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창간 15주년에 즈음하여

다시 뛰겠습니다

천만년 이어질 유구한 역사의 돌담길에 작은 돌멩이 하나 얹겠다는 심정으로 지난 1996년 첫발을 내디뎠던 ‘사람향기 나는 신문’ <일요시사>가 어느덧 창간 1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말이 15년이지 대한민국에서 작은 한 기업이, 그것도 척박한 환경에서 힘없는 언론사가 15년을 버텨왔다는 것은 수많은 이들의 열정과 노력이 없인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참으로 고단하고 힘들었습니다. 불과 창간 1년 만에 국가경제 전체가 휘청거리는 IMF사태를 맞아 뜻밖의 부도상황에 직면하기도 했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불철주야 열정적으로 뛰던 동료 기자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는 가슴시린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세 번의 정권교체 소용돌이 가운데서 때론 권력(權力)에 휘둘리거나 제지당하기도 했고, 날이 갈수록 거대해지는 대기업의 금력(金力) 앞에서 쓰라린 좌절도 맛보며 미력(微力)을 절감하기도 했습니다.

결코 권력과 타협하거나 금력과 결탁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도 써보고 몸부림도 쳐보았지만 거대한 골리앗의 횡포 앞에 <일요시사>는 한낱 힘없는 다윗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골리앗들과의 원치 않은 타협을 해야 할 순간엔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을 잃지 않으려 애쓰기도 했습니다. 관광버스를 대절하고 폭력배까지 동원해 ‘사무실에 불을 지르겠다’며 달려드는 몰지각한 세력들의 폭압적인 항의와 협박에도 굴하지 않았고, ‘기사를 쓰면 광고를 중단하겠다’는 일부 대기업의 엄포에도 당당하게 맞섰습니다.

그랬던 것은 바로 <일요시사> 뒤에 천군만마와도 같은 애독자 여러분이 계셨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입니다. 마치 대한민국이 자기네들 손아귀에 있는 양 정권과 결탁해 여론을 조장하고, 이를 빌미로 재벌과 긴밀한 유착관계를 형성하며 알짜배기 광고를 쏙쏙 빼먹는 메이저언론처럼 수십만 독자는 아니더라도, 비록 수는 적지만 매주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수천, 수만 명의 애독자가 <일요시사>의 든든한 백그라운드이기 때문입니다.


<일요시사>를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애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좋든 나쁘든 독자 여러분께서 판단해주셔야 할 <일요시사>의 ‘존귀한 가치’를 자격도 없는 ‘모종의 음모’를 품은 특정세력이 선수 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 점,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앞으로 더 잘 하겠습니다. 특히 그동안 ‘업무방해꾼(?)’들로 인해 미흡했던 독자 여러분의 ‘알권리’를 위해 다시 뛰고 또 뛰겠습니다.

그 일환으로 이제부턴 방배동 <일요시사>의 문을 굳게 닫을까 합니다. 이는 매주 마감 때마다 열린 문을 밀고 쳐들어와 ‘제발 기사 좀 빼 달라’고 애원하다 안 먹히면 ‘광고를 중단하겠다’고 협박하는 업무방해꾼들이 두 번 다시 출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단호한 조처입니다.

저간의 상황을 놓고 볼 때, 그들이 다녀가면 선의든 악의든 <일요시사>를 음해하고 모략하는 이상한 추문이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대신 독자 여러분께는 <일요시사>의 속살까지 낱낱이 드러내놓고 ‘단매’를 자청하고자 합니다. 가차 없이 채찍질을 하셔도 달게 맞겠습니다. 찢기고 터져 아프겠지만 누구처럼 ‘사랑의 매’를 ‘감정의 몽둥이’로 여기진 않을 것입니다.

애독자 여러분은 거대한 산이요, <일요시사>는 그 산 한켠에 자리 잡은 작지만 늘 푸른 15년생 소나무입니다. 아무리 거센 비바람이 몰아쳐도 태산은 무너지지 않으며, 그 태산이 무너지지 않는 한 소나무 역시 늘 푸름을 간직하며 산을 지킬 것입니다.

그 속에서 더불어 맑은 공기를 생산하고 깨끗한 물을 만들어 오염되어가는 세상을 청정하게 지켜나가겠습니다.


굳이 퇴비가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독성 강한 농약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아무리 시대가 ‘친환경 무농약’의 시대라지만 나약한 소나무이기에 강한 비료와 농약이 아니면 ‘벌레’들의 공격에 병들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도 병에 걸린다면 가차 없이 도끼로 찍어내셔도 좋습니다. 그땐 누굴 탓하지도 원망하지도 않겠습니다.

