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만상 진화하는 ‘스마트범죄’ 실태

지금 누군가 당신의 스마트폰을 노리고 있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고가의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이를 노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찜질방에서 자고 있는 사이 도난당하거나 택시에 두고 내린 휴대전화가 범행 대상이 되는 것은 이미 흔한 일. 관련범죄가 진화하면서 그 유형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훔치기 위해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위장취업까지 한 10대가 적발됐는가 하면, 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삥듣기’ 수단, 스마트폰 대출사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고가의 스마트폰만 노리는 사람들. 진화하는 스마트폰 범죄 실태를 추적해봤다.

날로 진화하는 스마트폰 범죄, 조직적 범행의 새로운 표적
단순절도 넘어 ‘폰삥’사기…스마트폰 담보로 ‘대출사기’까지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이 20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국민의 40%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면서 이를 노리는 범죄도 한층 조직화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관련한 범죄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휴대전화 가격이 이전과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

현재 스마트폰 가격은 80만~90만원 선에 이른다. 이 고가의 스마트폰을 손에 넣은 후 바로 처분할 수 있는 장물판로가 확보돼있다는 점도 스마트폰이 범죄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또 다른 이유다.

이전에는 훔친 휴대전화를 주로 국내 시장에서 처분했지만 이제는 손쉽게 해외로 팔아넘길 수 있게 돼있다. 최신형 스마트폰은 해외 판매용으로 30여만원 상당의 고가에 거래되는데다 인터넷으로도 쉽게 사고 팔 수 있다.

절도범죄의 표적
‘고가의 스마트폰’

이렇듯 범죄의 새로운 표적이 된 스마트폰. 단순 절도뿐만 아니라 분실 스마트폰을 습득해도 ‘팔면 돈이 된다’는 이유로 돌려주지 않고 처분해 버리는 범죄도 흔하다. 최근에는 훔치거나 잃어버린 스마트폰 수백 대를 수거해 중국으로 밀반출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경찰서는 중국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국내에 자금책과 수집책을 두고 도난·분실 스마트폰을 대량 수거해 항구를 통해 중국으로 밀반출한 손모(37)씨 등 2명을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최모(31)씨 등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중국에 유령회사를 설립·운영한 중국총책 홍모(34)씨 등 2명은 현재 추적 수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총책 홍씨를 중심으로 자금총책 2명, 수집책 6명, 스마트폰 절도범 7명 등으로 구성돼 조직적으로 활동했다.

홍씨가 대포폰과 장물매입자금을 자금총책에게 건네주면 이를 건네받은 자금총책은 수집책을 통해 훔치거나 습득한 스마트폰을 구입해 중국에 밀반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밀반출한 스마트폰은 477대로 총 4억2930만원 어치에 달했다.

절도 등의 혐의로 붙잡힌 7명은 찜질방에서 훔치거나 길거리에서 주운 스마트폰을 수집책들에게 최고 28만원을 받고 판매해왔다. 이 중에는 이모(16·여)양 등 10대 청소년 5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스마트폰 절도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를 조사하던 도중 훔친 스마트폰을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장물업자를 만나 판매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후 스마트폰 밀거래 조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기획 수사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중국 총책에 대해 경찰청을 통해 국내 송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처럼 단순히 훔쳐 팔아 넘기는 것을 넘어 조직적으로 도난 분실된 스마트폰을 팔아넘기는가 하면 최근에는 폰삥, 대출사기, 보험사기 등으로 그 수법도 더욱 진화하고 있다.

‘폰 삥뜯기’부터
‘대출사기’까지…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스마트폰을 빌린 후 이를 되돌려 받으려면 돈을 내놓으라며 돈을 빼앗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하도 정도가 심해 ‘폰삥’이라는 신종 은어(隱語)까지 등장했다.

서울 중부 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6월 중학생 박모(16)양은 친구 2명과 함께 옷을 사기 위해 서울 동대문의 쇼핑몰들을 돌아다니다 여고생으로 보이는 2명으로부터 휴대전화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들은 다급한 표정으로 “배터리가 다 됐다. 전화 1통만 쓰게 해달라”고 했고, 박양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건넸다. 여고생들은 전화를 거는 척하며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가더니 돌변해 돈을 요구했다. 박양은 17만원을 뺏겼다.

동대문 쇼핑몰 인근에서는 지난 3월 중순에도 똑같은 범행이 있었다.

