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섹스의 기록’을 허락하는 이유

둘만의 은밀한 플레이 “평범한 섹스는 지겹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봤어?” 요즘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 속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물음이다. 최근 인터넷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던 방송인 A양의 섹스 동영상을 두고 하는 소리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자신이 본 영상에 대해 늘어놓는다. “어떤 옷을 입고 아니 벗고서 얼마나 풀린 눈을 하고 있었는지” “몸매 잘 빠졌더라, 촬영을 즐기고 있다” “나도 남편에게 저렇게 해줘야 하냐” 등등. 심지어 촬영하는 남자의 앵글 각도에 대해 심오하게 논하기도 한다. 남의 침실 이야기만큼 흥미로운 주제도 없어보였다. 사건에 살을 붙여나갈 때 누군가 소리쳤다. “미쳤지. 그러니까 동영상을 왜 찍었냐고!” 그렇다. 둘의 속사정이야 어찌됐든 대체 왜 이 여성은 동영상을 찍는데 허락했을까?

“보기만 할 테니 한 번만 찍자고?”
“사랑하니까 문제 될 것 없다고?”


동영상이나 사진을 통해 섹스를 기록하는 것은 비단 연예계에 국한된 일이 아니었다. 대학생들이 모이는 카페에서조차 “남자친구의 지속적인 동영상 촬영 요구로 고민이다. 어떻게 해야 되나” “사진만 찍자고 해서 허락했더니 더 자극적인 것을 요구한다”라는 여대생의 글들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평범한 섹스가 충분한 자극이 되지 않을 때, 지금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사람들은 자연스레 다음 단계를 원하게 된다.

그리고 그 방법 중 하나로 동영상이나 사진을 택한다. 찍고 기록으로 남긴다는 행위 자체가 강렬한 흥분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오빠만 믿어~

그러나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은 어둠의 세계를 헤매다 마주친 그 어떤 사진과 동영상에도, 함께 있던 여성들은 울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다지 억지로 하고 있다는 느낌도 없었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여성들은 촬영 전 미리 촬영에 대한 사실을 알고 있었고, 촬영을 허락했다는 것이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들을 기꺼이 하는 것, 그게 바로 남녀상열지사의 묘미라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다.

성교육 연구소 관계자는 “기면 걷고 싶고 걸으면 날고 싶은 게 인간의 한없는 욕망이다 보니 어떤 자극을 취하다 보면 점점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마련이다”라며 “남이 부르는 노래를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불러야만 직성이 풀리는 민족이라 그런지 보기만 하는 포르노보다는 참여하는 포르노를 원하는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이어 “대부분의 여성들은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섹스를 기록하는 것을 꺼려하지만 가끔은 남성의 감언이설에 넘어가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두 가지 예를 들어 여성들이 섹스동영상 촬영을 허락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20대 초반 여성의 피해 사연을 들려줬다. 그녀는 자신의 섹스 동영상이 음란사이트에 서비스되고 있음을 전혀 몰랐다. 1년이 지나서야 알았다고 한다. 그것도 자신과 가깝게 지내는 오빠를 통해서 말이다. 그 오빠도 처음엔 몰랐다는 후문이다.

몇 번 보다가 그녀가 자신과 알고 지내는 그녀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 피해여성에 따르면 섹스동영상 촬영자는 1년 전 몇 번 만난 남성이다. 조건만남을 통해 만난 뒤 서너 번 만났다고 한다.

동영상 촬영은 사전에 알았다고 한다. 물론 그는 그녀에게 ‘보관용이라고 철저히 맹세’했고 그녀는 그 말을 믿었다. 그 결과는 참혹했다.
자신의 섹스 동영상 유포 여부를 몰랐을 때는 세상살이에 거리낌이 없었지만 이후엔 바깥에 다니기가 겁난다는 것이다. 누가 알아볼지 몰라서다. 반면 해당 남성은 그 동영상을 음란사이트에 넘기면서 주머니를 채웠다.

두 번째 이유는 ‘사랑해서 허락했다’이다. 헤어진 전 남자친구와 섹스동영상 촬영 경험이 있다는 20대 후반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한참 땀 흘리며 열중하다가 휴대폰 집어 들고 캠코더 설치하는 것을 허락하는 거?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고 실험정신을 드높이다 보면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어느 지점이 바로 섹스동영상 촬영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녀는 흥분해서 눈이 돌아가 있을 땐 그저 다 용서되고 그냥 좋은 게 좋은 게 돼버렸다고 말했다. 동영상을 촬영하는 것도 섹스를 더 다채롭게 즐기기 위한 테크닉의 하나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사랑하니까~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사랑한다는 이유로 남자친구와의 섹스기록을 남겼다가, 헤어진 뒤 동영상을 유포한 남성이 처벌받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피해여성이 2년 넘게 이 사실을 모르고 있어 씁쓸했다”며 “아무것도 당연시 되지 않은,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인데 기록으로 남기는 것에는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 찾아 뿔뿔이 흩어진 자리에 ‘섹스의 기록’만 덩그러니 남았다. 그리고 남겨진 텍스트가 다시 그들을 과거로 옭아맸다. 둘 사이에 존재했던 감정과 순간들이 쾌락이었는지 절절하고 애틋한 사랑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됐다.

사람들 모두가 수군거리는 여자가 된 A양을 보면서, 세상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 건 이렇게나 위험한 일인지 다시금 알게 됐다. 숨겨진 사연이야 어찌됐든 그 기록은 오롯이 둘만의 것이어야 했다. 그러나 완전한 비밀이란 없었다.

그렇다면 섹스의 기록으로 우리가 얻는 것과 잃는 것은 무엇일까? 답이야 다양하겠지만, 분명한건 세상의 모든 연애는 또 한 번 새로 시작할 때마다 리셋 된다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꼭 사고를 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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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