아울러 <일요시사>의 열다섯 번째 생일을 축하해주신 모든 분들을 초대해 성대한 생일상을 차리고 인사드리는 게 도리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못해 지면을 빌어 심심한 사의를 표하며, 한 겹 한 겹 나이테를 두를 때마다 더 새로워지는 건강한 <일요시사>로 보답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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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음성군청-살처분 업체<br> 짬짜미 의혹

[단독] 음성군청-살처분 업체
짬짜미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연못이 흙탕물로 변하기까지 미꾸라지 한 마리면 충분했다. 사람들은 물을 맑게 만드는 대신 더 많은 미꾸라지를 연못에 밀어 넣었다. 이제 연못은 바닥을 볼 수 없는 진흙탕으로 변해 버렸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긴급’이라는 두 글자의 힘은 엄청났다. 촌각을 다투는 일일수록 담당자의 재량권은 커지게 마련이다. 일단 진행하고 추후에 상황을 수습하는 게 용인이 되는 일도 많이 있다. 시간 단위로 수십㎞까지 확산할 수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 문제가 대표적이다. 확산 방지 죽여서 처리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20조(살처분 명령)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제1종 가축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막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역학조사·정밀검사 결과나 임상증상이 있는 가축의 소유자에게 살처분을 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1종 가축전염병은 우역, 우폐역, 구제역, 돼지열병, 아프리카돼지열병,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등이다. 제1종 가축전염병은 치사율이 높고 백신으로도 감염 확산을 막기 어려우며 전파 속도가 빨라서 바이러스 숙주 자체를 죽이는 방법을 사용한다. 또 ‘예방적 살처분’이라고 해서 가축전염병 매개체와 직접 접촉했거나 접촉했다고 의심되는 경우 그 장소를 중심으로 확산하거나 그런 우려가 있는 지역의 가축 소유자에게도 지체없이 살처분을 명할 수 있다. 실제 지자체에 가축전염병 의심 신고가 들어오면 진단부터 살처분까지 길게 잡아도 이틀을 넘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년가량 가축 살처분 일을 해온 업계 관계자는 “산란계(알을 낳는 닭) 6만 마리 정도는 퇴비화 작업까지 하룻밤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살처분한 가축을 땅에 묻는 대신 퇴비로 만들어 농가에 무상으로 나눠준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는 자루에 동물을 잡아 넣고 탄산가스를 주입해 처리한다. 살처분한 동물로 퇴비를 만드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된다. 살처분에 참여한 업체는 바이러스 확산 문제 때문에 1~2주는 일을 맡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긴급’ 이유로 입찰 없어 최저가 낙찰 안 하고 왜? 문제는 감염된 가축을 살처분하는 일을 맡을 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가축전염병이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업체에 연락을 돌린다. 연락을 받은 업체가 견적서를 제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공무원이 업체를 선정한다. 지자체에서 용역 사업을 진행할 때 거치는 공고, 입찰, 평가, 선정 등의 절차가 전부 생략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5조(수의 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 제1항 제2호에 의한 조치다. 시행령에 따르면 ‘입찰에 부칠 여유가 없는 긴급복구가 필요한 재난 등 행정안전부령에 따른 재난 복구 등의 경우’ 수의 계약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돼있다. 더 큰 문제는 절차의 불투명성 외에도 업체를 평가하는 잣대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어떤 기준으로 업체를 선정하는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살처분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 지자체에서는 업체 상황을 훤히 알고 있다. 기계는 몇 대가 있는지, 인력은 몇 명이나 보유하고 있는지, 과거에 일은 어떻게 했는지…. 일종의 데이터베이스가 갖춰져 있다. 업무 능력이 비슷하다는 전제라면 비교할 건 가격뿐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최저가 낙찰이 어느 정도 지켜졌다. 다른 지역에서 AI나 ASF가 발생해 살처분했다면 그 단가에 맞춰 견적을 넣거나 공무원하고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런 풍토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공무원 손에 다 달렸다 문제가 제기된 곳은 충북 음성군. 음성군청에서 다른 업체와 비교해 1마리당 단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곳을 선정한다거나 살처분 업무 경력이 적은 곳을 고르는 등 석연치 않은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확한 잣대나 투명한 절차까지는 아니어도 업계에 통용되는 규칙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그런 규칙이 다 깨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부터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음성군청 가축방역팀 관계자는 AI 등이 발생했을 때 살처분 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에 대해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업체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가격이 가장 낮은 곳을 선정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음성군청 관계자의 답변과 달리 지난해 11~12월 음성에서 AI가 발생했을 당시 살처분 업체 최저가 낙찰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7일 한 오리 농장에서 AI가 발생해 살처분이 이뤄졌다. 