스마트폰 보험사기도 있다. 이동통신회사들이 제공하는 스마트폰 보험서비스를 악용, 허위로 분실신고한 후 스마트폰을 팔아버리는 식이다.

지난달 9일 서울지방경찰청은 스마트폰 분실보험을 악용해 100대가 넘는 단말기를 보상받아 내다 판 혐의(사기)로 강모(32)씨와 휴대전화 대리점 주인 이모(44)씨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대학생이나 중국 유학생 등의 명의를 스마트폰을 개통하고 보험회사에 보상을 청구하는 수법으로 단말기 128대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대출사기도 등장했다. 스마트폰을 담보로 돈을 대출해 준다며 폰을 택배로 받은 후 연락을 끊는 식이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달 14일 스마트폰 담보 대출 사기 혐의로 신모(34)씨 등 8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중순부터 1년여 동안 신용불량자에게 “스마트폰을 개통해 주면 최고 500만원까지 대출해 주겠다”는 스팸메시지를 보냈다.

이 문자메시지에 솔깃한 이들은 신씨에게 최신 스마트폰을 보냈지만 대출금은 끝내 받지 못했다. 신씨는 2000여명으로부터 시가 19억원에 달하는 휴대전화 2300여 대를 챙긴 후 연락을 끊었다. 

다양화된 ‘스마트폰 범죄’
사전에 막으려면…

이처럼 스마트폰 관련범죄는 전국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범행에 가담하는 피의자도 호기심 많은 10대에서부터 50대 장년층까지 나이를 불문한다.

이들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사용해보려는 욕심에 훔친 스마트폰에 자신의 휴대폰 정보가 담긴 유심칩을 넣어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훔친 스마트폰을 전문 브로커들에 의해 중국으로 밀거래해 다시 동남아시아 등지로 팔아넘기는 경우도 있다.

팍팍해진 삶에서만 원인을 찾기에는 미흡하다. 이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도덕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관련범죄가 늘어나고 있고 선량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찜질방 등 대중공간에 있을 때는 스마트폰을 항상 손에 들고 있거나 미리 안전한 곳에 보관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넷 장물거래 기승…일부 중고매매 사이트서 버젓이 거래
스마트폰 사용자 2000만 시대, 늘어나는 범죄 대책은 없나?


경찰은 또 택시 절도의 경우 손님에게 돌려주면 2만~3만원, 우체국을 통해 돌려주면 1만원의 사례금만 받을 수 있는데 반해 장물업자에게 팔면 기종과 상태에 따라 최대 20만원까지 받을 수 있어 현혹당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택시업자들을 대상으로 중고 스마트폰을 매입하겠다는 장물업자들도 점점 조직화 전문화 되어가고 있다.

이들은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기사들에게 명함 전단을 뿌려 자신들을 홍보한 뒤 택시기사들로부터 연락이 오면 한 대당 7만~20만원씩 사들인 뒤 곧바로 도매업자들에게 대당 25만~45만원씩 팔아넘기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택시기사들이 짭짤한 부수입에 현혹돼 이 같은 범행에 동참하는 경우가 많다”며 “택시에 휴대전화를 두고 내릴 경우를 대비해 가급적 카드결제를 하고 영수증을 받아둬야 한다”고 권했다.

경찰은 아울러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의 경우 익명 또는 차명 거래가 가능해 장물 스마트폰의 주요 거래창구로 악용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공익요원인 박모(24)씨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장물 스마트폰을 전문적으로 매입하다 적발됐다.

박씨는 사이트에서 ‘해외폰’ ‘국내개통 불가폰’ 등의 용어를 사용해 장물폰을 구입하겠다는 글을 올린 뒤 갤럭시S와 아이폰3는 10만~15만원에 매입해 25만~35만원에 매도하고, 갤럭시S2와 아이폰4는 25만~30만원에 구입해 35만~40만원에 팔았다. 국제우편(EMS)이나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과 필리핀 등지로 판매 처분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고가의 스마트폰을 장물로 유통하는 범죄가 증가하는 가운데 스마트폰 장물거래조직이 도난·분실 스마트폰을 고가로 매입하면서 용돈이 궁한 노인들과 청소년들을 범죄의 유혹에 빠지게 하고 있다”면서 “휴대전화 절도범과 중고거래 사이트 등 장물유통 경로를 추적, 강력하게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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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