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강력반 형사 ‘의문의 죽음’ 전모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1.20 17: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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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 달라”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이 세상에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 그중에서도 변사사건의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아름다운생명 재수사 추진단’은 이러한 의문의 변사사건에 주목했다. 경찰수사가 흐지부지하게 흘러가거나, 자살과 타살의 사이에서 의문점이 많은 사건을 재조명해 진실 규명에 나서고 있다. 이 중 “형사였던 아들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타살이었다. 억울한 죽음이 묻혀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한 아버지의 사연을 들여다봤다.

내 아들의 거짓말 같은 죽음…그 진실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끝나지 않은 의문들

지난 2010년 7월 29일 낮. 충북 영동의 한 낚시터에서 심하게 부패된 시신 한 구가 떠올랐다. 사체를 인양한 119 소방대원과 경찰들을 놀라게 한 것은 바지 뒷주머니에서 발견된 신분증. 그는 서울 강남경찰서 강력반 소속의 이OO(당시 27세) 형사였던 것이다.

이틀 전 출근도 안한 채 사라져 실종신고까지 되어 있던 그는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고, 사인규명에 나선 경찰은 한 달여 만인 8월 27일 이 형사 스스로 물에 빠져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살로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족들은 여전히 수사결과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명백한 타살 의혹이 없어 자살이 맞다’는 경찰과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유가족. 과연 이형사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은 무엇일까.

의문에 싸인 죽음의 진실

이 형사는 실종 당일 아침, 출근하겠다고 상사와 통화한 후 갑자기 자신의 차로 부산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고속도로 주행 중 교통사고를 내고 영동의 한 병원으로 옮겨진 이 형사는 화장실을 간다며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후 시신으로 발견되기까지 이 형사의 행적은 어디에서도 드러나고 있지 않다.


병원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저수지. 자살이라면 이 형사는 그 곳까지 어떻게 갔으며 왜 스스로 물에 빠져 죽음을 선택한 것일까. 또한 이 형사는 무슨 일로 부산으로 급하게 내려가려고 했고, 왜 병원에서 사라졌는가?

유족들은 이 형사가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사체가 발견된 저수지 깊이가 허리 높이 정도 밖에 안 되는데도 자살로 인한 익사로 처리한 것엔 문제가 많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변사장소로 가는 길은 모두 막혀있고 그곳은 낚시를 하러 간  사람 이외에 외부인의 출입이 뜸한 곳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부패로 사인을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폐에서 플랑크톤이 발견된 점 등으로 보아 익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지난 2010년 12월 이 사건을 다뤘던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이 형사의 사인을 정확히 알아내기 위해 국내의 법의학자들과 일본의 법의학자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부검 결과만으로는 익사의 증거가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물에 빠지기 전에 심장이 멎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더욱이 폐에서 발견된 플랑크톤 중에는 저수지 같은 내륙지방에서는 발견될 수 없고 바다에서만 발견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저수지가 이 형사가 숨진 장소가 아닐 수도 있으며 물에 빠지기 전 다른 일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 형사가 병원에서 사라진 다음날 한 신원불상의 남자가 병원에 전화하여 “나는 가족이다, OO는 괜찮다, 무서워서 도망갔다”라는 말을 남긴 것은 타살의혹을 더욱 증폭시킨다. 또 이 형사의 몸에서는 수면유도제가 채취되었을 뿐 아니라 목에 흰줄처럼 보이는 줄로 묶여진 듯 한 삭흔과 같은 흔적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최초 목격자 민모씨의 증언도 타살에 무게가 실린다. 민씨는 이 형사가 어느 누구로부터 맞아서 사체가 유기된 것인 양 말했다. 변사자(이 형사)의 왼쪽이 시퍼렇게 부어서 멍들어 있었고, 이 형사가 실종된 날 밤 10시경 까만색 차가 서서히 집 옆에 후진을 하더니 뭘 관찰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럼에도 경찰은 이 형사의 죽음을 자살로 단정 지었다. 이 형사가 전날 과도한 음주로 출근이 늦어지자 자살하기로 결심하고 부산으로 갔다는 이유에서다. 또 부산으로 향하던 중 음주로 인한 사고가 나자 징계 등을 우려하여 자살을 결의했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경찰의 이러한 태도는 유족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늦게 본 2대 독자 외아들을 떠나보낸 이 형사의 부모는 요즘 살아도 사는 것 같지가 않다고 한다.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자살이라면 자살의 동기와 과정은 무엇인지 아무도 속 시원하게 말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나머지 가능성을 닫아둔 채 성급히 내린 자살 결론. 부모는 자식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을 풀어 달라며 여러 곳에 진정을 냈지만 재수사의 길은 멀어보였다. 그대로 손 놓고 있을 순 없었다.

이 형사의 아버지 이한주씨와 아름다운생명 재수사 추진단의 운영자 유규진씨는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직접 수사관이 되기로 했다.

카페에 이 형사의 변사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꾸준히 올리는가 하면 <사건의 진실을 찾아서>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고 이 형사의 추모사이트(www.20100727.com)를 오픈하는 등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아있는 유가족의 눈물

아버지 이씨는 “아들의 억울한 죽음이 그냥 묻혀버릴까, 어째서 유족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할까 하는 마음에 한숨만 쉬고 있다가 다양한 방면에서 방법을 찾았고, 유규진씨를 알게 돼 아들의 억울함을 풀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아들의 의문사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망자가 되어 땅에 묻히는 순간까지 죽은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다. 분명치 않은 이유로 억울한 죽음을 맞는 이도,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리는 일도 없어야 한다.

범죄는 분명히 흔적을 남기지만 망자는 그렇게 갔을 뿐 말이 없다. 망자의 한과 유족들의 가슴에 맺힌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진실은 하루 속히 명명백백하게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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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