당시 살처분을 맡은 업체는 A사다. 업계 관계자는 “A사는 당시 1마리당 가격을 3500원에 (견적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B사는 담당 공무원에게 구두로 1마리당 2000원에 일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살처분 일을 맡은 건 A사였다. A사와 B사의 1마리당 단가 차이가 1500원에 달했지만 더 비싼 곳이 맡은 것이다. 당시 폐사한 오리 수는 5만7000여마리라고 한다. 전체 가격으로 따지면 8500여만원 차이다. 지난해 12월30일 닭 농장에서 AI가 발생했을 때도 똑같은 상황이 재현됐다. 당시 일을 따낸 업체는 C사로, 1마리당 가격으로 2800원을 적어냈다. B사도 1마리당 가격을 1900원 견적으로 내 음성군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1마리당 가격이 900원 비싼 C사가 낙점됐다. 싸게 해도 안 줬다 당시 폐사한 닭 수는 4만3000여 마리로 전체로 보면 3800여만원 차이다. B사 관계자는 “심지어 C사는 원래 인력 업체다. 우리가 살처분 업무할 때 사람이 필요하면 C사에 연락해 공급받았다. 등기부등본에도 C사의 업종은 인력 공급업으로 나와 있다”고 주장했다. B사는 살처분한 가축을 퇴비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받은 업체다. C사와 비교해 살처분 업무 능력에 있어서 밀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음성군청 가축방역팀 관계자는 “11월7일에 AI가 발생했을 때는 업체 3곳에만 전화했고 그중 A사의 가격이 가장 낮았다”고 해명했다. 12월30일 상황을 묻자 “B사가 견적을 늦게 냈다”고 답했다. B사는 음성군청 관계자의 해명에 반박했다. B사 관계자는 “11월7일 우리가 AI 발생 소식을 알고 담당자에게 먼저 연락해 단가를 말했다. 그런데도 1500원이나 비싼 A사에 준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성군청 공무원이 B사에 연락하진 않았지만 상황을 알자마자 단가를 제시했는데 무시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2월30일 AI가 터졌을 때는 C사 관계자와 군청에 함께 있었다”며 “나란히 서서 이야기하는데 (단가가 더 비싼) C사가 일을 따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후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1900원보다) 더 싸게 일을 할 수 있다고도 했는데 이미 정해진 업체가 있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가 입수한 당시 통화 녹음에서 음성군청 관계자는 상당히 곤혹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B사 직원을 응대했다. 이미 업체가 정해졌다는 음성군청 관계자의 말에 B사 직원이 “(해당 업체의) 단가가 더 싼가 보죠?”라고 물었을 때도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말끝을 흐리기도 했다. 통화 내용대로라면 가격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업체 선정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기준도 잣대도 불명확 퇴직 공무원 연결고리? B사 관계자는 “보통 의심 신고가 들어온 뒤 역학조사를 거쳐 실제 살처분에 돌입하는 건 다음 날부터다. 아무리 급해도 업체 간 가격을 비교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살처분 업체들이 퇴직 공무원을 영입하면서부터”라고 주장했다. 지자체에서 동물방역 등을 담당했던 공무원이 퇴직한 후 관련 업체에 취업하면서 이른바 업계에 ‘전관예우’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B사 관계자는 “A사의 경우 충북도청에서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분, 경기도에서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분을 영입한 이후 비싼 단가에도 일을 많이 했다”고 주장했다. 음성군청 관계자도 충북도청에서 2023년까지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D씨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D씨는 와의 통화에서 “A사에 정식으로 소속돼있는 것은 아니다. 영업 일을 하고 있다”면서 “단가 같은 얘기는 다른 사람이 안다. 내가 그분께 말해 전화하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D씨는 경기도에서 동물방역과장을 지낸 사람의 이름을 언급했다. 적어도 두 사람이 A사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확인된 것이다. 음성군청 관계자는 살처분 업체를 선정하는 데 학연이나 지연 등 인맥이 영향을 미치는지 묻자 “그런 건 없다”면서도 “견적서만 내는 것보다 (군청에) 찾아와서 일은 어떻게 하겠다, 뒤처리는 이렇게 하겠다 등 설명해주는 업체를 더 선호하긴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최소한의 기준은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체 선정 과정에 공무원의 입김이 개입될 여지가 큰 만큼 일정 정도의 제동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만? 다른 데는? B사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사이에 업계가 망가져 버렸습니다. 이대로 두면 걷잡을 수 없을 겁니다. 지금껏 누구도 말하지 못했고 기사도 제대로 나지 않은 이유는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밥줄이 끊길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일 겁니다. 그만큼 공무원이 업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하다는 방증입니다.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