들이 학교폭력이나 왕따를 당해서 정신적, 신체적인 위해를 받았을 경우 이에 대한 피해를 보상해주고 관련한 의료비 보장을 해주는 것이다.

현재 동부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의 회사들이 학교 폭력으로 다치면 위로금을 최대 500만 원까지 지급하는 보험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 상품은 최근 사회분위기에 맞물려 학부모들로부터 문의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내용을 보면 먼저 동부화재 ‘프로미라이프 스마트 아이사랑보험’은 폭행이나 강도로 전치 4주 이상의 폭력 피해를 보면 최대 300만원 한도에서 보상을 해주고 있다.

흥국화재 ‘더플러스 사랑보험’은 폭력 피해시 최고 300만원을 보상하며 폭행으로 인한 상처로 성형수술이 필요한 경우 최고 500만원까지 지급한다.

현대해상의 ‘하이라이프 굿앤굿 어린이CI보험’은 단순 폭행은 물론이고 성폭력이 발생한 경우에도 300만원까지 보상이 가능하다. 또 유괴나 납치, 감금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최대 1350만원까지 위로금이 지급된다.

메리츠화재의 ‘우리아이 성장보험 M-Kids’도 학원 폭력 치료비 등으로 최대 300만원까지 피해 보상금이 지급된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왕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녀보험 계약시 ‘우리 아이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왕따특약을 꼭 포함시키는 추세”라며 “보험사마다 왕따로 인한 보상 지원건수와 보상지원금이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는데 이는 왕따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밝혔다.

맞지 말고 맞서자? “내 아이만 아니면 돼~”
이제 부모들이 먼저 우리 아이를 지켜야 할 때

이런 세태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공교육이 부실하자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분석했다. 한 전문가는 “학교나 교사들이 왕따 문제를 제도권 안에서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믿음을 심어줬더라면 학부모나 학생들이 ‘왕따 불안 마케팅’에 지금처럼 쉽게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학부모나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당장 학교폭력이 근절되기 쉽지 않은 터라 학생 스스로 강인한 육체와 정신을 갖춰 놓아 가해 학생들의 ‘표적’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가 된다”고 말했다. 

왕따 문제가 심각하지만 정부적 차원에서의 지원은 한계가 있다 보니 조금 더 현실적인 방법을 원하게 되고 이런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해 왕따 마케팅 열풍이 부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김은숙(40·여)씨는 “정부나 학교 측에서 제 아무리 지원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은 이미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사회를 구성하고 있고, 그곳에선 마치 짐승처럼 힘으로 서열을 매기게 되는데 그곳에서 힘이 약한 아이는 도태되고 괴롭힘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근절이 중요하겠지만 우선은 내 자녀만은 피해를 보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예방’만이 최선의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무차별적인
왕따 대비책?


청소년기 왕따 사건은 늘 있어왔다. 그래서 더 대수롭지 여기지 않았다. 교육시스템 역시 학교폭력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아 방치해 온 것도 사실이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사태를 비로소 인식하는 듯,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탓하지만 과연 이것이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구조 변혁으로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해결되기 힘든 문제라고해서 왕따 마케팅 열풍에 이용당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인식과 부모의 역할이다. 자극적인 매체나 게임 등에 노출을 삼가고 어린시절부터 부모들의 적절한 훈육을 통해 의식 있고 올바른 청소년으로 자라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이제 부모들이 먼저 우리 아이를 지켜야 할 때이다. 아이들의 행동에 변화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행여나 있을지 모르는 가해 혹은 피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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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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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