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개국공신 ‘6인회’ 참담한 말로 내막

권력의 핵에서 ‘동네북’ 전락 “아 옛날이여…!”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했던가. 요즘 정치권을 보면 새삼 ‘권력무상’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정권창출의 주역 ‘6인회’를 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 2007년 대선 승리 후 창업공로에 따라 6인회는 권력의 핵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임기 말 ‘측근비리’ ‘내곡동 사저’ ‘디도스 파문’ ‘금권정치 폭로’ 등 갖가지 초대형 폭탄을 맞고 휘청하는 모양새다. 정계 안팎에서는 실세로 군림했던 6인회의 멤버 모두 참담한 말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양대 실세’ 이상득?최시중 측근비리 터져…불운의 서막? 
‘고승덕의 금권정치 폭로’에 현직 국회의장 소환될 가능성  

‘권불십년’이라고 했다. 요즘 정치권을 보면 절감할 수 있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샐러리맨의 신화’에서 ‘동네북’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서울시장부터 대통령까지 승승장구하던 이 대통령은 초대형 악재가 겹치며 레임덕에 허덕이고 있는 것.  

개국공신들 역시 지근거리에서 터진 악재들에 줄줄이 엮이며 추락하는 모양새다. MB정권 개국공신이자 실세로 통했던 6인회의 말년은 "안 봐도 비디오"란 목소리까지 나온다. 휘청거리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6인회의 현재 상황은 말 그대로 초상집 분위기다. 

‘억지 춘향격’으로
‘상왕’ 불명예 퇴진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은 최측근들로 구성된 선거사령부를 꾸렸다. 이른바 ‘6인회’다. 이들은 이명박 캠프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활동했다. 6인회는 이 대통령과 ‘형님’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포함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박희태 국회의장, 이재오 전 특임장관, 김덕룡 국민통합특별보좌관을 일컫는다.

대선 승리 후 이들은 정권창출의 공로를 인정받아 MB정권에서 권력의 ‘핵’으로 급부상했다. 청와대와 국회 및 한나라당 등의 요직을 차지한 것. 이들은 각료 인선에 주도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과 수시로 만나 정국현안을 논의하는 등 MB정권에서 무소불위의 ‘실세’로 자리매김했다.

‘상왕’으로 불린 이 의원은 당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천을 따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어 각 인사권마다 그의 입김이 작용되며 최고 권력자 못지않은 파워를 행사한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이 의원은 ‘영포라인’을 앞세워 청와대와 한나라당 등 권력기관을 장악하며 당내에서조차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이 의원은 파워가 컸던 만큼 따라붙은 의혹도 많았다. 굵직한 비리만 터지면 언제나 이 의원이 배후로 지목됐다. 결국 자신의 최측근들이 줄줄이 사정기관의 조사대상이 됐다. 이 의원의 보좌관 박배수씨는 각종 청탁 명목으로 10억원 이상을 받아 챙긴 혐의가 밝혀지며 구속된 상태다. 여기에 의원실 비서들이 줄줄이 돈세탁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품수수, 돈세탁, 차명계좌 발견, 뭉칫돈 포착 등 이 의원실 보좌진 검찰 수사 내용은 양파껍질 마냥 깔수록 새롭게 드러나는 실정이다. 이러한 괴자금의 종착지로 이 의원이 지목되는 상황이다. 검찰 역시 박 보좌관이 수수한 자금 일부가 이 의원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검찰 칼날 앞에 이 의원은 ‘형님 게이트’ 문턱까지 내몰리며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이 의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검찰의 칼끝이 조여오자 사실상 등 떠밀려 퇴진했다는 평이다. 게다가 이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만으로는 사태를 수습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게 중론이다. 여당 내에서조차 “측근비리를 감싸고 있던 빗장이 풀렸으니 더 많은 게 터져 나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그의 불운의 시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MB정권 막후 실세
최시중 양아들 비리

‘방통대군’으로 위세를 떨친 최시중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멘토라고 불린다. 그는 국정원장보다 한 수 위의 정보력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다. 게다가 그는 꾸준히 대통령과 독대하며 정국을 논하고, 장막 뒤에서 대통령을 도우며 이 의원과 함께 양대 실세로 군림해왔다.

하지만 그 역시 양아들로 불리는 최측근이 비리 의혹에 휩싸여 곤혹스러운 처지다. 최 위원장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정용욱씨가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2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김 이사장이 EBS 이사 선임 로비 명목으로 정씨에게 돈을 건넸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거액의 불법자금 최종 종착지는 최 위원장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도 매섭다.

검찰은 시중에 떠도는 소문들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아울러 최 위원장에게 돈이 전달됐는지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아들 정씨는 오는 25일 귀국해 검찰 출석을 앞둔 상태다.

정씨는 비리 의혹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결과 정관계 청탁 연결고리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커다란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최 위원장 역시 양아들의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로 퇴진 압박을 받는 처지다. 때문에 최 위원장 역시 어두운 분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이다.


특히 최 위원장이 종합편성채널(종편)에 특혜를 몰아줬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되며 여의도 정가에선 최 위원장을 정권 교체 시 국회 청문회나 검찰 수사 대상 ‘1순위’로 꼽고 있다.

박희태 국회의장 역시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박 의장은 대선을 거치면서 이 대통령 최측근으로 부상했다. 당 대표 및 국회의장직을 맡으며 승승장구 해온 것. 그는 지난 2008년 7월 전당대회 당시 친이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MB정권 집권 초기에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당청 분위기가 좌우될 수 있는 중대 사안이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전당대회에 참석해 당의 단합을 호소했고, 박 의장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왕의남자’ 이재오 쇄신 대상자 물망에 올라…공천 불투명
‘내곡동 사저’ 논란 MB 스스로 먹칠해…‘MB호’ 침몰 위기

하지만 고승덕 의원이 지난 8일 검찰에 출두해 박 의장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용의자로 지목하며 정치인생 말년에 백척간두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앞서 박 의장은 지난 10?26 재보선 당시 선관위 ‘디도스 공격’과 관련하여 자신의 비서가 전격 구속됐다. 검?경 수사결과 박 의장과는 무관한 것으로 결론 났지만 아직도 의혹의 눈초리가 완전 걷힌 것은 아니다. 그런 와중에 한숨을 채 돌릴 틈도 없이 금권정치 폭로가 이어지며 박 의장은 지금 만신창이로 전락한 상태다.

특히 고 의원의 폭로에 따라 현직 국회의장의 검찰 소환이 예고되며 ‘당 대표→6선 의원→국회의장’으로 화려하게 정치이력의 종지부를 찍으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커지고 있다. 때문에 그는 검찰 소환 통보에 귀 기울이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왕의남자’로 불리우는 이재오 전 특임장관의 위상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한때 친이계의 좌장으로 통했던 그는 현재 친이계의 해체로 당내 입지가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박근혜 비대위’로부터 이상득 의원과 함께 최우선 쇄신대상 물망에 거론되며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이 대통령의 ‘단짝’ 김덕룡 특보도 이미 ‘한물 간 거사’ 취급을 받고 있다. 그 역시 총선 출마를 저울질 중이나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 또한 지난 정치인생에 회한을 곱씹어야 할 지경이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은 본인이 내곡동 사저 파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상태다. 특히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형사고발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으로 야당에 의해 고발된 것. 퇴임 후 거처할 사저에 국민혈세를 불법으로 전용했다는 의혹이 더해지며 국세횡령죄까지 얹혀 기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과 관련한 의혹은 이 대통령 본인이 직접 연루됐다는 점에서 폭발성이 큰 사안이다.

잇단 ‘명박돌이’ 불명예
MB도 의혹 달고 다녀

앞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은진수?김두우?신재민 등과 영부인의 사촌오빠가 권력형 비리로 줄줄이 검찰에 구속되며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던 이 대통령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게다가 또 다른 측근 인사들도 갖가지 의혹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분위기다.

‘설상가상’격으로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아킬레스건처럼 따라붙은 ‘BBK 의혹’도 재점화 됐다. 김경준 전 BBK 투자자문 대표의 횡령으로 피해를 본 옵셔널캐피털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고등법원에 김 전 대표, 에리카 김, 그리고 다스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다시 법정공방전이 예고된 것.

특히 ㈜다스의 실소유주 문제까지 밝혀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다스는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와 처남 고 김재정씨의 부인 소유 회사지만, 이 대통령이 실소유주가 아니냐는 의혹이 지난 대선 전부터 계속 제기됐다.

임기 말 이 대통령 본인에 이어 이 의원과 최 위원장, 박 의장은 검찰의 칼날에 턱밑까지 물이 찬 양상이다. 왕의남자 이 전 장관은 쇄신대상으로 꼽히며 공천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단짝 김 특보 역시 공천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현재 대통령은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고, 종편출산에 힘써준 은혜에도 불구하고 보수언론마저 등을 돌리려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코앞으로 다가온 4?11 총선에서 정권심판 의미가 짙어지며 승기는 야권으로 기울어 ‘여소야대’ 가능성에 6인회의 위기감이 팽배하다.

시작은 창대했던 6인회의 초라한 말로가 예견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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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